단테의 예술가들 (열다섯 개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단테의 예술가들 (열다섯 개의 시선양장본 Hardcover)

$36.00
Description
단테를 사랑한 열다섯 명의 예술가
700년을 초월하여 되살아나는 『신곡』

신, 인간, 구원, 사랑, 정의, 선악……
시공을 넘는 보편의 화두와 가장 인간적인 시적 언어는
어떻게 선과 색, 선율로 변신하여 또다시 순례를 시작하는가
단테 알리기에리는 문학, 철학, 신학, 역사, 정치, 사회, 자연과학에 걸친 방대한 탐구를 『신곡』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환원해냈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 그가 마주했던 사람들과 자연,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죽음 이후의 세계에 펼쳐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7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를 매혹하고 있다. 단테의 언어가 시공을 건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장면들이 지금 우리의 삶에도 낯설지 않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고 욕망하고 미워하고 고통받으며, 세계의 선과 악을 끊임없이 묻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은 단테의 세계에서부터 지금 여기의 세계에도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상진은 국내 대표적인 단테 연구자로, 『신곡』을 비롯해 단테의 여러 작품을 번역하고 그 세계를 현대로 옮겨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단테를 읽고 번역하고 연구해온 한 사람으로서 단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하고, 단테를 사랑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그 자신의 사유를 겹쳐놓기도 한다. 저자는 그 자신을 “단테를 들이고 예술가들을 들이기를 반복하며 그들 서로를, 또 독자들에게 이어주는 영매”로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단테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에 그치지 않으며, 단테에게 다가가기 위한 통로가 된다. 이 책은 통로를 오가며 써낸 단상들의 집합이자 해석-감상-사색의 선을 독자에게까지 뻗치는 시도이다.
『신곡』은 완결된 작품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작품이다. 지옥, 연옥, 천국은 시대와 예술가를 통과해 회화, 조각, 음악으로 옮겨졌고, 매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조토 디본도네에서 산드로 보티첼리, 루카 시뇨렐리, 페데리코 추카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외젠 들라크루아, 폴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오귀스트 로댕, 알베르토 마르티니, 살바도르 달리, 프란츠 리스트, 로버트 라우션버그 그리고 샌도 버크, 서로 다른 시대와 사회를 살아간 열다섯 명의 예술가는 단테의 『신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예술로 재창조했을까. 그 교차하고 분산하는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우리에게 한 권의 고전이 얼마나 현재적인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박상진

단테연구자이자작가,번역가.
단테를인간과타자,사랑과윤리,문명과공동체에관해사유하는시인으로읽어내며세계문학의관점에서단테의작품세계를해석해왔다.한국외국어대에서이탈리아문학과철학을공부하고옥스퍼드대학에서문학이론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펜실베이니아대학,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캠퍼스에서방문교수로단테와비교문학을연구했으며,부산외국어대에서이탈리아문학과세계문학,르네상스예술등을가르쳤다.오랜기간단테연구를수행한인문학적공로를인정받아2020년이탈리아에서플라이아노학술상을받았다.『단테《신곡》인문학』『단테』『단테가읽어주는《신곡》』『사랑의지성:단테의세계,언어,얼굴』『단테《신곡》연구』를비롯해『비동일화의지평』『열림의이론과실제』『지중해학』『AComparativeStudyofKoreanLiterature:LiteraryMigration』등을썼고,『신곡』『군주론』『데카메론』『꿈의꿈』『레퀴엠』『인도야상곡』등을옮겼다.

목차

여는말:떨리는마음으로
감각적지성단테
0남아있는얼굴들,단테를그린화가
1눈에보이는대로-조토디본도네
2선으로드러낸단테의숨결-산드로보티첼리
3육신이요동치는영혼의세상에서-루카시뇨렐리
4글을눈으로듣기-페데리코추카리
5읽고그리고새기며-미켈란젤로부오나로티
6지옥에서피어오른격정의그림자-외젠들라크루아
7꿈속이현실로-살바도르달리
8언어의오래된부활-로버트라우션버그
9지옥문저편의망령들을불러내며-오귀스트로댕
10신비롭게흩어진사랑의색채-단테이게이브리얼로세티
11흑백화면의묵직한감동-폴귀스타브도레
12장막너머일렁이는지옥-윌리엄블레이크
13소름끼치는명암의대위법-알베르토마르티니
14단테를순례하는사유의소리-프란츠리스트
15여기,지옥-샌도버크
닫는말:함께걷는순롓길

출판사 서평

회화,조각,음악
그리고글로되살아나는『신곡』

예술가들이읽은단테는저마다달랐다.어떤이에게『신곡』은신과인간,죄와구원에관한종교적세계였고,어떤이에게는인간의내면과욕망을들여다보는거울이었으며,누군가에게는자신의시대와현실을비추어볼수있는창이자,끝없는상상력을펼칠수있는광대한세계였다.같은작품을마주했지만,그들이발견한단테와『신곡』은서로다른얼굴로그려졌다.저자는열다섯명의예술가를따라가며『신곡』이언어에서출발해다른예술의언어로옮겨가는과정을살핀다.단테가말로그려낸세계는화가의선과색이되고,조각가의형상이되고,음악가의선율이된다.
산드로보티첼리는『신곡』의세계를하나의거대한시각적공간으로옮겨놓았다.그는「지옥의지도」를그리며단테가내려간지옥을깔때기모양의구조로펼치고,지옥의아홉고리를층층이이었다.보티첼리가조감한지옥은커다란한장의이미지가된다.이는단테가말로구축한세계를어떻게하나의화면안에질서화할것인지를화가스스로질문하고답한결과다.오귀스트로댕은「지옥의문」을빚어냄으로써『신곡』의지옥을인간들의몸이뒤엉킨거대한조형세계로바꾸어놓는다.뒤틀리고매달리고추락하는인물들은단테가묘사한지옥의고통을끊임없이이어지는움직임으로재생한다.단테가지옥을여행하며묘사한인간과세계는조각가의눈에이식되고불퉁한덩어리는새로운지옥의형상으로깎이고주조된다.헝가리의작곡가프란츠리스트는이탈리아를순례하며단테의작품을읽었고,그가겪은고난과좌절,구원과타락의감정을음악으로옮기고자했다.그결실이「단테를읽고나서」다.리스트는『신곡』을읽으며자기내면에일어난떨림을음률로표현했다.지옥의통곡에서시작해연옥을지나천국의기쁨으로나아가는흐름은저음에서고음으로상승하는흐름으로구현된다.
『신곡』은그려지고,빚어지고,소리로옮겨지며몸을바꿔되살아난다.한편예술가들이단테에몰입해창작을이어나갔던과정을읽다보면,우리는이책에열다섯명의예술가와함께또한사람의단테애호가가있음을알아차리게된다.오랜시간단테를읽고또읽으며그에게다가가려한연구자,이책의저자다.예술가들은자신의감각으로단테를되살려냈고,저자는그들의작품을통해다시단테에게다가갔다.이책위로포개진단테를향한애정은독자에게도또한명의단테애호가가되어보기를권한다.


다시열리는단테의세계
『신곡』,영원한고전

단테는청각,후각,미각,촉각까지동원해내세를묘사했고,그중에서도특히지옥은오늘날우리가곧장떠올리는지옥의이미지를대표할만큼선명하게그려졌다.“시뻘겋게타오르는불길,고통에찢겨나가는울부짖음,육신이썩어문드러지는냄새,시커멓게내려앉은공기,뒤엉킨뱀들의징그러운가죽,망령들이들이키는구정물의역한맛.”그리고화가들은단테가사용한여러감각을“한순간의시각이미지로붙잡아확정”했다.그러나이것이원작을그대로재현했다는것은아니며,저자는‘다르게그리기’의힘이발생하는작품들에특히주목한다.
『신곡』을그린많은화가가단테가제시한진리를충실하게따르려했다면,가령블레이크는단테의세계에기꺼이자신의유희와상상력을끼워넣었다.단테의지옥에등장하는마귀는엄숙한악마가아니라가면무도회에서막빠져나온듯익살스러운모습으로나타나고,고통으로가득한자살자의숲조차생동감넘치고기괴한세계로변한다.또한샌도버크는단테의지옥순례를현대미국의도시풍경속에옮겨놓는데,폐기물과쇼핑몰,패스트푸드점,교통체증과광고판,오염된도시와소비사회의풍경은이곳이곧단테가말한지옥이아닌지의문을품게만든다.블레이크가단테의세계를자기만의상상력으로비틀어‘또다른지옥’을열었다면,버크는한걸음더나아가그지옥을우리가실제로살아가는도시한가운데로가져온것이다.
700년전시인의상상속에존재했던지옥이재해석되는순간,『신곡』은더이상과거의내세를이야기하는책에머물지않는다.단테의질문은과거의것이아니라지금우리가살아가는현실의질문이되고,우리는단테의세계를읽는동시에지금여기의세계를읽게된다.저자가열다섯명의예술가를따라가며거듭주지하는것도바로이지점이다.저자는원작을비틀고,우회하고,때로는희화화함으로써새로운해석의여지가들어서고,『신곡』이확정된진리로“정착”하는대신지금우리에게“중계”될수있다고말한다.따라서작품을해석하고해설하는일은고전을화석화하지않고살아있게만드는일이며,그렇게단테는하나의기원이면서도유일한정답이되지는않는다.예술가들이『신곡』에서자신만의진리를추출해냈듯이,『신곡』은그것을읽는사람에따라다른세계를향해열린다.단테의언어는그로써가능성의언어가되고,700년의시간을건너또다른예술가의감각을일깨운다.고전을읽는다는것은과거의세계를복원하는일이아니라,오래된언어가지금의우리에게무엇을보게하는지발견하는일인지도모른다.그러므로우리가이책을통해단테와열다섯명의예술가,그리고그들사이를잇는저자와연결될때,우리는단테와신곡이재탄생하는순간을지켜볼뿐만아니라영원한고전이만들어지는순간에동참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