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양장본 Hardcover)

편지 (양장본 Hardcover)

$17.90
Description
국민학교(초등학교) 高學年이 되었을 때 누나는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내내 시행되던 중학 입시가 우리 때부터 폐지된다는 발표가 있었고 입시에서 해방된 우리는 일찍 歸家할 수 있었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일이었지만 어쩌다 집에 있게 되면 혼자 놀아야 해서 소일거리를 찾던 어느 날 책꽂이에 꽂힌 누나의 교과서에 눈길이 갔고 제일 만만한 게 국어책이어서 꺼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계집애가 왜 허망하게 죽어야 했는지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었지만 나는 소나기가 문학작품이 아닌 事實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받아들였고 훗날 내 교과서로 읽을 때까지도 그 감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학년 때 차분한 모습의 육학년 선배를 바라보던 일 우연은 아니었나 보다. 누나의 교과서를 다 읽은 다음 집에 있던 모든 문학작품을 읽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지만 그래도 다 읽었다. 그때 읽은 김형석 교수의 수필집에서 발췌한 몇 문장 지금도 인용한다.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가던 2월 봄방학 전 국어 선생님이 서울대 국어시험 문제라며 尹東柱 詩人의 “별 헤는 밤”을 칠판에 무작위로 쓰시며 맞추어 보라고 하셨다. 쉽게 맞추었지만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詩人의 마음을 헤아리며 마음 아팠고 별을 사용한 여러 문장은 밤하늘의 별을 다시 바라보게 하였다. 당장 東柱의 詩集을 사서 읽기 시작하였고 우리 近代文學 시인들의 시집을 찾아 읽었다. 靑馬 柳致環의 詩에서도 많은 감명을 받았다.
글에 누군가의 영향이 끼쳐 있다면 靑馬의 詩일 것이다. 그중 마음에 드는 詩들을 골라 별도의 노트에 옮겨 적었다. 방학 때마다 한두 권씩 직접 쓰니 저절로 외워졌고 외워지니 이해도 쉬웠다. 몇 권은 누군가에게 선물했는데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고1 때부터 詩를 쓰려 했다. 보내지 못할 편지 대신 詩라는 형식으로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 저기에 흔적이 남아 있다. 그 당시에 쓰여진 글들은 스스로에게도 마음에 들지 않아 감추었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편지는 많이 썼다. 보내지 못하고 아직 간직하고 있는 편지는 이제 다시 읽어보며 무슨 생각이었는지 위로하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말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열심히 썼다. 대부분 긴 편지였지만 언젠가부터 문장을 줄이려는 노력도 했다. 편지 대신 엽서도 이용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싯귀절이 떠오르면 여기 저기 메모를 해두었고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기도 했다.
편지라는 제목을 쓰기로 한 것은 대부분의 글이 편지 쓰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썼지만 간혹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서 평소에 써지지 않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편지지에 옮겨 적는 과정에 그 글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는 써질 것 같지 않아 후에 아이들에게 남겨줄 요량으로 시집을 꾸민 적이 있다. 거짓말처럼 글이 써지지 않았고 2001년을 마지막으로 잊고 살았다. 쓰던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많은 것들을 지니고 있었다. 육십 나이를 바라보며 자료들이 걱정되었다. 나에겐 소중하지만 다른 이에겐 필요 없는 물건 내가 떠나고 나면 누가 아껴줄 것인가.
사진과 필름, 편지, 일기장과 다이어리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았지만 세월을 투자하니 끝이 보였고 확인하며 파일로 만들었다. 압도적으로 편지가 많다. 편지를 쓰기 위해 草稿를 썼기에 보낸 편지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갑자기 글도 쓰여졌다.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 공간을 다녀올 수 있었고 그러면서 단절된 기억을 이었다. 일기장과 초고를 적은 노트를 비교하며 기억하지 못한 날들을 기억 속에 편입시켰다. 기억만으로는 아쉬웠던 발자취를 복원하며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보니 치열하게 살고 있었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도 불행이라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에 결코 후회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기에 세상 살기 쉽지 않았지만 나와 因緣이 닿았던 모든 이에게 後悔와 未練 그리고 悔恨이 있었음을 전하며 感謝와 慰勞의 말씀 전한다.
저자

정국영

鄭國榮(筆名:雲影)
1957년11월大田出生
1976년01월忠南高等學校卒業
1980년02월忠南大學校工科大學精密機械工學科卒業
1981~1998년(株)韓國光電子硏究所勤務
2000~2024년(株)탑일렉트론勤務

목차

머리말


알수없어요
골목
匕首
理由
그림
숲과노래와恩그리고
바램
숲으로가는길
愛淑氏에게
牡丹꽃
祈願

九月에
苦痛
元美氏에게
元美氏에게
예비고사
까치
영원한사랑
사월의사랑
四月의밤
五月의香氣
錯覺
鉉淑氏에게
집에서『가을하루』
龍田洞에서『가을하루』
講義室에서『가을하루』
想念『가을하루』
農大논에서『가을하루』
冊床에앉아『가을하루』
잠자리에들며『가을하루』
鉉淑氏에게
鉉淑氏에게
鉉淑氏에게
答狀
風景
善榮氏에게
얼굴
善榮氏에게
善榮氏에게
善榮氏에게
鉉淑氏에게
불꽃
善榮氏에게
살아있다는것
봄기운
談判
우리
기다림
作別
1978년6월20일
1978년6월22일
1978년7월9일
1978년7월13일
斷想
可能性
恩에게
恩에게
그대와나
順善氏에게
靈魂
1978년9월29일
恩에게
1978년10월27일
늦가을
Beatles
가을소리
1978년11월27일
1978년11월29일
아침
깨달음
비가내리다
順善氏에게
卒業旅行
거미
여름밤
絶望
기다림
먼곳
구름과바람
구름과바람
落花巖
皐蘭寺
첫눈
가랑비
꿈꾸지않는잠
기다림
都市의밤
英信에게
順善氏에게
사이
鉉淑氏에게
順善氏에게
鉉淑氏에게
恩에게
가을
빗소리
꼬마美子에게
꼬마美子에게
꼬마美子에게
꼬마美子에게
1983년4월4일
元貞氏에게
눈초리
보름달
順善氏에게
順善氏에게
어리석은마음
진희에게
恩에게
연에게
바람불던날
生日
다짐
壽賢氏에게
壽賢氏에게
元에게
사랑
소중한사람에게
첫눈을기다리며
겨울비
生命
첫눈
時間
한마디
陰曆시월보름
挑戰
죽음
妥協
離別
二十一世紀는
인사
窓가에서
妖精
來에게
제비
來에게
橙꽃그늘에앉아
公園을걸어오며
元에게
向島의밤
無常
은주에게
은주에게
來에게

歲月
晶에게
미쓰高
音樂
어둠꽃
봄길
복사꽃
부끄러운마음
봄비
慾心
마음의病
未練
현선氏에게
눈물
현선氏에게
현선氏에게
현선氏에게
그리움
因緣
그대
웨딩드레스
동동주
라일락
아버지
꽃바람
아픈어깨
마지막저녁
초겨울안개
虛妄
어느아빠의사랑
구름그림자
십일월
밭에서
順善氏에게
辨明
約束
꽃집아가씨
벗이여
꿈꾸고있나요
處暑에내리는비
小也
공룡능선
마무리
고장난번개

출판사 서평

이책「편지」는글쓴이가그동안살아오면서썼던일기와편지,그리고시(詩짧)들을모아한권의책으로엮은것이다.글쓴이는지난시절이러한글을지금까지보관하며추억을소중히여기고있다.어쩌면글쓴이와마찬가지로우리들또한지난날이와같은추억하나쯤은있지않을까생각해본다.그울림이결코얕지않은다양한,바로우리네사랑에대한이야기일수도있는이책에서그저덤덤한이야기를모았을뿐이라고말하는글쓴이이지만,그가풀어내는이야기의필력이예사롭지않음을금방느낄수있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