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을쌓으며,또귤밭을가꾸며
지혜를배워나간삶의기록
이책은한가족이제주도에뿌리내리며마주한시간과그속에담긴풍경을그린책이다.한국전쟁이나던해젖먹이로피난을간저자는변화의소용돌이속에서어른이되었다.길었던인고의시간,저자는끝내제주도의돌과같이단단해졌다.‘살다보면살아도지고지혜도생긴다’는담담한저자의말을따라,저자가그려낸삶의비밀을만나보는건어떨까?
제주어멍,바람처럼머물다
꽤나갑작스러운이주로낯선섬에둥지를틀며귤농사를시작했다.생면부지인이땅에서농사를짓는다는건,삶을짓는법역시다시배우는일이었다.귤이익어갈수록삶의깊이역시진하게익어갔다.바람과돌과그여자는그렇게어울려함께살았다.
제주어멍,돌을닮아가다
제주는나에게많은것을가르쳤다.혼자서도바로서는법과숨고르는법,내가나를사랑하는법모두제주의돌을닮아가며익힌것들이다.삶의멍에였던조각들이끝내는내버팀목이었다는걸이제는안다.그렇게쌓인시간이모여어느새커진귤밭만큼내가자랐다.
제주의풍경,내면적사유에대한고찰이1부를통해펼쳐진다.2부는가족들과의이야기,돌이켜회상하는지난날들을그렸다.
책속에서
한번가질기쁨을여러번갖는다면행복한삶을살아가는데조금도움이되지않을까?미리앞당겨서다체험하고정작즐길때가되면시들해지는어리석음을저지르면안된다.숨은행복찾아가는술래잡기도꽤재미있다.늙어지면보이는요술거울이니백설공주거울보다못하지않다.
---「행복술래잡기」중에서
흙속에만물이녹아든다.빗물도사람도노루새끼도고사리도다녹아든다.어쩌면이렇게똑같이흔적도없이녹아들까?살아숨쉬던모든것을흙은군소리없이다끌어안는다.돌아간다는말은흙으로돌아간다는말인가.
---「돌아간다는말은」중에서
나쁜일을만나면세상끝난것처럼돌아볼여유도없지만,지나고보면옆에달고온동무도있다.반드시기쁨도함께찾아오니나쁜일만일어나는건아니다.체념은끝이아니고도약의굴림판이다.잠깐쉬면서한숨돌리라는휴게소다.기운차리고다시일어서서크게한번굴리고힘껏뛰어오르는굴림판이다.
---「체념의미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