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양장)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 : 불각(不刻)의 아름다움 (양장)

$25.30
Description
“학문과 예술을 하나로 승화시키는 원대한 사상”
“무한의 질서를 향한 끝없는 탐구”
부단한 시도와 천재성으로 시대를 선도한 예술가들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조각가 김종영(1915~1982)도 그중 하나다. 일찍이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불과 몇 명 안 되는 예술가의 한 사람(미술 평론가 이경성), “순수 조형 의지로 일관한 선구자”이자 “타고난 추상 조각가”(미술 평론가 유근준)이라 일컬어졌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었던 거장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관점으로 세계 속의 한국미술을 성취해 냈다. 선비에 비유되기도 하는 고결한 성품으로 창작의 길을 걸으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 일생 헌신했다. 상업적 성공이나 화려한 이목을 좇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만큼 새로이 재조명되고 깊이 연구되어야 할 여지가 많은 작가다. 선생이 남긴 유고를 선별하여 오롯이 담은 『조각가 김종영의 글과 그림』은 그의 예술 철학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창작자를 위한 의미 있는 이정표다. 각종 기고문을 비롯한 70편에 달하는 글이 소개되며 ‘조각가로서는 탁월하고 특이한 솜씨이며 감추어진 중요한 일면을 보여준다’고 평가되는 다양한 그림도 만날 수 있다. 드로잉과 에스키스, 유화 작품은 물론 유년기부터 한학에 통달했던 그의 필체가 담긴 수목화 등 도판 80여 점을 수록했다.

저자

김종영

저자:김종영
1915년6월26일경남창원에서성재김기호와이정실사이에장남으로태어나,휘문고등보통학교와동경미술학교조각과를졸업하고,1948년부터1980년까지32년간서울대학교미술대학조소과교수로재직하였다.1953년4월런던에서개최된《무명정치수를위한기념비》국제조각콩쿠르에한국조각가로는최초로입상하였고,1959년장우성·김종영2인전을중앙공보관에서열었으며,1963년<3?1독립선언기념탑>을국민성금으로탑골공원에제작하였다.1975년회갑을기념하여조소과동문회주최로신세계미술관에서생애첫개인전을열었고,1980년5월조각가로는처음으로국립현대미술관초대전을개최하였다.1980년8월정년퇴임후일년여투병끝에1982년12월15일영면하였다.

목차


증보판출간을축하하며_최종태
새책을만들면서_최종태
초판서문_김세중

1부:예술가,시대의거울
나의작업관을밝힘
예술가와농부
예술가의꿈
예술가와작품
예술의질을높이는사람
진실한거짓만이예술이다
작가와대중
예술의발전
누구를위해창작하는가
자성력(自省力)
생활과예술
제작과반성
작품의목적
거짓과진실,그리고자유
작가의이기심
진실과자연

2부:통일·조화·질서
형체및표현의명확성
데생에대해서
인체라는것
인체에대해서
여성과장식
인체와자연
그리스인의예지(叡智)
표정
면,면과선의관계,선
공간Ⅰ
공간Ⅱ
부분과전체
조형예술의추상성,통일·조화·질서

3부:예술,그초월과창조를향하여
로댕소론(小論)
문부성전람회조각실관람소감(文展彫刻室所感)
1964년1월1일수요일(일기)
아름다운것
초월
예술에있어서기술이라는것
예술은말로되는것이아니다
예술과과학
리얼리티와예술
현실과표현
‘미술’이아닌‘조형예술’
영원의사상(事象)을통역하는예술
순수와종합
작품과사진
회화와조각
자연은언제나인류문화의모체다
조형문화에있어추상성이란것
인간은기계가아니다
예술교육

4부:전통과창조
전통이라는것Ⅰ
전통이라는것Ⅱ
전통과창작
온고지신(溫故知新)
유희정신
유희삼매(遊戱三昧)
완당과세잔
창작에대하여

5부:조각,정신과물질의결합체
조각에대하여
한국원산재료를주로한조각작품연구
불각(不刻)의미
조각의세계
정신과물질의결합체로서조각
조각과건축
조형의신비
현대조각과우리의진로
현대조각
산과바다

6부:현대미술과비행접시
현대미술
현대미술과비행접시
현대의조형예술,무엇이문제인가
신(新)바우하우스와공간의상관성

부록
대학신문기고문및인터뷰기사,노트기록
김종영연보
2005년증보판추기
2023년증보판추기

출판사 서평

시대의생생한숨결을간직한기록

활발히작품활동을하던선각자는어떤생각을품고있었을까?이책에제시된다양한기록은치열하게사색하던창작자의내면을그대로옮긴소중한사료다.여러경로에흩어져있던글과그림을한권에집약하여만날수있는것은후대를살아가는독자로서누리는일종의특권이다.『조각가김종영의글과그림』은1983년작가의1주기를기념하여펴낸초판과2015년개정판『초월과창조를향하여』에이은증보판으로서새로운디자인을선보이며도판다수가새롭게교체되었다.추가된부록에서는당시활동을담은기사및인터뷰를비롯하여개인노트속연구의흔적까지확인할수있다.

불각(不刻),깎지않음의미학

우성김종영은추사김정희와프랑스인상파세잔에게서시공을초월한인류보편의예술적공통성을찾았다.동양사상에대한깊은조예와서양미술을넘나드는너른시야를갖추었던그는‘불각(不刻)의미’라는특유의예술론을꽃피웠다.조각가로서지향하는“깎지않음”의아름다움이란과연무엇인가?문자그대로의단순한해석에그쳐선안되는이담론을바루고넓혀가기위해서는다채로운기록을톺아보는노력이반드시필요하다.『조각가김종영의글과그림』은독자한사람한사람이저마다새로운미적관점에도달하는중요한계기를제공해준다.

오늘을일깨우는예술적통찰

예술애호가로널리알려진BTS의리더RM(1994~)은조용히김종영미술관을다녀가고선생의전시작을SNS에소개하며작품을직접소장하기도했다.시대의간극을넘어교감하게하는김종영작품세계의메시지와힘은무엇일까?
모든것이빠르게바뀌는현실에서유행의잔향은순식간에휘발된다.고전을찾는이들이많아지는것은과거의지혜가현재의목마름을채우고새로운미래를그리는힘이되기때문이다.올곧은신념으로자신에게주어진시간을살아낸인물의꾸밈없는서술은긴세월은넘어묵직한감동으로다가온다.“인생은한정된시간에무한의가치를생활하는것”이며“인생에있어서모든가치는사랑이그바탕”이고“예술은사랑의가공”(본문23쪽)이라전하는김종영작가의당부는,예술은무엇이며왜예술이어야하는가를끝없이고뇌하는오늘날의아티스트에게길을안내하는별자리이자새로운영감이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예술가는누구나가관중을염두에두게되며,예술가가생각하는관중은시대와지역을초월해서많고넓을수록좋다.그러나진정한관중은자기자신이다.왜냐하면자신을기만하면관중을속이는셈이될것이고,자신에게정성을다하면그만큼관중에게성실하게되기때문이다.결국작품은자신을위해서제작한다고말할수있겠다.
---「1부〈예술가,시대의거울〉‘통일·조화·질서’」중에서

그러나기하학에공리(公理)가있듯이인간의시각언어에도몇개의법칙이있어모든미술체험에부합되고있다.미술작품은물론자연의풍경을관망할때도조화라든가통일이라든가하는질서를구하게되는것이며우리의마음을만족시키는어떤질서를발견했을때는인간으로서공감을느껴더욱흥겨워한다.이와같이우리에게공감을주고있는것이자연이갖고있는통일이고조화이고질서인것이다.
---「2부〈통일·조화·질서〉‘조형예술의추상성,통일·조화·질서’」중에서

그런데솔직히말해서나는내작품이어떠한무엇으로나기록되지않고설명되지않기를바라고싶다.실제로작품처리에있어터치를깨끗이지워버리기도하고질감을살리기위해서도많은신경을쓴다.이렇게해서깎아만든조각으로서의모든흔적을지워버리고될수있는대로하나의객관체로서자연스럽게또는필연적으로작품이있게하고싶었다.이렇게해서자연의묘사가아닌작품으로서의생명감을갖게되기를바란다.공간에있으면서공간을호흡하고,언제든지공간에서죽어없어질수있는이러한생명을갖기를권한다.
---「3부〈예술,그초월과창조를향하여〉‘작품과사진’」중에서

이지구상에는실로장구한역사와산더미같은유물을갖고있는나라도많지마는,그것으로전통문화를가졌다는말은별로듣지못하였다.오히려보잘것없는역사와약소한국가에서몇사람의천재에의해영원히잊을수없는빛나는문화의전통을세운예를볼때,‘전통’이란단순한전승이나반복에있는것이아니며어디까지나끊임없는탄생이고새로운인격의형성을뜻하는것이어야하지않겠는가.
---「4부〈전통과창조〉‘전통이라는것I’」중에서

고대중국사람들은일찍이불각의미를숭상하였다.괴석(怪石)같은데약간의가공을했을때는손댄자국을없애기위해서물속에몇해를넣어두었다가감상을하였다.이것은자연석의경우에인공이가해진흔적을없애기위해서이겠지만,옛사람들이불각의미를최고로삼는것은형체보다도뜻을중히여겼던탓이다.
---「5부〈조각,정신과물질의결합체〉‘불각의미’」중에서

그래서나는단한가지자신있게단언합니다.자연과인간사회가있는한예술은언제나존재할것이고,우리의희망은계속될것으로확신합니다.
백년전인상파미술가들에게도현실은무척어려웠습니다.무거운전통의압력에서실망이있었습니다.그러나그들에게희망과지혜를준것은다름아닌대자연이었고,인간의현실이었습니다.거기서다시거슬러올라가면르네상스의지혜도자연이었습니다.그러고보면우리의희망은결코먼곳에있는것이아니라우리의신변과그날의생활속에있는것이라하겠습니다.
---「6부〈현대미술과비행접시〉‘현대의조형예술,무엇이문제인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