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시골살이 :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어 - 난생처음 시리즈 6

난생처음 시골살이 :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어 - 난생처음 시리즈 6

$14.00
Description
리틀 포레스트, 러스틱 라이프, 오도이촌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적한 공간, 문을 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자연,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엉뚱한 이유로 시골행을 택한 부부가 있다. 그들이 시골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집’이었다.
남편은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아내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도시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도시인인 그들은 그렇게 용감하게도(혹은 무모하게도) 하루아침에 치킨 배달도 안 되는 시골에 둥지를 튼다.
변변한 자본도 없이, 이렇다 할 연고도 없이 ‘일단 난방비가 많이 안 드는 남쪽으로!’라는 기준 하나만 가지고 집 지을 땅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 그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 생각지도 않았던 시골살이 여정에서 그들은 낙관주의를 둘러쓴 낭만을 만끽하고, 생전 처음 겪는 불편함에 당황하기도 하고, 시골에 흔치 않은 젊은이인 탓에 쑥덕거림과 오해를 사기도 한다.
어느 날은 봄빛처럼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가 다음 날이면 겨울 추위 못지않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것 같은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하루. 그 안에서 부부는 차근차근 집만이 아니라 삶도 지어나간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은는이가

도시에서나서도시에서자랐다.10대시절대부분은서울목동에서보냈고20대때는연남동,망원동에살며삼청동,종로,광화문맛집을꿰고다녔다.30대초반에는이민을생각하고독일로향하기도했다.이처럼뼛속깊은도시인에어디로튈지모르는럭비공같은매력의소유자지만,지금은산으로둘러싸인전라남도에서고즈넉한시골살이를누리고있다.

독일행은예술가의도시에서살아보고싶다는마음,여기가아닌다른곳에대한선망,환경을바꾸면내가바뀔거라는기대에서비롯된선택이었다.하지만환경이뭔가를만들어주리라는기대는착각이었다.독일에서만난것은뜻밖에도내집을지어보고싶다는바람과마당있는집에대한로망이었다.그길로곧장귀국,남쪽으로내달려우여곡절끝에연고없는시골땅을사서직접집을지었다.난생처음살아보는시골은날마다스펙터클한사건사고의연속이지만이제는환경이나를만들어줄거라는소망대신스스로환경을만들어나가는여정을즐기게되었다.

은는이가는저자부부가운영하는유튜브채널명이기도하며,본채널은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과학기술부장관상을,전라남도1인크리에이터대회에서대상을받은바있다.글과그림은아내가쓰고그렸다.

https://www.youtube.com/@eununiga
https://www.instagram.com/eununiga

목차

프롤로그_시간을벌어서낮잠을

1장_대체로좋고가끔나쁘고때때로이상한,시골에삽니다
내가이효리는아니지만
시골에는거지가없다
공짜좋아하세요?
남편의로망이만들어준친구들
슬기로운시골생활
이상한사람과이상한사람
없는게많아서재주가늡니다
오일장의불꽃놀이

2장_멀리서발견한가까운행복
우리는안전하게망해가고있었다
여기가아닌다른세상을꿈꾸며
낙원을찾아서
나침반이없는우린자주길을잃지
떠나보면알거야,나를

3장_내손으로집을짓는모험
사과한알과초코파이한상자의동상이몽
피하지않고앞을바라보며천천히
이집이네집이냐
내땅이생기는건한순간
사랑할준비
집설계는맞춤옷처럼
자존감에도적정수위가필요해
둘째돼지의수업과셋째돼지의지붕
그래도내일이기다려지는이유
무화과는벌도나비도없이
대체불가,고요한크리스마스
난생처음내집과생애마지막퇴사

4장_끝나지않은여행
웅크리지않고파도에몸을맡기면
제이야기는제가할게요
친애하는나의작은냉장고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진짜는마침표가아니라쉼표에숨어있어
시간능력자를위한지침서
시골이우리에게가르쳐준것들

출판사 서평

‘내손으로집을지을결심’을하면
어떤일이벌어질까?
MyFirst&OnlyHouse,집을짓고삶을짓다

인테리어시공을하면10년은늙고,집을지으면수명이단축된다고들우스갯소리를하는데시골에내손으로직접집을짓는다는건완전히차원이다른고생길이다.시골에빈집이많다고는하지만적절한크기에적절한가격의터를찾기는어렵고(시골땅은보통평당가격이낮으면천평,만평단위로팔고크기가아담하면가격이훌쩍올라간다),‘이거다!’싶어서가보면지도나사진으로는파악할수없는치명타가숨어있기마련.그렇기에시골집이나땅을사려면번번이허탕을치면서도포기하지않는인내심과뚝심이필수다.

땅만구한다고고생끝,행복시작일까.그럴리가.그때부터또다른가시밭길이열린다.한번해놓으면돌이키기어렵기때문에돌다리도두드리며건너는꼼꼼함이필수인데다업계에만연한납득하기어려운관행에예상치못한지출까지,뭐하나쉬운일이없고매일이스펙터클한사건의연속이다.그렇지만,오히려그렇기에그모든문제를하나하나해결해나갈때얻는성취감과자존감도남다르다.집짓기만이아니라시골살이는전반적으로스스로움직여서필요를채워야한다.어렵고답답할때도많지만,다른누구에의지하지않고주체적으로삶을개척해나가는그맛이시골살이의또다른매력아닐는지.

“여기시골에서
내시간의주인이되어가는중입니다.”
다른누구도아닌나의가치로하루를,한달을,인생을

저자부부가운영하는유튜브채널명‘은는이가’에도이러한주체성이담뿍담겨있다.어떤단어라도‘은/는/이/가’를만나면주어로완성되듯다른것에나를내맡기지않고스스로인생을만들어가자는다짐을표현한셈.이같은지향성은책곳곳에서도쉽게찾아볼수있다.

천생도시인이,그것도은퇴후지긋한나이가되어서가아니라한창젊을때시골에자리를잡고산다는건다양한외부의시선과평가와우려를감수해야한다는의미이기도하다.지금까지살아왔던방식과비슷비슷한친구들의인생경로,세상과부모의기대에서벗어나야하니말이다.이는어쩔수없이불안을동반하는일이기도하다.그럼에도책은숨가쁜그대열에서한발떨어져서자신의속도로자기만의인생을살아가는해방감에대해넌지시말한다.“시골은돈이아니라시간을벌기에참좋은곳”이라면서.그렇게번시간에남과비교하지않아도되는자기만의단단한가치를만들고,땅속에뿌리를내린듯한안정감을느끼고,고유한무늬를가진인생을한땀한땀이루어가고있다면그것만으로이미남는장사아닐까.

“삶은끝나지않는여행”
완결이아닌과정을소중히여길수있다면……
지금이곳에서충실하게,서툴지만자유롭게

공간은중요하다.어디에사느냐는그사람의생활에매우큰영향을미친다.하지만어느곳에정착했다고해서우리삶은그대로고착되지않는다.삶은한문장으로끝나지않고수많은문장으로이루어지는하나의책과같기때문이다.험난한과정을뚫고자신들에게꼭맞춤한집을짓고도,낯설기만하던시골생활에도원만히적응하고도저자의삶은여전히완성형이아니라현재진행형이다.그때가아니라지금의버킷리스트를채우고지워나가기에여념이없다.대신예전에그랬던것처럼허투루이곳이아닌저너머를꿈꾸지는않는다.어디까지나지금이곳에서충실한가운데,나에게더어울리는방식으로자유롭게뻗어나가고자궁리한다.

책은대체로좋고가끔나쁘고때때로이상한시골마을로이끄는일종의초대장이다.그리고그곳에서만나게될것은대책없는낙관이나냉소섞인비관이아니라가까이에있는행복,다양성을포용하는시선,스스로만들어나가는인생의방향같은것이리라.

책속에서

7년전꽃샘추위가한창이던이른봄,우리는이곳에집을짓기로했다.남편과내가사는지역은무화과,고구마가많이나고인구가적기로도유명하다.우리집은그중에서도스무가구가채안되는작은마을의끄트머리에위치해있다.편의점이라도다녀올라치면걸어서두시간은족히걸리는이른바깡촌이지만그래도인터넷과택배서비스는닿으니‘자연인’과는거리가멀다.인터넷없이하루도못사는뼛속부터도시인인우리가시골에정착할생각을한이유는‘집’이었다.남편은직접집을짓고싶어했고나는이사다니지않아도되는마당있는집을원했다.그러니까시골은우리의다소‘엉뚱한’필요가맞아떨어진곳이었다.
---「프롤로그_시간을벌어서낮잠을」중에서

마담JD는가이드가되어봄나물과함께많은얘기를들려주셨다.먹는풀이이렇게많다니이걸다맛보기전에봄이끝나버릴것같아흥분과조바심이교차했다.
“비탈아래에길쭉한잎사귀가쪼르르달린거보이지?그건뿌리를먹는둥굴레여.근디그거먹으면머리칼이허옇게센다고우리마을사람들은아무도안먹어.”
“우와,저게차로우려먹는그둥굴레예요?그런데어르신들머리칼은이미하얗지않아요?”
“그라긴하지.아무튼우리는안먹어.”

둥굴레차를좋아하는지라귀가솔깃해졌다.앞이막힌보라색고무슬리퍼를신은마담JD뒤를쫓으니어느새길도없는뒷산중턱이다.보통사람같으면등산화에등산복까지갖춰입고오를법한산인데마담JD는슬리퍼안에들어간흙을이따금탁탁털면서이바위에서저바위로날다람쥐처럼날아다니셨다.도착한곳은코끼리고사리와검푸른두릅이나는비밀지대.이런고급정보는외지인에게절대알려주지않는데,이제막마을에들어온새댁을끌고다니며일일이알려주셨으니보통특혜가아니었다.
---「1장_공짜좋아하세요?」중에서

베를린에서처음한인마트를갔을때주인아저씨는여기서정보도얻고편하게지내려면한인교회에나가야한다고조언하셨다.그렇지만가장조심해야할상대또한한국인임을명심하라는말도덧붙이셨다.한국을어렵게벗어난사람들이만든또다른한국,종교에대한믿음조차없는내가그안에들어가야하나어쩌나생각하는것자체가혼란스럽고아이러니했다.마땅히그래야한다는관념,부모와사회가정한옳음과기대를내려놓고,아는사람하나없는곳에서아무것도아닌텅빈몸이되어서야남편은자기자신으로가득채워졌다.생각해보면독일행은예술학교에가고싶은나의의지였기에이곳이그에게어떤의미인지,1년여지내보니어떤지,또2년의어학공부를마치면어떻게하고싶은지이따금남편의생각이궁금하기도했다.

“좋은나라에살아보니잘사는게뭐고어떻게살면행복한지알것같아.그걸우리나라에서해보고싶어.”
“그럼,한국에가서벽돌집지어줄거야?”
남편의진취적인모습에앞뒤재지도않고바로설득됐다.독일에서찾은삶의방향,그것을‘혼자집짓기’로시작하겠다하니참뚱딴지같은말이었다.그런데너무엉뚱해서오히려납득이갔다면누가이해할까?
---「2장_떠나보면알거야,나를」중에서

몇살쯤에는결혼해야하고언제까지는아이낳아야하고남들만큼재산을불리려면당연히아파트를분양받아야한다는공식에서완전히이탈한우리를본사람들의반응은보통그랬다.처음에는따로믿는구석이있거나어떤원대한계획이있을거라추측하지만몇마디나눠보고는‘앞으로어쩌려고’하며걱정하는것이다.먼미래에대한구체적이고안정적인계획이없던건사실이다.별다른철학이있어서남편혼자집을짓는것도아니었으며그렇다고도시가특별히싫다거나시골이딱히좋아서도아니었다.남편은집을지어보고싶었고나는넓은생활공간겸작업장이필요했을뿐이다.이돈으로땅을사고집을지으려니시골이적합했던건데사람들이갸우뚱하게바라보면‘우리가잘못됐나?’하고같이갸우뚱해졌다.

도르래로간신히창호를들어올려휑뎅그렁하던구멍에끼워넣고우레탄폼으로빈틈없이테두리를마감하니드디어완전한실내가됐다.거실창을닫자경운기진동이끊기고바람이멈추는데바깥과분리된아늑함이어찌나감격스럽던지,우리를향한평가와우려와습기와벌레로부터잠시해방감을느꼈다.아니,필요에따라여닫을수있는자유를느꼈다고해야정확하겠다.
---「3장_그래도내일이기다려지는이유」중에서

“살아온날들중에요즘이제일좋아.단단한땅속에뿌리를깊이박고서있는기분이야.”
“전엔어땠는데?”
“사람들이나를떠나갈까,누군가로부터버려질까,어디론가밀려날까안절부절못했지.지금은그런걸붙잡기위해더잘하려애쓰거나본심을숨기고억제하려는마음이없어.”
“단순해진건가?”
“바깥에시선을둘필요가없어진거지.그에너지를나한테쓰니까.그래서무슨일을하든집중이잘돼.”
“쇼핑몰이나맛집이없어서그런게아니고?”
“아,맞다.그것도한몫하지.”

우리는여전히걱정과불안을안고살아가고앞으로도그러겠지만시골에오기전과달라진점이라면그것들의분량과방향이다.이제는꼭필요하고원하는곳을정확히겨냥해서최소한만이용한다.숨김없이거친사람들,다듬어지지않은대자연,묵묵히치열한생태계,땅과하늘이전부인벌판,모든경계를지워버린새까만밤,깊은어둠속의별,폭우뒤의청량함.시골은다정하고도혹독하게그리고무심하면서도강렬하게‘지금’을‘잘’사는방법을알려줬다.시골은우리에게스승이었다.
---「4장_시골이우리에게가르쳐준것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