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주를국내에서최초로소개하는에세이와안내서”
겨울이올때마다어디론가떠나고싶은마음이들었다.하지만그마음을실행에옮긴이는흔치않다.이책은그흔치않은실행을반복하며,삶의속도를바꾸고자했던한사람의이야기다.작가는매년겨울이시작되는환절기에는온화한동남아지역에서1~3개월머물며겨울을피하는삶을산다.잠시머무는관광이아니라,실제살아보는체류다.일상은조용하지만풍요롭다.
“아침엔시장에들러과일을사고,오후엔커피한잔과책한권으로시간을보낸다.낯선언어와풍경속에서오히려내마음은평온해진다.”
삶의속도를낮추는일이사치가아닌회복임을그는몸으로실감하며살아낸다.
제1부에서는이새로운삶의방식‘계절이주’에대한개념을넓은시야로펼쳐보인다.스노우버드,롱스테이,디지털노마드같은전세계의사례를통해나이와직업,국적을넘어계절을선택하며살아가는삶이낯설지만불가능하지않음을보여준다.특히은퇴후의삶을재조정할수있는새로운시각을갖게한다.
“계절이주는단순한기후회피가아니라,삶의질서를다시조율하는시도다.”
이문장은‘계절이주’를가장잘설명한문자이다.
제2부에서는‘계절이주’의성패를가르는네가지조건을설명한다.작가의시선과생각을따라가다보면거리,기후,물가,의료,치안이라는실용적기준속에서독자는스스로의조건을점검하게된다.특히“생활비는한국의70%수준이며도시를벗어나면바로열대우림,바다,산,국립공원이펼쳐진다”는설명은구체적인상상력을가능하게한다.이장을읽고나면독자스스로도언젠가자신의계절을옮겨살아보는삶을그려보게될것이다.
제3부는‘낯선나라에적응하기’의기록이다.관광객의시선이아닌,체류자의발걸음으로마주한현지의질감이풍부하게담겨있다.예를들면계약서를썼다고해도돈은절대미리주지말고,상대의행동을관찰하며천천히신뢰를쌓아가기를권하고있다.이곳에서는규칙보다사람이중요하기때문이다.작가는그속에서이렇게고백한다.
“나는이제완벽한계획보다우연한사건에더많이웃고,덜당황한다.”
여행자가아니라살아보는사람만이할수있는고백이다.
제4부와제5부는쿠칭의공간과문화,그리고사람들의삶을깊이있게담아낸다.백인라자의역사,다양한종교가공존하는도시풍경,힌두사원을맨발로오르던어느일요일,정글속바코국립공원의폭포소리,그리고조용히흐르던사라왁강의저녁.작가는이낯선풍경앞에서삶의본질에가까워진다.
“그곳사람들은서로의종교를묻지않는다.그저오늘하루를정직하게사는이웃일뿐이다.”
그는일상속실천에서공존의의미를찾아낸다.
특히인상적인장면은어느저녁,붉은노을아래이슬람사원의첨탑과기독교교회의종탑이함께빛나는모습을바라보는장면이다.그는그풍경을마주하며이렇게묻는다.
“하나님,당신은이모든형제들을위해어떤화해의계획을갖고계십니까?”
이질문은이방인으로서의겸허함이자,인간으로서의깊은성찰이다.그순간,쿠칭이라는낯선도시는단순한여행지가아니라하나의깨달음이된다.그리고책의마지막장에이르면작가는스스로의변화를고백한다.
“계절이주는인생의속도를조율하고,마음의회계장부를다시쓰는일이다.”
그가이여행을통해얻은가장소중한깨달음일것이다.떠남이몸을움직였고,돌아옴은마음을바꾸었다.더많이가졌는가보다어떻게살아왔는가를묻는시선이그의글에깃들어있다.
『나의계절을찾아서』는다정한책이다.낯선것을과장하지않고,익숙한것을비난하지않는다.그냥조용히질문한다.
“지금의삶은나에게정말맞는계절인가?”
“지금이속도는나를지켜주는가?”
이책은떠남의기술을가르치지않는다.오히려자기삶을스스로설계할수있다는가능성을조심스럽게건넨다.
〈추천사〉
어느순간부터우리의하루는해야할일로만빽빽해지고계절의얼굴은흐릿해졌다.시간은늘앞질러가고마음은그뒤를헐떡이며따라붙는다.『나의계절을찾아서』는그익숙한호흡에서한걸음물러나,한계절분량의느린삶으로자신의리듬을되찾아가는일상을기록한책이다.화려한장면이나과장된감정없이,생활의속도와마음의온도를천천히바로세우는문장들이조용히이어진다.
이책이매력적인이유는풍경의낯섦을과시하지않기때문이다.작가는낯선도시를“구경하는사람”이아니라“살아보는사람”의거리에서바라본다.새벽에열리는시장의소란과늦은오후강가에깔리는쉼,종교가다른이웃들이서로의일상을존중하며스쳐지나가는저녁의온도까지,대단할것없는장면들이꾸밈없이쌓인다.그차분한나열속에서독자는금세알게된다.이책의관심은먼곳의스펙터클이아니라,나자신에게맞는삶의박자를다시찾는일에있음을말이다.
체류의시간은늘순탄하지만은않다.계획에없던소동이찾아오고,언어의미세한단차에발이걸리고,길을돌아가는날도생긴다.그러나그때마다작가는서두르지않는다.낯섦을탓하기보다어제의자신보다조금더유연해지는법을배운다.불편은곧태도가되고,우연은곧기술이된다.이책의잔잔한설득력은바로그단단한태도에서비롯된다.위기는줄어들지않지만,마음이무너지지않는법을익히는일!한계절의생활이남기는가장실질적인변화가무엇인지이책은생활자의문장으로증명한다.
이책『나의계절을찾아서』가더깊이다가오는이유는실용과사유를한쪽으로치우치지않는균형감에있다.낯선도시에서지내기위해무엇을확인해야하는지,무엇을기대하고무엇을내려놓아야하는지,작가는생활비와안전,의료접근성,이동의편의같은정보들을건조하게나열하지않는다.그조건들이일상의감정과어떻게맞물려마음의안정으로이어지는지,체험의결을따라천천히보여준다.그래서독자는꿈이아니라계획의언어로,낭만이아니라생활의문장으로자신의한계절을상상하게된다.
무엇보다이책이품은핵심은“돌아옴”의의미에있다.떠남이몸을움직였다면,돌아옴은마음을바꾸는일이다.다른기후와다른리듬속에서한계절을살아낸뒤,작가는익숙한자리로돌아와삶의서랍을조용히정돈한다.무엇을덜어낼지,무엇을남겨둘지,무엇을새로채울지를말이다.이책은거창한결심대신작고구체적인실천으로삶의구조를다시짜는일을권한다.느리게걷는시간,스스로에게필요한침묵을하루에조금씩확보하는일등등번지르르한구호가아니라손에잡히는변화가삶의결을바꾼다는사실이페이지곳곳에서설득력있게드러난다.
여기에작가가보여주는작은철학이있다.다름을틀림으로단정하지않는마음,낯선규칙앞에서먼저이해의방향으로몸을기울이는태도,종교와문화의차이가일상의온기를해치지않는도시에서배우는공존의감각!그것은여행자의호기심이아니라생활자의예의에가깝다.그래서이책을덮고나면풍경보다태도가오래남는다.“나는어떤속도로살아야마음이무너지지않을까?”,“내가지키고싶은일상의품격은무엇일까?”와같은질문들이잔향처럼따라온다.
책을덮고나면자연스레두가지가선명해진다.지금내가사는계절이정말나의것인지,그리고다음계절을어떤속도로살고싶은지말이다.정답은없다!다만한사람이온전한생활의언어로써내려간기록이있다.그정직함이곧이책의힘이다.한계절분량의생활이삶의결을바꿀수있다는사실을이보다조용하고확실하게보여주는책을,나는오래보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