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 (허무 시집 | 비로소, 비로소 입맞춤을 하다.)

눈과, 귀 (허무 시집 | 비로소, 비로소 입맞춤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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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눈과, 귀》는 쉽게 지나가지 못한 감정들이 짧은 언어로 남은 시집이다. 밤의 기척, 몸의 떨림, 혼자 남은 방의 공기, 사랑이 스쳐 간 자리의 온도까지, 시인은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을 조용히 붙잡아 문장으로 옮긴다.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다가오고,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이 시편 곳곳에 스며 있다.

이 시집의 시들은 불안과 외로움, 사랑과 그리움, 무너짐과 다독임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함께 놓여 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호흡, 사소한 사물 하나에 오래 머무는 시선, 상처를 곧장 설명하지 않고 끝내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이 시집의 분위기를 만든다. 거칠고 여린 문장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자리에 남아 있는 점도 이 시집의 인상으로 남는다.

그래서 《눈과, 귀》는 읽는 시집이면서도 한 사람의 내면을 조용히 듣게 하는 시집이다. 자기 안의 어둠과 떨림, 애정과 고독을 크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바라보는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시집은 천천히 스며든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지나간 뒤에도 몇 개의 단어와 감각이 오래 남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집이다.
저자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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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랑의향기


잠들다울면
쓰는일
주사위
가시
언손

당신의밤
입술
종지부
누군가의기대와경주와눈
밤의밤
미로
분리
핑계와용기그중간사랑쯤
내모습
무뎌지다
씻어내는악취
풍선과새
나에게
허무
흐림
그리움
향수
붙잡다
동지
지는둥마는둥
손꽃
다녀올게
작은변화
나이기엔
달아오를만큼만
구름
울음

자해
곁에
다독이다
자필

가치
추위
선생님
공황
집앞
선인
나만이아는
잘지낸다
굳은살
하얗게
밝은두려움
슬플때
괴리
기록
찰흙떡국
분노의제4막
인지
고름
단명
물병
조각
지키다
오기에
예보
알고있었다
이제는
너에게
나에게
때마침
장르
소중한

빗자국
딸기
갈기
나오라
감시
다가가다
물감
기상
시간여행
나를알까요
평면
구석

두개
나약한아들
나는
무음
보이다
실랑이
보물찾기
산책
점점
옛먹이
사진속벌레
봉지

출판사 서평

허무시인의시집《눈과,귀》는감각으로건네는시집이다.이시집의시들은무엇이왜아픈지길게말하지않는다.대신밤의기척,손끝의떨림,입술의온도,잠들지못한몸,혼자남은방의공기같은것들을앞에놓는다.그래서이시집을읽고있으면한사람의생각을따라가는느낌보다,오래눌러두었던마음의표면을가까이들여다보게된다.눈으로본것과귀로들은것이마음속에서쉽게사라지지못하고남아있다가,짧고조용한문장으로다시떠오르는것이다.

이시집의시편들은대체로길지않다.그러나짧은문장안에접힌감정의결은가볍지않다.허무의시는같은말을되풀이하고,한자리에머물고,조금씩비껴가며자기안의상처를만져본다.그반복은기교라기보다쉽게지나갈수없는마음의호흡처럼읽힌다.“괜찮다”를반복할수록괜찮지않은마음이드러나고,“몰라”를맴돌수록설명되지않는불안이더또렷해진다.이시집은감정을정리해말하기보다정리되지않은채남아있는상태를그대로보여준다.그솔직함이이시집의가장깊은결을이룬다.

이시집에는유난히밤이많고,신체부위가많이등장한다.밤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화자의내면과함께움직이는시간이다.어떤밤은바늘처럼날카롭고,어떤밤은누군가의곁을지키는체온이된다.손,발,입술,귀,무릎,허기,울음같은몸의언어도자주나타난다.이몸은늘편안한몸이아니라외롭고,떨리고,아프고,기대고싶어하는몸이다.그런데그속에서사랑또한함께자란다.이시집에서사랑은밝고환한쪽으로만오지않는다.불안과상처를지나겨우닿는체온으로오고,다정함은오히려가장지친자리에서조심스럽게모습을드러낸다.그래서이시집의어둠은한쪽으로만기울지않는다.그안에는분명누군가를향해내미는마음이남아있다.

시집곳곳에벌레,벌,새,강아지,모기,나방같은작은생명들이자주나타나는것도눈길을끈다.그존재들은단순한소재가아니라,화자의감정을대신살아내는또다른형상처럼보인다.날고,물리고,들끓고,버티고,떨어지는것들속에서시인은자기안의외로움과본능,상처와애정을비춘다.그래서이시집은추상적인우울의기록이라기보다,살아있는감각들이끝내사라지지않고몸안에서꿈틀거리는시간을담은기록에가깝다.

《눈과,귀》는한사람이자기안에서들리는소리와눈에맺힌장면들을놓치지않으려애쓰며적어내려간감각들이모여있다.거칠고여린문장들,반복끝에남는떨림,작은사물하나에오래머무는시선이이시집의분위기를만든다.그래서이시집은한번에읽고지나가기보다,어떤문장앞에서잠시멈추고,다시돌아가읽게되는시집으로남는다.자기안의어둠을너무크게말하지않으면서도끝내외면하지않는시를만나고싶은독자에게《눈과,귀》는조용히오래남을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