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를 만나고, 가장 나다운 나를 찾는
다섯 어린이의 용감하고 흥미로운 여정
다섯 어린이의 용감하고 흥미로운 여정
‘나는 어떤 아이일까?’
아주 쉽고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달라질 때, 내가 가진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다를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부딪힐 때…. 어린이들은 수많은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마음은 10대에 접어들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커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은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제 고학년이니 달라져야 한다.’ 그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이제는 네가 원하는 것보다 네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정말로 그럴까?
동화집 『나라는 우주』는 SF와 판타지 장르에서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 온 다섯 명의 작가가 ‘모든 어린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뭉친 동화집이다. 이 책에는 어린이들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었을 질문들이 담겨 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어려워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를 땐 어떡하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 평범하고 소중한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들은 어느새 오직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저마다의 우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의 힘
「내가 좋아서」(길상효 글)는 어느 교실 풍경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선생님 머리 위에는 이파리가 가득하고, 몇몇 아이는 머리에 화사한 봄꽃을 피웠다. ‘머리에 무엇이 자라든 우리는 소중해요.’(11쪽)라는 교가를 부르면서도 아이들은 머리에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그중 최고는 ‘봄꽃’이다. 봄꽃은 어른들의 사회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는다. 봄꽃을 타고났는지, 어릴 때부터 봄꽃을 피웠는지가 인기의 척도일 정도다. 그 가운데서 주인공 ‘조이’는 부러움과 불안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더 어릴 때는 탐스러웠던 조이의 봄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더니, 6학년인 지금은 겨우 대여섯 송이만 남았다. 하나둘 꽃을 피우는 친구들의 모습도, 조이의 봄꽃을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엄마의 기대도 견디기 어렵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한 가지다. ‘내가 봄꽃 아이가 아니라면?’(23쪽)
「내가 좋아서」는 사람의 머리에 식물이 자라는 신기하고 강렬한 상상 세계를 지금의 현실과 절묘하게 연결시킨다. ‘봄꽃’의 자리에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기준을 넣어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그래서 봄꽃을 선망하던 조이가 자신의 머리에 난 풀싹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은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더 많은 날을 살아가면서 조이의 머리에는 수많은 것이 피고 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있다. 내가 좋다고 말하는 조이의 모습은 그만큼 자유롭고 단단해 보인다.
많은 어른이 어린이를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기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고, 그렇게 길러 주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고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린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나를 좋아하는 마음’임을 부드럽고 단호하게 알려 준다.
나는 누구일까?
「이모티콘 필터」(남유하 글)의 주인공 ‘유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친구들이 한데 모여 즐거워하는 틈에 끼고 싶지는 않지만, 그 장면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유나에게 너무나 당황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 반에 전학 온 ‘지이’가 유나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헷갈릴 정도로 꼭 닮은 외모인데 성격은 정반대다. 반 친구들 모두와 친해진 지이는 유나에게도 다가오려 하지만, 유나는 지이의 존재가 편치 않다. 지이도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는, 승부욕까지 발동한다.
유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자기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린이다. 누군가와 비슷해지느니 ‘이모티콘 필터’로 얼굴을 가리는 유나, 닮은 아이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 지이. 독자는 두 인물에 공감하고, 나 자신은 누구와 가까운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시선이 작품 전체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얼굴이 똑같은 두 아이가 똑같은 풍경을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고 전혀 다른 그림으로 그려내듯, 우리는 누군가와 같아지거나 달라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메아리」(이루카 글)는 ‘돌 모으기’를 좋아하는 ‘소리’ 이야기다. 이미 시작부터 돌 모으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동화다. 문명이 소멸해서 수렵과 채집을 해야 하는 먼 미래 배경에서도 어린이는 여전히 돌 모으기를 좋아하고, 엄마는 그 마음을 몰라준다. 거기에 상상력을 한 스푼 더해, 소리가 모으는 ‘신기한 돌’이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 말라는데 눈에 자꾸 아른거려. 누군가 나처럼 고민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답답한 마음이 나아질까? 내 마음이 잘못된 걸까?’(160쪽)
소리는 스마트폰 속에서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의 괴로움과 기쁨을 마주하면서 제 마음을 긍정한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마음’은 일시적인 것으로,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런 태도는 어린이에게 죄책감을 안겨 주고는 한다. 「소리는 메아리」는 ‘돌’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어린이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최고의 언니」의 주인공인 ‘새봄’이는 초능력 초등학교에서 모범생이자 우수 학생이다. 집안의 유일한 초능력자인 새봄이는 초능력 가운데서도 ‘아날로그 능력’으로는 학교에서 최고로 꼽히지만, 그 평가가 그리 반갑지 않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디지털 능력’인데, 새봄이는 디지털 능력에 약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성적 높이기를 재촉하지 않는 것도 초능력자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인 것 같고, 자신이 아무리 연습해도 디지털 능력을 타고난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을까 봐 초조하다. 새봄이의 신입생 짝꿍인 가을이는 초능력자 가족의 막내로, 디지털 능력을 타고난 아이다. 새봄이는 멋진 언니가 되고 싶은데, 가을이를 질투하는 마음이 일 때마다 자신이 싫어진다. 그런 새봄이에게 가을이는 한 번도 생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언니는 어떤 능력이 제일 좋아?”(115쪽)
좋아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능력, 잘할 수 있는 능력보다는 쓸모 있는 능력을 생각해 온 새봄이는 그 질문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인다.
그런가 하면 「우울할 땐 모하나」의 ‘소영’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그림’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고학년이 되면 공부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서 미술 학원을 그만두었는데, 사실 소영이는 그림을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이다.
‘도대체 나는 재능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설마 재능이 있다가 없어진 건가? 아니 그런데 그림 그리려면 꼭 재능이 있어야 해? 있으면 얼마나 있어야 하지? 10만큼 있으면 그만두고 100 넘으면 계속하나.’(92쪽)
한창 고민하던 소영이는 전학생 ‘모하나’가 우울을 지배하는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나에게 도움을 구한다. 미술을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봄이와 소영이는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다 알기도 전에, ‘사회에서는 이런 일을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정답’을 먼저 인식한 아이들이다. 이제 막 자신이 아날로그 능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새봄이는 나중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디지털 능력자가 될지도 모른다. 소영이는 다시 미술학원에 다니더라도, 중학생이 되었을 때쯤에는 그 마음이 시들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경험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고, 서툴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 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생각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 모든 경험이 진정으로 바라는 ‘나’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화집 『나라는 우주』는 10대 어린이들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어린이 주인공들을 통해 어린이가 자기 안에 있는 수많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북돋는다.
아주 쉽고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달라질 때, 내가 가진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다를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주변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부딪힐 때…. 어린이들은 수많은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마음은 10대에 접어들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커진다. 그런데 한편으로,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은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제 고학년이니 달라져야 한다.’ 그 말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이제는 네가 원하는 것보다 네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정말로 그럴까?
동화집 『나라는 우주』는 SF와 판타지 장르에서 독보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 온 다섯 명의 작가가 ‘모든 어린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모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뭉친 동화집이다. 이 책에는 어린이들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었을 질문들이 담겨 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어려워할까?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를 땐 어떡하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 평범하고 소중한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들은 어느새 오직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저마다의 우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의 힘
「내가 좋아서」(길상효 글)는 어느 교실 풍경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선생님 머리 위에는 이파리가 가득하고, 몇몇 아이는 머리에 화사한 봄꽃을 피웠다. ‘머리에 무엇이 자라든 우리는 소중해요.’(11쪽)라는 교가를 부르면서도 아이들은 머리에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그중 최고는 ‘봄꽃’이다. 봄꽃은 어른들의 사회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는다. 봄꽃을 타고났는지, 어릴 때부터 봄꽃을 피웠는지가 인기의 척도일 정도다. 그 가운데서 주인공 ‘조이’는 부러움과 불안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더 어릴 때는 탐스러웠던 조이의 봄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더니, 6학년인 지금은 겨우 대여섯 송이만 남았다. 하나둘 꽃을 피우는 친구들의 모습도, 조이의 봄꽃을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엄마의 기대도 견디기 어렵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한 가지다. ‘내가 봄꽃 아이가 아니라면?’(23쪽)
「내가 좋아서」는 사람의 머리에 식물이 자라는 신기하고 강렬한 상상 세계를 지금의 현실과 절묘하게 연결시킨다. ‘봄꽃’의 자리에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어떤 기준을 넣어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그래서 봄꽃을 선망하던 조이가 자신의 머리에 난 풀싹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은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더 많은 날을 살아가면서 조이의 머리에는 수많은 것이 피고 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잃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있다. 내가 좋다고 말하는 조이의 모습은 그만큼 자유롭고 단단해 보인다.
많은 어른이 어린이를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기를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고, 그렇게 길러 주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고 여기고는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린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나를 좋아하는 마음’임을 부드럽고 단호하게 알려 준다.
나는 누구일까?
「이모티콘 필터」(남유하 글)의 주인공 ‘유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친구들이 한데 모여 즐거워하는 틈에 끼고 싶지는 않지만, 그 장면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유나에게 너무나 당황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 반에 전학 온 ‘지이’가 유나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헷갈릴 정도로 꼭 닮은 외모인데 성격은 정반대다. 반 친구들 모두와 친해진 지이는 유나에게도 다가오려 하지만, 유나는 지이의 존재가 편치 않다. 지이도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는, 승부욕까지 발동한다.
유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자기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린이다. 누군가와 비슷해지느니 ‘이모티콘 필터’로 얼굴을 가리는 유나, 닮은 아이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 지이. 독자는 두 인물에 공감하고, 나 자신은 누구와 가까운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시선이 작품 전체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얼굴이 똑같은 두 아이가 똑같은 풍경을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고 전혀 다른 그림으로 그려내듯, 우리는 누군가와 같아지거나 달라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메아리」(이루카 글)는 ‘돌 모으기’를 좋아하는 ‘소리’ 이야기다. 이미 시작부터 돌 모으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동화다. 문명이 소멸해서 수렵과 채집을 해야 하는 먼 미래 배경에서도 어린이는 여전히 돌 모으기를 좋아하고, 엄마는 그 마음을 몰라준다. 거기에 상상력을 한 스푼 더해, 소리가 모으는 ‘신기한 돌’이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 말라는데 눈에 자꾸 아른거려. 누군가 나처럼 고민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답답한 마음이 나아질까? 내 마음이 잘못된 걸까?’(160쪽)
소리는 스마트폰 속에서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 그들의 괴로움과 기쁨을 마주하면서 제 마음을 긍정한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마음’은 일시적인 것으로, 무척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런 태도는 어린이에게 죄책감을 안겨 주고는 한다. 「소리는 메아리」는 ‘돌’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어린이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대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최고의 언니」의 주인공인 ‘새봄’이는 초능력 초등학교에서 모범생이자 우수 학생이다. 집안의 유일한 초능력자인 새봄이는 초능력 가운데서도 ‘아날로그 능력’으로는 학교에서 최고로 꼽히지만, 그 평가가 그리 반갑지 않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디지털 능력’인데, 새봄이는 디지털 능력에 약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성적 높이기를 재촉하지 않는 것도 초능력자인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인 것 같고, 자신이 아무리 연습해도 디지털 능력을 타고난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을까 봐 초조하다. 새봄이의 신입생 짝꿍인 가을이는 초능력자 가족의 막내로, 디지털 능력을 타고난 아이다. 새봄이는 멋진 언니가 되고 싶은데, 가을이를 질투하는 마음이 일 때마다 자신이 싫어진다. 그런 새봄이에게 가을이는 한 번도 생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언니는 어떤 능력이 제일 좋아?”(115쪽)
좋아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능력, 잘할 수 있는 능력보다는 쓸모 있는 능력을 생각해 온 새봄이는 그 질문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인다.
그런가 하면 「우울할 땐 모하나」의 ‘소영’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그림’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고학년이 되면 공부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서 미술 학원을 그만두었는데, 사실 소영이는 그림을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이다.
‘도대체 나는 재능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설마 재능이 있다가 없어진 건가? 아니 그런데 그림 그리려면 꼭 재능이 있어야 해? 있으면 얼마나 있어야 하지? 10만큼 있으면 그만두고 100 넘으면 계속하나.’(92쪽)
한창 고민하던 소영이는 전학생 ‘모하나’가 우울을 지배하는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하나에게 도움을 구한다. 미술을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봄이와 소영이는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다 알기도 전에, ‘사회에서는 이런 일을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정답’을 먼저 인식한 아이들이다. 이제 막 자신이 아날로그 능력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새봄이는 나중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디지털 능력자가 될지도 모른다. 소영이는 다시 미술학원에 다니더라도, 중학생이 되었을 때쯤에는 그 마음이 시들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경험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고, 서툴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 보고, 그 선택의 결과를 생각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 모든 경험이 진정으로 바라는 ‘나’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화집 『나라는 우주』는 10대 어린이들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어린이 주인공들을 통해 어린이가 자기 안에 있는 수많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북돋는다.
나라는 우주 - 사계절 아동문고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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