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목격한 사람(큰글자도서) (고병권 산문집)

사람을 목격한 사람(큰글자도서) (고병권 산문집)

$33.00
Description
“싸구려 앰프, 이것은 나의 자부심이다”
아프고 슬픈 사람, 싸우는 사람 곁의 인문학 연구자
현장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든든한 이름,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 교사이자, 스무 해 넘도록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 노력해온 사람, 고병권.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그가 쓴 글과 투쟁 현장 등에서 행한 연대 발언을 모은 산문집이다. 묶어놓고 보니 ‘온통 사람’ 이야기다. 정확히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사람들, 장애인, 이주민, 아픈 사람, 비인간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시설에 갇힌 중증 장애인, 사냥당하듯 내쫓긴 불법 체류자, 아이를 살해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부모, 아픈 몸을 미안해하게 만들고 변명하게 만들고야마는 이 사회에서 고병권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끊임없이 묻는다, “역시 내가 바보인가” 하면서. 이 책은 억압과 차별, 편견과 무지 속에서 배제되거나 주변으로 밀려난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알아보는 것’과 ‘물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

고병권

노들장애인야학철학교사.읽기의집집사.생의최소단위는혼자가아니라‘함께’임을잊지않으며아픈사람,싸우는사람의삶의의지를지켜보고세상에들리지않는목소리가더멀리전달되도록작은앰프가되기를소망한다.사람을주저앉히는글이아니라작은힘,작은기쁨이라도건넬수있는춤과같은글을쓰고자한다.
니체에이르는길이자자신의철학적사유를섬세히펼쳐낸『언더그라운드니체』『다이너마이트니체』『니체의위험한책,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마르크스의『자본』을철저하고깊이있게읽어낸〈북클럽『자본』〉시리즈(전12권),우리사회의현재를그의‘눈’으로바라보고해석한『고추장,책으로세상을말하다』『묵묵』,현장의운동과사건과사람을담아낸『“살아가겠다”』『점거,새로운거번먼트』『추방과탈주』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그날의춤을기억하며

제1부두번째사람
차라투스트라의첫번째길동무
두번째사람홍은전
데이비드그레이버의아침식사
공부하는심정
가난한자에대한섬김
호소

제2부아프고미안한사람
구차한고통의언어
용서를구하며
인간등급을대신한인간점수
단식과깡통
141일의삭발식
“너희가사람이냐”
“민폐만끼쳤다”

제3부보이지않는사람
보이지않게일하다사라진사람
선한관람자
행정여력에달린생명
죽음의설교자들
탈시설지원법을제정하라

제4부포획된사람
불법체류자가남긴장기
고문의추억
고문의이면
화성의관타나모
포획의계절
이주민을추모하는선주민의춤
강제징용노동자이흥섭
미누,부디안녕히

제5부함께남은사람
함께살아야한다
공동격리를자원한활동가
이겨울의방어태세
그가시설에남은이유
맥스는내벗은몸을보았다
거짓새들의둥지
아픈사람들의독서코뮨주의-어떤‘고독’과‘우정’에대하여

제6부싸우는사람
죽은사람의죽지않는말
가난한자,불쌍한자,위험한자
죄없는시민은죄가없는가
약자에서탈락하다
“우리는미쳤다”
봉쇄된건물의창문앞에서
지은이이규식
“한번은아무것도아니다”-한혁명가의어린시절이야기

제7부연대하는사람
한국장애인들의투쟁형상은어디서왔을까-장애해방열사들의가난과무지,품격없는유언에대하여(노들야학,2023.9.6.)
연대발언-우리가살땅은어디입니까(경복궁역,2022.4.14.)
연대발언-우리는서지않는열차앞에서너무나오랫동안기다려온사람들입니다(삼각지역,2022.12.26.)
연대발언-우리는우리를환영하지않는곳에서400일을보내고있습니다(국회의사당역,2023.8.3.)

에필로그-사람살려!
책에서언급하거나인용한자료

출판사 서평

내안에는세상에대고떠들어댈만한이야기가별로없다.혼자간직해도그만인이야기들,소수의사람들만알아도그만인이야기들이대부분이다.그런데바깥에서들려오는소리들이내글쓰기전압을확끌어올린다.너무나중요한목소리가너무나작게들려올때정신의진공관이뜨겁게달구어진다.-「호소」

고병권은2001년첫책을펴낸후지금까지한국사회에서‘인문학’을말할때빼놓을수없는연구자다.그는니체와마르크스,스피노자와루쉰에관한이야기를선물해주었고,그이름만으로안도감과든든함을주는사람이다.그런그가『사람을목격한사람』에서‘싸구려앰프’를자임한다.
왜‘싸구려앰프’인가.어느날고병권은광화문지하에꾸려진농성장에서청테이프가덕지덕지붙은낡은앰프를본다.앰프에문제가생겨그곳사람들이대체할만한사물을찾던순간에그는진실로자신이그앰프가되었으면하고바랐다.세상에중요한소리는그중요도와반비례하여잘들리지않기에,누구든마구가져다가편하게쓸수있는앰프가되고싶었다고.
그는때로는당사자들을찾아가어떤주제로글을쓰면좋을지물었고,그들이들려주거나먼저요청한주제를공부하고,그것으로글을썼다.‘이사람들의말을들어주세요’,‘이사람들의모습을보아주세요’하는염려와안타까움의심정을담아.서러운이들의호소를더크게증폭시키는‘싸구려앰프’는그의자부심이자,이책의정체성이다.

사람은누구인가,목격이란무엇인가
글쓰는자의책무,“보고말았다,그러므로쓴다”
‘사람’은누구인가.흔히쓰는‘사람다운사람’이라는표현은인간,특히전형적이고이념적인어떤생물학적인간종에한정된다.이책에등장하는사람은그런존재가아니다.이세상에서부적합한존재라고선고받은존재,외면당하고보이지않는존재다.그들은사회변두리에자리하며,막막한환경속에서자신의생명그자체로‘삶이란무엇인가’라는물음을던진다.그들이야말로사회구조와삶의형태를근본적으로다시사유하게하는고귀한존재다.
‘목격’이란무엇인가.목격은흘끗바라봄혹은구경너머의것이다.이것은증언(witness)에가깝다.사람이타죽어가는것을목격한사람은“여기,사람이있다!”라고외쳤고,보이지않게일하다죽임을당한노동자의피켓을든영정은‘우리가보입니까!’라고말한다.글이란것이어떠한맥락에서의증언이라고할때,이책에는“무언가를보고말았고,보지않은것으로돌이킬수없다,그러므로쓴다”라는작가의마음이녹아있다.고병권이라는눈을통과하면달리보인다.살고자하는이들,저항하고자하는이들이외롭지않도록,그는자신이목격한사람들이자기안에일으킨파장을글로써알린다.

고병권이데려다놓는세계
“죽을것같은”에서‘같은’이사라진세계
고병권은독자를어디로데려가는가.그는‘토끼몰이’를하는불법체류자단속현장으로,검은머리갈매기의아기가애처롭게걷는수라갯벌로,열사병으로눈이뒤집힌사람이발견되는방으로,배로바닥을기며투쟁하는사람들이있는지하철역으로,철창안에서“살려주세요”하고외치는구치소로,장애와가난과여성이발버둥치다숨진곳으로……,독자를이끈다.
그의밀도높은문장에사로잡혀빨려들어간세계는이전의우리가알던세계와다르다.그것은마치“죽을것같은”에서‘같은’이없어진세계,‘비유와상징’이사라진장소다.이곳에서독자는어렴풋이안다고착각해온소위‘소수자’,‘사회적약자’에관한뭉뚱그린생각과그들을대하는태도를다시돌아보게된다.무엇보다글면면에담긴고병권의고요한분노와절망,참회와부끄러움,싸우는이들을향한경탄과응원을마주하는동안,독자는당사자의자리에자연스레‘나’를놓아보게된다.머리로애써이해하기이전에,논리보다앞선정서에감응하여먹먹한가슴을치고야만다.이것이철학이면서동시에가장아름다운문학이기도한,이책이가진힘이다.

“우리는함께앓고있습니다”
서로가서로에게응답해주기를
이책에는‘고통’과‘함께’와‘의존’이라는말이자주등장한다.‘우리는함께앓고있다’는고병권의말은아프고미안한‘첫번째사람’들을껴안는다.그는타인의도움없이살아가는사람은아무도없으며,다만자신에게필요한서비스를쉽게선택하고이용할수있는사람과그렇지못한사람의차이만이있을뿐이라고말한다.내가누리는‘일상’이라는말이누군가에게는결코일상이아님을,이사회에서모두가함께사는줄알았으나사실은‘우리’에서‘탈락한사람’이있음을깨닫게된다.
‘이곳을보아달라’는고병권의몸짓을따라가다보면,‘내가지금무엇을본걸까’하고화들짝놀라다가,때로그가그러했듯‘도와달라는이에게소매가잡힐까두려워네번째,다섯번째자리로도망치고싶은감정’에휩싸인다.하지만,아주잠시만시간을내어고병권의응답으로서의호소에귀를기울여주시기를.첫번째사람이‘두번째사람’이될수있도록,그리고더많은세번째사람이두번째자리에올수있도록,서로가서로에게응답해주기를부탁드린다.

“이런이야기를한번도들어본적없는사람이읽었으면좋겠어요.이를테면출근길지하철에갑자기장애인이등장했을때당황한사람들,혹은심지어화났던사람들,아니면전혀몰랐던사람들이죠.두번째로는자기의고통이랄까,차별을인식하지못했던사람들,혼자서끙끙앓고있었던사람들입니다.우리는다저마다자기고통을앓고있잖아요.그런때조차도우리는함께앓고있다는것을알리고싶어요.‘당신은혼자가아니다’라는걸말해주고싶어요.마지막으로제가이책을읽어주고싶은사람들이있는데요.바로책속에등장하는당사자들입니다.왜냐하면이것은제가한말이기이전에들은말이기때문이에요.그들에게‘나는당신의목소리를이렇게들었습니다’라고말해주고싶어요.이를테면제방식의응답이랄까요.”-고병권인터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