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아 : 제 8, 9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 사계절 1318 문고 142

사라지지 않아 : 제 8, 9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 사계절 1318 문고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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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온라인 게임 캐릭터인 ‘나’는 장기 미접속으로 휴면 계정이 된 행성들이 모인 ‘잊힌 자들의 은하’에서 자신의 플레이어를 생각한다. 플레이어는 살다가 문득, 오래전 그런 게임을 했었지,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지 하고 떠올려 줄까? 하지만 캐릭터의 존재가 플레이어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흐릿해진 경계를 의식하게 된다. 사계절1318문고 142번째 책 『사라지지 않아』는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사라지지 않아」를 표제작으로 제8회 가작 수상작 두 편과 제9회 우수 응모작을 한 권에 모은 작품집이다.

1950년대 과학소설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 분야의 선구자로 활동했던 소설가 한낙원(1924~2007). 한낙원과학소설상은 미래의 주역이 될 어린이 청소년이, 어른이 된 이후의 세상을 미리 꿈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가를 알렸던 한낙원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처음 제정되었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청소년 SF소설상인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마다 우리 청소년의 삶과 직결된 기발하고, 통쾌하고, 가슴 서늘한 과학소설과 젊은 소설가들을 발굴해 왔다.

『사라지지 않아』에 수록된 단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 평범한 SF를 뛰어넘어, 첨단과학과 가상현실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주목한다. 모두의 눈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사건을, 사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

채은랑,연여름,김두경,존프럼,이새벽,나현

저자:채은랑

어린이,청소년독자들과함께오랫동안빛나는이야기를나눌수있기를바란다.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고,「사라지지않아」로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대상을받았다.창작동인≠(inequality)와고양이손의멤버이다.



저자:연여름

변두리에서있는다양한존재를바라보고,그들에게말을거는이야기를쓴다.2021년「리시안셔스」로SF어워드중·단편소설우수상,「복도에서기다릴테니까」로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받았다.『달빛수사』,『2학기한정도서부』,『리시안셔스』,『스피드,롤,액션!』등을썼다.



저자:김두경

산책하다마주치는자연속에서판타지와SF의조각을발견한다.불교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여제1회생명문화콘텐츠공모전대상,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받았다.대구우수출판콘텐츠지원수혜작『몽글몽』을쓰고그렸다.



저자:존프럼

천천히서두르며,우리내면의얼어붙은바다를깨는도끼같은소설을쓰고자한다.쓴책으로소설집『영원의모양으로찻잔을돌리면』이있고,함께쓴책으로『제4회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품집』,『제2회문윤성SF문학상중단편수상작품집』이있다



저자:이새벽

마음이움직이는이야기를짓고싶다.대학에서문학과어린이문학을공부했다.창작동인고양이손의멤버이다.



저자:나현

다양한장르의글을쓰고싶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같은해「마지막차사와혼」으로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우수응모작에선정되었다.

목차


기획의말
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수상작「사라지지않아」_채은랑
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수상작가신작「하얀파도」_채은랑
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복도에서기다릴테니까」_연여름
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나의메신저버씨」_김두경
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우수응모작「우르수스행성대족장취임46주년기념선물에대하여」_존프럼
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우수응모작「절대불행소녀」_이새벽
제9회한낙원과학소설상우수응모작「마지막차사와혼」_나현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현실과비현실에서‘삭제’가가지는의미

「사라지지않아」는게임캐릭터인‘나’를주인공으로삼은작품이다.자기행성을꾸미는힐링게임인데도나를만든플레이어인‘현지’는언제나다른행성으로떠나기를꿈꾸었다.그리고3년전,공들여만든게임속우주선이폭발한직후부터는접속하지않았다.당신의캐릭터가애타게기다린다는,이행성이영구삭제되니백업하라는시스템메시지에도현지는돌아오지않았다.영구삭제를2주앞둔날,나의행성에불시착한캐릭터‘상아’는흥미로운제안을한다.자신의우주선을고쳐주면,현실에서현지를찾아다시접속하게만들겠다고.상아가휴면계정들이모인‘잊힌자들의은하’를여행하는이유는바로,현실에서우주정거장폭발사고로행방불명된친구‘예지’를찾기위해서다.작품초반에짧게언급된게임의룰이그순간이야기의중요한키워드가된다.‘행성이통째로파괴되는것이아니라캐릭터만삭제되는것은단한경우,플레이어가죽었을때다.’(19쪽)게임속에예지의캐릭터가남아있다면,먼우주로사라진예지역시살아있으리라는믿음으로게임속을헤매는상아의간절함은주인공인‘나’에게도그리고독자에게도오롯이전달된다.

게임에서캐릭터를만들고,열심히가꾸다,시들해지면그만두는것은누구나한번쯤경험해보았을일이다.「사라지지않아」를쓴채은랑작가는잊힌게임이라는가상현실속존재와현실의존재를촘촘하게연결하며,지금은눈에보이지않는누군가가어딘가에반드시있으리라는믿음을이야기한다.그런가하면수상작가의신작「하얀파도」역시‘데이터’삭제를화두로삼는다.시스템이세상의균형을섬세하게조율하는‘도시’의고등학생재아에게갑자기사라지는존재들이보이기시작한다.달력속16일,텔레비전화면속아이돌,1학년3반교실,달리던버스,그리고언니의방.사라진존재대신자리한‘하얀공백’은오직재아에게만보이고,그들이거기있었다는사실조차다른사람들은기억하지못한다.다섯살차이이지만생일이같은자매는시스템의‘작은버그’라고불렸다.재아는도시의시스템관리자로일하던언니의흔적을따라사라진존재들을찾아간다.방대해진데이터를어떻게관리하며어떻게처리할것인가가사회문제로까지대두되는이시대에「하얀파도」는의미심장한작품으로읽힌다.개인부터사건까지,모든존재가‘데이터’라불리는지금‘무엇을삭제할것인가’하는판단을누구에게맡길수있을까?이른바안전이나효율같은획일적인기준이인간성위에존재하는순간,우리가잃어버릴수많은것들을생각하게하는작품이다.

가상현실이절대로줄수없는것에대하여

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수상한「복도에서기다릴테니까」(연여름글)와「나의메신저버씨」(김두경글)는비대면수업이당연해진시대에어린이청소년의관계문제에주목한다.「복도에서기다릴테니까」는학교를비롯한모든사회적관계가‘소나’라는가상현실안에서이뤄진다.수업이시작할때로그인하지않으면가상교실에서의자가사라진다.쿠폰열장을의자한개와맞바꿀수있지만,준희에게는아홉장뿐이다.한장을빌려줄친구가없어서,뒤늦게로그인한준희는수업이끝날때까지서있어야했다.소나시스템은소통할‘소(疎)’에나자신을가리키는‘나’를써서차별없고안전한학교교육을표방해만들어졌지만,그명칭은준희에게큰의미가없다.‘절친하나없는처지에소통이라는단어는한번도어울린적없었다.’(72쪽)괴롭히는아이는없지만그렇다고딱히친구도없는준희에게처음으로쿠폰을주고싶은아이가생겨날까?「나의메신저버씨」는비대면시대에아이들의사회성발달과정서함양을위해,교육부가개발한메신저를소재로삼는다.체험학습시간에나친구를실제로만날수있으니,사람과똑같이생긴아바타메신저가친구의역할을대신한다.그런데인간의공감능력을학습하도록개발된인공지능메신저가정말로아이들의친구가되기를소망하면서,주인공이레와메신저버씨간에는새로운관계가맺어진다.

긴긴팬데믹은어린이와청소년을별안간비대면교육현장으로데려갔다.그렇게준비없이맞닥뜨린‘미래’는,언젠가새로운기술이대면관계를대신하게될거라던막연한상상을조금더현실에가깝게만들었다.제8회한낙원과학소설상가작을수상한두작품은,모두그러한시대의결과물이다.가상현실속관계는정말로안전할까?폭력이나차별로부터인간을보호할방법이될수있을까?그렇다고가상현실속관계가허상이라고낮잡을수있을까?두작품은이의문들과동시에한가지명확한희망을제시한다.기술로인해가능해진비대면관계에서결국‘소통’의열쇠를쥔것이바로당사자인우리들이라는것이다.

자유로운상상력의힘을빌린다채로운이야기와소중한질문들

현실의모든불행을수치로예측할수있는시대가온다면,그래서다수의행복을위해서누군가불행을선택할수있다면‘불행특기자제도’는온당한일일까?(「절대불행소녀」,이새벽글)우주교역이활발한시대,자원의핵심생산지인우르수스행성대족장에게가장안전한실패를알려준것이바로지구의비디오게임이라면?(「우르수스행성대족장취임46주년기념선물에대하여」,존프럼글)과학은물론의료기술의발달로누구도죽지않는시대가도래해,인간의영혼을저승으로인도할저승차사가사양산업이되어버린미래.저승의마지막차사가골목에서길잃은혼을맞닥뜨린다면?(「마지막차사와혼」,나현글)

올해10회를맞은한낙원과학소설상은해마다동시대과학소설가들이가진가장날것의상상력과날카로운문제의식을독자들에게전해왔다.제8?9회한낙원과학소설상작품집에수록된과학소설들역시독자들에게‘미지의세계’를보여주기보다는,작가들이먼저가본미래에서만나고,경험하고,상상한존재들,그리고그만남에서얻은질문들이담겨있다.당장내일아침일어나학교로향한다는‘정해진미래’속에서살고있지만,과연‘나중에무엇이될지’는아득하게만느껴지는어린이청소년에게‘미래의주역’이라는말은때로공허하게들릴지모른다.그러나이책에담긴과학소설들은그미래가지금의나와결코무관하지않다고말한다.그미래의주인이되었을때,나는무엇을가장중요하게여길것인가를독자에게묻고있다.어른들은물론,최첨단과학기술조차도대신답해줄수없는문제에대해우리어린이청소년독자들은어떤답을얻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