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야생의 숨결 가까이 : 무너진 삶을 일으키는 자연의 방식에 관하여

$19.80
Description
생태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고전
식물학자이자 “영국 최고의 자연 작가”로 꼽히는 리처드 메이비가 야생 속을 거닐며 우울증 치유하고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해 나가는 에세이다. 평생 살아온 마을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메이비는 그곳 풍경에 새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놓는다.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삶의 양식을 관찰하고 역사, 문화, 과학의 관점을 오가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탐구한다. 책의 여정을 따라 인간이 딛고 선 자연 지대와 인간을 둘러싼 존재들을 하나하나 인식하다 보면, 이 세상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스스로를 생태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고 세상과의 단절감을 극복해 나가는 것,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치유와 회복의 의미다.
메이비의 치유 과정은 한 개인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자연에 가한 폭력의 역사를 날카롭게 돌아보고 다시금 자연과 관계 맺는 더 나은 방식을 탐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생태 멸종 시대, 생태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야생의 숨결 가까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와 공존에 관한 실마리를 가득 품고 있다.
저자

리처드메이비

저자:리처드메이비
《더타임스》선정영국최고의자연작가이자식물학자다.베스트셀러이자식물학바이블로손꼽히는『영국식물백과사전』과『공짜로얻는음식』『날이다시개었다』『춤추는식물』등을비롯해30여권의책을저술했고,전기문학『길버트화이트』로휘트브레드전기작가상을
받았다.BBC라디오에서자연과식물에관한시리즈를진행했으며,유수의언론에정기적으로글을기고한다.2011년에는왕립문학협회회원으로선임되었다.파트너인폴리와함께채소밭,지중해식정원,연못정원,들판과산울타리가있는야생초정원을직접가꾸며살고있다.

역자:신소희
서울대학교국어국문과를졸업하고출판사편집자를거쳐다양한분야의책을번역하고있다.
옮긴책으로는『야생의위로』『야생의식탁』『몸이아프다고생각했습니다』『에피쿠로스의네가지처방』『내가왜계속살아야합니까』『모두가가면을벗는다면』등이있다.

목차


추천의글
감사의말
1장둥지를떠나날아오르다
2장새로운은둔처를찾아서
3장잃어버린공유지
4장부분에이름붙이기
5장온생명의카니발
6장야생성의회복

출판사 서평


휘트브레드상,온다체상,엑컬리문학상최종후보작!
식물학자이자“영국최고의자연작가”리처드메이비의
기후위기와생태멸종의시대,고전이될자연에세이

라틴어격언에는‘솔비투르암불란도(solviturambulando)’라는말이있다.‘걸으면해결된다’라는의미로신체뿐아니라감정적갈등도아우르는표현이다.책을집필한이후공허함과우울감에시달리던자연작가이자식물학자인리처드메이비는평생을살아온칠턴을떠나이스트앵글리아의새로운동네로향한다.익숙한숲대신늪과습지로둘러싸인이스트앵글리아에서는어떤풍경들을마주하게될까?그곳에서세상과단절된느낌을극복해나갈수있을까?평생을한집에살아온저자가새로운세상을향해첫발을내딛는순간이다.
리처드메이비가야생을거닐며만난풍경에는오랜시간에걸쳐다양한모습으로변화해온대지와,그곳을거쳐간수많은존재들의이야기가새겨져있다.척박한습지대에서한때마을의공유지였던대지의역사를,마을의지명에서지금은사라진생물들의흔적을길어올린다.역사와과학,문학의관점을오가며땅,동물,식물,그리고인간을하나의생태계로엮어나가는『야생의숨결가까이』에서자신의역할을묵묵히수행하며세상을작동시키고있는모든존재들의연결성이되살아난다.이책은기후위기와생태멸종시대라일컬어지는지금,생태주의의정수를보여주는‘고전’으로자리매김할자연에세이라해도손색이없다.

자연에대한사랑을되찾으며극심한우울증을치유한메이비는이회고록에서인간과자연의관계에대해치열하게성찰한다.따뜻하면서도예리한지성으로가득차있다.
-휘트브레드상심사평

우리를둘러싼모든존재와
다시금연결되어세상에뿌리내리는
야생속치유와회복의여정

저자를따라이스트앵글리아의야생을거닐어보자.5월이면칼새무리가하늘에서저녁비행을하고,혹독한겨울에는습지대를찾은두루미떼가마치집단의식을행하듯함께모여춤춘다.매년찾아오는철새들은저자로하여금계절감과시간의흐름을다시금느끼도록한다.강인한생명력과뛰어난적응력을자랑하는잡종난초들도눈에띈다.서로를이롭게하고,토양을변화시키고,뿌리에서분비되는화학물질을이용해공생곰팡이를유인하고적을물리치는난초의생존방식을통해저자는서로돕고협력하는법을배워나간다.

올여름습지대를걸으면서나자신도흐르는물에잠겨물의형상을띠게되었음을가슴찡하게실감할수있었다.나역시일시적이나마이공동체의일원이된것이다.나는내신발에들러붙은씨앗을운반한다.(…)이렇게뜨거운계절에도이탄흙을밟을때마다발주위로솟아나는미세한물방울을보면내가몇미터,나아가몇킬로미터에걸쳐잠든수생식물들에게물을뿌려주는것처럼느껴진다._254쪽

이렇듯리처드메이비는자신을둘러싼존재들과연결되어있음을느끼며세상과의단절감을극복해나간다.식물과동물의삶의방식을들여다보며유사성을인식하기도하고,때로는그차이에서새로운태도를배우기도한다.이세상을하나의생태계로,“서로연결된생명체들이분주하게소통하며요동하는막”으로인식하며“사회적,정서적,생태적으로”세상에뿌리를내린다.
한편,풍경은다른이야기를품고있기도하다.한때마을의공유지였던땅은인클로저(중세유럽의공동이용이인정되었던토지에울타리나담을둘러쳐서사유지임을명시하던일)이후개인소유의척박한개간지가되었고,주변에는가축사육장이들어섰다.서식지가파괴되어멸종위기에처한야생동물,전쟁의폭격과기후변화로돌아오지못하는철새,가축화되고노예화된꿩과닭….리처드메이비는세상에서자리를잃어가고있는존재들을마주하며인간이자연에가해온폭력의단면을써내려간다.인간은생태계의일원으로서어떠한역할을수행하고있을까?우리는자연과어떻게관계맺고있는걸까?이책은매섭게질문한다.
자연에서신체적,감정적고통을치유하는서사는오랜역사를지닌이야기의원형이다.흐르는물에다친부위를노출하면병이씻겨내려간다거나,광활한자연속에서인간의미미함을실감하며불안,우울과멀어진다는주제는여러방식으로변주되어왔다.『야생의숨결가까이』는자연속에서인간의위치와역할을성찰하고질문하는과정에충실하다는점에서그궤를달리한다.한명의개인이우울에서벗어나는치유의여정이자,인간이라는한종의생태적역할을탐구해나가는회복의이야기다.

헨리소로,존클레어,에드워드윌슨의계보를잇는자연과인간에관한탐구
“인간과자연을연결해줄강력한도구는언어다”

저자에따르면과거에는모든존재가연결되어있다는유기적관점에서자연을이해했다면,프랜시스베이컨(1561~1626)이후기계론적환원주의관점에서자연을바라보게되었다.자연의법칙과원리를밝혀낸다는이유로자연을실험하고통제하면서,인간과자연사이에위계가만들어지기시작한것이다.
그렇다면우리는어떻게이전의관점을회복할수있을까?메이비가책전반에서강조하는것은언어와상상력의힘이다.그에따르면인간은언제나언어를통해자연과관계맺어왔다.새처럼노래하고꽃처럼피어나고나무처럼우뚝선다는표현은자연물에관한가장흔한은유다.동서양을막론하고설화와민담에는수많은동물이등장하며,인간은자연속존재에감정이입해상황과감정을빗댄이야기를창조해왔다.인간이본능적으로다른생명체에친밀감(바이오필리아,Biophilia)을갖는다는저자의주장이설득력을얻는대목이다.

우드시어(woodseer)는당신도잘아는곤충입니다.(…)그들은잎과꽃의뒷면에작고하얀침거품을뱉고그속에서살지요.어디서오는지는모르겠지만습한날에는항상많이나타나서양치기에게비를예고해주는존재입니다.머리가위쪽에있으면날씨가좋고아래쪽에있으면날이습할거라고들하지요._212쪽

이야기속에서인간은자연물과더욱밀접하게연결될수있다.책에서소개되는영국의시인존클레어는자신의시에서거품벌레를‘우드시어’라쓴다.이는‘나무예언자(wood-prophet)’라는뜻인데,양치기에게날씨를알려주는존재라는의미를담고있다.인간과자연물이맺고있는관계를나타내는속명(俗名)은거품벌레를단순한곤충이아닌우리곁에서살아가며자신의역할을수행하는존재로인식하게한다.
그러므로『야생의숨결가까이』에서소개되는자연물에관한신화와전설,자연물에이름을붙이는과정,자연과자연속삶을찬미하는자연·생태작가들의글을만나는것만으로도독자들은작은변화를체감할수있을것이다.곳곳에숨은작은존재들의역할을인식하고그들의이야기를상상해보는것,이책은가장시급히회복해야할생태적태도를선사한다.

자연의‘보호자’와‘관리자’를넘어
야생성을회복하는미래를그리며

리처드메이비는1980년대에‘하딩스우드’라는숲을구입해모든주민에게개방한독특한이력을가진환경운동가이기도하다.그렇지만모두가저자처럼사유지를마을의공유지로복원할수는없을테다.메이비는‘자연보호구역’과‘야생지대’를다수만들어자연을보호하고관리하는일에대해서도얼마간회의적이다.인간을자연의관리자로상정하는것은‘우리’와‘그들’을구분하고자연을객체로대상화하는태도에가깝기때문이다.
그보다인간을자연계의구성원으로서,인간과자연을하나의총체로서바라보자고제안한다.그러기위해서는인간과비인간존재가서로를인식하고받아들일수있는‘장소’가도시곳곳에존재해야한다고말한다.야생은자체적인회복력과다양성을지녔기에그저약간의공간만마련해주어도충분하다고당부한다.“열흘간의야생체험과울타리로둘러싸인등산로산책사이의어딘가에서”자연과관계맺으며살아가는,작지만새로운변화를제안한다.

농장에포함된2,000제곱미터가량의풀밭은초원으로되돌릴생각이다.풀은이미베어냈다.(…)임시변통의아담한공터지만,초원이자연스럽게형성되는방식을따라한층더야성적인땅으로변해가는출발점이되기를바란다.(…)세월이흐르면서이초원이한때집뒤꼍에있었던사라진공유지를닮아간다면좋겠다.아니,그냥땅이원하는대로무엇이든되었으면한다._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