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의 마음(큰글자도서) (삼척 생활 에세이)

변두리의 마음(큰글자도서) (삼척 생활 에세이)

$32.00
Description
『소년을 읽다』 서현숙 작가 두 번째 에세이
경계인, 변두리의 마음으로 품은 애틋한 삼척 이야기
춘천에서 나고 자라 오랫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일한 작가가 삼척에 있는 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50년 인생의 첫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무심히 펼쳐진 골목길, 별것 없는 작은 바닷가 마을 등 경계인의 눈으로 발견한 삼척의 풍경, 35년째 밥집을 하고 옥수수를 찌는 일이 삶이 된 사람들에게 매혹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소년을 읽다』 출간 이후 이야기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오래되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깃든 ‘변두리’의 투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는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저자

서현숙

스물세살부터고등학교에서국어교사로일했다.혼자놀기좋아하는사람이었는데,우연히가슴설레는일을만나인생의방향이조금달라졌다.“이책,같이읽을래?”라는말로아이들을책의세계로이끄는일이다.덕분에직장생활을즐겁게하고있다.강원도춘천에서살다가바닷가마을삼척에서잠시지내게되었다.삼척의오래된시간에마음이흔들려『변두리의마음』을썼다.지은책으로『소년을읽다』,『독서동아리100개면학교가바뀐다』(공저)가있다.

목차

서문 나를통과한,나만의삼척
삼척에왔습니다오십년인생에서처음|모든것이시작되는저녁|세상의중심은삼척우체국|삼척옆동해|나의자취방
삼척의아름다움자다가도일어나가고싶은곳|시간의길그리고시간을잊는길|정라항그집|도경리역에가면|들깨칼국수를먹으면꼭거울을보세요|뽀얀콩국수와주홍한련|주막에서만난남자|콩나물은아삭아삭,대구탕은보글보글 
사라지는것에깃드는마음나만알고싶은갈남|갈남마을박물관,안녕|관동여관,백년여관|사라지는것에무엇이깃들까|외로움을지켜준건모란과앵두와감이었어|감자전이활짝피었습니다|여기서35년①강냉이아무나삶는거아니야|여기서35년②여기서일하다가할머니가되었어|은빛모래맹방바다 
삼척에서만난사람사인해줄게,수빈아|아는사람,와니|은세야,은새가되렴|다영친구,인디안에서만나!|요가학원에서만난해민이|삼척의아이들
삼척에서도잘살기요가와만나기까지|나의몸이기억하고있으니괜찮아|‘나’라는낯설고이상한요가회원|짜증잘내는요가인|이런날도요가저런날도요가 
소년을읽다이후특별한초대,안양소년원|답장을하지않았다|세상의친구들을얻은소년원친구들|밤이지나면아침이올거야 
후기 변두리인간 

출판사 서평

혼자만알아서기쁘고안타까운삼척의매력
3월1일자로삼척의고등학교로발령받은국어교사가50년인생에서처음으로강원도영서지방을떠나삼척에서독립생활을시작한다.모든것이낯선첫출근하루전날,시장골목길의노부부가운영하는작은식당에서마주한삶의손길은작가에게갑작스러운깨달음을준다.비록언제까지지속될지는알수없지만일상을이어가고삶의공간을돌보는것이경건하면서도유쾌한일이라는교훈이다.평소라면느끼지못했을이마음은내부인이자외부인의시선에서,경계인의마음으로바라보았기에와닿은감정이다.
소년원아이들과1년동안함께책을읽으며환대와위로를주고받은기록을담은『소년을읽다』로독자들의뜨거운지지와공감을얻은저자서현숙은특유의따스하면서도발랄한언어로이번에는‘삼척’의매력을들려준다.

삼척을마음에떠올리면영문모르게애틋해진다.삼척시내에서높은터에위치한성내동성당에서바라본삼척의밤풍경을떠올리면더욱그렇다.한눈에들어오는작은도시의불빛들이나에게이야기를들려주고싶어하는것같다.(6쪽)

시간을간직한삼척의아름다움
‘실직국’이라는작은나라에서시작한삼척은정철의「관동별곡」에도나오는‘죽서루’가있는,오래된시간이머무는고즈넉한지역이다.강릉,양양,속초등최근들어사람들의발길이많이닿는강원도의도시들에비해관광지의들뜸보다는원주민들의차분함이묻어난다.삼척에면해있는동해가오히려훨씬더도시느낌이난다.작가는삼척사람들이동해에갖고있는,반대로동해사람들이삼척에갖고있는묘한경쟁의식을경계인의눈으로즐겁게바라본다.독자들입장에선마치전라도대경상도의느낌이랄까,서울이나대도시말고는관심의대상이되지않았던소도시이야기가신선한매력으로다가오는까닭은어디서도들을수없는소소한재미가있기때문이다.작가는삼척의아름다움을동해,묵호까지포함해두루소개한다.하지만작가가소개하는곳은관광지도에등장하는관광명소와는차원이다르다.
자다가도일어나가고싶은아침열시의삼척해변,밤풍경이아름다운성내동성당언덕길,물비린내가싫지않은정라항골목길풍경,이제는기차가서지않는도경리역,들깨칼국수와콩국수그리고막걸리가맛있는북평주막,번개치듯아침에만반짝열렸다파하는번개시장,이름만큼아름다운갈남마을,35년째옥수수를찌고밥집을하는삼척중앙시장가게들….
작가는굳이왜이런곳의이야기를들려주고싶어하는걸까.바로각박하고긴급하게돌아가는현실의시간과는동떨어진,마음의시간때문이다.

죽서루부터성내동성당에이어지는골목에서느끼는아름다움이‘삼척’이다.삼척의아름다움이다.내게는그렇다.곁에있는‘사람’을코앞에서바라보게하는고요한시간,세상의무자비한속도를잊는아득한길,지붕과지붕사이로보이는손바닥만한파란하늘에마음저아래가가만히흔들리는시간,이러한시간과공간에빠져들수밖에없는‘주문’이곳곳에스며있다.인간이새로운도시를만든다하더라도인위적으로만들어낼수없는아름다움이이길에있다.(41~42쪽)

사라지는것에깃드는마음
작가는가족들과함께간도경리역에서알츠하이머를앓는시어머니를생각한다.더는아무도떠나지않고돌아오지않는기차역처럼어떤속도로기억이지워지고병이깊어질지측은한마음으로어머니의시간을돌아본다.인구185명의작은바닷가마을갈남엔마을의어업과양식업의역사,머구리잠수부들이야기가생생하게담긴‘갈남마을박물관’이있었다.2022년1월문을닫아더는주민들의생생한역사를볼수없게되었지만.『삼척의근대건축유산』이라는책에서알게된일제강점기때지어졌다는임원항(港)의‘관동여관’을찾아나서는여정은험난함그자체다.하지만유흥가한쪽에어수선한모습으로서있는백년된여관에서작가는할말을잃고그냥돌아선다.묵호항의작은분식점에서는마치타임머신을타고오래된과거로돌아간것같은추억에빠지기도한다.30년넘게영업을해온가게의분위기와할머니사장님에게서자신의어머니를떠올리며그리움에젖기도한다.오래도록건강하게장사를해주었으면하는마음과달리이분식집은할머니의건강문제로폐업했다.작가는사라지고나면다시는만들수없는것에대한안타까움에가슴이저릿하고,돌보지않아그가치가퇴색하는존재에측은함을느낀다.

사라지는것.세상에존재하는것들은언젠가사라지게마련이다.숨붙은풀이나꽃,동물도,사람도,사랑하는사람과맺은마음도기실사라진다.다른존재와또는자신과의작별은유한한시간을사는우리가따를수밖에없는순리다.(96쪽)

경계인,변두리의마음으로들여다본애틋한사람들
삼척에와서오래된골목길걷는걸좋아하게되었다는작가는우연히빈집에얽힌사연을듣기도하고,사람의온기라곤찾아볼수없는빈집이라여긴곳에누가살고있어미안함과애틋함을느끼기도한다.경계인으로서섬세하게출렁이는마음은공간에만머무르지않는다.오히려사람들에게마음이예민하게반응해한껏부풀어오른다.자신이근무하는학교의학생들,식당을운영하는허리굽은노부부,오래도록한자리에서성실하게자기일을하는사람들에게뜻하지않은위로와감동을받는다.작가는이를경계인,변두리인간이누릴수있는특권이라부른다.
작가는타인의말에귀기울이고소설이들려주는이야기에마음을쏟는,마음이살아있는삼척의아이들과정을나눈다.이들의마음이순수한것을작가는익명성이보장되지않는,도시의작은규모때문이라고본다.동네어른들의사소한인사가모두아이들을보살피는마음임을아이들도안다는것이다.

새로운친구들과의만남
작가는『소년을읽다』(2021)를출간한뒤로책이자신의울타리를벗어나독립적인존재로여행하고있음을실감한다.‘작가와의만남’가운데특별히인상적인순간은바로안양소년원학생들과의만남이다.

학생들이들려준말을듣고난뒤에야알았다.묘한기분의연유.그건여기에있는이들이『소년을읽다』를다른공간의이야기로여기지않아서였다.남의이야기로받아들이지않은까닭이었다.안양소년원에여행을간『소년을읽다』는‘여기의이야기’가되고말았다.타인의이야기가아니라‘나의이야기’,‘우리의이야기’가되었다.그래서현은이는나를위로했고,소년원선생님은나에게미안하다고했다.또학생들은이책이자기들의마음을대변해주는것같다고여겼다.(191~92쪽)

책속의아이들을대변하듯이자신을위로해주고미안하다고사과하는사람들에게서작가는‘미약한바람에도상처가쓰라려어쩔줄몰라하는가여운존재들’을떠올린다.또소년원학생들을기꺼이‘친구들’이라고부르는연대의마음을가진청소년들에게는어른으로서부끄럽고미안한마음을갖는다.


변두리의마음
작가는직장때문에태어나처음으로낯선곳에서일인분의생활을시작해모든것이서툴고낯설지만,혼자여서좋은기분,낯섦이안겨주는예민한감정을서서히즐기게된다.그리고스스로를‘변두리인간’이라칭한다.

대도시에여행가면나는금세피로해진다.지나치게높은빌딩숲에있으면그규모에압도당해서마음이불편해진다.대도시의‘올드타운’,또는작은도시,그러니까일종의변두리에들어서면마음이명랑해진다.이제야나의정체성을정확하게인식한다.중심에서조금비낀곳,변방에있을때마음이자유롭고편안한사람.(206쪽)

변방에있어서만날수있었던존재들덕분에작가는삶의즐거움을만끽하고있다.어디삼척뿐이랴.‘변두리의마음’으로자유롭게편안하게들여다보면관광지보다더좋고자랑하고싶은곳이우리가까이에많이있다.일단우리가서있는곳에서변두리인간을자처하며경계인의눈으로바라보면그동안잘알지못했던이야기들을더많이들을수있을것이다.

높은빌딩도자동차소리도눈을잡아매는광고전광판도신호등도상점간판도없다.살아온시간이흘러그대로길이되고집이된마을.봄바다에서불어오는순한바람과햇볕.그게전부였다.그게전부여서,별것이없어서내마음은설렜다.(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