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어휘 :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동양 고전의 낱말들

인생 어휘 :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동양 고전의 낱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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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쓰는 단어의 어원부터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2,000년의 지혜까지
고전에서 벼려낸 32가지 ‘인생 어휘’를 만나다
중국 수사학의 권위자이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드는 ‘르네상스형’ 이야기꾼인 서울시립대학교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이승훈이 현대 사회의 화두 32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글자의 어원과 그에 얽힌 고전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관찰’ ‘경청’ ‘여유’ ‘배포’ 등 일상의 태도부터 ‘공정’ ‘공감’ ‘법치’ ‘정치’ 등 사회적 담론까지, 지금 우리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사회를 읽어내는 통찰을 선사한다.
수많은 고전 입문서 사이에서 이 책이 빛나는 지점은 고전 원문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나가는 이승훈 교수의 유일무이한 시각이다. 이 책은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은 물론 21세기 최전선의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고전을 이해하는 풍부하고 정확한 맥락을 제공한다. 성인(聖人)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진화심리학·뇌과학적 접근으로 이어가 확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인류학·신화학적으로 해석하여 동양 철학의 지형을 살핀다. 가장 시의적이고 다학제적인 맥락 안에서 고전 속 지혜와 통찰은 날카로운 관점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과거의 지혜에서 어떠한 가치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답하는 하나의 훌륭한 예다.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어휘를 찾아 고전 속으로 떠나보자.

저자

이승훈

저자:이승훈
서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중국남경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시립대학교중국어문화학과교수이다.중국수사학전공을바탕으로중국의문자,고전,문화사등전방위분야를탐사하며옛글과문자에담긴깊은사유를현대와잇닿게하는데관심을기울이고있다.최근에는중국의언어와문화에대한일반지식은물론전문자료를모은개방형디지털아카이브중국학위키백과를구축하였다.
그동안발표한논문으로「중국수사학의비유이론」,「수사(修辭)의어원과그의미의변천과정」,「수사학을통한중국문화의이해」,「고대중국수사학의‘설득’에대한연구」,「인지언어학방법론을통한중국어수사법쌍관(雙關)의의미구성과정분석」외다수가있다.

목차

들어가며고전은스스로존재하지않는다

1부태도의낱말들

[관찰]잘보는것의소중함
마음도보는것이고행동도보는것이다.觀其志,觀其行.
[경청]잘들어주는사람이바로성인이다
회의분위기가딱딱하면아랫사람은말을않고윗사람은듣는것이없게된다.朝居嚴則下無言,下無言則上無聞矣.
[여유]하지않아도될일을찾아내기
조심스럽기는겨울에언개울을건너는것처럼.豫兮,若冬涉川
[몰입]몰입하려면쉬어야한다
양쪽눈으로따로볼수없기에잘보이고,양쪽귀로따로들을수없기에잘들리는것이다.目不能兩視而明,耳不能兩聽而聰.
[겸손]모르면모른다고인정하기
가득찬것은덜어지고,겸손함은채워진다.滿招損,謙受益.
[용기]무모한만용이되지않으려면
용맹한것만좋아하고배우기를좋아하지않는자는세상을어지럽힐것이다.好勇不好學,其蔽也亂.
[고결]적당히때가묻어야하는숭고함
배꽃과복사꽃은말이없지만그아래로자연스레길이생긴다.桃李不言,下自成蹊.
[의지]안될줄알면서도하는
안될줄알면서도행하는그사람말이군.是知其不可而爲之者與?
[배포]작은것도크게쓸줄아는
여름벌레에게얼음을말해도소용없는것이다.夏蟲不可以語於氷者,篤於時也.

2부관계의낱말들

[정체성]진정한자아라는허상
조금전에는장자가나비가된꿈을꾸었고,꿈에서깬지금은나비가장자가된꿈을꾸고있는지도모른다.不知周之夢爲蝴蝶與,蝴蝶之夢爲周與.
[본성]인간의본성,꼭알아야만하는가?
사람이짐승과다른점은아주미세한차이에불과하다.사람들은그차이를소홀히여기지만,군자는지켜낸다.人之所以異於禽於獸者幾希,庶民去之,君子存之.
[자연]하늘은사람을불쌍히여기지않는다
천지는어질지않아만물을하찮은것으로여긴다.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
[친구]순수함과이해관계사이에서
진심으로조언하여잘이끌어주되,안되면그만두는것이다.忠告而善道之,不可則止.
[우정]순수하지않으면어때서?
이익이있을때잠시친구가되는것은거짓이다.當其同利時,暫相黨引以爲朋者,僞也.
[예단]함부로사람의미래를말하지말라
과거의잘못을추궁하지말고장래의악행을예측하지말라.不追其旣往,不逆其將來.
[집단]다수는언제나옳은가
어리석은사람은일이완성되었어도알지못하고,지혜로운사람은아직이루어지지않은것도미리볼수있다.愚者闇成事,智者睹未形.
[동조]나도모르게휩쓸리는이유는?
음악이이렇게아름다운것인지생각도못했구나.不圖爲樂之至於斯也.
[소문]어디까지믿어야하는걸까?
병이생기기도전에치료해주는의사는유명해지지않는다.未有形而除之,故名不出於家.

3부가치의낱말들

[보수]현실보다이론에집착하는
나는법칙은믿지만나자신은믿지못합니다.寧信度,無自信也.
[중도]기계적중립이라는위선
둘다먹을수없다면생선은포기하고곰발바닥을먹겠다.二者不可得兼,舍魚而取熊掌者也.
[실용]무용지물의역설
이나무는쓸모가없기에천년을살수있었다.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
[보편]세상만사에모두적용되는원리가있을까?
군자는반드시해야만하는것도없고,절대로해서는안되는것도없다.의로움만있으면된다.君子之於天下也,無適也,無莫也,義之與比.
[대소]왜좋은것은큰것일까?
작은신의를지키기위해제목을매어죽어서아무도모르는도랑에버려지는것이무슨의미가있을까?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무위]적극적으로무언가를하는
최고의지도자란그가있다는것만알려진사람이다.太上,下知有之.
[인위]억지로조장하는것
자라도록도와주는것은무익할뿐만아니라망치는것이다.助之長者,非徒無益,而又害之.

4부함께함의낱말들

[공정]세상은언제나공정한가
이세상을보면너무나당혹스러우니하늘의도가과연있기나한것인가?余甚惑焉,?所謂天道,是邪非邪?
[공감]가까운곳을바라보라
죽어가는소리를들으면고기를먹을수없으니도살장을멀리하는것이다.聞其聲,不忍食其肉.是以君子遠?廚也.
[각박]사람은못믿고제도만믿을수있다고?
불은뜨겁기때문에타죽는사람이별로없지만,물은만만해보이기때문에빠져죽는사람이많은법이다.夫火形嚴,故人鮮灼,水形懦,故人多溺.
[법치]법대로하라는말이얼마나폭력적인지
군자의덕은바람과같고,소인의덕은풀과같습니다.君子之德風,小人之德草.
[공포]사람을통제하는방법
백성들좋아하는것은왕께서하시고,백성들싫어하는것은제가하겠습니다.民之所喜也,君自行之.民之所惡也,臣請當之.
[수치]정치는부끄러움에서시작하는것
법으로통치하고형벌로획일화하면백성들은피하려는마음만생긴다.敎之以政,齊之以刑,則民有遯心.
[정치]마음의상처를치유하는것
원한은크고작음의문제가아니라상처난마음에달린것이다.怨不期深淺,其於傷心.

출판사 서평

중국수사학의권위자이자이야기꾼이승훈교수!
현대사회의화두32가지로풀어쓴동양고전이야기

문자를둘러싼인간의염원과지식의문화사를파헤친『한자의풍경』으로대중인문저자로자리매김한서울시립대학교중국어문화학과교수이승훈이다음으로선보이는주제는중국고전이다.보편적인지혜와통찰이담긴고전읽기가붐을일으키고있는가운데,이승훈교수는고전원문그자체보다는동시대적인관점에서중국고전을해석하고현대독자들과연결점을찾는작업에집중해왔다.적절한맥락과배경안에서고전을읽어내야텍스트에쌓인시차가줄어들고“고민의핵심이더욱분명해”지기때문이다.현대사회의32가지키워드를중심으로글자의어원과그에얽힌흥미로운고사를유려하게풀어낸『인생어휘』는동양고전과현대독자들을새롭게연결하는장(場)이다.일상을좀더지혜롭게살아가는데도움이될태도(관찰,경청,겸손,여유등)부터사회를읽어낼묵직한화두(공정,정치,공감,법치등)까지,고전속지혜와통찰이이책에서시대와호흡한다.

이승훈교수를한마디로표현하면르네상스형이야기꾼이아닐까?저자는원문의행간에숨은의미를파악하는데당대의정치상황과역사적맥락은물론진화심리학,뇌과학,신화학,인류학등현대의지식을그재료로삼는다.성인(聖人)들의인간에대한이해를진화심리학·뇌과학적접근으로이어가확장하고,세상을이해하는틀을인류학·신화학적으로해석하여동양철학의지형을살핀다.다양한인접학문을종횡무진넘나드는이야기꾼이승훈교수를따라20권의중국고전에서벼려낸32가지단어를만나보자.우리삶의나침반이되어줄‘인생어휘’를확보할수있을테다.

여유,하지않아도될일을그만두는용기
정체성,앞뒤가맞지않는자신을받아들이는과정
관찰,내밀한동기까지살펴보는일
경청,타인에게몸을기울여듣기

삶의해상도를높여줄동양고전의낱말들

이책을구성하는32가지의단어는현대사회의면면과맞닿아있다.바쁜현대인들에게가장필요한것은‘여유’일테다.여유(餘裕)란“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넉넉하여남음이있는상태”를뜻하는데,이책에서이승훈교수는다산정약용의당호인‘여유당’속여유(與猶)에주목한다.여유(與猶)는유예(猶豫)에서비롯된글자로,의심이많아주위에서나는작은소리에도깜짝놀라도망가는원숭이[猶]와코끼리[豫]의모습을의미한다.이글자는사물의이치에통달한도인의신중한태도를묘사하는데주로쓰였다.저자는다산의설명을빌려와“하지않더라도마음이불편하지않은,그래서꼭해야만하는일이아니면하지않는태도”가여유(與猶)라고설명한다.정보의양이과도하게늘어나고과학기술의발전이그림자노동을양산한현대사회에서,풍요속에서누리는여유(餘裕)가아닌하지않아도될일을그만두는여유(與猶)를가져보자는이야기는특별한위안을준다.

어느날장자는꿈에나비가되었다.유유자적꽃사이를즐겁게날아다니면서도자신이장자인지몰랐다.그러다불현듯꿈에서깨어나보니자신은나비가아니라장자인게아닌가?장자는생각에잠겼다.조금전에는장자가나비가된꿈을꾸었고,꿈에서깬지금은나비가장자가된꿈을꾸고있는지도모른다.『장자』「제물론」(105쪽)

이승훈교수는『장자』의호접지몽이야기에서‘정체성’이라는단어를길어낸다.단일한정체성이라는개념에의문을던지며,특정순간마다의여러정체성(停滯性)이누적되면서정체성(整體性)이만들어진다는새로운주장으로나아간다.인간은왜이야기를통해일관된논리를만들어내려할까?변함없는모습을보여야한다는사회적압박은어떻게통합된자아를만들려는집착으로이어졌을까?저자는이러한질문에답하며정체성에관한여러담론을이끌어낸다.

짧은호흡의자극적인콘텐츠가넘쳐나고모두가자기를표현하는1인1미디어시대,‘관찰’과‘경청’의어원은독자들에게새삼스레느껴질것이다.수리부엉이가목표물을뚫어지게응시하는모습을나타내는관(觀)자에는시간을들여대상을오래관찰하고그이면까지읽어내는일의가치가담겨있다.상대쪽으로몸을기울여듣는모습을나타내는경청(傾聽)은큰귀와사람을조합해만든글자인성인(聖人)의성자와연결되어,잘듣는일의중요성을다시금보여준다.『인생어휘』의묘미는이렇듯익숙한어휘들의어원과그를둘러싼이야기에서출발해지금의독자들에게유용한통찰로뻗어나가는데있다.우리의삶을비우고채우는데자양분이되어줄본격적인고전실용서라할수있다.

한국사회의정치현실을겨냥하는선인들의매서운통찰
어지러운세상을선명히읽어낼‘인생어휘’

무엇보다한국사회를겹쳐볼수있는대목은4부〈함께함의낱말들〉이다.공정,법치,수치,정치등으로구성된4부는공정의기준이무너지고,‘정치의사법화’가만연해지고,공감능력이사라지고있는분열과갈등의한국사회를겨냥하는성인들의한마디한마디로채워져있다.공자가말하는사람을뽑을때의기준,맹자가말하는덕치(德治)의힘,가까운것에주의를기울이는공감과연민의태도는2,000년의세월이무색하게느껴질만큼시급하고날카롭게다가온다.우리가살아가는현실의문제를선명하게인식하고,스스로삶의정의(定義)를세울수있도록도와줄것이다.

ㆍ활쏘기시합에서가죽을꿰뚫는것을위주로하지않은것은사람마다힘이다르기때문이다.이것이옛날의도(道)다.『논어』(268~269쪽)

ㆍ절실하게질문하고가까운곳에서부터생각하는사람,인(仁)이란그가운데있는것이다.『논어』(282쪽)

ㆍ힘으로남을복종시키면상대는진심으로따르는것이아니라자신이힘이부족해서그런것이라고여긴다.덕으로남을복종시키면상대는마음속으로기뻐하여진실로따를것이다.『맹자』(299쪽)

뇌과학과연결되는공자의지혜부터
동·서양철학패러다임의차이까지!

진화심리학,인문학,신화학등21세기지식과20권의중국고전의만남

동·서양의인문학이란사실고전에대한주석의역사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21세기최전선의지식을적재적소에배치해중국고전의사유를정확하고풍부하게이해하도록돕는『인생어휘』는이러한점에서가장다학제적이면서도동시대적인인문학책이라고할수있다.이책에서인간과세상을이해하는성인들의지혜는다양한과학지식과교차한다.“수영을잘하는사람이배를젓는법을빨리배울수있는이유는그가물을의식하지않기때문이다”라는몰입에관한공자의설명은몰입상태에서활성화되는인간의뇌영역인‘디폴트모드네트워크’와연결된다.20세기부터이어져온과학계의‘본성대양육’논쟁(인간의인격이나지적능력등에선천적인유전자와후천적인양육중어느것이큰영향을미치느냐는논쟁)은맹자의성선설과맞닿는다.인간의본성은단서와실마리에불과하니그것을유지하고보존하는데힘써야한다는맹자의주장이본성과양육의상호작용을강조하는현대의과학과공명한다.

중국고전을보편적인지혜로읽어내는데그치지않고,동양철학의틀이어떠한배경에서구성되었는지,또서양철학과는어떻게다른지그지형을살피는것역시이책의차별점이다.저자는특히본질과보편에관한두철학의입장이크게다르다고본다.여러서양학자와동양학자의분석을다채로이소개하며사물에앞서존재하는본질과보편적진리를강조한서양철학과,형식과본질의조화를추구한동양철학의패러다임을비교해분석한다.『논어』『맹자』『주역』『도덕경』등20권의중국고전을총망라하고다양한21세기학문을넘나들며풍부한맥락을덧붙인이책은왜지금우리가중국고전을읽어야하는지,앞으로동양고전에서어떤의미를끄집어낼수있는지를한권의책으로보여주는탁월한예다.지금여기에살아숨쉬는2,000년의지혜가시공간을건너우리앞에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