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고고학 : 돌과 뼈로 읽는 인간의 역사 - 사계절 1318 교양문고

단단한 고고학 : 돌과 뼈로 읽는 인간의 역사 -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6.80
Description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5000년. 그러나 인류의 진화는 700만 년
돌과 뼈로 만든 도구를 찾아서 미지의 시간을 복원하는 고고학 이야기
기원전 3000년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부터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문자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메르 점토판에 적혀 있던 길가메시 서사시와 중국 갑골문에 새겨진 인간의 길흉화복은 이후 5000년간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는 문자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흥망 과정은 ‘역사歷史’라고, 문자 기록을 바탕으로 과거를 탐구하는 학문을 역사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문자’가 곧 ‘인류 최초의 기록’인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진화는 무려 700만 년 전에 시작되었고, 그 700만 년 동안 인간은 무수히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이 만든 석기에, 그들이 살던 마을 터에, 그들이 동굴 속에 그린 벽화나 돌에 새긴 빗금에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진다. 때로는 뼈만 남은 그들의 몸이 아주 오래된 과거의 경험을 대신 말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 문자 이전의 역사를 탐구하는 고고학考古學 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300만 년 전 무렵에 인간이 날카로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면서 시작된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 ‘구석기 고고학’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세상 어디에나 널려 있던 흔하디흔한 돌들에 어떻게 각각의 의미가 생기고 쓰임이 더해졌을까? 그리고 의미와 쓰임이 생긴 돌들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지금부터 단단한 땅속 깊이 묻혀 있던 돌과 뼈를 꺼내서 원시 인류의 삶과 생각을 읽어 보자.
저자

김상태

구석기고고학을전공하고전기구석기시대뗀석기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강원도양구군상무룡리유적발굴을통하여본격적으로구석기연구를시작했으며,그밖에제주도최초의구석기유적인서귀포시생수궤등여러발굴에참여했다.
1996년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사로박물관업무를시작했으며,이후유물관리부와고고부,전시팀등여러분야에서일하며관련저술과전시로활동을넓혔다.국립제주박물관,국립춘천박물관,국립한글박물관등에서일했으며,현재는국립중앙박물관고고역사부장으로일하고있다.국립중앙박물관최초의진화인류학특별전시〈호모사피엔스:진화∞관계&미래?〉(2021년5~9월)등을주관했다.
지은책으로구석기시대에인류가사용한도구를연구한『한국구석기시대석기군연구』와『한국미의태동구석기·신석기』(공저),박물관큐레이터와큐레이터지망생을위한실용적인유물관리지침서『박물관소장품의수집과관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지구시계의마지막2분15초:인간의시대4

1부.최초의인간은무엇을만들었을까?:원시의도구와재료이야기
ㆍ도구가만든격차:있는자대없는자16
ㆍ망치,세상모든도구의어머니26
ㆍ르발루아,네안데르탈인의신기술33
ㆍ흑요석,무엇으로든바꿀수있는돌40
ㆍ인류최초의패션쇼48
ㆍ슴베찌르개,한반도최초의해외수출품56
ㆍ인간은언제나아름다움을찾는다65
ㆍ차원을뛰어넘은도구들75
ㆍ똑같이생겼는데왜이름이다를까?83

2부.구석기300만년의대모험:원시인류의삶과생각
ㆍ새로운왕의등극:사냥감에서사냥꾼으로92
ㆍ구석기시대의‘즐거운나의집’98
ㆍ구석기인도좋아하는풍수지리105
ㆍ매머드인가맘모스인가?112
ㆍ불만있는자,내가최고119
ㆍ온통얼어붙은세상에서뭘먹고사나?125
ㆍ돌고르는사람들130
ㆍ인류애의기원을찾아서137
ㆍ대량생산과분업:3만년전의산업사회145
ㆍ수양개유적에서나온눈금돌은자일까계산기일까?153
ㆍ신대륙의슬픈아이러니159

3부여기는그냥돌밭이아니라일터입니다:원시의삶을추적하는고고학자
ㆍ석기와짱돌구별법168
ㆍ뜨거운태양아래에서돌밭을구르다175
ㆍ지표에서땅속까지고고학발굴의모든것182
ㆍ아는것이힘이다?하는것이힘이다!188
ㆍ고고학자가돌을읽는방법194
ㆍ180만년전에사용한도구라는말을믿으라고?201
ㆍ네안데르탈인이한반도에도살았을까?207
ㆍ남보다일찍발견해서억울해진사람들214
ㆍ북한에도고고학자가있나요?220

마치며.도구에담긴우리의미래228
시각자료목록및출처232
한눈에보는한반도구석기문화234

출판사 서평

강한신체보다강력한도구를!
‘도구천재’인간의진화를추적하는『단단한고고학』

45억년전지구의탄생이후등장한모든생물은혹독한환경에적응하는생존투쟁을거쳐야했고,그투쟁의결과로생존에유리한형질을가진개체들이살아남았다.이것이1859년찰스다윈이『종의기원』에서밝힌생물진화의요지이다.다시말해현재의환경에적응한개체들의유전적특질의계보가바로진화라고할수있다.이에따라사막지방의낙타는등에달린혹에저장한지방을수분으로분해할수있게되었고,바다에사는고래는포유류임에도어류와같은지느러미를갖게되었다.

700만년전,영장류의일부가나무에서땅으로내려와처음두발로걸으면서시작된인간의진화는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호모하빌리스,호모에렉투스와네안데르탈인,그리고호모사피엔스등을거쳐현생인류로이어졌다.진화의과정에서인간의몸을덮고있던털이사라졌고,발가락이짧아졌으며,뇌의크기가세배이상커졌다(300~400cc→1300~1500cc).그리고뇌가크고강해지는속도와비례해서그들이사용하는도구가정교해졌다.인간은다른생물들처럼날카로운이빨과강한턱뼈,빨리달리거나오래헤엄칠수있는능력,혹은보호색이나강력한소화효소같은신체능력의향상을꾀하는대신사고력과도구제작·활용기술을강화하는방향으로진화한것이다.따라서인류의진화는네발달린영장류의한계통이네발중둘을손으로바꾸면서‘도구천재’로성장한과정이라고도말할수있다.

그런데이런걸어떻게알수있었을까?바로고고학덕분이다.헐리우드영화〈인디애나존스〉로유명해진그분야이다.고고학은문자기록이아니라유물과유적에남은인간의흔적에서역사를찾는학문이다.문자로기록되지않은,무려700만년전에시작된인간의시대를탐구하는일은고고학자(때로는진화인류학자와함께)의몫이다.이들은단단한땅속에묻혀있던돌과뼈를꺼내서원시인간의생각을읽어내고그들의삶을복원한다.또한그과정은인간의신체적(유전적)변화와그에따른도구생활의변화를추적하는일이기도하다.이책에서지은이는도구와함께발전한인류의진화과정을이렇게정의한다.

“지금으로부터수백만년전,자연계의나약한종중하나였던인간이돌조각하나를집어든것이시작이었습니다....보잘것없던돌조각이어떤맹수라도거침없이포획할수있는위력적인무기로발전했고,인간은동물의가죽을비롯해자연에서획득한각종전리품으로몸과삶터전체를단단하게둘러쌌습니다.그리고인류는아프리카일부지역에서출발하여지구의모든땅에서번성했습니다.지금의우리는이모든과정을물려받은후손입니다.”(229쪽)

도구가없으면인류도없다!
구석기시대도구로보는진화의각단계

약300만년전,한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돌멩이를집어서어떤일에활용한‘최초의순간’이래로인간은지구상거의유일한도구생활자로거듭났다.2020년에는지구탄생이후처음으로인간이만든인공물의무게anthropogenicmass가자연계모든생물체의무게biomass를추월한역사적사건도벌어졌다(27쪽참조).도구생활의첫단계에서구석기인들이사용한도구를뭉뚱그려‘석기石器’라고부른다.그런데자세히들여다보면석기안에서꽤나역동적인기술변화를발견할수있고,도구의발전단계마다다채로운기종들이포진해있음을알수있다.

인간이사용한최초의도구는‘찍개chopper’였다고추정된다.자갈돌두개를몇차례부딪쳐서날카롭게깨진부분을여러가지필요한일에사용한것으로보인다.찍개의날은거칠고조악하지만힘껏내리칠때의위력은굉장해서나뭇가지를자를수도있고,동물을사냥할때는맹수의발톱이나송곳니역할을대신할수도있었다.따라서이것은단지원시적도구가아니라인류의식생활을비롯한삶의지평을확장시킨핵심도구였다.

찍개를사용하기시작한지100만년이훌쩍지나서지금으로부터180만년전어느날,고인류의또다른종인호모에렉투스가‘주먹도끼handaxe’를발명했다.잘만든주먹도끼는찍고(송곳)찌르고(칼)자르고(가위)부수기(망치)같은다양한기능을가졌다.또한스페인의아타푸에르카Atapuerca유적에서는죽은동료의무덤에부장품으로매장한주먹도끼가나오기도했다.호모에렉투스에이르러인류는불을이용하기시작했다.불에연료를추가하여더크게만들고,다른곳에옮겨붙이고,심지어껐다켰다하는기술을습득한인류는이때부터화식火食을통하여소화효율을극대화시킬수있게되었다.

50만년전에등장한네안데르탈인은석기제작기술을더욱정교하게발전시켰다.제작공정을예비단계와본단계로이원화한이들의‘르발루아Levallois기술’은도구생산량을비약적으로증대시켰다.고고학자들은르발루아기술의등장을기점으로구석기시대를전기와중기로구분하기도한다.

20만년전에등장한현생인류의직접조상호모사피엔스는지금으로부터4만년전쯤에르발루아기술을바탕으로또하나의획기적인발전을이루었다.‘돌날기술bladetechnique’로명명된이것은구석기시대의산업혁명이라고부를수있을정도로거대한변화를촉발했다.이단계에서는전세계어느곳에서든석기제작과정이일정하게표준화되고생산성은수십배향상되었을뿐만아니라석기의질도상향평준화되었다.

구석기시대말엽인1만5000년전에이르러인간은인력이아닌동력을사용하는혁신도구,활과화살을발명했다.그무렵은빙하기가끝나면서지구의기온이서서히상승하던시기로,기후변화에따라몸집이큰동물의개체수가줄어들고작고날쌘동물의수가급격히증가했다.당시의인간은이런기후및생태변화에적응하기위하여활과화살이라는도구를창조한것이다.

한반도에도네안데르탈인이살았을까?
한반도의구석기인류를추적하는고고학자

1441년(세종23년)5월18일,의관이약으로쓸뇌부雷斧를사방에서찾아모아야한다고아뢰자세종이그대로따르게했다는기록이『조선왕조실록』에남아있다.이때의뇌부란청동기시대에사용한간돌도끼의일종으로,날양쪽을반들반들하게갈아서마치조개가입을앙다문듯한형태인‘조갯날돌도끼’이다.그러나고고학이없던조선시대에는이것을번개가만든영험한도끼라고여겨서뇌부라고불렀다.실제로같은해6월평안도의주에서“뇌부를얻어헌상하였다”는기록이이어진다.이처럼고고학의출현이전에는문자기록이없는역사의흔적을탐구할방법이아예존재하지않았다.

20세기초반서구열강의경쟁속에서근대학문으로자리잡은고고학은일제강점기에일본을통해한국에소개되었고,1945년해방후본격적으로한반도의선사시대를탐구하는학문으로정립되었다.이때부터한국의고고학은언제한반도로인류가옮겨왔는지,그들은어디에서어떻게생활했는지,그들이무엇을먹고만들며일상을일구었는지탐구했다.

1988년강원도양구군상무룡리유적발굴을통해본격적으로구석기연구를시작한지은이는이책에서자신의경험과최신연구를토대로한반도의구석기시대를정리하였다.중국황허와양쯔강유역에서는70~80만년전호모에렉투스의인골과유물이다량발견되었고,한국의임진강과한탄강유역에서도주먹도끼를비롯해호모에렉투스가사용한도구가발견되었다.이러한점에미루어서과거빙하기에황해가얼어붙고중국과한반도의여러강이한줄기로합류했을때그물길을따라중국지역에살던호모에렉투스가한반도로이동했다고추정한다.반면호모사피엔스의경우는중국북부와몽골,시베리아동북지역에분포하는돌날기술과동일한계통의석기가한반도남부에서발견된점을근거로이지역의호모사피엔스가한반도북부지역을경유하여남하했을것이라고설명한다.다만지은이는두가정모두분단으로인해북한지역의구석기시대유적과유물을정밀하게조사할수없는상황을아쉬워한다.

인류의기원을찾아서!
매혹적이지만낯선시간으로떠나는고고학여행

『단단한고고학』은‘켜켜이쌓인역사’라는말을그저수사가아니라물리적실체로우리에게보여준다.지은이는인류의기원과발전이라는매혹적이지만다소낯선주제를친절한설명과70여장의정선한사진자료를통하여유쾌한이야기로바꾸어놓았다.맨처음돌로죽은동물의살점을자른인간이느낀희열과맨처음동굴에그림을그린인간들의환희가궁금하다면이책의1부를펼쳐보자.이들이막집에서누구와함께살았으며,어떻게공동체를구성하고자녀를양육했는지가궁금하다면2부를보면된다.마지막으로이들이남긴미세한흔적에서원시시대의생활상을복원하는고고학자들의역할이궁금하다면3부가그대답을들려줄것이다.아울러책말미에딸린「한눈에보는한반도구석기문화」에서는국립중앙박물관1층선사·고대관의구석기실에전시된한반도를대표하는구석기시대유물10종을미리볼수있다.이제인간의시대가운데가장긴시간을차지하는구석기시대,인간이인간으로서가장엉성했던시절을연구하는구석기고고학의세계로여행을떠나보자.

“구석기시대가끝나고1만년이더흘렀습니다.그동안인류는더욱많은것을이루었습니다.그리고그힘은전부도구에서나왔습니다.인간이생활에사용하는모든인공물은우리스스로만든도구입니다.처음엔맹수의발톱과이빨을모방했지만,이제는아득히발전하여동물과는삶의영역을공유하지않을만큼초월적상태에도달해있습니다....고고학적성과를토대로인간의기억을더듬으면,그들은돌조각과나뭇가지,동물의뼈와가죽,뜨거운불등주변어디에나있는재료를적절히선택하고가공하고결합했습니다.즉창의적방식으로조합해서왕좌에오른것입니다.지금은얼마나다른가요?지금의인간은고인류와본질적으로완전히다른방식으로새로운문명을창조하였을까요?저는결코그렇지않다고생각합니다.”(229~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