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일 수 없는 가마 (북한이라는 하나의 폭력에 관한 자전적 실화 소설)

끓일 수 없는 가마 (북한이라는 하나의 폭력에 관한 자전적 실화 소설)

$21.24
Description
북한 내부에서 북한 주민의 살아있는 눈과 귀로 쓰인, 목숨을 건 기록!
북한 체제의 폭력과 인권 문제, 국가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묻다!
『끓일 수 없는 가마』는 북한 안에서 직접 겪은 현실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실화 소설이다. 작가가 북한 내부에서 집필해 목숨을 걸고 반출한 이 원고는 존재만으로도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며, ‘글을 쓴다’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무게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북한 체제 내부에서 ‘그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소 겪은 사람의 시선에서 서술되므로 외부인의 추론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지닌다. 독자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체제 안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며, 북한 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이 책은 사실로서의 증거와 감정의 울림을 동시에 지닌다. 또한 감옥과 심문, 억류와 수색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문장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유의 증거이자 저항의 행위가 된다. 이 책이 단지 ‘북한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분노만을 불러일으키는 고발서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 진실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물음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검열의 벽을 넘어 전해 온 사라질 뻔한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침묵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묻고 있다.
저자

이도건

저자:이도건
평양출신으로13년간특수부대에서복무했으며대외경제성89관리국지사장을비롯해국가보위성과검찰등에서활동했다.권력의심장부에서직접경험한북한의모순과진실을기록하기위해목숨을걸고자전적인글을썼다.원고적발과멸문의위험을감수하면서도펜을놓지않았던이유는인간으로서의존엄을지키기위함이었다.이책은그극한의저항이남긴기록이자,북한의현실을있는그대로세상에전하고자하는증언이다.

목차


제1장혁명적수탈
제2장우연,아니면필연?
제3장'유령'만드는'유령'
제4장모난돌

작가인터뷰

출판사 서평

『끓일수없는가마』는북한체제를온몸으로직접견디며기록한고발이자절규이다.감시와검열을피해이어간문장은단순한이야기의형식을넘어글쓰기자체가생존과저항이될수있음을증명한다.이작품은개인의운명을넘어북한사회의심장부를가감없이드러낸다.권력의폭력과일상에스민감시,인간을짓누르는구조적모순이구체적인장면속에펼쳐진다.독자는사건을바라보는것이아니라그속에함께끌려들어가버티는체험을하게된다.

이책은묻는다.진실이눈앞에놓였을때우리는어디까지직면할용기가있는가.사라질뻔한문장이살아남아우리앞에도착했다.이것은기록이아니라존재의증거이며,동시에독자를향한부름이다.이목소리에우리는응답할것인가,침묵할것인가.

책속에서

그런데권력의작은의자라도차지한지금은,간부하는하느님의밑구멍에서애당초양반감투를쓰고삐져나온특수한존재처럼변해버리고말았다.변하는것은객관세계의이치이지만어떻게변하는가는인간세계의이치이다.처한사회적환경의요인으로사람의변화는서로다르게이뤄진다.하여강태걸의변화도비정상적인사회환경에서의정상적인진화라고보아야옳을것이다.
-p.98

암만생각해봐야꼭누구의중정을떠볼셈으로행차한듯싶었다.능청스러운사람앞에서새빠지게속내를드러내보인것같아리열은정신이얼떨떨했다.짙어가는어둠이종잡을수없는불안과모순의깊은미궁속으로그를끌어들이고있었다.
뒷일은말할나위없이뻔하게번져졌다.연약한김영숙이칼도마에올라울고까무러치며항변했지만소용없었다.밤새잣20톤이모두도륙당하는것으로문제는속결되고말았다.새벽4시가훨씬지나꼬리긴화물차가무겁게움직였다.마을의개들이저마끔짖어대며수탈자들을지탄했다.
-p.113

사변적인불의의기습에반정신이나갔던노동자들이차츰반발하기시작했다.지렁이도밟으면꿈틀한다고,참는데도한계가있었다.제아니정치적으로암둔하고짓밟히는것을숙명으로감수하고살아오는뿔구부러진노동계급이지만1년나마피땀을바쳐가꿔온삶과노동의터전을속수무책으로강탈당할수는없었다.
물론계급투쟁의전역사에붉은두주먹으로참전하여온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억센철의기상은아니었고무쇠팔뚝으로압제의쇠사슬을끊어버리던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의노래는부르지않았다.그저저조한투정과무언의항변에불과했다.
-p.147

그토록미화하는사회주의미풍양속에이런잔인한악습이공인된다는사실이리열은도무지믿기지않았다.제도적묵인속에리열과남혁은지금두벌죽음을강요당하고있었다.이것은삶에대한가혹한모독이었다.동시에생명에대한유린이었고,권리에대한박해였다.
그러나그어떤열변으로도고질적인인습을설득하기는어려웠다.죽은사람은죽은사람이고,산사람이먼저라며이구동성으로역설하였다.
나름완고한주장들을향해리열은전횡을부리듯선포하고말았다.
“하늘에서벼락이떨어지든,천벌이내리든,모든저주를내가다맞겠다!‘관혼상제’의예식을갖추어삼일장을치를것이다!집으로데려가서!”
한발물러선사람들이객사한영구는절대로집에들이지않는다며그역시막아나섰다.
-p.286

남궁윤은함구무언으로듣기만했다.마음속에는점점불만이불어나고있었다.그가그럴만도했다.먹기는다같이먹고,잡고각을뜨는일은자기보고만하라지않는가.이러다먹고탈이나면뒤청소까지시킬잡도리였다.
이런더러운꼴봤나,강태걸그자식은입다문값으로도한몫챙겼는데,왜나만개고생…!
김경식은그의심정이이해되는듯짐짓미안한내색을했다.
“어쩌겠소.제복을입었으니,동무부담이크오.좀더수고해주오.내다생각있으니….”
-p.334

전자는인정하면안되는사회적문제였고,후자는인정할수없는개인적문제였다.그는모순의진펄에빠져허덕였다.명확한대답을찾으려면아직도멀고험한가시덤불을헤쳐야했고,아프고괴로운운명의희롱을허다하게당해야만했다.하지만그것은앞날의일이었다.당장마주한것은현재가아니던가.그래서사유는오늘에뿌리내리는것이다.
-p.403

생계로분주하던시공간이어둠의아가리에먹히기시작했다.어느끝부터씹히고있는지어느새피가낭자하여하늘천지가온통붉게물들었다.야만적인어둠은빛줄기가남아있는시간을한토막도남기지않고모조리삼켜버릴것이다.이제는황혼이어둠으로화하는것은시간문제였다.꺼져가는광명의처절함이가슴아픈듯리열은쇠살창너머창문가의피빛을하염없이바라보았다.자연계와인간계에는공통된원리와법칙들이작용한다는철학적인사색이그로하여금선지피를쏟으며쓰러지는자신을비추어보게하는것이다.비분강개함에터진가슴이저하늘을피로물들이고있으리라….
-p.487

제목에대해굉장히오랜시간고민했어요.제가말하고자하는핵심을제목에모두담고싶었기때문이죠.그러던중‘물’과‘불’,그리고‘가마’라는세가지개념을떠올렸습니다.물은인간을,불은국가를,가마는이둘의관계를유기적으로결합하는사회를상징하는관계로요.
본래가마는서로상극적인물과불이만나조화를이루도록하는위대한발명품입니다.하지만북한이라는사회는구멍나고깨진‘끓일수없는가마’와같아요.국가가국민의모순적인관계와현실을상징적으로표현하고싶었습니다.
-작가인터뷰

탈북후이원고를믿을만한몇몇사람들에게보여주었더니“정말이정도였냐”라며놀라더라고요.북한에서평생살아온사람들마저그렇게반응하는데,외부의사람들은얼마나더모르고있을까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바로그지점에서이원고를반드시세상에알려야겠다는마음이생겼고요.
-작가인터뷰

북한문제는결코먼나라의이야기가아니라는점과같은언어를쓰고같은역사를함께해온우리민족의이야기라는점을꼭기억해주셨으면좋겠어요.나아가그들의아픔에공감하고,인권개선에작은관심을기울이면서한민족으로서서로를잊지않았으면좋겠습니다.이책이그런계기가되기를진심으로바랍니다.
-작가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