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일기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서점 일기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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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책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에서 일하면
사실 알고 보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얼마나 흔치 않은지 ‘덕업일치’라는 표현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유독 허다하게 발견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으레 한 번쯤 서점에서 일한다면 어떨까, 혹은 내가 책방을 연다면 어떨까, 상상한다. 《서점 일기》는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점 일기》는 책과 사람을 너무나 사랑한 작가가 마침내 서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만난, 잊지 못할 순간에 관한 에세이이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다양한 모습과 보통은 잘 알 수 없는 서점의 속사정, 그리고 작가가 애지중지하고 귀여워하는 책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서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만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역시, 우리에게는 여전히 서점이 필요하다.
저자

여운

저자:여운
천천히스미어오래남는,36.5℃사람의체온을지닌글을쓰고싶습니다.책과사람에진심인한지구인.작은시골책방을꿈꾸며글쓰기를좋아합니다.저서로《명자꽃은폭력에지지않는다》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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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shiningtree

목차


서점에다니는사람들
종이로된문
보통은문외한
인생이라는책장
할머니의쌈짓돈
알파카?유레카!
길을안내하는사람
만화책의비밀
작지만사소하지않은
은빛종이책수호자
분실물
도서실종사건
샤프펜슬골라주는아빠
문구는위험해
시험해방소년단
단골메뉴는라테
시험지에비라도내린걸까
흐름에맡길뿐
다너때문이야
단돈천원짜리인연

서점을읽다
서점의특선메뉴,큐레이션
바코드의비밀
서점의문턱
서가에도프라이드가있지
오후세시,그림책을읽어요
말은하나글은두개
요람에서무덤까지
이만하면덕후라고할만하지
같은책을같은자리에여덟번쯤꽂으면
단한사람을위한단한권

서점밖책방
함께읽기의힘
더할나위없이완벽한
가정식백반아니고책방
꿈을실천하는삶
그림책은그림책
손글씨수행자의루틴
금사빠북클럽
그녀들의환대
소년시인과소녀화가
무늬와향기
이야기를잇는사람
보이지않는작은일
원서로읽는노벨문학상수상작이라니
책방가는날
책한권이오는일

닫는글그래,거기책이있었지

출판사 서평

서점에가는데에는다이유가있다

어떤물건이든주문하면바로다음날배달되는시대다.책도예외는아니다.온라인서점을오전에이용하면심지어당일에책을받을수도있다.그렇다면오프라인서점은더이상필요없어진걸까.독서인구가줄어든건이미오래된이야기고이제는인구자체가줄어들어심각한사회문제로대두되고있지만,놀랍게도작은동네책방은예전보다오히려많아졌다.책을사는사람도읽는사람도점점사라지는데책방은되레늘어나다니희한한일이아닐수없다.이런어리둥절한현상뒤에는여전히서점에다니는사람들이있다.
작가는‘서점에다니는사람들’에서각자나름의까닭으로서점을찾는사람들의이야기를풀어놓는다.요즘같은시대에누군가굳이서점으로발걸음한다면거기에는다이유가있을것이다.옛날이나지금이나,서점이변함없이요구되는이유다.
서점을방문하는손님들의모습은각양각색이다.먼저꼬박꼬박일주일에한번씩서점에들러시집을찾으시는어르신이있다.작가는이손님을혼자몰래‘시인할아버지’라고부른다.언제나시집만찾으시는어르신을볼때면그가좋아하는시집을추천하고싶은마음이들기도하지만혹시나공자앞에서문자쓰는꼴이될까봐꾹참는다.
자기가보는책은직원보다자리를더잘알고있어서다른서가에있던《에그박사의채집일기》2권을제자리에꽂도록상기시켜주거나,컴퓨터로책을검색하는것부터엄마이름으로포인트를적립하는것까지완벽하게해내는야무진어린이손님도있다.또아이가원하는책이라면어떻게든구해다주고싶은엄마손님과누구보다부지런히열정적으로외국어를공부하시는어르신손님도있다.
작가는서점원의역할을책과사람을‘잇는’존재라고칭한다.그리고남들에게눈에띄지않더라도자신의소명을귀하고소중하게이어간다.비록아주작은행동이라도그속에담긴온기가전달되리라믿으며,그리고꾸준히그믿음을실천하다보면언젠가그따스함이여기저기널리퍼지지않을까생각하면서,그렇게매일매일책을꽂는다.

아는사람만아는서점속서점이야기

‘서점을읽다’에서는서점에서일하지않았다면평생몰랐을,손님들은잘모르는서점의내밀한이야기를풀어놓는다.
막연하게서점원이어떤일을하는지짐작해보면차분하게책을정리하거나손님들이살책을계산하는정도만떠올릴수도있겠지만,서점안에서는생각보다더많은일이벌어진다.먼저책이입고되면하나하나바코드를찍어어느서가에배치할지자리를정한다.자리가정해지면서가에책을꽂고그책이팔리면다시채워넣는다.문제는매일입고되는책의양이어마어마하다는사실이다.하루에도몇박스의책을새로등록하고꽂는다.여기에손님들이찾는책을찾거나,어질러진서가를정리하는일도틈틈이한다.창고를오가며책을이리저리옮기는일도많다.
그리고그렇게바쁜와중에도서가를정비하는일만큼은소홀히하지않는다.서가를어떤책으로어떻게배치하는가는그서점이어떤서점인가를보여주는지표가된다.그러니절대허투루할수가없다.작가는단행본을취급하는서점에없어서는안될《월든》의자리를사수하고,《토지》와《아리랑》,《태백산맥》을더잘보이는자리로옮기며,아니에르노의책들을손님이찾기쉽도록한데모은다.작가의최애인《빨간머리앤》서가는적어도하루에한번은들러서앤이다른소녀의친구가되는과정을흐뭇하게지켜본다.
서점을방문하는손님들을위한큐레이션도준비한다.서점원들은그때그때계절과상황에맞는책을골라비치해손님이자기에게적합한책을쉽게고를수있도록도움을준다.작가는모든서점업무가끝난밤,홀로서점에남아적절한책을고르고손님들의관심을사로잡을문장을지으며행복을느낀다.
결국한권의책이독자에게닿기위해서는여러단계를거쳐야만가능하다.그리고하나의과정을거칠때마다그속엔보이지않는곳에서묵묵히역할을다하는많은이들의고충이담겨있다.작가는이여정을함께하는모든이에게감사의말과함께나에게꼭맞는책을발견하는경이로움을더많은사람들이경험하길바라는마음을전한다.

세상모든책방에온기를전하는마음으로

마지막‘서점밖책방’에서는작가가사랑하는책방과책,그리고그사이에서만난소중한인연에관해말한다.
작가는쓰는사람이자동시에읽는사람이기도하다.책을좋아하는사람이으레그러하듯작가에게는유난히아끼고좋아하는동네책방이있다.사랑하는글벗이운영하는‘돌멩이수프’다.작가는이곳에서책으로연을맺은소중한사람들과함께책을읽고한달에한번독서모임을갖는다.이른바슬로우리딩독서모임이다.작가의말에따르면함께읽는것은혼자읽는것보다훨씬더‘인간적인’선택이될수있다.혼자읽으면더간편하고빠르게책을해치울수있겠지만,하나의이야기로나와다른관점을무수히접하게되는함께읽기야말로AI가화두인현시대에꼭필요한일이라는것이다.
더불어작가의책방사랑은일터에서끝나지않는다.그는서점에서일하면서생긴가장좋은취미로책방답사를꼽으며가는곳마다그지역의동네책방을찾아다닌다.처음가본낯선곳이라도꼭가보고싶은곳이있으면금세정이들기마련이다.작가는경주의‘어서어서’에서읽는약을처방받고예쁜그림책전문책방‘소소밀밀’에서미야자와겐지의책을만난다.서점학교프로그램을통해한눈에반한뽀스띠노님을만나기위해공주의‘길담서원’으로달려가기를주저하지않으며,역시책에진심인‘평산책방’의책방지기를만나기위해서라면먼길도마다하지않는다.그리고이렇게작은책방을들릴때마다지키는작가의원칙이있다.‘작은책방에서는책을반드시산다.’정말지독하고도정다운책사랑이아닐수없다.

반갑고좋아서그래요,너무좋아서

이책에서가장돋보이는점은책과서점을둘러싼주변을대하는작가의태도다.그가세상을바라보는눈에는언제나애틋함이담뿍담겨있다.책정리를모두마치고손을씻고있었더라도도움이필요한사람을발견하면당장달려가미처닦지도못한손길을건넬의욕으로가득하다.세상은다정한사람을대수롭지않게여기는경향이있다.쉽게찾기힘든재능임에도어딘지모르게인색하게평가한다.그래서다정함은종종연약하거나당연한것으로간주되며심지어어떤이는적당히숨기거나때로는가려야할약점으로치부하기도한다.
그러나삶의이런저런변곡점에서고통을견디고새롭게다시시작할힘을주는것은결국다정함이다.책은그럴때면사람보다나을때가있어서책을좋아하는사람은힘들고외로운순간책을찾는다.작가도그랬다.그렇게작가는그동안그가그토록사랑하는책을자연스레닮아왔는지도모른다.남들에게잘눈에띄지는않아도책장사이를거닐며책을아끼는마음으로사람을향해애정을쏟는다.잠시스쳐지나갈찰나의다정함이먼훗날다른누군가에게전달되길바라면서.
책과서점이너무좋아서어쩔줄모르는작가의동동거림이,동네책방에옹기종기모여앉아아이들과그림책을읽으며행복함에달뜬목소리가,이책을읽는독자에게고스란히전달되리라믿는다.아직우리곁에책이존재하듯책을사랑하는사람은언제까지나남아있을것이다.그리고그런세상에는반드시어디엔가서점도존재할것이다.집에서가까운곳이든먼곳이든규모가큰대형서점이든자그마한동네책방이든,이책으로인해당신에게도언제든편하게갈수있는나만의서점이생기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