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과 국경 : 청-조선의 영토 인식과 경계 형성

인삼과 국경 : 청-조선의 영토 인식과 경계 형성

$22.00
Description
1637년 병자호란에서 1909년 간도협약까지
북벌과 북학만 남아 있던 조청 관계사의 공백을 채워라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는 이전 시기 청제국의 영토와 거의 동일하다. 전근대 왕조의 경계 인식과 근대 국민 국가의 국경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청에서 중국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국경의 역사는 매우 독특한 연구 주제이다. 현대 ‘중국’은 과거 ‘중화’의 계승자를 자임하며 두 개념을 일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중국은 한족과 56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만주인·한인·몽골인·위구르인·티베트인의 연합을 강조했던 청제국의 영토를 그대로 계승했다. 이 과정에서 청제국은 역대 중화 왕조의 하나로서 현대 중국의 중화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청이 요동의 패권을 장악하기 전, 명과 여진, 그리고 조선은 모호하고 서로 섞일 수 있는 변경을 공유했다. 만주가 바로 그곳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압록강과 두만강 북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만주는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인 동시에 청제국을 건국한 만주인의 고향이다. 이 책은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청과 조선의 관계 속에서 영토 인식와 경계 형성을 탐구하며, 오늘날 중국이 강조하는 ‘중화 제국으로서의 청’과는 다른 제국의 특징을 드러낸다.

청과 조선의 경계는 여러 집단이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는 변경frontier에서 청이 출입을 통제하는 국경지대borderland를 거쳐 근대적 의미의 국경border으로 쉼 없이 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청제국의 일방적인 동아시아 질서 구축 과정, 혹은 조선의 반청이나 실학 운동의 결과가 아니었다. 청은 조선과의 국경 문제를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거나 자애를 내보이는 기회로 삼았고, 조선은 변경의 혼란을 이용하여 평화와 안전을 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 지역의 대표 산물인 인삼과 이를 욕망한 인간의 끝없는 발걸음이 한반도와 중원 양쪽의 변경이었던 만주를 역사의 중심부로 끌어올렸다. 지은이는 1637년 병자호란의 결과로 구성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에서 출발하여, 사대와 조공의 틀 바깥에서 청과 조선이 밀접하게 접촉하고 첨예하게 갈등하며 만들어낸 변경의 역동성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저자

김선민

고려대학교동양사학과및사학과대학원에서공부하고,명청시대소금전매제도와휘주상인을주제로석사논문을썼다.이후미국에유학하여듀크대학교역사학과에서청대한중관계사에대한논문으로2006년에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졸업후귀국하여성균관대학교동아시아학술원연구원,계명대학교중국학과전임강사를거쳐2010년부터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교수로재직하고있다.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에서근무한이래동료연구자들과함께청대만주어및한문사료를강독하고있다.출판물로는청태조누르하치시대의기록인『만주실록역주』(2014),청태종홍타이지시대의기록인『만문노당태종조역주』(2017),한문사료를만주어와대조하여번역한『청태종실록』(근간)등이있다.
최근에는두만강인근의국경도시인훈춘에보관되어있던청대만주어사료『훈춘부도통아문당』을중심으로청대만주의환경사를공부하고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4

들어가며13
1장.변경에서국경으로39
2장.국경지대의형성85
3장.국경지대의관리127
4장.사람과재화의이동167
5장.국경지대에서국경으로205
마치며237

감사의말247
주251
참고문헌292
찾아보기306

출판사 서평

현재전세계에서가장중요한질문인“중국은우리에게무엇인가?”에응답하는역사학
◇‘역사의쓸모’는현실과의작용·반작용이다

오늘날중화인민공화국의영토는타이완섬을제외하면이전시기청제국의영토와거의동일하다.전근대왕조의국경개념과근대국민국가의국경개념이서로다르다는점에비추어볼때청에서중국으로이어진국경의역사는매우독특한역사연구의주제이다.현대중국은전통시대‘중화’의계승자를자임하며두개념을일치시키려고부단히노력했다.한족과56개소수민족으로이루어진다민족국가라는정체성을형성하는과정에서,만주인·한인·몽골인·위구르인·티베트인의연합을강조했던청제국의영토를그대로근대국가중국의영토로수렴했다.그러면서도청제국을역대중화왕조의하나로포섭하고,현대중국의중화정체성을더욱강조했다.
그러나1990년대말미국의연구자들을중심으로등장한‘신청사(新淸史,NewQingHistory)’학파는청제국의한화(漢化)를반박하고유목제국적특징을강조했다.이를통해청사를세계사·중앙유라시아사의관점에서재해석하고,중국의역사공정시도에대응했다.이에반발한중국정부와학계는21세기초부터2000여명의연구자가참여하는‘국가청사國家淸史편찬공정’을추진했다.나아가중국학계의일부에서는한화론에대한학문적반박을현재중국의변강지배의정당성에의문을제기하고중화인민공화국건국이래형성된‘중화민족론’을비판하는이데올로기적도전으로간주하기도했다.
현대역사학계의가장뜨거운분야인신청사의주요연구서는한국에도다수출간되었다.신청사의대표저작으로‘신사서(新四書)’라고불리는네권의책가운데마크엘리엇의『만주족의청제국』(푸른역사,2009),이블린로스키의『최후의황제들』(까치,2010)이번역되었고,다른두권(EdwardRhoads,ManchusandHan:EthnicRelationsandPoliticalPowerinLateQingandEarlyRepublicanChina1861~1928;PamelaKyleCrossley,ATranslucentMirror:HistoryandIdentityinQingImperialIdeology)도여러논문과연구를통하여널리소개되었다.그밖에도피터퍼듀의『중국의서진』(길,2012),패멀라카일크로슬리의『만주족의역사』(돌베개,2013),제임스밀워드의『신장의역사』(사계절,2013)같은주요도서가차례로번역되며독자들의주목을받았다.21세기초에시작된이연구는이제‘제국empire’의특징을이해하는데가장유용한관점으로널리활용되고있으며,나아가오늘날전세계에서가장중요한질문중하나인“중국은우리에게무엇인가?”에대한답을구하는출발점이되었다.

청제국이구축한동아시아질서는무엇인가?그질서속에서조선은어떤나라였나?
◇신청사와한국사의결합이낸낯설고매력적인역사의길

이러한경향속에서2017년미국에서출간된『인삼과국경』(원제GinsengandBorderland)이한국어로번역되었다.이책은청제국의변경지배체제를청-조선경계의역사를통해정교하게조망하여,전근대조선을중국의반식민지상태로여기고있던미국연구자들에게‘한국사를통한중국사로의접근’이라는새로운해석의길을제시하며큰주목을받았다.저자인김선민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교수는양국국경의역사를17세기초에일어난변경에서국경지대로의전환,1712년장백산조사와백두산정계비설치를통한경계설정과이후연행로에서이루어진국경무역의전개,마지막으로19세기후반청과조선이새로운정치상황에직면하면서광역의국경지대가근대국경선으로대체되는과정으로구분하여설명한다.그에따르면청제국은청-조선경계를이용하여제국내에서만주의특별한지위를보호하는동시에이지역천연자원(동북의세보배라고불린인삼,진주,초피)의경제적이익을독점했다.이때가장중요한것은조선과의‘특별한관계’였다.저자는청은이전의중화왕조와는다른방식으로(오히려티베트·몽골·신강과의관계와유사한방식으로)조선과관계를맺었음을밝힌다.마지막으로이책은강력한청제국과비대칭적외교관계속에서영토와주권을지키려했던조선의노력을탐구함으로써청제국의형성과발전에서조선의역할을재조명한다.그리고서로다른목표를추구한양국이경계에대해서는동일한결론을내리도록이끈요인이바로인삼이었다고설명한다.

인삼을욕망하는인간의발걸음이변경을국경지대로,그리고국경으로바꾸었다
◇변화하는시대와변동하는경계의역사탐구

1장「변경에서국경지대로」는청-조선관계의초기역사를다룬다.14세기말에다양한여진부족이압록강,두만강,장백산인근에자리를잡았다.명의통치는요동너머지역에서는피상적인수준에머물렀기에조선은여진과자체적인사대질서를형성했고,영토와인삼을비롯한자연자원을공유했다.하지만건주여진이부상한16세기말이되자명과조선,여진의삼각관계는더이상유지될수없었다.세나라가공유하는변경또한다시정의되어야했다.후금/청은1627년과1637년두차례의출병을통해조선을무력으로제압하고위계적인조공관계를부과했고,압록강과두만강을양국의경계로삼았다.한낱‘오랑캐’로여기던여진이만주로이름을바꾸고천조의통치자가됨에따라조선인이채삼과수렵을목적으로만주를오가는일은더이상용납되지않았다.만주와만주의자연자원은19세기말까지만주인의배타적소유물로인정되었다.
청의동북정책은넓게보면만주,좁게보면인삼에대한특수한이해관계에의해결정되었다.청이조선과의경계설정에임하는태도와전략또한마찬가지였다.2장인「국경지대의형성」에서는만주를성역화하고그곳의자연자원에서발생하는이익을독점하기위해장백산을만주인의발상지로가공한강희연간의노력을확인한다.조선인의불법채삼이증가하자강희제는장백산,나아가압록강과두만강에대한지리측량을실시했다.두만강수원지의정확한위치는모호한상태로남았으나,이조사를통해청은제국변경에대한통치권을확립했고조선은압록강과두만강이남에대한영토주권을확보했다.
3장「국경지대의관리」에서는청조정의인삼전매제가18세기동북변경및국경지대의봉금정책에미친영향을다룬다.옹정제와건륭제는인삼산지의방비를강화하기위해압록강에군사초소를세우자는만주지방관들의요청을처음에는승낙했다.하지만결국압록강이북방대한영역의봉금을유지하고,이를조선과청제국사이의완충지로삼기로결정했다.그결과청­조선의경계는광역의면형태를띠게된다.
4장「사람과재화의이동」에서는양국의국경지대가‘공한지’라는애초의목적과다르게사람과재화를끌어당기게되고,청과조선이경제교류하는장으로발전하게된과정을검토한다.오직북경에입조하는조선사행만이청의강역에공식적으로진입할수있었고,이를기회로삼아사행에동행한조선상인들은국경지대에서조공품과회사품을나르며청인과의교역을확대했다.결과적으로양국이전쟁을통해구축하고서로의산물을제한적으로주고받으며유지한사대관계가의도치않게국경지대의상업화를초래한것이다.
1895년사대관계가청산되기전까지청조는천자의위엄과정통성을드높이기위해조선의번국으로서의지위를강조했다.조선조정은이관계를자국의영토와주권,상업적이익을수호하는데활용했다.조선조정은청과의모든대화창구에서“소국을돌보는인자한천조”같은조공관계의수사를적극차용했다.강희제가장백산을조사하기위해관리를파견하자,조선조정은한편으로는황제의배려를칭송했으며,다른한편으로는두만강수원에대한말을아끼는방식으로대응했다.옹정·건륭연간에청이압록강일대의방비를강화하려하자조선은조공관계의수사를총동원해청의병사들이조선의강역으로접근하는것을방지했다.청조정이국경지대의거주및개간금지와만주의봉금정책을유지하는한,양국은영토분쟁이나경계관리에큰어려움을겪지않았다.두만강일대의불분명한국경선과유조변과압록강사이방대한공한지,봉황성에서일어나는조청양국상인들의비리와소란도양국의관계를흔들지못했다.오히려기존의질서를해치지않는한에서는일정수준의혼란과모호함이용인되었다.
끝으로5장「국경지대에서국경으로」는19세기청-조선경계에발생한변화들을추적한다.수세기에걸친남획으로결국만주의인삼이고갈되었다.반면만주의거주인구와경작규모는비약적으로늘어났다.청조의봉금정책을우회하여만주로온중원한인들의대규모이주행렬이조선과의접경에까지이어졌다.동시에19세기후반에는조선인유민또한두만강을넘어가청의강역에서농사를짓고살기시작했다.그동안양국이수용하고,심지어존중했던상국과번국사이국경지대의애매모호한성격은더이상용납될수없었다.양국은근대적국제질서에기초해서로의관계를재정립해야했으며,그로써청-조선의국경지대는마침내근대적국경선으로변모했다.

학문의장을넘어책과텔레비전화면으로,그리고현실세계로확장되는역사학
◇낯설게보기와새롭게읽기의매력

만주와압록강,두만강유역이여러민족과정체성이공존하던광역의변경에서청과조선사이의면으로된국경지대로변화하고,다시그국경지대에서근대국가의선명한국경선으로변모하는과정을통하여우리는종래의국민국가·민족주의관점의역사해석과는다른,보다더통합적이고입체적인청제국과조선의역사를인식할수있다.이는단지중국의역사공정시도에대한반박연구로그치지않고,한국내만연한역사해석과는다른각도에서조선중기이후의사회변화를인식하는기회가될것이다.
이제조선의기록은영미권역사가들에게청제국역사연구의필수자료로인식되고있다.청조의한문및만문기록과는또다른측면에서당대의실상을드러내기때문이다.이책에서김선민은만문기록과조선의기록을교차편집하여영미권역사가들이미처생각하지못한방식으로당대를풍성하게재구성했다.
서술의핵심소재로‘인삼’을꺼내들었다는사실자체로이책은독특하다.인삼은전근대한반도국가를상징하는핵심조공품이었기때문이다.그러나청조의등장이후조선은더이상인삼의주요생산지인만주로접근할수없게되었다.그보다더큰문제는황제국인청이조선의인삼조공을거부했다는점이다.이처럼인삼이조선이아니라청(만주)의상징으로바뀐상황은비상한흥미를유발한다.넷플릭스<킹덤>시리즈의작가김은희도‘아신전’에서조선-여진(후금개국전)변경의불법채삼문제를주요소재로삼았다.최근에종영한MBC드라마<연인>에서는청에잡혀간조선포로들의심양생활을묘사하는데큰공을들였다.그배경에있는홍타이지와인조,그리고섭정왕도르곤과조선의관계를이해하는데에도인삼이중요한역할을한다.향후<킹덤>의속편은본격적으로조선과여진의국경지대에서벌어지는일을다룰예정이라고한다.이책은지금까지,그리고앞으로병자호란과이후의조청관계를묘사하는대중문화콘텐츠를더욱심도깊게읽게하는훌륭한가이드역할을할것이다.
조청국경은청제국이외부의다른국가와의관계에있어서가장먼저확정한국경으로서,두나라의국경설정문제는이후제국이확장하는과정에서외교의교본이되었다.이와같은시각을가진연구가미국에서먼저출판되었다는사실에서우리는청-조선국경연구의국제성을짐작할수있다.나아가이책은지금이순간에도주변세계에서근대의산물인국경선을놓고벌어지고있는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쟁등의의미에대해서도반추하게한다.

추천사

김선민의탁월한연구는조선과청의단순한외교사를넘어국경지대의특수한사회사를조명하고,거기에이지역의경제사와정치사를통합하여서술한다.
_피터C.퍼듀,예일대학교교수

김선민은만주일대에서생산되는수익성높은인삼의채집·유통·밀수로를따라조선과청제국의변경이국경지대에서국경으로대체되는과정을탐구한다.그의연구는강자(청제국)를상대하는약자(조선)의놀라운능력을보여주며국경·영토·이주연구에매우중요한관점을제공한다.
_마크C.엘리엇,하버드대학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