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와 ‘철미디어’의 거울 (‘전기’, ‘전자’, ‘전파’, ‘전신’의 개념에 반사된 시적 상상력과 리듬)

한국 근대시와 ‘철미디어’의 거울 (‘전기’, ‘전자’, ‘전파’, ‘전신’의 개념에 반사된 시적 상상력과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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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재의 비판이론, 근대성 담론은 ‘해석학적 지평’이라는 알리바이를 통해 근대의 문헌텍스트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비유, 수사 등의 시적 언어의 술어 및 문법에 대한 개입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시양식 고유의 말법, 어법, 문법은 끊임없이 산문이나 담론의 그것으로부터 일탈하고자 하는데, 인간은 도리어 그것을 산문이나 담론의 논리로 환원시키려 한다.

근대 ‘초창시대’의 시는 어떻게 왔는가를 질문해 본다. 새롭게 등장하는 75조, 65조의 리듬이 일본 신체시의 영향으로부터 왔을 수도 있고, 서양의 군가, 찬송가의 영향으로부터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근대시의 ‘기원’ 문제는 항상 ‘전통’과 ‘이식’의 경계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데, 임화의 문제의식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암중모색 중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어(조선어)’의 랑그적 특성을 배제하고 이 문제를 논할 수 있는가. 시형은 모방할 수 있어도 시는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이 초창시대 시담당자들의 시각이었다.

이 저서는, 한편으로, 근대시는 ‘철미디어’에서 왔다는 점을 논증하면서 ‘철미디어 시대’의 시양식의 변화와 실재의 시를 다루고 있다. 「경부철도가」에서 ‘경부철도’의 동력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율조(리듬)의 근원이 된다. 리듬은 일상적 삶의 변화와 혁신의 ‘내용’이자 그 ‘형식’이다. 창가의 계몽성이란 일종의 소셜미디어적 리듬이기도 하다. ‘로고제닉(표현)’이자 ‘파토제닉(공감, 공유)’으로서 철미디어는 시에 개입하고 시는 변화된 몸의 리듬을 등기(登記)한다.
저자

조영복

서울대학교인문대학국어국문학과학부및대학원을졸업했다.현재광운대학교동북아문화산업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
「월북예술가,오래잊혀진그들」(2002),「1920년대초기시의이념과미학」(2004),「문인기자김기림과1930년대‘활자-도서관’의꿈」(2007),「원형도상의언어적기원과현대시의심연」(2012),「넘다보다듣다읽다-1930년대문학의‘경계넘기’와‘개방성’의시학」(2013),「이것은글쓰기가아니다」(2016),「시의황혼-1940년,누가시를보았는가?」(2020),「시인의말법-전설의사랑시에서건져낸울림과리듬」(2020),「한국근대시와말·문자·노래의프랙탈-문자화,기사법(記寫法),그리고조선어구어한글문장체시가있었다」(2022),「깨어진거울의눈-문학이란무엇인가」(2000,공저),「니체,철학의주사위」(1993,공역),「날개」(2011,편저)외에도다수의저서가있다.

목차

서문을대신하여|‘불ㆍ빛’에감싸인근대시의언어들


1부철미디어,시의호르몬

1.철미디어의‘얼리어답터’李箱을위한장
2.철미디어의注射와시의모형자궁
3.철미디어의리듬과‘아우라’의접촉성
4.‘자동화된몸’의수사,‘자연’에서‘기계’로
5.철미디어의빛과그림자놀이
6.‘원격현전성’과‘아우라’
7.철미디어와조선어구어의리듬

2부철미디어,시의새로운역학

1절철미디어의거울과미의식의변화
1.직선,예각,미끈한육체의뮤즈
2.불·빛·책의도시와철미디어문체
3.자동기계이미지와사이보그몸의수사
4.기계적강박에서수의리듬으로
5.철미디어의양식과철미디어의시장르

2절철미디어동력의‘번역적위치’
1.철미디어의바다,기선의동력학적리듬
2.기차,氣動車,철도의속도와리듬
3.자동차,오토바이의활력과아방가르드시학
4.아스팔트의음악적효과와‘거울’의빛
5.윤전기로부터‘문자’의시·공간적확장
6.비행기,추진기의理知와비약의리듬의식
7.신경증적‘파동’의언어감각과움직이는시의음악
8.철미디어의호르몬적集積과은유

3부축음기효과와시의무선적ㆍ전파적상상력의연대

1절기계음악과축음기효과
1.‘말하는기계’와기계에흡수된인간의몸
2.자동기계와‘철’과‘살’의은유
3.‘철인간’이상과기계음악의효과

2절철미디어의원격현전성과연결,연대그리고해방
1.철미디어의소셜미디어적전복성과원격현전성
2.전파·무선적상상력혹은시적상상력

4부마무리하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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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ㆍ빛’에감싸인근대시의언어들

객관적인것은깨어진풍경이며주관적인것은빛이다.오직빛에의해서만풍경은불탄다.

최남선의「해에게서소년에게」가함축하는시사적지표를다양하게내세울수있지만,그것이일종의‘바이로니즘(Byronism)’에기대고있다는것은‘바다’와‘소년’이결합된제목에서이미판명된다.흥미롭게도최남선의‘바다’가이태준이나정지용에게오면거대한동력기의다이너미즘으로변신하는데,더욱이그동력기의소음이‘음악적사유’와결합되어있다는점은낯설고의외적일뿐아니라혹여나경이롭기까지하다.‘기계’가‘음악’의경지에이르기위해서는섬세,정밀,비약,채색의시적언어의힘을근원적으로필요로하고,‘기계????음악’의이이질적인대상들의결합을위해서는‘탈신(脫身)’,‘탈감각’의,기존의몸의감각이나그것을지칭하는언어를포기하지않으면안된다.근대시의방향성은‘인간(자연)????기계(철미디어)’의‘헤테로글로시아(heteroglossia)’적인문법이긴요하게작동하고있는것이다.
이책은“한편,근대시는어떻게오는가(왔는가)”에대한탐구에서시작된것으로,‘철’의언어가곧‘불’의언어라는전제로부터출발한다.근대시에전기,전파,전자,전신,무선등이른바‘철미디어’의개념혹은물질성이틈입/주사되는과정에서시적상상력이어떻게작동되고새로운언어및리듬의식이생성되는가를분석한것이다.근대시논의의핵심이주로‘근대성/반(전)근대성’에맞춰진것에대한피로감과또어떤정형화된결론에이르게되는방법론상의구속이주는답답함을지탱하기힘들었던이력이이책을저술하게된동기였는지모르겠다.
근대성/반(전)근대성,생명/기계,자연/문명,인간적인것/기술적인것등의이원론적구도는‘일상의논리(아도르노)’로작동되면서근대성담론의강력하고효과적인무기가된다.이해할필요가없거나또낯익은것들이대중적인공감을얻는편이다.엄격한가치판단이나긴장을요하는새로운개념이나논리는의식적으로피하고싶어지는법인것이다.‘이원론의일상화’는정작학생들을가르치면서실감있게목격하게되는데이이원론적사고의정형화와유형화는현재학생들에게익숙한‘디지털문명세계’와는어쩌면가장부조화,부정합한가치라는점에서아이러니하기그지없다.
자연과기계,인간적인것과문명적인것등의‘이원론의허망’을붕괴시키는것이사이보그형상이라는관점은‘가이아신화’를일종의생명체의자기조절시스템으로명명한이분야의개척자해러웨이의것이다.사이보그의형상은,항상그런것은아니지만반과학적형이상학,과학의악마성에대한거부를의미하며그럼으로써타자들과의관계속에서,우리의모든부분들과의소통적관계속에서일상생활의경계를재구축하는업무를포용한다.이원론의미궁에서탈출함으로써일종의이단적헤테로글로시아의꿈을꾸게한다는것이다.
단일한언어,단일한가치,단일한세계관이지배하는시사(詩史)가아니라수많은목소리들가운데서나오는말의양식을주워담고집적하는시사가되어야한다.근대성/반(전)근대성의체계가양식의모든것을설명해주지않을뿐더러설명할수도없다.인간의의지가양식의의지를지배하거나견인한다는관점이시사기술의근간은아닐것이다.또사조,경향,문단사로시인의재능을판별하기도어렵고개별시가위치한지점을명료하게포착하기도힘들다.
이책은청소년기의한기억으로부터시작되었다.한인간의청춘을‘불·빛’의언어로요약할수도있는것이다.별다른오락거리가존재하지않던청소년기부산의변두리지역의한밤을잠들지않게붙들고있던것은저멀리FM라디오송신철탑의붉은불빛이었고,대학진학을위해고향을떠나온자의망명객과같은영혼을품어준것은가로등불빛을받아한강의수면이토해내는도시의밤풍경이었다.교양있고격식있는‘서울’에주눅들인시골뜨기의마음을일으켜세우고,상처입은영혼을되돌려앉힌것은머리칼을쓰다듬어주는봄날의산들바람은아니었고,자취생의고단한일상을위로해주는연탄집아주머니의따뜻한미역국한사발도아니었기에.그러니까한인간의청춘을지속시켰던것은전기의인공불빛이었다.우나모노가말한‘빛’의기원은전기불빛이아니었을까멋대로짐작했다.거울처럼빛나는,2호선아래의한강수면에매혹당한자들은아마그런억척을진실이라믿고있을지모른다.
보들레르의「파리의우울」은‘추억의세계’가아닌‘등불아래의세계’로부터온것이어서그에게드리워진끔찍할정도로잔혹하면서도황홀한자기파괴적인언어의원광은분명파리의전기불빛에돌려주어야할것이라믿기로했다.보들레르때문에파리에가고싶었던시절도있었다.그것은어쩌면순전히이상(李箱)을읽기위한선행학습이거나예행연습이어야했는데,축음기‘나나오라’한축쯤은호사롭게장만할허영심은물론이고,미샤엘만의현란한비르투오소가빛나는랄로협주곡한구절을흥얼거리는악흥을즐길수있는음악광에,전기불빛으로그림자놀이를즐겼던이상은스스로‘파리의망명객’이되기를죽음직전까지포기하지않았을것이라확신했다.하지만지금으로서는이상이굳이파리에갈필요가없다고믿게되었는데,그것은순전히한강의밤을밝히는‘불빛’때문이었다.전기불빛에반사된한강이센강보다훨씬아름답다는생각은파리를직접다녀온이후굳어졌다.꼭그시점이후는아니지만,‘근대성’의질곡으로부터벗어나면서근대시공부가재미있어졌다.
온세계가디지털기기의손안에있는시대에사는만큼,우리시대의초상을100년전쯤의시대로회귀하듯거슬러올라가야겠다는일종의심리적저항의식이생겨났다.100년전의거리의풍경을관찰하는심정으로이책을써보고싶었다.본인은물론옴짝달싹없이‘얼리어답터(earlyadopter)의인간형’과는가장거리가멀다.
이책은한국연구재단에서공모한‘저술지원사업(2018)’의일환으로기획,연구되었다.졸저「문인기자김기림과1930년대‘활자????도서관’의꿈」,「넘다보다듣다읽다-1930년대문학의‘경계넘기’와‘개방성’의시학」의문제의식과심층적으로연결되어있고‘근대시’를‘양식론(사)적관점’으로읽고자하는기왕의문제의식과도무관하지않다.‘철미디어’란개념은이상의‘철공부’로부터빌려온것인데,당대의‘전기’,‘전자’,‘전파’,‘무선’,‘전신’등의‘전기자파적’미디어와연관된대상뿐아니라,드물게는,기차,증기선,오토바이,자동차,비행기등과연관된당대의동력기관,기계의이미지들을포괄하는용어로쓰였다.본질적으로‘철’은‘불’이자‘장미’와교통되는원형적질료라는점에서‘철미디어’가곧‘시의탄생’과밀착되어있음은의심의여지가없다.
시연구서는정밀하면서도심층적인언어로명확하고논리적으로서술해야한다고믿는편이지만실상본인의경우에는늘그러하지못했다는뼈아픈경험을되풀이하거니와이번에도예외는아니었다.굳이무신론자임을자처하지않더라도밤의한줄기불빛이주는위무에삶을지속시키는힘을얻는경우가있다.지난1년여넘게일상의어둠속에서있었다.치유될수없는지독한병을앓고있는인간에게예의를구하는심정으로원고를마무리했다.고독과단절과좌절을품은인간에게는이책이한줄기빛이자음악이었음을고백해둔다.
어려운출판사정에도그다지식견없고읽을거리없고재미없는연구서를출간해준‘한국문화사’에깊은감사를드린다.편집및교정에애써준편집진에게도지극한고마움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