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13.00
저자

김혜진

저자:김혜진
늘걷는골목에서길을잃고,잘아는풍경에서낯선것을발견하고,매일나누는이야기가엉뚱하게들리는순간을좋아합니다.작고평범한것들에서시작하는,신비롭고재미있는이야기를쓰고싶습니다.『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일주일의학교』,<아로와완전한세계>시리즈,청소년소설『우리는얼굴을찾고있어』,『여기는시장,각오가필요하지』,『완벽한사과는없다』등을썼습니다.

그림:모차
마음으로보아야비로소보이는세계,신비로운순간들과소중한마음을흰여백에그립니다.서툰예비마법사와하고싶은말이많은종이의만남도그런이야기입니다.그들의이야기가때로는다채로운색으로,때로는다정한질감으로가슴에남기를바랍니다.웹툰『시선끝브로콜리』를그렸고,동화『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우주보부상』,『창문으로들어온아이들』등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01친구에게보내는편지
02못해강아지
03골목을차지한것
04마법사를돕는일이라면무엇이든지
05하기싫은일과해야하는일
06발자국모으기
07설마의습격
08선을그어라
09말을이어실을자아내면
10그리멀지않은어딘가에숨은누군가
타파하의마법수업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가느다란마법사는혼자가아니야
이야기는가느다란마법사가친구인뜨거운마법사에게편지를쓰는장면으로시작된다.그곁에는종이한장짜리책타파하가있다.잘난척쟁이에잔소리도심하지만,마법학교도서관에가장오래있던책답게마법사의질문에늘답을주는친구다.자기이름을직접지은쓸모는어떤일에든도움이되고싶어한다.부쩍호기심이많아져새로운거라면뭐든몸에붙여보고싶어한다.동네에처음온날부터소식통역할을한흰털참새가백로의새로운의뢰를가져온다.새로사귄친구들도많은데,그중에는아주특별한인연도있다.
걔네이름은이예,유호,허지,그리고김서야.원래이름은세글자지만이름의맨마지막글자를떼고부른대.신기하지?글자를빼거나더하는것도마법이잖아.마법의이름을가진아이들이라니,흥미로워.(14쪽)
곧이어세상곳곳의마법사들을찾아다니며마법재료를팔고편지도전하는오소리보부상이방문을두드린다.가느다란마법사는보부상에게편지를맡기고,새마법도구들을구입한다.보부상이떠나고쉴틈도없이,가느다란마법사는백로를도와주러달려간다.
가느다란마법사에게는평범한일상일첫장면은가느다란마법사를처음만나는독자에게도이미그를아는독자에게도기대감을안겨준다.‘가느다란마법사’는너무기니까‘가느다’라고부르겠다는엉뚱한아이들은『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에서마법사가서리를녹일때결정적인도움을주었던그아이들이다.가느다란마법사가마법의이름을가진아이들을만난것은우연일까?오소리보부상이배달한‘가벼운마법사의소포’에는무엇이들어있을까?특별한실패와얇디얇은종이는어디에쓰일까?무엇보다도눈길을끄는것은가느다란마법사다.마법학교로돌아가고싶어하던어린마법사는이세상에자신이할수있는일이잔뜩있다는사실을깨달았다.무엇이가느다란마법사를변화하게했을까?가느다란마법은어디에서어떤힘을발휘하게될까?

얘가있으면뭘못하게되어서못해강아지야
제목에서도짐작할수있듯이번이야기의중심에는‘못해강아지’라는존재가있다.가느다란마법사는며칠째학교에나오지않는유호네집앞골목에서커다랗고꼬질꼬질한못해강아지와그앞을서성이는유호를만난다.못해강아지는걱정이있는곳에나타난다.풍성한털에걱정이묻으면끈적해져엉켜버린다.보통사람의눈에보이지는않지만,못해강아지가있으면꺼림칙한느낌이들어피하거나걱정이심해져아무것도못하게된다.유호에게는어떤걱정이있을까?
“올해반은완전꽝이에요.친한애가하나도없어요.선생님도무서워요.돌아가며꼭발표를해야해요.……피구할때공이날아오면꼼짝도못하겠어요.……급식을늦게먹어서창피해요.……모두가날보고있는거같아요.”(56쪽)
학교에다닐때부터못해강아지를잘다루기로유명했던가느다란마법사는가느다란빗에마법을걸어유호와함께못해강아지의털을빗는다.잔뜩뭉친털속에서작은틈을찾아가느다란빗으로살살빗어걱정을솔솔떨어뜨리다보면,마음속응어리도사르르풀린다.이것역시가느다란마법이다.요리가걱정인사람의냄비에들어앉고,시험공부하는책상에나타나기도한다는못해강아지는모두가한가지쯤품고있는걱정을형상화한캐릭터다.눈여겨볼점은마법으로도걱정강아지를없앨수없다는것이다.
“누구나걱정을하니까요.걱정을아예안하는건너무어려워요.대신에걱정을다루는법을익힐순있어요.이렇게,강아지털을빗어주는것처럼요.”(55쪽)
가벼운것이든무거운것이든아무걱정이없기란참어렵다.그런데어른들은종종어린이에게대수롭지않은듯말한다.친구를많이사귀라고,용기를내라고.하지만가느다란마법사는회피하거나외면하면점점커지는걱정을가만히바라보고,다스리는방법을알려준다.못해강아지가또나타나도괜찮다고,그때도빗으로살살빗듯다스려보라고응원한다.그목소리는걱정을감쪽같이없애는신비한마법보다도훨씬오랫동안독자의마음에남아,가느다란마법의지혜를전한다.

설마가나타났다!
그렇게다해결된줄알았지만,유호에게나타난못해강아지가누군가일부러만든‘가짜’라는사실이밝혀지며상황은점점긴박해진다.걱정이묻은털을온동네에퍼뜨리는가짜를막기위해,마법사는유호와친구들의도움을구한다.마법사와쓸모는가짜를뒤쫓고,가느다란마법으로잠시나마마법세계를보게된아이들은타파하와함께가짜의털을모으기로한것이다마법을좋아하는이예,맡은일을말없이해내는김서,조금느리지만성실한유호,꼼꼼한허지는타파하의지휘아래동네를살핀다.하지만모두의마음이같을수는없다.유호가걱정되어찾아왔지만청소는정말싫은허지는거친말로불만을쏟아낸다.팔아파죽겠다,손목부러지겠다,나무에서떨어지고말거다!친구들은‘설마그러겠느냐’는말로허지를달래지만,이윽고너덜너덜한담요같은무언가가모습을드러낸다.타파하는그것이‘설마’라고알려준다.설마가진짜사람을잡는다니!
―보통때는안잡는다.평소엔말을잡고있지.안이뤄지는게좋을말들을이뤄지지않게막아준다.그런데너희는그런말들을너무많이했어.그래서설마가못버티게된거다.저기,설마에게붙은딱딱한조각들이보이지?그게너희가한말들이야.(…)견디기가버거워지면,설마는차라리말한사람을잡아서말이이뤄지도록한다.그러면말을안잡고있어도되니까.(122-123쪽)
설마를피해숨어든아이들과가짜못해강아지에게쫓긴가느다란마법사는어렵사리한자리에모여,이제껏한번도시도하지못한말의마법을시작한다.
『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에서익숙한글자들을나누고,옮기며새로운글자들을탄생시킨글자마법은두번째이야기에서더욱유연하고폭넓게발휘한다.‘설마가사람잡는다’는속담에서착안한‘설마’는우리가평소에쓰는말에힘이담겨있다는것을상기시킨다.안될거라고하면안되는쪽으로기울고,남을상처입히기도하고,스스로를주눅들게도하는‘말’의무게를어떻게다루어야할까?

글자를나누고,말과말을이어,그다음이야기로!
『가느다란마법사와진짜못해강아지』는의미심장한복선과쉴틈없는사건으로독자를사로잡는다.누군가를이기기위한끝말잇기가아니라,더길게이어지기위한끝말잇기를통해‘말로실을자아내는’가느다란마법에이르면작가의남다른상상력에감탄할수밖에없다.한국어린이독자들에게한국의판타지를보여주고싶다는마음으로꾸준히판타지세계를다듬어온김혜진작가의노력이<가느다란마법사>시리즈에서다시한번빛을발한다.
글자마법에익숙한독자라면발견했겠지만『가느다란마법사와진짜못해강아지』는<가느다란마법사>시리즈의두번째편인㉡에해당하는이야기다.(많은독자들이눈치채지못했지만『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의책등에는㉠이라고적혀있다!)두번째이야기곳곳에는그다음이야기를위한복선들이촘촘하게깔려있다.책의마지막부분에는가짜못해강아지를데리고사라진종이얼굴의주인이등장해,다음이야기를예고한다.그는누구이기에위대한책타파하의존재를경계하는것일까?
강력한힘도절대적인지혜도없지만,작고여린존재들에게귀를기울이고누구의곤경도지나치지않는가느다란마법사는확실히성장했다.다정한그에게더많은친구들이생기리라는것도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작지만약하지않은친구들이늘어날수록그들을지키는가느다란마법사역시더욱강해지리라는것도.서로다른존재들이함께살아가며서로의빈틈을채우는‘가느다란마법세계’의그다음이야기를기다릴수밖에없는이유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