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박종욱 시집)

동강 (박종욱 시집)

$12.00
Description
박종욱의 시집 『동강』에는 오래 살아온 사람만이 붙들 수 있는 풍경과 마음의 결이 담겨 있다. 시인은 강과 바다, 시장과 골목, 병원과 기차역 같은 익숙한 삶의 자리를 지나며 사랑과 상실, 기억과 시간을 조용히 비춘다. 그래서 이 시집은 낯선 상징보다 우리 곁의 생활과 감정을 더 깊이 건드린다.

“태풍에 흔들리던 유년의 창문이 아프고 / 시린 12월의 높은 하늘이 아프다.” 이 한 구절은 『동강』이 품고 있는 정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시집의 시들은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고, 사라진 시간을 돌아보며, 무심히 흘러가는 하루의 표정 속에서 끝내 사람의 마음을 놓지 않는다. 아픔을 과장하지 않고, 쓸쓸함마저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안는 시상이 오래 남는다.

『동강』은 화려한 언어보다 진심 어린 온도와 삶의 무게를 믿는 독자에게 잘 닿는 시집이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강을 따라 걷는 듯, 누군가의 지나온 계절을 함께 건너는 듯한 마음이 든다. 조용하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시집은 충분히 오래 머물 책이다.
저자

박종욱

ㆍ69세
ㆍ부산産
ㆍ영점오구구동인
ㆍ퇴직기자
ㆍ경기파주시거주

병을앓고쉬면서
돌아볼기회를얻었다.

오래묵은것몇편,
수년전쓴것몇편,
근래쓴것을묶었는데
둘러보니부끄러움만키운꼴이다.

다만박제되지않는꿈,
오래기억하고자했다.

목차

제1부.동강

낙타와당나귀
동강(1)
동강(2)
동강(3)
천리포
시처럼소설처럼
그래도쓸쓸하면
계단을내려가며
애벌레의꿈
지금그주막
아프지않은사람처럼
동전던지기
바벨탑의신화가있기로
그사랑,어리석음
사랑은치욕이다
바람의여행
봄밤의왈츠
당신이옳았습니다
겨울철원
교하,겨울아침(1)
교하,겨울아침(2)
봄비오네요
젖은눈동자
사람의일
꽃향기
라일락


제2부.섬

고궁의비

진눈깨비
옛날치킨
바둑을두면서
커피의요정
북한강
철길
다시철길
태백
어느4월
신성리갈대밭
명파리
사북
경주행
금촌시장
꽃이아니어도좋다
서검도(西檢島)
신촌일기
봄맞이
봄이온다고
꽃이지는이유
안먹고는살수없는
대한민국뉴스
11월
GTX를타고
어른되기
특공대
다시걷습니다
불면(不眠)에대하여
눈치우는아침
공원에가면


제3부.소리

소리
운동의법칙
남색점퍼
낙엽들노래하다
이발을깎다니
세상사는맛
방충망
욕실에서
시장에있다
편의점L씨
꽁치
불가사리는상투적이다
감기
옥수수
IPTV시불염불
그해겨울우리는
시(詩)
안개
부피가아니고무게입니다
유튜브
의사
2024년봄
타인의방
꽃이시들때
선택적기억


추천사

출판사 서평

[추천사]

박종욱의시집『동강』을읽고있으면,한사람이살아오며마음속에쌓아둔풍경들이조용히펼쳐지는느낌을받는다.강가의바람,겨울아침의공기,시장골목의기척,병원과편의점과기차역같은생활의자리와,그사이로사랑과상실,그리움과체념이잔잔하게번져나온다.그래서독자는낯선세계로끌려가기보다자기삶의어느한때를가만히돌아보게된다.

제1부의시편들은이시집의바탕을이루는정서를또렷하게보여준다.동강은단순한지명이아니라지나간시간과감정이흘러가는마음의물길처럼읽힌다.“정선장(旌善場)허탕치고와도아라리춤사위/막걸리한사발에동강유역농부들한숨은깊어간다”라는구절에는지역의숨결과사람들의삶이함께실려있다.박종욱의시는풍경을그리면서도그안에사람의한숨과기다림을놓치지않는다.그래서강은더깊어지고,그풍경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살아온시간의표정으로남는다.

시인이이시집에남기려는것은사랑의흔적인듯하다.그러나그것은뜨겁고선명한한순간보다지나간뒤에야더또렷해진다.「그사랑,어리석음」,「당신이옳았습니다」,「사람의일」같은시편들에는사랑이지나간자리에남는쓸쓸함과뒤늦은깨달음이담겨있다.사람을사랑하는일,잊지못하는일,끝내마음한구석이비어있는채살아가는일이모두사람의일이라고시인은담담하게말한다.그래서읽는이도자기안의오래된얼굴들과다시마주하게된다.

이시집이더가까이다가오는이유는감정을늘생활의바닥위에놓기때문이다.이책에는강과바다와꽃만있는것이아니다.금촌시장도있고,편의점도있고,병원진료실과IPTV앞의저녁도있다.「편의점L씨」에는돌아오지않는아내를기다리는한사람의일상이담겨있고,「의사」에는늙어가는몸앞에서느끼는허망함과두려움이비친다.「부피가아니고무게입니다」에서는이사하며책을덜어내는현실이삶의무게로이어진다.이런시편들덕분에『동강』은우리의시간을담은사진첩같다.

이시집을읽는동안천천히선명해지는것은,쓸쓸함을다루는태도다.『동강』에는외로움이자주스민다.그러나그외로움은한쪽으로무너지지않는다.「교하,겨울아침」에는추위속에서도하루를시작하는사람들의움직임이살아있고,「다시걷습니다」에는더딘걸음끝에도다시걸어가려는마음이남아있다.시인은쓸쓸함보다그안에서놓이지않는온기와기척을함께보여준다.

지나온세월을바라보는태도또한이시집의중요한결이다.박종욱의시에는젊음에대한그리움이있으나,그것을함부로미화하지않는다.오히려지나간시간을있는그대로돌아보며,그안에남은허망함과부끄러움까지함께끌어안는다.“태풍에흔들리던유년의창문이아프고/시린12월의높은하늘이아프다”라는구절은오래된기억이어떻게삶전체의감각이되는지를보여준다.이시집의아픔은순간의감상이아니라세월속에서천천히굳어진감각이다.

『동강』은화려한수사보다오래살아낸사람이건네는말의온도에더마음이가는독자에게잘닿는시집이다.살아오며잃어버린것이있는사람,누구에게도다말하지못한그리움을품고사는사람,나이들수록마음한쪽이더선명해지는사람이라면이시집을가까이둘만하다.강을노래하지만끝내사람의마음으로돌아오는것,그것이『동강』의깊이다.이시집을덮고나면몇편의시를읽었다기보다한사람의계절을함께지나온느낌이남는다.그래서『동강』은오래곁에두고천천히다시펼쳐도좋은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