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큰글자도서) (단요 장편소설 | 수레바퀴 이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큰글자도서) (단요 장편소설 | 수레바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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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엉망진창인 세계를 수레바퀴가 구원할 수 있을까?
페이크 르포로 완성한 단요 유니버스
사람들의 머리 위에 수레바퀴 모양의 원판이 떠 있다. 수레바퀴는 정의를 상징하는 청색과 부덕을 상징하는 적색 영역으로 이분된다. 모두가 볼 수 있고, 과학으로 검증 불가능한 원판은 삶의 행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는 천국과 지옥에 갈 확률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청색 영역의 가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수레바퀴를 미워하는, 안티휠이 된다. 수레바퀴 출현 이후 세계는 바뀌고 있다. 르포 작가 ‘나’는 수레바퀴가 출현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바뀐 세상에 대해 기록한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초월적인 존재인 수레바퀴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정의를 사람들에게 강요할 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검증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세계’라는 거대한 장치 안에 도덕성과 합리성의 관계를 놓고 독자들을 초대해 완성한 단요 유니버스는 페이크 르포임에도 섬뜩할 정도로 현실성을 갖는다.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으로, 첫 책 《다이브》를 시작으로 문윤성 SF 장편 대상을 받은 《개의 설계사》에 이어 당찬 행보를 이어가는 단요 작가의 또 하나의 문제작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저자

단요

사람한명과함께강원도에서살고있다.사람이사람이라서생기는이야기들을즐겨쓴다.
2022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해청소년성장소설《다이브》와《마녀가되는주문》,금융소설《인버스》를썼다.《개의설계사》는2023문윤성SF문학상장편부문대상수상작이고,같은해〈세계는이렇게바뀐다〉로3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작가주
작가의말
작품해설
박지리문학상
심사평

출판사 서평

제3회박지리문학상수상작
심사위원이기호,구병모,윤경희의압도적지지

제3회박지리문학상수상작,수레바퀴이후의세계
2020년에사계절출판사에서시작한‘박지리문학상’이어느덧3회를맞았다.죽음에맞서싸우는우리시대의새로운연명담《단명소녀투쟁기》(1회,현호정)와애도와생존을위해고요히분투하는청년들의초상을담은《골목의조》(2회,송섬)를잇는세번째수상작이나왔다.《세계는이렇게바뀐다》의작가단요는2022년에《다이브》로작품활동을시작해2023년에박지리문학상과동시에문윤성SF장편대상(《개의설계사》)을받은주목받는신예다.‘수레바퀴이후’라는부제가붙은이책은어느날갑자기사람들머리위에수레바퀴모양의원판이떠오르면서시시각각으로바뀌는세상을그려나간다.심사를맡은이기호작가가이소설의주인공은‘세계’라고했듯이단요작가는수레바퀴의세계를촘촘하게쌓아올렸다.작가가설정한세계관은이러하다.
만질수도없고과학으로도검증할수없는원판,즉‘수레바퀴’는인간의정수리에서50센티가량떠올라있으며,정의를상징하는청색과부덕을상징하는적색영역으로이분된다.공식통계에따르면개개인의청색영역비율은어느나라에서든평균적으로65퍼센트전후고,주변인과원만한관계를유지하고정기적으로기부하는사람조차70퍼센트를넘기어렵다.두영역의비율은삶의행적에따라실시간으로변화하는데,강도와같은중범죄는초범의경우평균적으로5에서15퍼센트사이의변동을보이고살인은그보다더크다.하지만범죄를저지른적없는사람들의수레바퀴에도적색영역은존재한다.가장유명한다국적수레바퀴컨설팅회사디코럼한국법인대표의말에따르면이러하다.

“타인을함부로대하지않고내게충분한것을기꺼이나누려는태도말이죠.이게보통사람들의평균치인65퍼센트를이룬다고생각합니다.반면나머지35퍼센트는복잡하고구체적인요구사항으로이루어져있습니다.평범한사람은그중에서비교적쉬운것들을가지겠지만정치인이나기업가에게는더욱어렵고많은도전과제가주어집니다.”(55쪽)

‘디코럼’은등장인물의행동이상황과신분에어울리는것을일컫는문학용어이기도한데,이회사는각자의직분과영향력에따른목표,즉적정률을찾아준다.
기후와환경과생태와자본주의가복잡하게얽혀있는이세계에서는지금당장덜만들고덜쓰고많이나누는것이최선이되었다.하지만문제는청색과적색영역의비율에따라사후세계가결정되어도결국엔확률게임이라는것이다.

대각선병상의바늘은적색에멈춰있다.그림자가검은연못처럼열리더니앙상한손들이청년의영혼을붙잡아뜯어내는중이다.그런데당신을소름끼치게만드는것은어둠으로부터들려오는희미한비명이아니라,청년의원판에서청색비중이9할이넘어간다는사실이다.(8-9쪽)

운명을피할방법은없다.수레바퀴의요구사항을충실히따르며,부디청색영역이늘어나기를기원할뿐….이제사람들은어떻게처신할것인가?

엉망진창인세계를수레바퀴가구원할수있을까
수레바퀴가처음등장하자사람들은혼란에빠진다.

마지막때의징조라말하는사람이있었고,나노칩음모론을주장하는사람이있었고,정신과에달려가서약을증량하려는사람이있었다.그러다가두어시간이지나죽어가는이를찍은영상이인터넷에업로드되기시작했다.빛에거두어지거나어두운심연으로끌려내려가는영혼들.(25쪽)

이제종교의문제가아니라어떻게행동할것인지가중요해지면서모든것이재편된다.철학과윤리학의위상이높아지고,SNS엔자극적인소식대신미담이넘쳐흐르고,악플과별점테러가사라졌다.누군가는세계의불평등과부정의를바로잡기위해노력하고,다른한쪽에서는원판의규칙과보정치를역산해수레바퀴관련콘텐츠를출시했다.
수레바퀴가출현한지1년이지난시점,이제수레바퀴의작동방식을어느정도파악한사람들은자신의원판을가꾸기위해노력한다.르포작가‘나’는수레바퀴이후바뀐세상을취재하고글을쓴다.‘나’가인터뷰를통해책으로쓴르포가바로이소설이다.
청색영역이99.4퍼센트에달하는철학과교수이자윤리학자K는수레바퀴의출현을반기는쪽이다.선악을정량적인숫자로계산하는건부당하고,천국과지옥에가는판결을확률에맡기는건불합리하지만그럼에도수레바퀴가가져온변화에만족한다.“모두가주식과부동산에눈이벌게져있던시절보다는지금이더…풍부하고다채롭지않나요?”(24쪽)
한편청색비중이78퍼센트나되는수학과교수P는조교들에게호평받는인격자이지만수레바퀴에적대적인‘안티휠’이다.수레바퀴가자신이평생해온세상의진리를탐구하는일보다낙후지역에전기배선까는일을더중요하게여기는상황을견딜수가없다.수레바퀴가요구하는정의를중심으로재편되는세상이불만인것이다.“그렇다면제삶은뭐가되는걸까요?덜중요한부분이핵심으로변하고,가장중요했던부분은하찮아진다면요?”(115쪽)
불법도박업체를운영하는재력가J처럼스스로를쾌락주의자로분류하고,순도100퍼센트의빨간색수레바퀴를유지하기위해노력하는사람도있다.수치심도두려움도없고,스스로지옥으로걸어들어가겠다는사람에게는수레바퀴도별다른구속력이없는셈이다.오히려그런사람에게도천국의가능성이열려있다는사실이문제일뿐.
더나아가수레바퀴가아예포기한사람도있다.34세의수의사D는청색영역이9할이넘었다가세명의사람을죽이고하루아침에0아래로곤두박질친인물이다.완벽한적색아래에또다른단계인흑색으로,어떤선행을해도천국에갈가망이없다는선고가내려진셈이다.D는‘나’와의인터뷰에서모든사람들을수레바퀴에게서해방되게하는,자칭‘천국의인도자’라는자신의논리를펼쳐나간다.그의논리대로라면수레바퀴아래서지옥은어느정도확정적이지만천국은그렇지않아서청색비중이높은사람을죽이는것이그를도와주는것이된다.“더오래살았더라면청색영역이훨씬줄어들었겠지요.저는그사람들이천국에가도록도왔을뿐.”(142쪽)

수레바퀴가던진질문,이런세계에서살고싶으십니까?
작품해설을쓴서평가금정연은이런문장으로글을연다.

전통적인수사로시작하자.좋은소식과나쁜소식이있다.좋은소식은지금당신의손에들린《세계는이렇게바뀐다》가완벽한-내기준엔-논픽션이라는거다.딱하나,논픽션이아니라는사실만빼면.그리고그것은나쁜소식이다.적어도나한텐그렇다.(200쪽)

모든사람들이머리위에천국에갈확률을보여주는원판을지고다니는설정이추가되었지만,‘완벽한논픽션’이라는표현처럼작품은지금우리의현실을적나라하게보여준다.금정연은“우리의행동거지하나하나에점수가매겨지며누적된점수가우리의최종적인운명에막대한영향을끼친다는설정은한국사회의특수성을상기”시킨다고덧붙인다.

“수레바퀴싫어하는사람들있잖아요.사람을이런식으로평가하는게나쁘다고떠드는사람들.그런데그게다들평소에하던일이거든요.가게에별점매기고리뷰란에평가쓰고.”(103쪽)

요식업자의말처럼우리는수레바퀴가없어도끊임없이평가받고평가하는사회에살고있다.이제독자들은다양한인터뷰이들이자신의처지와능력에따라취하는입장을살펴보면서수레바퀴를자신의문제로가져오게된다.수레바퀴는초현실적인방법으로사람들의행동을이끄는도구이다.초월적인존재인수레바퀴가사람들에게‘눈에보이는방식’으로정의를강요한다.그리고그걸따르는것이가장합리적인선택이된세상이다.작가의의도는만약정의로운일이타산과자기이익에직결된다면,그리고그연결고리가‘초현실적인방법으로’실증된다면사람들은어떻게행동하겠는가이다.일종의사고실험인데단요는세계가지금당면한여러문제들을합리적이고도덕적으로해결해나갈수있는지,그것이과연정의로운지를윤리학적,법철학적,정치철학적입장과함의를통해접근한다.인터뷰어와인터뷰이는서로를설득하고반대의견에부딪히기도하며논증을펼쳐나간다.어떻게보면수레바퀴는우리가직면한“기후위기대책과전지구적재분배를위한도구”(165쪽)로기능한다.전지구적불평등과기후위기의난제앞에서인류는지금저물어가는지구의시간에직면해있다.
수레바퀴는가치관이형성되기시작하는열서너살즈음에서서히형체를갖추기시작해20대초반에야겨우완성되는데,수레바퀴가출생과양육에가점을주지않다보니인구감소는더심각한문제가되었다.서로에게난민을떠넘기던국가들은이제기후난민쿼터를독점하려하고,급격한소멸위기에처한선진국이제3세계사람들의단체이주및정착지가되는것이환경이나효율성면에서큰지지를받기도한다.
인구감축정책연구원으로일하는N은미래세대가더는휴양지에서휴가를즐기고안락한삶을살수없다는것을이미알고있다.

“예전처럼풍족한삶을즐기고싶으니수레바퀴가싫다고말한다면,저는무책임하고이기적인안티휠로분류될겁니다.근시안적이라는소리를듣겠죠.그런데주어가자식으로바뀌면따뜻한피가흐르는사람이되는건,논리적으로이상하지않을까요?(…)저는수레바퀴가끔찍한악마라고,신보다는악마에훨씬가까울거라고생각합니다.지옥이두려워서,주변인들의시선이두려워서따를뿐입니다….”(171쪽)

비로소알게된우리의세계
작품속의아이들은수레바퀴때문에해외여행이나비싼전자기기도가질수없다.처음부터잘했더라면수레바퀴가나타날일도없었을거라며세계를이렇게만든어른들에게분노해봐야결과적으로나아질것은없다.그저시대의죽음을바라봐야할뿐.그래서“최대한무능하게자라는것,소소한실천만으로도천국에갈수있도록자신을연마하는것”(175쪽)이청소년들사이에새로운유행으로자리잡았다.
인터뷰어‘나’가끝으로취재한이들은청소년들이다.이들은어떤이야기를들려주었을까?

아버지가때리지않아서좋다고,도와주려는사람들이갑자기늘어나서좋다고,엄마가생계걱정을멈추고이혼을결심해서정말좋다고했다.그러니까이상황에불만가진사람들만있진않을거라고,사실은좋아하는사람이더많을거라고,어떤사람들의세계는수레바퀴가나타나기전에도그이전의방식으로끔찍했다고했다.그리고그입장에서지금의끔찍함은느껴지지도않거니와궁금하지도않다고했다.자신은죽은다음지옥에갈수도있겠지만이세상은원래부터지옥이었다고.(182쪽)

르포작가‘나’덕분에우리는한걸음뒤로물러나지금우리의세계를조망하게된다.“나의관점이아니라영원의관점으로”세상을바라보니지금-여기의세상이얼마나망가져있고,망해가는지작가가만들어낸사고실험의직관적결과들을객관적으로받아들이게된다.구병모작가의말대로우리는‘세계가철저히망해가는것을잘알고있으면서도이렇게까지직설적으로이야기하지않으면,도무지지금이어떤상황인지조차인식하려들지않았던’것이다.다양한학문들과연결해세상을재해석하면서사실과허구를잘버무려만든단요작가의《세계는이렇게바뀐다》는SF이자판타지이면서우리가처한현실을단호하게경고하는일종의묵시록이다.금정연서평가의말대로“좋은소식은이것이소설이라는것”인데수레바퀴같은강력한제어장치가없다는것이‘좋은소식인지나쁜소식인지’는우리의결단에달려있다.

수레바퀴의태도든화자의서술태도든제3자의반론이든간에,작중의요소모두가현실의제지향과일치하는것은아니라는입장만을밝히도록하겠습니다.마찬가지로무엇이합당하거나타당하다는판단을내리는것도읽으신분들의몫입니다.(…)이모두가사상적지향을떠나독자여러분께충분히재미있고흥미로운게임으로받아들여졌기를조심스레기원합니다._작가의말에서

**심사평

이런저런쓸데없이너저분한감상을단숨에내쳐버리고,지금우리가저지르고있는허튼짓들과말들을돌처럼바라보겠다는태도.돌과같은심정으로인간을,세계를바라보는시선.그단단하고굳은태도가이소설의기본적인기조이다._이기호(소설가)

철저히망해가는것을누구나알고있는데도,이정도로까지바싹코앞에다가가직설적으로이야기하지않으면,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