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 곁의 산 자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22.00
Description
해부 책임자, 사형 집행인, 시신 방부처리사, 화장장 기사…
죽음의 일꾼들과 함께한 뜨거운 현장 기록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든 현실에 ‘깔끔한’ 죽음이란 없다. 대부분이 꺼리는 일을 누군가 대신 수행할 뿐이다. 열두 살에 친구를 떠나보내며 이 진실을 눈치챈 헤일리 캠벨은 장의사처럼 익숙한 직업부터 근래 화제가 된 특수 청소부 그리고 이름조차 생소한 사산 전문 조산사까지 매일 죽은 자 곁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인 영안실, 해부실, 사산 병동, 화장장, 인체 냉동 보존 연구소에 방문해 베일에 가려진 그들의 일을 면밀히 비출 뿐 아니라 평소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죽음과 삶의 의미가 무엇이며, 산 자로서 우리가 죽은 자에게 보여야 할 예의가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누군가의 몸을 잘라야 하는 고통, 탄생의 기쁨을 압도하는 죽음의 슬픔을 감당해야 함에도 테리와 클레어 같은 사람들이 죽은 자 곁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스스로 옳고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죽음의 일꾼들은 거의 한결같이 직면하기 전까진 스스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게 된 유족에게도 해당된다. 장례업계에 있는 이들은 부패하거나 훼손된 시신을 가족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현직 장의사 포피와 은퇴한 방부처리사 론의 의견은 다르다.

“죽은 사람의 가족을 우려하는 좋은 의도로 시신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만, 괴로운 상황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예단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시신을 봐야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근본적인 욕구이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보는 모습과 가족이 보는 모습이 다를 때가 있더군요. 이 일을 하면서 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훨씬 더 많은 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람들마다 견딜 수 있는 한계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한계를 정하는 주체는 타인이나 사회 규범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편집된 죽음의 이야기와 이미지에서 벗어나 죽음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첫발을 뗀 이들에게, 헤일리 캠벨의 책 《죽은 자 곁의 산 자들》은 진실하고 친절한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헤일리캠벨

HayleyCampbell
작가,방송인,저널리스트.《와이어드》,《가디언》,《뉴스테이츠먼》,《GQ》등여러매체에글을쓴다.영국에서반려묘네드와함께산다.

목차

프롤로그
1장죽음과맞닿은문:장의사
2장마지막선물:해부책임자
3장불멸의얼굴:데스마스크조각가
4장천국과지옥사이:대참사희생자신원확인자
5장고요한난장판:범죄현장청소부
6장삶에서죽음으로건너가는순간:사형집행인
7장영원한것은없다:시신방부처리사
8장시신의하인:해부병리전문가
9장슬픔의자리:사산전문조산사
10장흙에서흙으로:무덤파는일꾼
11장보이지않는세계:화장장기사
12장부활을기다리며:인체냉동보존연구소임직원
에필로그
주석
참고도서
찾아보기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미국아마존베스트논픽션
*김완,닐게이먼,케이틀린도티작가추천

전시되는죽음의공포를넘어죽음의실체로
우리는죽음에둘러싸여있지만정작죽음에관해이야기하는법은모른다.뉴스에매일보도되는코로나사망자수는어느새숫자그이상의의미로다가오지않는다.영화와드라마는칼에찔리거나총에맞거나차에치이는자극적인죽음의순간만을다룰뿐죽음이후의일들은손쉽게생략한다.이처럼세상은죽음의단면만을보여주며,사람들도구태여죽음의실체를보려하지않는다.그러나현실에서죽음과동시에감쪽같이사라져버리는사람은없다.어딘가에시신은남고,그어떤시신도스스로주변을깨끗이정리한뒤들것에오르거나관에눕거나화장터로걸어들어가지않는다.
저자헤일리캠벨은열두살에죽음이‘순간’이아닌‘과정’이라는것을알았다.불어난하천에빠진반려견을구하려다익사한친구해리엇의장례식날이었다.성당의자에앉아하얀관을응시하다어린캠벨은누군가가해리엇을물에서건져내수습하고성당으로옮겼다는사실을깨달았다.누군가는시신을보살피고처리한것이다.일찍이죽음과함께하는사람들에게매료되었던캠벨은기자가되어그들을찾아나섰다.

“우리는살인사건에관한뉴스는듣지만카펫과벽에온통뿌려진핏자국을청소하러가는사람에관해서는듣지못한다.연쇄추돌사고로납작해진차들을보고지나가면서도도로배수구를샅샅이뒤지며사고현장에서날아간신체일부를찾는사람은보지못한다.죽은유명인을추도하는글을트위터에게시할때도우리의우상이목매달아죽은손잡이에서시신을내려처리해주는사람은생각하지않는다.(…)나는매일죽음을마주하는사람들을찾아서그들이무엇을,어떻게하는지보여달라고요청하기로했다.”

죽은자에대한예의가곧산자에대한예의
캠벨이만난죽음의일꾼들은장의사와특수청소부부터이름조차낯선사산전문조산사까지매우다양하다.클레어는산모의배속에서이미죽었거나태어나더라도생존가능성이거의없는아기를받는조산사다.클레어가근무하는병원은일반분만실과사산아분만실이분리되어있고,충격에빠져있는산모와가족에게죽은아기를기억하고애도하는방법을충분히안내한다.사산병동에서아기의시신을보는것은애도의행위이기에,아직결심을하지못한가족에게는사산전문조산사가아기의생김새를설명하고사진을보여주거나담요로아이를완전히감싼뒤안아보도록제안하며단계적으로다가간다.이들이마지막으로아기를안아볼기회를놓치고평생후회하지않도록돕기위해서다.한편작은추억상자에아기의손도장과발도장,사진을넣어두는데이상자는시간이지나아기를보러오는가족을위한배려이기도하지만‘아기가실제로존재했었다’는사실그리고‘한여성이누군가의어머니였다’는사실의증거이기도하다.추억상자를비롯해사산전문조산사들이기울이는섬세한노력은그자체로죽은자에대한예의이자산자에대한예의이다.

“삶은우리의통제영역이아니므로삶에서일어나는일을마음대로바꿀수는없어요.하지만아기의가족들이삶에서가장힘든일을겪을때그들을보살피는방법은제가정할수있지요.(…)‘상의할사람이없으면선택권이있는지도모를거예요.아기의손도장과발도장을남겨야하나,사진을찍어야하나,죽은아기를안아봐야하나’이런생각은커녕아기를보는것조차상상하기힘들거예요.절박한상황에이런생각들을어떻게하겠어요.”

대부분의시신은땅에묻히거나재로변하지만어떤시신은죽음이후새로운역할을맡기도한다.교육및연구목적으로기부되는시신인카데바의경우다.테리는전세계에서환자들이마지막희망을품고찾는메이오클리닉에서해부책임자로일하고있다.테리는해부실습을위해골절단기등의의료장비를이용해시신을분해한다.분리된시신의부분들은식별번호를달고철저히관리되며,역할을마친부분들이모여다시‘온전한’시신이되면비로소화장한다.2017년메이오클리닉은세계적으로주목받게될안면이식수술을앞두고있었다.의료진이해부실에모여매번다른두얼굴로수술연습을했고,연습이끝나면테리는해부실에남아시신들의얼굴을되돌렸다.연습에쓰인얼굴만100개였다.기증자들의시신일부가섞이거나분실되는일은절대로없어야했다.테리에게이시신들은환자나다름없었다.

“하지않아도아무도모를일이었다.얼굴살에는뼈가남아있는것도아니기때문에화장한뒤다른사람의유골함에들어갈일도없었다.하지만그것이옳은일이라고믿는그는그저묵묵히한다.유가족이잊고주지않은옷가지가있더라도,장의사로서시신이반드시속옷과양말을비롯해수의를갖춰입도록책임졌던과거의날들처럼말이다.”

죽음의세계를탐구하는저마다의여정을위해
누군가의몸을잘라야하는고통,탄생의기쁨을압도하는죽음의슬픔을감당해야함에도테리와클레어같은사람들이죽은자곁에서자신의자리를지킬수있는이유는뭘까?바로,스스로옳고선한일을하고있다는믿음때문이다.죽음의일꾼들은거의한결같이직면하기전까진스스로이일을감당할수있을지알지못한다고말한다.이것은갑작스럽게가족을잃게된유족에게도해당된다.장례업계에있는이들은부패하거나훼손된시신을가족에게보여주지않으려한다.그러나현직장의사포피와은퇴한방부처리사론의의견은다르다.

“죽은사람의가족을우려하는좋은의도로시신을보지못하게합니다만,괴로운상황을마주하는사람들의능력을예단하는행동이라고생각해요.모든사람이시신을봐야할필요는없지만어떤사람에게는근본적인욕구이기도하거든요.”
“우리가보는모습과가족이보는모습이다를때가있더군요.이일을하면서저는사람들이생각보다훨씬강하고,훨씬더많은것을감내할수있다는사실을배웠습니다.”

사람들마다견딜수있는한계는분명다르다.그러나가장중요한것은각자의한계를정하는주체는타인이나사회규범이아닌자기자신이되어야한다는점이다.편집된죽음의이야기와이미지에서벗어나죽음의세계를탐구하고자첫발을뗀이들에게,헤일리캠벨의책《죽은자곁의산자들》은진실하고친절한초대장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