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당한 집

점거당한 집

$15.00
Description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 구병모, 정소현, 강지희가 선택한 올해의 문제작
이 작품은 소설 속에서 기꺼이 길을 잃을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또 한 명의 저력 있는 소설가의 탄생!
기품 있는 플레이팅, 그 자체로 한 편의 퍼포먼스가 되는 소설” _구병모 소설가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작법으로 우리 사회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던진 작가, 박지리의 뜻을 이어 한국 문단에 새로운 실험이 될 작품을 기다리는 박지리문학상이 어느덧 4회를 맞았다. 그동안 박지리문학상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연명담(『단명소녀 투쟁기』), 애도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의 초상(『골목의 조』), ‘세계’를 주인공으로 한 페이크 르포(『세계는 이렇게 바뀐다』)까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려 공들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올해 제4회 수상작 『점거당한 집』은 앞선 작품들이 지닌 고민과 시선의 깊이를 이어받아 박지리문학상의 취지와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해준다. 경장편이 아닌 단편 묶음이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세 편의 단편은 마치 한 편인 듯 근미래의 사회를 공유하며 흘러간다. 2031년 원전사고 이후 저마다의 일상을 투쟁하듯 살아가는 시민이자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광주, 용인,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예술인들이 이 소설과 컬래버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오지 않을까” 하는 구병모 소설가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에 대한 소설이며, 나아가 예술의 동시대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공공간을 점거하는 소설 속 시도는 현실의 장소에서 허구의 인물이 정말 일어날 법한 일을 꾸민다는 데에 독자에게 기묘하고 재밌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최수진

저자:최수진
1991년생.울산에서나고자라서울에서살고있다.부산,광주,속초,경주에서살기를바라며그곳에서사는스스로를종종떠올린다.「점거당한집외2편」으로제4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재난과예술그리고지역사회에관심이많으며,그속에서읽고쓰는사람들을떠올리는일에몰두하고있다.

목차

길위의희망-광주편,국립아시아문화전당점거시위대찬란씨와그동료들과의짧은만남
점거당한집-용인편,백남준아트센터와『문안에서』
금일의경주-경주편,천년의도시와무덤을찾는사람들

수상소감
작가의말
작품해설
박지리문학상
심사평

출판사 서평

제4회박지리문학상수상작
우리사회에뜨거운화두를던지는신예작가의탄생!
시민,예술,기록은재난을겪은사회에서어떻게작동해야하는가?

가장부조리한일들은이세상에서그냥일어나우리를덮치곤한다.
언제나우리중에서가장약한쪽을.가장무르고어려운처지에놓인사람들을._168p

제4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한최수진작가는1991년생으로첫책이라하기어려울만큼과감하고,날카로운질문들로독자들을찾아왔다.『점거당한집』에수록된세편의소설은실제공간인광주,용인,경주를배경으로2031년원전사고이후의이야기를담아낸다.현재에서멀지않은미래에일어날법한재난을겪은사회,그속에서또다시오늘을살아가는평범한시민이자예술가들의행보는아이러니하게도미래에서보내온과거의이야기같다.소설속미래의재난앞에서사람들은1980년대의기억을떠올리며곁에있는사람들을돌본다.재난은시대를막론하고언제나예고없이“그냥일어나우리를덮치”고,시민들은“아프고다치는가운데서도없는걸서로나누려”하며지나왔기때문에.이작품은우리사회가이런식으로또다시재난앞에서과거를되짚어보는일이없길바라며,예술과기록그리고시민들이해야하는역할에대해이야기한다.
세편의소설은각각독립적이면서도,같은세계관을다루고있다는점에서마치한편의연작소설처럼읽힌다.취재기자인화자가2036년5월에쓴글인「길위의희망」은3년전6월,그가광주아시아문화전당을점거한시위대에보름간함께했던시간에대한기록이다.시카고출신한인2세찬란씨와더불어시위대에서유일하게광주시민이아니었던‘나’에게그기억은“한명의시민으로철저히무력하다는깨달음을온몸으로받아낸”최초의경험이된다.“결국남에게조명되고목소리를내야하는”시위와마찬가지로기사역시청중의관심없이는사그라지기를반복하는파도에불과하다.그럼에도취재를위해시위대에합류했을때‘나’는이곳말고“더는갈곳이없다”는사실을자각한다.“최루탄과함께진압대가밀고들어”온시위의마지막날,‘나’는연기속에서도끝내선명하게존재하는마음들을응시한다.구태여서로의손을맞잡고야마는,친구가아닌“동지”라이르며,마땅찮아하면서도“서로에게의지할수밖에”없는그마음들을.현재의독자들은1980년대를품은2036년의행적속에서다른곳이아닌아시아문화전당을점거한이들의마음과마주하게될것이다.“왜다시역사를기억해야하는지”되묻는시위대의의도를.

이소설은동시대예술에대한소설이며,
나아가예술의동시대에대한소설이다

작가인화자가2044년8~9월에쓴「점거당한집」은예술가남매의지난십년간의활동을돌아보는기록이다.소설의주무대가되는용인백남준아트센터는남매의어린시절추억이가득한공간이자,누나박하니가2033년개인전을열었으며2044년동생박한일이누나의회고전을연곳이기도하다.소설과출간기념퍼포먼스,미술전시등남매의작업물은마치한사람이창작한듯한기묘한과정을지닌다.남매의소설『문안에서』는대부분박하니가집필했지만,인물의생각과그가하는묘사는박한일의것에가깝다.더불어미술관에서피자를시켜먹고다시담을넘어그곳으로잠입하거나,자신의집을전시공간으로삼는동시에전시공간을거처로삼는남매의행위는주체와객체를허물고,제도와일상의감각을혼동시킨다.독자는작품을읽으며불현듯끼어드는허구의소설,실제의소설,허구의전시,실제의전시공간속에서마치하니와한일이된듯길을잃게될것이다.그헤맴은독자를비정형화된소설의또다른골목으로안내한다.
중독자이자작가인화자가2044년4월에쓴「금일의경주」는유망했던젊은소설가금일과그의작품을기억하려는기록이다.화자와금일이이주해온2034~5년의경주는“무덤과무덤사이집이모두뜯겨나”간파괴된폐허였다.2040년대를사는화자는살아생전금일이썼던소설을읽으며,당시의금일이걷고바라보았을경주의풍경들을다시금되짚는다.독자는화자의시선을따라가며,오늘날우리가경험하고기억하는관광도시로서의경주와원전사고로폐허가된경주사이에머물게된다.그런독자곁에또다른자기만의시간과장소를간직한소설가금일과그의작품『금일의경주』와『경주의내일』이쉬지않고끼어든다.독자는화자와금일을통해소설속경주의어제와오늘그리고소설밖경주의내일을그리게될것이다.낯익은공간에서일어난재난과그곳을살아가는사람들,다시그들을기억하려는예술가의행적은더이상낯선일이아니다.

어떤예술도홀로존재하지않는다
무대는지켜보고기록하는관찰자덕에존재한다

“역사가늘되풀이되는것같네요.그런데나쁜쪽으로.”
“제자리걸음이라도걷고있으니까다행인걸까요?”_169p

소설속대사와같이근미래를담은세편의소설들은오래전부터되풀이되어온우리의역사가어김없이반복되는장면들을보여주는듯하다.하지만이책은구병모소설가의말처럼“그자체로한편의퍼포먼스”를선보이며,‘소설’로만머물러있지않다.익숙한제도와역사에물음을던지듯작품은‘소설’이라는장르와더나아가그것이창작되는원리에까지진입해낯선목소리를낸다.자신이소설본인이라야응당그것에게질문을던질수있듯이,세편의소설은누구보다우아하게소설로서소설다움을묻는다.그태도는다시오늘날독자들에게가닿아,우리가역사를기억하는방식에잔잔한파문을일으킨다.
어쩌면이소설을끝까지읽은독자들은서로를‘동지’라고부를지도모른다.세편의소설이펼쳐보이는“과자부스러기처럼집안을점거한(…)어질러진책들이만든일련의흐름”속에서독자들은스스로길을내자기만의탐험을떠나야한다.같은공간에서도저마다다른풍경을감각하듯,이책은펼치는순간부터그런시도들을종용한다.이야기에진입한독자는멀쩡한표지판이하나도없는길위에선다.어수선한광경은그덕분에수십개의골목을지닌다.그런데멀쩡한표지판만이곧옳은길을가리키는걸까?
독자는문득그런생각을할지도모른다.그찰나를놓치지않고작가는독자의어깨를두드려세운다.불현듯합류한소설은질세라독자가발디딘지면을재빠르게수면으로바꾸어놓는다.이온갖유혹의여정을기꺼이끝마친독자라면,응당서로에게동지애가가득한눈빛을보낼것이다.작가가소설곳곳에무심한듯세팅해놓은돌부리가실은물웅덩이에비친구름이었다는발견을이야기하려입술을달싹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