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노년문학의 총체적 연구

박완서 노년문학의 총체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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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작가 박완서는 1970년 장편 「나목」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2011년 작고할 때까지 장편소설 20여 편과 단편소설 120여 편을 펴냈다. 이중 노년의 삶과 서사를 다룬 작품은 총 45편으로 전체의 37%에 해당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며 늙어가게 마련이다. 늙게 되면 질병을 앓게 되고 종국에는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인간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밟게 되며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통계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 명(1051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 5명 가운데 1명(20.3%)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생산가능인구(15 ~ 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과 유소년(0 ~ 14세) 수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36.7명)에서 2065년 1위(117.8명)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면서 2050년쯤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1인 가구의 43%는 70세 이상 혼자 사는 노인일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2022. 06. 28)했다. 평균 가구원수는 2020년 2.37명에서 점차 줄면서 2050년 1.91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2020년에는 1인가구 중 30대 이하의 비중이 36.7%로 가장 높지만 2050년에는 70대 이상이 4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그래도 사정은 일본보다는 낫다. 일본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총인구의 29.1%에 달해 일본 및 세계기록을 경신했다고 일본 NHK 방송이 이미 보도(2021. 9. 19)한 바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실로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다양한 성격을 지니는 박완서 노년문학의 핵심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이다. 1970 ~ 2000년대 노년문학을 샹탈무페의 정치철학이론이나 레비나스의 ‘타자의 주체성’이론과 ‘에로스’이론으로 본격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레비나스가 제시한 주체성과 관련된 ‘절망적 고독’은 작가 박완서가 일상적 삶에서 부딪치며 체득한 절망적 고독과 공유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작품을 노인들을 노화로 이끄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심리학적ㆍ사회학적 노년학이론인 해빙허스트의 발달과업 이론이나 해빙허스트의 활동이론, 로소우의 교환이론 그리고 생애과정 이론을 융합적으로 활용한 이론을 적용시켜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해보았다.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담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기호학적 사각형’을 활용하여 박완서의 노년 소설에 나타나는 노화의 다양한 현상을 분석해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샹탈 무페의 정치철학 이론을 적용시켜 본 성과만을 예시하기로 한다. 첫째, 〈카메라와 워커〉에서 작가 박완서는 ’적대‘를 배제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정치를 민주주의 국가의 요건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장일 때 갈등과 대립의 정치는 포용의 정치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로열박스〉에서는 시장 메카니즘에서 승리를 맛보는 계층에게도 많은 상처와 허위의식이 은폐되어 있음을 파헤치고 있다. 시장경제의 냉혹함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따뜻함의 공존을 경계선에서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셋째, 〈공놀이하는 여자〉에서 아란 엄마의 행동 양태는 가진 자의 상징인 권력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인민’의 성격을 포괄하는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는 요원하지만, 민주주의적 평등을 지향하는 침묵의 움직임은 강렬함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거저나 마찬가지〉에서는 대항헤게모니가 새롭게 지배헤게모니로 역전된 현상이 그려진다. 작가는 세상이 뒤바뀌고 나서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대항헤게모니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꼬집고 있다. 그 외에도 박완서 문학에 나타나는 다양한 ‘죽음’의 양상을 통시적으로 중요한 몇 작품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포말의 집」ㆍ「해산바가지」ㆍ「환각의 나비」의 치매서사에 나타난 자존감 보존양상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니체와 들뢰즈의 이론으로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있는 치매환자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요즈음 치매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작가들이 작품 속에서 다양한 치매환자를 등장시키고 있다. 치매(dementia)라는 용어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정신이 나간 상태, 정신이 없어진 상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치매를 노망, 망령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 되면 당연히 겪게 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간주했으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극복해야 할 대표적인 뇌의 질환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가 제일 많으며 전체 치매의 약 40 ~ 50%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은 치매는 혈관성 치매로 약 20 ~ 40%를 차지하며, 나머지 10 ~ 30%는 기타 다양한 종류의 원인에 의한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문학계에서는 치매서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연구가 진행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문학에서 치매 현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설 형식과 그 바탕에 놓인 삶과 서사와의 기본 관계를 같이 고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치매서사가 근대적 개인의 형성과 더불어 부상한 문학 장르의 속성을 깨고 소설 장르의 새로운 틀과 담론을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요즈음 병리학 서사와 치매 서사를 장르적으로 구분하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병리학 서사는 투쟁할 상대가 ‘질병’이므로, 치유를 기술할 뿐만 아니라 종종 글쓰기 자체가 치유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치매 서사는 ‘자아정체성’의 본질적인 문제를 던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치매는 기억과의 싸움이다. 환자는 갑자기 과거와 단절되고 고립이 되며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 빠진다. 대체로 「포말의 집」의 시어머니의 치매 증세는 ‘전두후두형 치매’로 추정된다. 「해산바가지」의 시어머니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이후 노망 증세를 보이므로 ‘혈관성 치매’로 생각된다. 이에 비해 「환각의 나비」에서의 어머니는 자신의 동호수를 기억 못하는 시간.공간 장애를 나타내는 지남력 장애 징후가 있고, 종종 밖으로 나가서 실종상태에 빠지므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생각된다.
망각의 기능은 전체로서의 사람과 자연이라는 생성 과정에 있어서 현재의 순간을 다층적인 통일체로 항상 새로 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으로서, 니체적 의미에서의 ‘조형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포말의 집」, 「해산바가지」에서와 달리 「환각의 나비」에서 작가 박완서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즉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접어든다. 기억이 기존 삶에 인간을 묶어둔다면 망각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인간을 진입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성한 공간에서 「환각의 나비」에서의 어머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망각을 통해 ‘큰 자연’ 그 자체가 된다. 들뢰즈에 따르면, 반복은 일반성이 구성되는 숨겨진 기저이다, 수평적 구조에서 볼 때, 우리는 즉자적으로 와해되는 순간적인 반복에서 출발하여 수동적인 종합을 경유하고,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재현된 반복으로 이행한다. 그러므로 차이는 두 반복 사이에 있으면서 반복을 통해 차이의 즉자 상태에서 일반성을 구성한다. 들뢰즈에 의하면 영원회귀는 긍정하는 역량이다. 박완서의 「환각의 나비」에서 어머니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가상적 현실인 포교원을 찾아가서 구성원처럼 녹아든다. 마치 그곳은 현실에 있는 신비로운 영원회귀의 공간처럼 인식된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가 머물고 있는 그 공간으로 딸 영주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녀는 “현실과 환상 사이는 아무리 지척이라도 아무리 서로 투명해도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별개의 세계니까.”라고 깨닫는다. 그러한 세계는 니체와 들뢰즈가 함께 인식했던 영원회귀의 미래의 영역으로서 완전한 허무주의의 시공간인 셈이다.

박완서의 노년문학은 1970 ~ 80년대에 쓴 작품과 1990년대에 집필한 작품, 그리고 2000년대에 내놓은 작품으로 크게 삼분된다. 세 시기에 내놓은 작품은 각각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그 주제와 세부묘사에서 미세한 차이점을 보인다. 세 시기의 박완서 노년문학은 ‘기억의 글쓰기’에서 ‘포용의 글쓰기’를 거쳐 ‘상생의 글쓰기’로 나아가는 특성을 보인다. 또 작가가 작고하기 직전인 밀레니엄 시대에 창작한 작품들에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많이 구사되고, 여성 화자인 노년 여성이 많이 등장하며, 주인공이나 관찰대상인 인물이 모두 치매ㆍ중풍ㆍ암ㆍ정신적 트라우마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공통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인물을 형상화하면서 작가는 현실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는 ‘열린 글쓰기’를 시도하는 점이 돋보인다. 그 외에도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질병을 앓고 있는 노년의 여성 화자를 등장시키면서 여성적 소통방법인 ‘밥과 음식 나눠 먹기’를 소통의 매체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또 소멸과 생성의 상징인 붉은 노을, 불빛, 밝은 톤의 색채감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는 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 약물(비아그라 vs 양잿물 등)이나 몸살ㆍ독감ㆍ폐렴 등의 가벼운 질환과 죽음에 이르는 병을 반복해서 병치하고 있는 점 등 수사기교가 탁월한 점도 특징이다.

문학이나 예술은 현실보다 항상 앞서가는 편이다. 따라서 박완서 문학연구를 통해 미래의 ‘초고령사회’를 예측해보고 그것이 가져다줄 노인 소외와 가족 간 갈등, 그리고 일인 가정과 고독사 문제 등에 대해 생각해보며, 고령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저자

박태상

연세대학교국문학과와연세대대학원에서공부하여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미국미시간주립대학교(MSU)와듀크(Duke)대학교(2017-2018)에서객원교수를지냈고,현재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명예교수로있다.대전·충남지역대학학장과울산지역대학학장을역임했다.대통령자문기구민주평통상임위원겸자문위원으로활동했고,충북옥천의지역축제인
〈지용제〉운영위원(겸홍보이사)을맡았다.(사)〈서울평양학회〉회장,동아일보〈건강한인터넷운동〉국민운동본부장,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부회장등을지냈다.2023년학예사(Curator)자격증을취득하여〈기산M&BMuseum〉을양평옥천면에건축중에있다.

저서
『박태원의삶과문학』,『북한소설에나타난여성의식과성역할』,『한국영화와문화콘텐츠』,『문화콘텐츠와이야기담론』,『정지용의삶과문학』,『원본김기림시집』,『문화통합론과북한문학』,『북한문학의사적탐구』,『한국문학과죽음』,『북한의문화와예술』,『엽기·패러디시대의한국문학』,『전통부재시대의한국문학』,『북한문학의현상』,『한국문학의발자취를찾아서』,『박태상의동유럽문화예술산책』,장편역사대하소설『진채선,사랑의향기』(총3권)등40여권을펴냈다.

목차

책머리에

Ⅰ.가족·노인·갈등

박완서창작집에등장한노년문학연구
Ⅰ.머리말
Ⅱ.노년문학의개념과박완서노년문학의특성
Ⅲ.‘심리학적·사회학적노년학’이론과적용
Ⅳ.2000년대박완서단편에나타난노년서사
Ⅴ.맺음말

박완서의1990년대노년문학에나타난노인형상과‘가족갈등’양상
Ⅰ.머리말
Ⅱ.박완서문학에등장한‘노인형상’의이미지
Ⅲ.‘가족갈등’의요인과해소방안
Ⅳ.맺음말

Ⅱ.‘질병’의상징적의미

기호학적관점에서본박완서노년문학의상징적의미
Ⅰ.머리말
Ⅱ.그레마스의기호학과노화의다양성
Ⅲ.노년의가치론과‘기호학적사각형’투사
Ⅳ.맺음말

박완서치매서사에나타난‘자존감’보존양상
Ⅰ.머리말
Ⅱ.문학에서의‘치매서사’
Ⅲ.기억과망각
Ⅳ.반복과차이
Ⅴ.맺음말

Ⅲ.타자의주체성과배제·포용

박완서문학과‘사랑’의존재론적의미
Ⅰ.머리말
Ⅱ.타자성,집·거주,그리고박완서
Ⅲ.‘사랑’을통한무한질주의실험
Ⅳ.맺음말

박완서의노년문학에나타난‘배제와포용’의경계
Ⅰ.머리말
Ⅱ.‘적대’의형성과이데올로기
Ⅲ.‘우호적적’과구성적타자
Ⅳ.동질성과평등
Ⅴ.사회변혁과‘헤게모니’
Ⅵ.맺음말

Ⅳ.‘죽음’의존재론적지평

박완서의‘1990년대노년문학’연구
Ⅰ.머리말
Ⅱ.박완서노년문학의특성과분석방법론
Ⅲ.‘미시적서사’로서의박완서노년문학
Ⅳ.‘기억의글쓰기’에서‘포용의글쓰기’로
Ⅴ.맺음말

박완서문학에나타난‘죽음’의존재론적지평
Ⅰ.머리말
Ⅱ.‘죽음’에대한철학적성찰과박완서
Ⅲ.박완서문학에담겨진죽음의현상
Ⅳ.맺음말

영문초록
참고문헌
부록|호원숙수필가와의인터뷰(‘박완서노년문학’)

출판사 서평

박완서의‘노년문학’에대한총체적연구의성과물을내놓는다.한국학중앙연구원의‘2018한국학총서’3년연구과제를마무리하는작업이다.연구하는내내코로나(COVID-19)가전세계인류를괴롭혀서학술세미나등학술모임자체가활성화되지못한것이아쉬운점이다.
매년발표하는통계청의인구통계자료뉴스를볼때마다출생인구는줄고,사망인구는늘어나는추세를보이고있어걱정스럽다.특히1인가구가늘면서2050년쯤에는1인가구가전체가구의40%에육박하는가운데1인가구의43%는70세이상혼자사는노인일것이라는전망을발표(2022.06.28)했다.평균가구원수는2020년2.37명에서점차줄면서2050년1.91명까지감소할전망이다.
1인가구가늘고저출산으로자녀가감소하면서가구당평균가구원수는계속감소하고있는추세이다.2020년가구유형은1인가구(31.2%),부부·자녀가구(29.3%),부부가구(16.8%)등의순으로많았으나,2050년에는1인가구(39.6%),부부가구(23.3%),부부·자녀가구(17.1%)순으로변화할것으로예상된다.아울러2020년에는1인가구중30대이하의비중이36.7%로가장높지만2050년에는70대이상이42.9%로가장많은비중을차지할전망이다.우울한소식이다.그래도사정은일본보다는낫다.
일본에서65세이상인구비율은총인구의29.1%에달해일본및세계기록을경신했다고일본NHK방송이보도(2021.9.19)했다.20%가넘었으니‘초고령사회’라고할수있다.1억2500만명의일본인구는전년보다51만명이감소한반면에,65세이상의고령자는22만명이증가한3640만명에이르렀다.우리나라는65세이상인구비율이2020년말기준16.4%이다.14%이상이므로UN이정한‘고령사회’인셈이다.65세이상고령자가운데일을하는노동활동고령자는906만명으로17년연속증가했다.906만명은일본전체노동활동취업인구의13.6%를점했다.또이취업자들은고령자총인구의25.1%에해당됐다.한국은이비율이33%가넘는다.
특히노인의수가급격하게늘어남에따라연금이나의료비등과같은노인을지원하는사회적비용이급증하게되자,‘세대간의갈등’이크게늘어나게되었다.이에대한정부의대처가늦어지게될경우국가경제에도큰악영향을미치게될것이다.과거에는가족의범주안에서노인들의생계를책임질수있었고가족들의돌봄과봉사로노인문제는가족밖으로흘러나오는경우가드물었다.그러나1970~80년대부터핵가족화와여성의경제활동의증가,그리고출산기피,보건의료기관의증대(요양병원등)는노인돌봄을가족에게만맡길수없는상황을초래하게된것이다.
작가박완서는일찍부터노년문학을창작했다.선견지명이있는소설가였다.작가는1970년「여성동아」장편소설공모에서「나목」이당선되어작가로데뷔한이후2011년작고할때까지장편소설20여편과단편소설140여편을펴냈다.이중에서노년의삶과서사를다룬작품은1970년대부터창작하여총45여편으로박완서의단편소설전체의약37%를차지할정도로편수가많다.작가는그의어머니의삶과자신의노년의삶을사실적으로그리되,질병이주는서사학적양태성,죽음의존재론적지평,그리고다양한소재를취해서실존성회복의과정을심층적으로다루었다.
노년의특성을설명할때우리는항상시몬드보부아르를인용한다.시몬드보부아르는「노년」서문에서“오늘날프랑스에서도늙음은역시금지된주제이다.「사물의힘」마지막부분에서나는그금기를깨뜨렸다.그때그로인해야기된항의의소리란!나는내가노년의문턱에서있다는것을인정했다.…많은사람들특히나이가지긋한분들은친절하게혹은몹시화를내면서내게똑같은소리를수없이되풀이했다.‘노년이란존재하지않아요!다른사람보다젊지않은사람들이있을뿐이에요.’라고.우리사회는노년을마치일종의수치스러운비밀처럼여긴다.”고술회하면서노인들은자신들을늙었다고거론하는것자체를부정한다고말했다.하지만이러한발언은너무나오래되고낡은내용이다.그만큼세월이많이흘러갔고모든나라는초고령사회로나아감에따라수많은문제점을안고있다.
작가박완서와의인연은짧다면짧고길다면매우길다.작가의모교인숙명여고에서생활기록부를찾아내어한국방송대TV와「중앙일보」등언론에공개했기때문이다.그외에도TV강의가4~5년마다변경될때인터뷰를위해아차산자락‘노란집’을찾아뵈었다.작가도자신의생활기록부가남아있지않은것으로생각했던것으로보인다.그의생활기록부에서중요한것은호주의이름에아버지가아니라‘오빠의이름’이명기되어있다는점이다.이러한자료는오빠의죽음을작가가여러작품에서상세하고도다양하게다루어왔다는점에서많은시사점을던져준다.
책의목차는Ⅰ.가족·노인·갈등,Ⅱ.‘질병’의상징적의미,Ⅲ.타자의주체성과배제·포용,Ⅳ.‘죽음’의존재론적지평으로구성했다.Ⅰ.에는2000년대창작된「그리움을위하여」·「후남아밥먹어라」·「촛불밝힌식탁」·「대범한밥상」·「친절한복희씨」·「석양을등에지고그림자를밟다」의여섯창작작품을대상으로‘심리학적·사회학적노년학이론’으로분석한논문과같은이론으로1990년대노년문학을분석한논문으로구성되었다.박완서가1990년대에발표한노년문학에는몇가지한계점도동시에드러난다고비판했다.첫째,노인부양을‘장남우선주의’의사적영역에의존하는양상을보인다는점이다.요즈음의자녀들이노인부양문제에대해공동으로돌봄을하거나,공적영역에맡기는경향과는너무나도동떨어져있다.물론시대적거리로보인다.둘째,노인부양을가족에게전적으로의존하려는편협한태도를드러내고있다는점도한계다.셋째,「환각의나비」와「너무도쓸쓸한당신」에서처럼대안모색이현실과는너무동떨어진이상적이거나추상적인방법에서끝맺음되고있다는점도문제점이다.넷째,독거노인등서민계층노인의팍팍한삶에대해눈길을주지않는점도균형감각의상실로생각된다.
Ⅱ.‘질병’의상징적의미에는「황혼」,「대범한밥상」등을그레마스의기호학적담론중에서가장유명한‘기호학적사각형’을활용하여노화의다양한현상을분석한논문과「포말의집」·「해산바가지」·「환각의나비」의치매서사에나타난자존감보존양상을다루었다.니체와들뢰즈의이론으로기억과망각의경계에있는치매환자를분석했다.
Ⅲ.타자의주체성과배제·포용에는레비나스의‘타자의주체성’이론과‘에로스’이론으로「도시의흉년」·「휘청거리는오후」·「그대아직도꿈꾸고있는가」·「마른꽃」의1970~90년대창작된네작품을분석한논문과샹탈무페의정치철학이론으로「카메라와워커」·「로얄박스」·「공놀이하는여자」·「거저나마찬가지」를다룬논문으로구성했다.「카메라와워커」는6᭼25전쟁당시사상적으로빨갱이였던오빠와올케가비명에횡사하는것을목격하고조카헌이를할머니와고모(‘나’)가“이땅에뿌리내리기쉬운가장무난한품종”으로키우려고하지만실패한다는이야기이다.작가는이작품을통해‘적대’를배제의대상으로파악하지않고적을경쟁자로받아들이는성숙한정치를민주주의의요건으로파악한것으로생각된다.
Ⅳ.‘죽음’의존재론적지평에서는미시적서사로서「여덟개의모자로남은당신」·「마른꽃」·「길고재미없는영화가끝나갈때」를다루되,핵심어(keyword)를찾아내서그단어의상징적이고풍자적인의미가무엇인지추출해보려고노력했다.다른논문인박완서문학에나타난‘죽음’의존재론적지평에서는「휘청거리는오후」에서아버지허성사장의죽음을‘마르쿠제적죽음’의양상으로,「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에서핵심에피소드로자리잡고있는‘오빠의죽음’을헤겔적죽음에해당되는것으로파악하고,「여덟개의모자로남은당신」에서짧은순간이라도함께공존하는‘남편의존재감’과소중함을깨닫고‘살아있음에대한매혹’을느끼는‘남편의죽음’을타자의현현을드러내보여주는레비나스적죽음의양상으로보았다.박완서문학은‘죽음에대한새로운인식’을통해각시대가지니는모순과왜곡을진실되게보여주면서,인간의빛나는실존적삶과‘살아있음’의건강성과매혹을묘사하고있다는점에그가치가있는것으로해석했다.
연구결과차린반찬은많지만먹을것은별로없는듯한느낌을준다.이러한연구과제시행과정에서미진한것들은후학들의치밀한연구로미룬다.미래의우리사회의이슈인노인문제(노년문학)에대한집중적인연구를할수있도록도와준‘교육부’와‘한국학중앙연구원’에다시한번감사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