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눈

하늘의 눈

$19.80
저자

천쉐

저자:천쉐(陳雪)
1970년대만타이중에서태어나대만국립중앙대학중문과를졸업했다.1995년스물다섯살에발표한소설집《악녀서惡女書》로큰반향을일으키며데뷔했다.30년간쉼없이작품활동을이어온천쉐는날카로운질문을던지는묵직한작품을꾸준히선보이며대만의중견소설가이자대만퀴어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

2004년장편소설《다리위아이橋上的孩子》로차이나타임스10대우수도서상을수상했고,2009년장편소설《악마附魔者》가대만문학상금전장후보에올랐다.2013년장편소설《미궁속의연인迷宮中的戀人》이타이베이국제도서전올해의책후보에올랐고,총다섯작품이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후보에오른뒤2020년《친애하는공범親愛的共犯》으로대상을수상했다.이밖에도《다시죽어선안되는당신》《아버지가없는도시》《악마의딸》《나비》등의소설을썼고,대만동성결혼법제화후자신의결혼생활에대해쓴《같이산지십년》을비롯해《오직쓰기위하여》《소녀의기도》등에세이로도사랑을받고있다.

《마천대루》는국내처음으로소개되는천쉐의소설로,도시의축소판인고층아파트마천대루에서벌어진살인사건을중심으로복잡다단한현대인의내면과사회문제를담아낸대표작이다.2020년동명의드라마시리즈로제작되어전세계에서화제를모았다

역자:조은
한양대학교중어중문학과와한국방송통신대학교청소년교육학과를졸업하고출판편집·기획·번역및웹툰번역을한다.『오직쓰기위하여』,『한사람의마을』,『사냥꾼들』,『작은태양』,『속세기인』,『네마음에새겨진이름』,『사하라이야기』,『허수아비일기』,『포근한밤』,『미래의서점』,『하트우드호텔모두의집』,『우리반곰친구』,『그랬구나!』,『옥상바닷가』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하늘의눈
비너스
갈림길정원
먼지
죽음의색채를보다
내몸엔네가겁먹을무언가가있어
그얼굴
그애가날위해불러준노래
실재하지않는존재
표류의노래
복수複數의춤사위
전화를뚝끊듯사라져줘
밤이너무나깊어서

작가의말_새로이거듭나기

출판사 서평

창백한마음은글쓰기를통해색을입는다

첫작품으로실린「하늘의눈」주인공은출판사편집자와고전문학번역가다.둘은그럴필요가없지만,원고교정지를주고받는과정에서굳이직접만난다,한달에두번.도보로지하철역까지가고,청색선에서홍색선열차를갈아탄뒤15분더걸으면남자의집에도착한다.고층빌딩의B동3405호.남자의하늘위작은집은황홀할정도다.공기조차흔들림을멈춘것같고,심장박동소리까지들릴만큼고요하다.고요함을투과한남자의손길이고요함에달아오른여자의몸을어루만지는듯하다.차를한잔마신뒤오탈자하나없고먹농도도세밀하게조정된원고를편집자가번역가로부터건네받으면둘은침실로향한다.거기서몸을섞는다.

이것은사랑일까?하지만책작업이종료된이후둘사이의만남도끊긴다.만남이재개되는것은번역가가뇌종양에걸리면서다.그리고투병생활에들어간남자는자신의미래를글속에서나마보장받고자SF소설을쓰기시작한다.그에게는미래가없지만,그는SF소설을계속쓴다.마치쓸수만있다면계속살아갈수있을것처럼.천쉐의다른소설들에서주인공은언제나글을쓰고사랑을나누는데,「하늘의눈」역시마찬가지다.창백한마음이삶의색채를되찾을수있는것은오직글쓰기를통해서다.

이작품은눈부신재생과신생新生을보여주며,『연합문학聯合文學』은“더할나위없이환상적이고아름다운구원”이라고극찬했다.과거천쉐소설속주인공들이서로의육체와감정을파멸로치닫게했다면,이소설속주인공들은한발물러서서서로를‘하늘의눈目’처럼가만히바라보며지켜준다.편집자와번역가는아무런약속도하지않고사랑한다는말도하지않았지만그녀는그가자신을필요로한다는사실을잘알았다.또자신이떠난다해도그는여전히그렇게자기만의방식으로저항할것임을누구보다더잘이해했다.이작품은13편가운데저자의문학적집념이가장정밀하게투영된작품이라고할수있다.

「비너스」는이책의대표작이다.남자로태어났지만여자가되고싶어하는펑황과지정성별은여성이지만남자가되고싶어하는둥수가주인공이다.펑황은열일곱살때부터호르몬주사를규칙적으로맞았다.스무살에는가슴수술을받았는데,유륜과유두모두부드러운분홍색이며유두는작은팥알같다.매끄럽고탐스러운가슴은한손에가득찬다.반면둥수는성확정욕구같은게딱히생긴적없이스스로를남자로여겨왔고,수술이나호르몬요법없이도충분하다고생각한다.둥수는성경험이전무하고,이제로라는숫자는무시무시하게느껴진다.이내두사람은사랑하는사이가되어성관계를맺는다.펑황과둥수는자웅동체로서로의경계를지워버림으로써과거를회복하고미래를창조해낸다.

이작품의마지막문장은이렇다.“가장먼바다위로조개하나가떠올랐다.조개껍질속에는새로이태어난두사람이들어있었다.”즉이작품은천쉐가보티첼리의「비너스의탄생」에서거대한조개껍데기로부터비너스가홀로태어나는장면을형상화한것이다.

보르헤적작품과쓰레기집속주인공들

「갈림길정원」은천쉐의오랜장기인‘기억의애매모호함과본질’을다루고있다.이작품은꿈속이야기로이루어져있다.화자인샤오인이친구들과함께어떤신비로운정원에발을들이면서이야기는시작된다.그곳에서샤오인은6년전격렬한갈등끝에헤어졌던옛연인‘아저씨’와예기치않게재회한다.정원은꿈과현실,과거와현재가모호하게뒤섞인공간으로,두사람은정원을거닐며서로에게남긴상처,보이지않는기억의파편들을다시꺼내대면하게된다.천쉐는우리가사는현실자체가거대한도서관이나타인의꿈일수있다는환상적리얼리즘의기법을차용해,퀴어들의사랑은오직꿈과환상속에서만복원될수있음을역설한다.즉,“보이지않는상처는치유될수없고,오로지허구라는방식으로만어루만져질수있다”.소설가우샤오러는13편중이작품이가장흥미롭다고평했다.

이소설집에실린여러작품은유독‘집’이라는공간에집중한다.「하늘의눈」「먼지」가대표적이다.특히소설속주인공들은삶이엉망이되어갈때자기집도‘쓰레기집’처럼방치해버린다.흘러넘치고,냄새나고,줄줄새고,흩어지고……쑤셔넣고쌓아두는일은수치스러운짓이다.하지만사랑하는사람에게그들은무질서로얽힌과거를송두리째내보인다.「먼지」의주인공‘나’는정리,분류,청소,폐기를하는데재능이있다.대학에서철학을전공하고신문기자생활도했지만,어떤일을해도그직업과내가딱맞는다고느껴지지않았다.파트타임청소부를거쳐소규모‘가정청소’업체를꾸리자이일은천성처럼잘맞았다.‘나’는이제막안나를사랑하기시작한다.안나의집에는무수한물건과쓰레기가쌓여있다.‘나’는안나의집을청소하고그녀를도우면서과거내어머니가정신적트라우마로인해집을쓰레기장처럼파괴해버렸던기억의핵심(어머니의방)으로깊숙이들어간다.

이작품은대만독자들이가장애호하는작품인데,집에쌓인먼지와잡동사니를한겹씩벗걷어내는과정에서마음속어둠도한꺼풀씩벗겨지기때문이다.이작품은이소설집의전체주제인‘폐허속에서의재생’을가장뛰어나게시각화한작품으로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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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단편집은트랜스젠더의성과사랑,레즈비언커플의보조생식술을통한출산,동성커플의육아와대잇기등성소수자가가족을이루고살아가며겪는법적·현실적장벽과관계의피로감을다룬다.소설의인물들은여전히상처와고독속에있지만,파멸하기보다서로힘을북돋우며재난같은현실을버티면서치유와재생의가능성을모색한다.상처입고밤을헤매는소수자들이서로의존재를확인함으로써치유받는「밤이너무나깊어서」는다른작품들과비교할때이질적인듯하지만,대미를장식하기에더할나위없다.「내몸엔네가겁먹을무언가가있어」에서는잠자리를속이는여자와사랑을속이는남자가나온다.둘다너무나이상하고나쁘다.하지만이렇게나쁘고이상한인간들이왠지아름답게느껴진다.이것이바로천쉐의특기인데,등장인물들이점점더기이해지며악행을저지르고변덕스럽지만,그들이나자신과다를바없음을깨닫게된다.이것이바로독자가천쉐의인물들과공생하는이유다.천쉐는우리안에그런부분이있다는것을일깨워주고,우리는그의작품속에서우리자신을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