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기쁨에모험을걸어보자고요.
새로운세상의맵찬바람속에서.”
정원에서영감을얻은시집
1992년출판된시인의여섯번째시집《야생붓꽃》은시인에게퓰리처상과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시협회상을안겨준대표작이다.미국시사에서식물에게이렇게나다양하고생생한그들만의목소리를부여한시인은그이전에도그이후에도없다.정원가꾸기가취미였던에밀리디킨슨(EmilyDickinson,1830~86)이자연에대한시,특히꽃을매우섬세하게관찰하고묘사하는시를많이썼지만,글릭처럼이토록온전히꽃의목소리를직접구사하지는않았다.동시대시인메리올리버(MaryOliver,1935~2019)도자연을가까이하며다른존재들에대한시를많이썼지만인간의시선으로대상을면밀히보는시들이많았다.글릭에게이르러꽃은비로소꽃자체가된다.
《야생붓꽃》은글릭의시적실험을선명하게보여주는시집이다.시집은꽃과정원사-시인의기도와신이함께거주하는정원의세계다.아침저녁으로나가서꽃을살피고꽃과대화하고날씨를보고햇살과바람을느끼는곳이지만그정원은이상하게도꿀벌이없는정원이다.글릭이좋아하는시인디킨슨의정원은꿀벌로가득한데,글릭의정원은꿀벌이없다.그래서실제의정원이라기보다상상속의정원으로읽히기도한다.
루이즈글릭이미국시문단에서
살아있는전설로50년동안주목받는이유
《야생붓꽃》에는여러층위의화자가등장한다.그녀가서정시를쓰는예술가로서얼마나선구적인작품세계를갖추었는지확실하게증명한다.이작품은몽환적이면서도인간존재에관한예리한관찰이담겨있다.자연을면밀히관찰하다가자신의아픈경험을반추하는그녀의시적화법은‘개인사’라는한정된틀을벗어나보편적울림으로독자들에게다가간다.정원을배경으로세부분으로구성된이책은세가지목소리를능숙하게사용한다.첫번째는정원사(시인)에게말하는꽃이다.두번째는화자(시인)의목소리다.세번째는전지전능한신으로서의목소리다.사연,신화,민담,개성을담은꽃을등장시켜인간의감성과특징을함축한다.《야생붓꽃》은이러한의인화가시에서얼마나큰힘과울림을갖는지를보여준다.다소어려운단어배열로독자들을미궁에빠트리는듯하지만,읽는사람의영혼을절묘하게작품깊은곳으로끌어당긴다.
시인과옮긴이의치열한소통
번역문학의한계를뛰어넘는한국어정본
영어의미세한결과한국어의정서를맞추는작업은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영미시를가르치는정은귀교수가맡았다.앤섹스턴과어맨다고먼의시를우리말로옮긴정은귀교수는대학강당과논문을비롯해대중강연에서도글릭의시를강독하고알리는열정적인연구자다.루이즈글릭연구재단을설립해다양한논문을통해학술적으로그녀의시세계를활발히연구하고있다.
정은귀교수의열정에감동한루이즈글릭은,자신의시가전혀다른언어로옮겨지는생생한과정을꼼꼼히바라보았다.시인과옮긴이가치열하게,오랫동안소통한끝에한국독자들도글릭의시세계를온전히받아들일수있게되는유일한한국어정본이완성되었다.
여기에시인나희덕,김소연,문학평론가신형철교수가한국출간을축하하며각각의책에작품해설을수록했다.세문인의글은글릭의시세계를온전히이해하고자하는열정적인독자들에게좋은길잡이가되어준다.
삶과희망을깨닫게하는메시지
《야생붓꽃》은삶과희망,존재의영원한순환에대한감각을깨운다.정원에꽃이피어나기까지의1년,일시적이면서도순환적이고,그래서영원한생을이야기하는그녀의대표작이다.작가와독자가서로를연대하게만드는이시집은살아갈용기,깊은희망,존재로서의정당함을일깨운다.생명의영원한본질인‘존재함을누군가가알아차려주는’행위가이시집에서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