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왕국

전설의 왕국

$19.27
Description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누군가는 앞에 서야 했다.

공동체와 생존, 책임의 무게를 새롭게 질문하는 가장 단단한 신화.
『전설의 왕국』은 절대악과 역병, 외부의 침략이라는 위기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고 선택하고 무리를 이끌게 되는지 따라가는 집단 서사다. 호녀와 웅녀는 리더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이들은 공동체의 가장 아픈 자리로 나아간다. 생명을 살리고, 자신을 덜어내는 방식에서 책임을 배운다. 이는 훈련된 전략이 아니라 삶을 걸고 내딛는 즉각적 실천의 누적이다.

이 소설은 리더십을 명예와 힘이 아니라 감당과 돌봄, 끊임없는 선택의 무게로 그린다.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선택을 내리고, 결과를 품고, 다음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단군신화라는 익숙한 외피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불어넣는다. 이는 부족 간의 외교와 암투, 전염병의 확산, 집단의 분열과 복원 같은 구조적 갈등이 살아 있는 생존의 드라마로 재현된다. 이 책은 신화를 판타지로만 소비하지 않고 생존과 책임, 리더의 조건에 대한 시대적 질문으로 변주해낸다.

평범한 누군가가 대의를 감당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작가는 그 순간의 떨림과 고독, 눈물을 생의 결로써 다룬다. 시대를 불문하고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 어떻게 인간은 공동체를 택하고 서로의 생존에 책임지는 존재로 나아가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설의 왕국』은 케케묵은 고대의 전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살아 있는 현실이다. 리더와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한 나다운 작가의 ‘나다운’ 첫번째 소설, 그 그윽한 혜안을 찬찬히 음미해보자.
저자

나다운

저자:나다운
1973년서울에서태어났다.직장생활을거쳐2009년부터15년간중소기업대표이사를역임했다.현재는‘나다운글쓰기를꿈꾸는사람’이라는뜻을담은필명,나다운으로활동하고있다.단군신화를새롭게재해석한『전설의왕국』을집필했다.

목차


서막

호녀전기
1장.여정의시작
2장.승냥이와의만남
3장.승냥이와고라니
4장.고라니의눈물
5장.표범과까마귀
6장.뱀의독과해독제
7장.고래를잡는사람들
8장.용의뼈
9장.범의엄마
10장.야수의전쟁

웅녀전기
1장.경쟁의시작
2장.예언의곰
3장.멧돼지의땅
4장.고인돌
5장.여우의간계
6장.독수리의절벽
7장.변심
8장.계시의밤
9장.곰의엄마
10장.야수의전쟁

사대홍외전

작가인터뷰

출판사 서평

단군신화에서인간이되지못한호랑이의이야기는기록되지않았다.나다운작가의《전설의왕국》은신화의뒷이야기를장대한서사로직조해낸다.

인간이된‘웅녀’와또다른운명을개척해야했던‘호녀’.두영웅의엇갈린여정은세상을구원하려는거대한희생과운명에맞서는강인한의지를밀도높게그려낸다.익숙한신화에숨겨진새로운전설이독자를압도할것이다.
-페스트북편집부

책속에서

“내가방법을안다고칩시다.그렇다고다른부족에게방법을알려줘야할이유는없지요.웅족과호족의비법을거꾸로내가요구한다면들을것이오?”
환웅의말에호녀와웅녀는차분히동시에대답했다.
“홍익인간.”
환웅이따라말했다.
“홍익인간?”
“천족의큰뜻으로알고있습니다.응당환웅께서는따르실것으로알고있습니다.”
부드러움속에단호함이묻은웅녀의말이다.
---p.10

“웅녀님,난더이상여기에못있겠어요.”
웅녀가놀란표정을지었고,호녀는다짐한듯말했다.
“내가알고있는지식으로는백일이아니라며칠을버티지못할것같아요.이런방법으로는답을얻지못해요.부족으로돌아가서어른께여쭤야해요.그게더빠른방법이에요.”
---p.22

백삼은바위뒤로더욱깊이숨어서주위를살폈다.백삼에게는호랑이가특별한존재였다.호랑이사람들에게는신이고,영물이었다.호랑이인들은호랑이를해치거나위협을가하지않았다.호랑이도호랑이인들을해치지않았다.물론호랑이의영역깊숙한곳으로들어간자들이돌아오지못한경우는있었다.
하지만그것은그들의잘못이었다.호랑이인들은호랑이와수백년아니,그이전부터서로를존중하며잘지내고있었다.호랑이인누구도호랑이를무섭게여기지않았다.호랑이의힘과그영민함을숭배할뿐이다.호랑이들도그랬다.그들은서로의영역을인정하고침범하지않았다.
---p.40

승냥이의비명에눈을뜬백삼은두눈을의심했다.석하는눈을뜨고더욱놀라서그만자리에주저앉았다.석하가보니,호랑이한마리가승냥이들과대치하고있었다.석하는‘승냥이밥이되는구나!’생각했다가설상가상으로호랑이밥이되게생긴상황이었다.
석하는백삼의얼굴로눈을돌렸다.백삼이자신처럼겁에질려있을것으로생각했는데,미소를짓고있었다.백삼이아무리호랑이인이라고해도어찌저럴수있는지이해가되지않았다.
---p.123

‘너는특별한운명을가지고태어났다.모든부족의생과사가너에게달려있다.까마귀도,고라니도,표범도너를받들게될것이다.너는호랑이의엄마가될것이기때문이다.하지만너는죽음의그림자를가졌다.항상위험이너의생을가로막고,죽음의문턱으로너를안내할것이다.죽음의그림자를넘는다면,넌호랑이의엄마가될것이다.다만,지금은네가그것을넘을힘을갖지못했다.이대로는너는스물을넘기지못하고죽을것이다.그러니너는나를따라까마귀의땅으로가서,너에게드리워진죽음의그림자를늦추는제를올려야한다.’
---p.143

배는한시진전처럼서서히움직였다.주변을관찰하고,다시다른곳으로움직이는것을다시한시진을했다.백삼은지루했지만,모두가진지했으므로표현하지못했다.이렇게아무것도잡지못하고돌아간다면,마을사람들이크게실망할거라백삼은생각했다.
백삼은효해의얼굴을보았다.백삼은순간적으로젊은효해의얼굴에서,부족을책임지는사람의얼굴을보았다.효해의얼굴에서포기나실망의표정같은것은찾아볼수없었다.
---p.188

능화는빠르게고개를돌렸다.웅능화는웅교의얼굴을똑바로보기가힘들었다.자신이왜이런지알수가없었다.초홍을보는척웅교를훔쳐보았다.처음보았을때의소년웅교는어디에도없었다.능화의눈앞에는이목구비가뚜렷한잘생긴남자가있을뿐이었다.
능화의심장은미친듯이뛰고있었다.발그레한얼굴을숨기려다시고개를숙였다.능화의나이는스물다섯이었다.다른사람같으면시집을몇번은갔을나이였다.하지만능화는초홍을딸처럼여기고,초홍이곰의엄마가되도록모든것을초홍에맞추어살았다.
---p.329

수벽이힘주어물었다.
“그럼웅초홍님은주술의힘이나예언의힘을가지고있습니까?”
초홍은한숨과함께힘없이대답했다.
“아니요.저는주술의힘도예언의힘도가지고있지않습니다.”
수벽이비꼬는어투로물었다.
“그럼,무엇으로곰엄마의중책을맡을수있습니까?”
초홍이자신있게대답했다.
“저는저에게소중한것들을지키려는마음을가지고있습니다.제게소중한것은곰족입니다.우리부족을위해서는목숨도내어놓을수있습니다.곰의엄마는그런마음을갖고있어야한다고생각합니다.”
---p.420

“하하하.당신은참대단한여자라니까?그런데당신이가지고있는해독제는수십알에불과한데,어떻게그들모두를살릴셈이오?”
사살모가재밌다는듯말했다.
“모두를살릴필요가있나요?각부족의엄마와중요한몇사람에게치료제를주면,그들은모두내마음대로할수있을텐데?.하찮은부족의인간들?죽을것들에게아까운해독제를낭비할필요는없어요.하하하.”
---p.504

앞만보고달리다보니어느새중년이되어있었습니다.후회없는삶이었다고자부하면서도,한편으로는무언가빠진듯한기분이들었어요.제안에쓰지못한무엇인가가있다는느낌이들어서무작정펜을들고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습니다.단편들이모여책한권분량이되었을때,과연제가장편도쓸수있을지궁금해졌습니다.사실처음에는SF소설을쓰려고했습니다.하지만12·3계엄사태를겪으면서잘못된지도력으로인해사람들의삶이송두리째흔들리는것을피부로느꼈죠.그러면서자연스럽게제글은‘역사판타지’의길로향하게되었습니다.이책을통해‘좋은리더란누구인가’에대한답을풀어내고싶었습니다.
---「작가인터뷰」중에서

대학시절,너무나익숙했던단군신화를다시접할기회가있었는데요.그때새로운의문을품게되었습니다.‘우리민족의아버지인환웅에게걸맞은배필로선택된민족의어머니는어떤분이었을까?’‘과연단순히쑥과마늘을먹으며인내한것만으로최고의어머니로평가되었을까?’문자가없던시절에구전으로전해져온이야기이니만큼,그안에는직접겪은이들만알수있는비밀이있지않았을까상상했습니다.그기억이코로나시기에불현듯떠올랐어요.
---「작가인터뷰」중에서

호백삼과웅초홍모두지금으로치면중,고등학생나이의어리고힘없는여성입니다.하지만부족을위해자기의모든것을쏟아붓습니다.중요한것은그들이그자리를원했는지아닌지가아닙니다.자신에게주어진운명을받아들이고이겨내는과정에서자신의이익이아니라부족의안위와더나은삶을위해나아간다는점이핵심이죠.그들은권력을사리사욕을채우거나누군가를억압하는수단으로쓰지않아요.대의를위해몸으로실천하며나아가는리더들을보여줌으로써지금시대의리더들에게경종을울리고싶었습니다.
---「작가인터뷰」중에서

『전설의왕국』은판타지역사소설입니다.역사적사실안에서상상력을펼쳐내는일이정말쉽지않았어요.초고작업만3개월이걸렸고,이후맞춤법과구성,편집등수많은수정을거쳐이책이완성되었습니다.(…)마지막장을덮고난후,호백삼과웅초홍을꼭기억해주시면좋겠습니다.그들이우리민족의어머니였다는사실을잊지말아주세요.이책을읽은독자분들이이땅을일으켜세울‘주인공’이되어주시리라믿습니다.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작가인터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