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수영장 - 사계절 1318 문고 147

물 없는 수영장 - 사계절 1318 문고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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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정

저자:김선정
2011년부터작품활동을시작했습니다.그동안쓴책으로동화『최기봉을찾아라!』『다이너마이트(공저)』『방학탐구생활』『우리반채무관계』『세상에없는가게』,그림책『전학가는날』,청소년소설『멧돼지가살던별』,에세이『너와나의점심시간』이있습니다.제14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제8회푸른문학상새로운작가상을수상했습니다.

목차


물없는수영장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수면위로끌어내는기이한울음소리
오늘날청소년들이바라본저릿한과거

돼지농장외에는별달리내세울게없는지역목현읍.하루하루가지루하기짝이없던고등학생기현앞에구미가도는사건이일어난다.괴팍하기로소문난당직기사김씨가야간순찰중에쓰러졌다.하지만그보다충격적인건김씨가쓰러진장소이다.영화에나나올법한수영장이학교뒤편에자리하고있었다는것.게다가여기서괴상한울음소리를듣고쓰러졌던당직기사가한둘이아니라는데….때마침웹소설창작소재와자료조사를함께할조력자가필요하던기현은수영장근처를기웃거리다우연히두사람을마주친다.어려서부터영혼의원한을어렴풋이들어온진호,과거마을에서가장큰돈사현웅농장에서근무한외국인노동자아버지를둔영리!현웅농장의손주현상구에게내내괴롭힘당하던셋은그공통점을연결고리로삼아,기현의웹소설수익을나누어가지겠다는조건으로학교의비밀을파헤쳐나가기로한다.오래전에죽었다는수영부에이스와똑닮은체육교사,수영장근처에떨어진현상구의돼지키링,구제역백서에기록된바가없는현웅농장까지,물없는수영장을조사하면할수록의미심장한단서들이드러난다.

벌써십여년이지나버린구제역사태는현재청소년들에게는다소생경한실상일수있다.어린이와청소년들곁에서글을써온김선정작가는오래도록마음속에품어온구제역사태를어떻게알리고싶었을까?또왜알리고싶었을까?작가는다양한미디어로시대와소통하는오늘날청소년들의경향을반영하여,그들이즐겨읽는웹소설형식을빌려와구제역사태의행방을흥미롭게추적해나간다.특히주인공들이처음에는단순한호기심으로미스터리한공간에다가갔듯이,『물없는수영장』은구제역과는거리가먼지금청소년독자들에게사소한관심에서시작한일이결국엔우리가무심코지나쳐온것들을돌아보게하고,그작은발견으로눈앞의세계가확장될수있음을넌지시보여준다.무엇보다이작품의주인공들은학교에서존재감이미미한청소년이다.학교에분명히있지만마치없는듯이지내는아이들.비명을내질러도묻힐수밖에없던동물들과비슷한처지인아이들이구제역사태를밝혀내는과정을그리고있어더욱더의미가깊다.지난날우리가눈감아온죽음들,다시는이런과오를범하지않기위해서라도우리는잊힌과거를직면해야한다.그것이물한방울없이,형태만남아있는수영장에세아이가모인이유일것이다.

눈뜬채눈감은생명들,이들은반드시구제되어야한다!

구제역사태로인한현웅농장일가의대량살처분,농장의외국인노동자들에게전가한구제역책임,생명을살리고자했지만제손으로죽여야했던수의사,마을과학교유지를위해메마른땅에불법매립된생명들….동시대에우리주변에서이런일이일어났으리라상상이나했을까.하지만이는그저소설속허구가아니다.우리가서있는자리는안전한곳일지되묻게하는『물없는수영장』의배경은불과십여년전,비극적인현실을재현해낸것이나다름없다.“난이해가안가.가만두면낫는데왜죽여없애는거야?(…)감기걸렸다고싹다죽여버리는거나똑같잖아.”(105쪽)라고울분을토하는아이들처럼,동물과인간의위치를바꾸어본다면이는과연정당한죽음일까?무자비하게죽음으로내몰렸던가축들의지난날을그려낸이작품은인간중심의사고에서벗어나일상가까이있는소동물외에대동물로반경을넓혀,함께숨쉬며살아가는모든생명의존엄성에대해고민하게만든다.가축들의마지막또한인간과동등하게합법적이고온당한방식에따라야한다는것을,소설속현웅농장의생생하고도핏빛서린살처분현장을통해이작품은이야기하고있다.

인간중심주의는인간과동물의생명을두고위계를나눈다.이작품은그비윤리적인사고를비롯해인간사회에도존재하는그릇된위계를구제역사태를통해묘사한다.뜻하지않게살생의현장에함께해내내트라우마에시달리는농장노동자,공무원,수의사들,여전히이방인의신세로서변방으로밀려나는외국인노동자들은눈뜬채눈감아야만했던수많은동물못지않게사회에서지워진존재들이다.“슬픔은남을해하지않는다.하지만너무오래묵은,너무큰슬픔은좀다를지도모른다.”(183쪽)아무도듣지못하는소리를듣는진호가마을곳곳에서짐승의울음소리외에도기이한비명을들은것은,진실을감추기위해지워져야했던모두를구제해내야한다는작가의필사적인외침에가깝다.

일말의책임감을지닌자들이바꾸어나갈사회

물없는수영장을둘러싼의혹을밝혀낼때서로다른주장을펼치는이들이있다.평생모르는체하며묻어두려는사람과진실을끄집어내려는사람.그러나후자도처음부터이자세를고수했던것은아니다.그들또한“뭘보든아무말도하지말고,시류에맞춰살고,그게무엇이든가만히있는게이득”(187쪽)이라고생각해왔다.그러나이들을바꾼건구제역사태를직접겪지않았던청소년들이다.처음에는오로지웹소설수익으로뭉쳤던세아이,하지만파헤치면파헤칠수록마을의과거가서서히드러나자아이들은가만두고보지만않는다.끝내는어른들을찾아다니며오래도록마을이묵과한구제역사태와가족,이웃들의아픔을뼛속깊이전해듣는다.용기있게나선아이들의모습은고통을외면했던이들에게새로운삶의태도를제시한다.

“당장이죽음의행진을멈춰야한다.그것이이세상을좋은곳,귀한곳,아름다운곳으로다음세대에게이어주기위해,우리가해야할일이다.”(222쪽)

인간다운인간,어른다운어른은무엇인가.이작품의청소년들은캄캄한과거에묻혀버린것들을향해끊임없이묻는다.그덕에물없는수영장에얽힌수의사,새로운체육교사,은퇴한교사,목사,외국인노동자등은청소년들의발걸음에힘을보태고,어른들이해결해나갈방법을찾아나선다.이전과달리푸릇푸릇한생기가도는매몰지앞에서서로의등을토닥이는세아이와교사의모습처럼『물없는수영장』은재난이지속되어온사회에서더오랜시간을살아갈아이들을위해우리가지녀야할최소한의도리를되짚어보게할것이다.

줄거리

외딴고등학교에자리한오래된수영장,이곳에서는사람들과동물들의울음소리가끊임없이들려온다.아마추어웹소설작가인기현은소설소재를찾아떠돌다우연히물없는수영장에서영리와진호를마주친다.조력자이자친구가되기로한셋은물없는수영장에대한웹소설을창작하며함께학교의비밀을파헤치기로결심한다.십여년전,구제역으로살처분당하고불법매립된수많은생명들.오래전모두가끝내묵과한고통,오랫동안묻혀있던진실이청소년들의용기로인해서서히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