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세상에 오로지 한 편만 존재하는 만델슈탐의 시와 딥러닝이라는 차가운 처리 과정을 통해 무한히 복제되는 모종의 텍스트 간의 차이를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인의 전 생애와 그가 속한 시대 전체를 담고 있는 아흐마토바의 시와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에 의존하는 저자 없는 텍스트 간의 차이 또한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만 편의 평론과 연구서를 창출한 푸시킨과 단 한 편의 평론도 필요로 하지 않는 알고리즘 간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이 작성한 시는 인간이 쓰는 시가 왜 필요한지, 시를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를 읽을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 준다. 생성형 로봇의 등장으로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고 분석하는 방식과 접근법 역시 달라질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야말로 변하지 않는 어떤 부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 줄 것이다. 만델슈탐의 말처럼 시는 존재의 물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시인을 포함하여 창조적 글쓰기를 하는 모든 저자와 그 글을 향유하는 모든 독자에게 읽고 쓴다는 것은 존재의 방식이다. 이 책에서 살펴본 시인들이 그 변치 않는 존재의 방식에 대한 견고한 기념비가 될 것이라 희망 한다.
러시아 현대시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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