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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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은 지나가도 끝나지 않는다. 어떤 마음은 말보다 먼저 온기로 기억되고, 어떤 시간은 오래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된다.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바로 그 남겨진 감각들을 따라가는 시집이다. 사랑의 시작과 온도, 멀어진 뒤의 침묵과 남겨진 시간을 계절의 흐름처럼 담아내며, 한 사람이 지나온 마음의 결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사랑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삶 안에 오래 머무는 하나의 기후에 가깝다.

시집은 ‘맑음의 시작’에서 출발해 ‘사랑의 온도’, ‘사랑 이후의 언어’, ‘남겨진 시간’으로 이어지며 사랑의 여러 얼굴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처음 마음이 스며드는 순간, 함께 있던 시간의 빛, 다 말하지 못한 고백과 멀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감각이 짧고 단정한 언어 안에 담겨 있다. 과장된 감정이나 큰 목소리 대신, 햇살 한 줌, 줄어든 찻잔 하나, 계절의 기척 같은 일상의 이미지들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은 사랑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겹쳐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미 한 계절을 지나온 사람에게도, 이 시집은 익숙한 감정을 조금 더 조용하고 깊게 돌아보게 한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시간은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을 이루는 풍경이 된다는 것을 이 시집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사랑에도 날씨가 있다 1』은 사랑을 읽는 책이면서, 결국은 마음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

박희관

충북옥천
2006년《아침의문학》신인상
2009년「한밭문학상」시부문
대전문인협회회원
《아침의문학》주간

시집『너라는이름에는』

목차

추천사
시인의말


제1부.맑음의시작

봄이말을걸때
드러나는것들
은하수
너에게닿는거리
고백


제2부.사랑의온도

열꽃
꽃이피면
섬그곳
가을연가
지나는바람이라면


제3부.사랑이후의언어

먼저봄이되는것들
오감
찻잔속으로
음계
부러진시
그림자를앉히며


제4부.남겨진시간

물너울
노을진들녘
백양사의겨울
노을
산사에서의봄

출판사 서평

박희관의시집『사랑에도날씨가있다1』은사랑을한순간의감정으로묶지않고,시간이지나도사람안에남아있는기척으로바라보는시집이다.시인의말에서그는사랑의시작을떠올릴때“말보다먼저떠오르는것은/그날의온기”였다고적는다.그리고이시들이그온기를따라다시걸어간기록이라고말한다.이짧은고백만으로도시집의방향은충분히전해진다.여기서사랑은설명의대상이기보다,지나간뒤에도오래남아다시불려나오는감각에가깝다.

시집의구성도그런흐름을자연스럽게받쳐준다.제1부「맑음의시작」에서마음은아주미세한기척으로시작된다.제2부「사랑의온도」에서는관계가가장또렷하던시간이지나가고,제3부「사랑이후의언어」에서는지나간사랑을다시돌아보게되는말들이놓인다.마지막제4부「남겨진시간」에이르면사랑은더이상두사람사이의사건으로머물지않고,한사람안에남은기억과사유의자리로옮겨간다.그래서이시집은사랑의전과정을서사적으로밀고가는책이라기보다,사랑이사람안에서어떻게남아있는가를여러결로보여주는시집에가깝다.

첫장을펼치면이시집이무엇을바라보는지가비교적또렷하게드러난다.‘봄이말을걸때’에서시인은“문득/햇살한줌이/가만히/가슴끝을스칠때가있다”라고쓴다.이어“아무일도없었는데/눈물이/차오르는순간/금이간자리로/빛이먼저든다”라고적는다.사랑의시작을이처럼조용한변화로붙드는방식은이시집의기본적인호흡을잘보여준다.사랑은갑작스러운선언이나격한움직임으로오는것이아니라,어느순간자신도모르게안쪽의결을바꾸어놓는무엇으로그려진다.‘드러나는것들’에서도빛은낮은곳부터번지고,금이간자리사이로색이스며든다.이시집은그렇게사랑이사람안으로들어오는순간을크지않은언어로붙든다.

그흐름은‘은하수’와‘고백’연작으로이어지며작가가사랑을바라보는시간의폭이놓여있다.시작의설렘만이아니라멀어진뒤에도완전히사라지지않는감각까지함께보고있는것이다.‘고백’연작에서도마찬가지다.“말은늦게도착했고/침묵이먼저손을내밀었다”라는표현이나“눈빛만이/돌아오지못한문장이었다”라는구절은,이시집이사랑을크게말하기보다말보다먼저있었던마음,끝내다말해지지못한감정의자리를더오래바라본다는점을잘보여준다.

후반부로갈수록시집의시선은고요한자리로옮겨간다.‘먼저봄이되는것들’에서는“눈에보이지않는것들이/먼저봄이된다”라고적으며,아직다말로붙잡히지않은마음의움직임을짚어낸다.‘찻잔속으로’에서는이별을“둘이마시던잔이/하나로줄어드는일”이라고말한다.생활의한장면처럼보이는이표현안에,관계가지나간뒤남는현실의감각이조용히담겨있다.이어‘백양사의겨울’과‘산사에서의봄’에이르면사랑은점차사람을바라보는시선과시간을견디는태도로옮겨간다.“그리움은/떠난이가아니라/남은계절의이름”이라는구절이나“당신을지나/나를관조하는일이었다”라는문장은,이시집이도착한자리를보여준다.사랑은사라졌다기보다마음의풍경속으로스며들어다른언어가된다.

이시집의문장은전반적으로짧고단정하다.그래서읽는이에게특정한감정을강하게요구하기보다,각자의기억이들어갈자리를남겨둔다.사랑과이별,그리움과회상이중심에놓여있지만,감정이한쪽으로기울지않는것도이시집의특징이다.지나치게격해지지않고,지나치게의미를덧붙이지도않는다.그덕분에독자는시를따라가면서특별한장면을구경하는데머무르지않고,자기안의어떤시간도함께떠올리게된다.

『사랑에도날씨가있다1』은사랑을말하는시집이면서도결국은시간을지나온마음의깊이를보여주는시집이다.그차분한시선과절제된언어가이한권을오래붙들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