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란 (오정희 짧은소설집)

활란 (오정희 짧은소설집)

$16.16
Description
해외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작가,
한국 여성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가 오정희의 삶과 사유가 투영된 소설
한국 문학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드물던 시절부터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독자와 평단 양쪽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아온 작가 오정희의 『활란』은 다양한 매체에 발표해온 짧은소설 42편의 모음집이다. 일찍이 이상문학상(1979), 동인문학상(1982) 등을 수상했고 2003년엔 장편소설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여 최초로 해외 문학상을 받은 한국 작가로 기록된 오정희는 이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준 대명사가 되었다. 『활란』에 실린, 오정희 작품 세계의 이야기 씨앗이자 이야기 편린이라 할 짧은소설들은, 이 책의 작품 해설을 쓴 소설가 장정일의 말대로, “오정희의 비밀스러운 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의 이름난 단편소설이 쌓아올린 세계관의 조각을 간직하고 있다.” 잘 알려진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장은 이 안에서 특별히 더 재미있고 경쾌하게 읽힌다.
저자

오정희

1947년서울사직동에서태어났고서라벌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68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소설「완구점여인」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불의강』,『유년의뜰』,『바람의넋』,『불꽃놀이』,『오정희의기담』,장편소설『새』,동화집『송이야,문을열면아침이란다』,산문집『내마음의무늬』등을펴냈고,다수의작품들이영어·독일어·프랑스어등으로번역출판되어일찍이한국문학의대표작들로해외에소개되었다.한국문학에여성작가들의활약이드물던시절부터자신만의작품세계로탄탄한입지를다져이후의작가들에게큰영향을끼쳤으며,『오정희깊이읽기』를비롯하여수많은논문과평론들에서다양한맥락으로주목되어왔다.만해대상문예대상(2021),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2),독일리베라투르상(2003),동서문학상(1996),오영수문학상(1996),동인문학상(1982),이상문학상(1979)을수상했다.현재강원도춘천에살고있고,중앙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후진을양성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짧은것의의미

1나는누구일까
부부
아내의가을
아들이좋은것은
나는누구일까
간접화법의사랑
복사꽃그늘아래서
비오는날의펜팔
상봉기
요즘아이들
해산
방생
고장난브레이크

2건망증
506호여자
건망증
세월은가도
어떤자원봉사
그가을의사랑
아내의외출
병아리
한낮의산책
꽃핀날
소음공해

3떠있는방
사십세
은점이
꽃다발로온손님
아내의삼십대
떠있는방
맞불지르기
결혼반지
금연선언
낭패

4서정시대
돼지꿈
치통
독립선언
자라
서정시대
휴가
골동품
보약
필설로형용할수없는
한밤의불청객
긴오후

작품해설(장정일)개척자였던오정희

출판사 서평

이것이‘나’인가
내가정말살고싶었던것이이러한생이었던가

책제목인‘활란’은수록작「사십세」의주인공이름이다.지난세대에게‘당당한선각자의표상’이었던‘김활란박사(1899~1970)’를본받으라는뜻에서주인공의부모가지었다는그이름은이책의타이틀인동시에,이짧은소설들에등장하는다양한주인공들의내면을관통하는이름이다.“먼세월저쪽푸르렀던날들,”자신의이름으로무엇인가되겠다는꿈이있던사람들,“모든것이가능성그자체로남아있던인생의가장빛나는시절”을잃어버렸다고생각하는사람들의평범하면서도삐걱대는‘현재의이야기들’이『활란』을이룬다.지난과거의꿈은“가파르게살아가는생활속에서흐르는물살에돌이닳아지듯삭아들”고이제세상에적응해가는이야기들이.아이들의성적지수에천국과지옥이갈리는여성(「아내의가을」),아이들이공부한다고제방들로들어가버리는것에불만인남편(「요즘아이들」),며느리의규모없고헤픈살림을나무라는시어머니(「나는누구일까」),십대시절의한소녀에대한환상을여전히간직한중년남성(「정애」),곗돈타고집안에서당당한주부(「건망증」),아이들을집에둔채자원봉사에헌신하는여성(「어떤자원봉사」),아이들과놀아주는젊은청년에괜스레가슴설레는여성(「그가을의사랑」),아내가자기삶을돌아보며새계획을모색할까좌불안석인남편(「아내의외출」),꽃망울터지는것바라보다가족들아침밥을태운주부(「꽃핀날」),친구의독립선언소식에귀를쫑긋세운동창들(「독립선언」),골동품을가보로두기보다박물관에기증해야한다고역설하는소년같은얼굴의남편(「골동품」),어머니에게서받은보약을자기는안먹고남편에게달여주는딸(「보약」)…….이들은『활란』의짧은소설들안에서우리에게익숙하면서도낯선모습으로,삶의표면을보여주고또이면을들춰준다.

한국여성들은물론성별과세대별을초월,
큰감동과공감을불러일으킬우리의이야기,혹은
우리와가장가까운사람의이야기

이책의이야기들은‘과거를보내고현재를사는이들’의다양한이야기인한편으로,현재의독자들에게이미지나간이삼십년전의이야기이다.이시절에중년을통과한『활란』의여성인물들은,‘활란’이란이름이표상하는당당함과새로움과도전성을꿈꾸면서도오래된기존의규율과가치관이내면화된세대에속한다.한때다른것을꿈꾸기도했으나지금안정적으로편입된그들의땅은이후세대들에게안전한삶의바탕이되기도하였다.그이삼십년전인물들의흔들리는마음들이『활란』의곳곳에그려져있다.“설명하기힘든굴욕감”이나“권태와무의미와우울”로드러나기도하는이것에대해,장정일은미국의여성학자베티프리단의‘이름붙일수없는병’을인용하며설명한다.그병은“결혼전에진취적이고독립적이었던여성일수록더욱가혹하게”덮쳐왔다고.40대전후여성의삶을그린오정희의공감소설『활란』은,시대와성별을초월한우리의이야기로읽힐수도있고,시대성을그대로드러낸채우리와가장가까운사람들의이야기로읽힐수도있는다층적인텍스트이다.한국문학의큰나무와도같은작가오정희의삶과사유의족적이기록된짧은소설집『활란』은어쩌면서로다른세대,성별,계층의마음들을가만헤아려볼실마리를건네줄것이다.

현관문을나서는아이를몇번이고불러세워손수건,신발주머니,도시락가방을건네주며나무랐다.
“이렇게칠칠맞고정신이없어시집가서살림하고살겠니?”
“전시집안가요.누구고생시키려고?”
무쪽자르듯분명하고당당한대답에나는괜히통쾌해졌다.좀전당당히물을요구하던아들에게서느꼈던굴욕감때문일지도몰랐다.나는아이들과남편에게종종어미를종처럼부리려한다고농담처럼말하곤했지만그건빈말이아니었다.커다랗고뻣뻣한운동화짝을한없이문지르며빨때,방마다널린이부자리를갤때,특히나텔레비전을보며희희낙락하는가족들앞에서엉덩이와등허리를보이며엎드려걸레질을할때면설명하기힘든굴욕감을느끼곤했다.(「나는누구일까」에서)

“‘짧은소설집’이라이름붙인이책에는낮은담장안쪽,일상이라는이름으로뭉뚱그린소소하고평범한삶의이야기들이들어있다.무심결에눈에들어온정경이나당연하고친숙한나날중의어느순간느닷없이맞닥뜨린생의낯선얼굴,감히심연이라고까지는말할수없는,세상과삶의미세한균열들이이러한글들을짓게한빌미가되었다.[…]살아가는일의고단함이나적막감,외로움이또한힘이되지않았던가.”_「작가의말」에서

현모양처로아이들을탈없이키우고,남편을도와자기집과자가용까지마련했으니행복해야할텐데,『활란』에나오는여주인공들은전혀그런기색이아니다.[…]집과남편과아이에게서여성의신비스러운경험을하지못하는나는나쁜여자가아닌가?[…]오정희가개척했던‘이름붙일수없는병’에걸린여성들에대한탐구는이후로젊은여성작가들에게깊고지속적으로영향을끼쳤으며,조남주의『82년생김지영』에이르러대중적인폭발을일으켰다._장정일,「작품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