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구도자들의좌충우돌세상살이
“오늘하루,최선을다해즐겁게사십시오.”
수도원부근에눈썰매장이문을열었다.수사들은몇날며칠원장수사를졸라서기어이눈썰매장으로향한다.그런데걱정이있다.썰매는돈을주고빌리면되지만,스키장갑처럼방수기능이있는장갑은비싸서살수가없다.가진건죄다가죽장갑이나털장갑뿐이다.한수사가기막힌묘안을낸다.작업용목장갑에설거지할때쓰는고무장갑을겹쳐쓰면방한과방수를동시에해결할수있다는것이다.수사들은아이디어를낸수사를칭찬하며모두눈썰매장으로향한다.
상상해보자.고무장갑을착용하고눈썰매를옆구리에낀어른들이일렬종대로정상을향해가는모습을.아닌게아니라아이들과동행한부모들은‘시설’에서나온어른들에게순서를양보한다.오해에서비롯된친절이당황스럽지만,수사들은어떤아이보다즐겁게눈썰매를즐긴다.
『신부생활』은어딘가모르게덜떨어져보이는수도원수사들의일상을담은책이다.수도자와성직자로서경건하고근엄하게살고자하지만,셈법에약하고영악하지못해어리숙하면서도작은일에감사하고행복해하는이들의솔직한이야기를담고있다.신에게삶을의탁한수도자와성직자,세속에동화되지못한주변인,진리를찾는구도자등여러가지면면이복합적으로얽힌대단히새롭고신선한인간상을보여준다.이책에서소개하는에피소드들이대체로우스꽝스러우면서도잔잔한감동을주는이유는수도원수사들이지닌이다양한성격때문이기도하다.
해마다각수도회는새로운회원을맞이하기위해애쓰지만,물질문명의수혜속에서자란청년들을금욕의삶을살아야하는수도회로유혹하기란쉬운일이아니다.그들에게서돌아오는대답은한결같다.“수도원은무섭고따분할것같아서싫어요!”저자가이책을쓴이유다.수도원에서수사들이얼마나재미있게지내는지보여주고싶었다.세상살이에서투른수사들사이에서일어나는갖가지해프닝들이과연저자의속셈에적절하게부합하는지는모르지만,일단‘재미있는’것만은확실하다.아이와성인사이의폭넓은스펙트럼그어딘가에위치한그들의생각과행동,일상을지켜보노라면입가에미소가가실줄을모른다.
세상의가장후미진곳에서평화와사랑을빌다
“지금당신이있는그곳을천국으로만드십시오.”
수도자들이일평생수도원에서한발자국도나가지않는봉쇄수도원이아니라할지라도,수도원에는일반인에게공개하지않는금단의구역이많다.가톨릭전례에따라성소주일로지정된시기에딱하루만어린신자들과일반인에게문을연다.세상의많은것을누리고일상을향유하는이들의시각에서볼때수도원은대단히폐쇄적이고,평생거기에서먹고자고기도하고수련하는수사들역시속박된존재로비쳐진다.그들은도대체왜그런삶을택했을까?이책의저자인안성철마조리노수사신부의말을빌리자면,“진리안에서참된행복과진정한자유를누리기위해서”다.수도원이라는공간과수도자로서의규율에예속된것처럼보이는그들의삶은비종교인으로서는이해할수없는범주에속해있으며,오히려물질과탐욕의손아귀를뿌리침으로써진리와행복,자유를누리고있다.그리고이세상사람들이사랑을회복하고평안과행복을누리기를간절히기도한다.
나의몸과마음을닦고타인의행복을염원하는사람들의삶이어찌거룩하고아름답지않겠는가.하지만저자는수사들의생활에환상을부여하지않는다.셋만모여도엉뚱한일을벌이기일쑤인남자들의장난기가득하고수다스러우며우스꽝스러운일상을여과없이보여준다.그리고그들의이야기에서어린이를발견하게된다.덜욕심부리고덜걱정하기에하루하루가즐거운순진무구한삶을본다.영리하게처신해야남보다잘살고,그게옳은세상살이라고믿는관념에일침을가한다.수도원수사들의삶을대하다보면,만족과행복이라는지점으로향하면서도낙원의삶과는점점멀어지는각박한우리의일상이유난히도드라져보인다.『신부생활』을읽어내려가면,참된행복이무엇인지,잘산다는것의의미가무엇인지를되새기게된다.뜻깊은하루를보내기위해무엇을취하고내려놓아야할지생각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