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사피엔스였을 때 : 예술과 기술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가 처음 사피엔스였을 때 : 예술과 기술의 기원을 찾아서

$16.80
Description
700만 년의 진화 끝에 찾아온 인류의 황금기
마침내 시작된 슬기로운 사람의 시대
지금으로부터 700만 년 전 무렵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인류는, 350만 년 전 무렵부터 돌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약 200만 년 전쯤에는 아프리카 밖으로 나와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180만 년 전쯤부터는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수많은 인간종이 지구에 등장했다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30만 년 전 어느 날, 현생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에 나타났다. 이 책은 그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캄캄한 동굴 안에서 작은 등불을 켜고 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황소 그림을 그린 예술가 사피엔스. 통나무를 단단하게 엮은 배를 타고 마다가스카르에서 하와이까지 인도양과 태평양을 건너간 항해자 사피엔스. 손에는 횃불을 들고 몸에는 가죽으로 만든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서 꽝꽝 얼어붙은 시베리아와 베링해협을 통과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 사피엔스. 이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지려는 욕망으로 이 모든 일을 이루어냈다. 이 과정에서 더욱 정교한 도구들이 출현했고, 음악과 미술, 원시 종교 및 가족과 돌봄 같은 정신문화도 발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 사이에 생긴 변화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 1.0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원시’라는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우리 인간이 처음 사피엔스였을 때의 모습을 탐구해보자.

저자

김상태

저자:김상태
구석기고고학을전공하고전기구석기시대뗀석기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강원도양구군상무룡리유적발굴을통하여본격적으로구석기연구를시작했으며,그밖에제주도최초의구석기유적인서귀포시생수궤등여러발굴에참여했다.
1996년국립중앙박물관학예연구사로박물관업무를시작했으며,이후유물관리부와고고부,전시팀등여러분야에서일하며관련저술과전시로활동을넓혔다.국립제주박물관,국립춘천박물관,국립한글박물관등에서일했으며,도쿄대학교문학부고고학연구실에서1년간연구하였다.2021년에는국립중앙박물관고고역사부장으로일하며국립중앙박물관최초의진화인류학특별전〈호모사피엔스:진화∞관계&미래?〉를주관했다.현재는국립나주박물관관장으로일하고있다.
지은책으로인류의진화와도구의발달과정을통하여구석기시대역사를복원한『단단한고고학』,구석기시대도구를연구한『한국구석기시대석기군연구』와『한국미의태동구석기·신석기』(공저),박물관큐레이터와큐레이터지망생을위한실용적인유물관리지침서『박물관소장품의수집과관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4

따뜻한불,그다음은밝은불_등잔의기원①
태초의혁명은밤에시작됐다18
진화의터널을밝힌등잔20
시간의터널을건너온기술22

밤의무대의막이오르다_등잔의기원②
그대들은어떻게세상을밝힐것인가25
작은등불하나가지고무얼하나27
어둠이깊을수록불은더밝게빛난다28
음악과상징,공동체의대화법32

인간의끝없는욕망_안료의발견①
봄의딜레마36
가질수없는것을가지려하는마음38
10만년의두께를간직한색깔40

아름다움을탐하는마음-안료의발견②
총천연색의유혹43
천연에서인공으로,안료에서물감으로46
원시와현대의교집합48

아시아예술혼의기원을찾아서
새로운발견은언제나반대를부르지50
그림이우리에게말하는것54

보이지않는상징의힘
쓸모없음속에깃든특별함58
말하지않은의도를알아차리는일61
보이지않는것을사용하여생존하는법63

세상에음악이흐르기시작했다
마음을다스리는소리의힘65
최초의악사는누구였을까67
시간의강을거슬러올라가는방법69

우리가그뼈다귀를집어든순간,그것은우리의도구가되었다_뼈로만든도구①
돌과뼈에남아있는인류의삶과생각들74
재료에따른기능의분배77

영원한건절대없어_뼈로만든도구②
자연환경에적응하는도구의성능81
더작고,더강하고,더날카롭게83
첨단기술의발전과재래기술의퇴화86

오래된연장이새세상에적응하는방법_뼈로만든도구③
바늘구멍의탄생89
혹한의생존도구,바늘91
차이와차별의기원에도바늘이있었다94

살아남은인간의말을전부믿을수없는이유_네안데르탈인과사피엔스의도구①
그들의존재가궁금한이유97
나의혈관을흐르는너의DNA99
필요를넘어부가가치로진화하다101

의지와능력의차이가아닌기억의차이_네안데르탈인과사피엔스의도구②
상상의차이가생존을결정한다105
죽음을기념한건언제부터였을까?107
죽은사람의기억으로눈앞에닥친문제를해결하기110

육상인류에서바다인류로
결성!해산물원정대114
물고기를낚는여러가지방법116
신석기시대의문을열다120

더넓은세상으로나가자_바다를건넌사람들①
바람아불어라!124
마침내대양앞에서다126
경계를넘는도구128

100만년동안의항해_바다를건넌사람들②
당신의용기를시험하는바다132
원시해상네트워크의흔적133
고고학적복원실험137

두뇌발달의비밀이담긴구석기식단_구석기인들의식생활①
구석기식단,700만년동안의먹거리142
사냥꾼대요리사145

인간,자연계의왕이되다_구석기인들의식생활②
사람을돌보면서사람을잡아먹었다는어떤사람151
자연의경고에대처하는자세154
신석기혁명의의의는무엇일까?157

생명연장의대가_구석기인들의식생활③
두번째식이전환기의현대인류161
진화의마지막순간에등장한존재,노인164
그누구도인간의미래를알수없다167

간석기에얽힌오래된오해_구석기시대의신석기
통설을뒤집는고고학증거172
간돌도끼,구석기인들의신석기174
정의가곧진리는아니다177

마치며179
참고문헌184
시각자료출처201
인명·지명찾아보기204

출판사 서평

문자로기록되지않은인간의시간을탐구하는고고학자
인간을인간으로살게한특별한능력,예술과기술의출현에주목하다

고고학의연구대상은대부분가늠하기조차어려운긴시간을견뎌낸잔해(殘骸)들이다.간혹한눈에알아볼수있는것도있지만대부분은보이지않는것들속에서의미를발견해야한다.그래서고고학자들은자신들의연구를1만조각퍼즐맞추기에비유하곤한다.국립중앙박물관고고역사부장,국립춘천박물관관장등을역임하고현재국립나주박물관관장으로일하고있는국내대표고고학자김상태는새책『우리가처음사피엔스였을때』에서자신이완성한퍼즐을꺼내어보여준다.

위대한인간의성공적인진화의결과가아니라태초부터지금까지하나로이어진시간의축위에서역사를다시바라보면,그때그때주어진지구환경에맞춰최선을다해자신의삶을살아낸다양한호모종의일상이떠오른다.고고학의연구가그들의시간에더가까이접근하기위해서는전체를하나의이야기로통합하고재구성해야한다.이를위해서지은이는호모사피엔스의유전적·신체적특징보다,그밖에눈에는보이지않지만결국그들이지구문명의주인공이될수있었던이유인예술적·기술적특징에주목한다.

이책역시과거와현재를연결하는과정의일부로서,고고학과인접학문의연구성과들을몇가지주제로재구성했다.특히해부학적으로우리의직접적인조상,즉호모사피엔스가처음등장했을무렵의이야기에초점을맞추었다.…물질문명발달의가속화는인간이돌조각을집어든직후부터시작되어서지금까지이어진일관된경향이다.이가속화는초기호모사피엔스의등장과함께마치거대한증폭기를장착한듯한층더빨라졌다.그렇다면우리신체의진화도가속화되고있을까?여전히진화의흐름안에있는우리로서는이복잡다단한질문에답하기쉽지않다.이현상을이해하기위해서는한걸음물러서서좀더넓은시야로조망해볼필요가있다._「들어가며」에서

보이지않는것을상상하고,그것을가지려하고,결국그것에형태를부여한사피엔스
진화를초월하여공동체와사회를창조하고마침내지구문명의주인공이된슬기로운사람들

세계각지의동굴속에수만년전우리의선배사피엔스들이남겨놓은그림이있다.피카소가“그날이후모든예술은퇴보했다”라고감탄한스페인알타미라동굴의황소그림,방금전에디즈니만화영화에서튀어나온것처럼귀여운인도네시아레앙테동게동굴의돼지그림,현대도시의담벼락을빼곡하게채운그래피티예술을닮은아르헨티나리오핀투라스동굴의손바닥그림.때로는화려하게,때로는섬세하게표현된수만년전의벽화들은우리에게무엇을말하려하는걸까?많은경우벽화주변에서손바닥만한등잔과동물의뼈로만든피리등이함께발견되었다.이러한음악과미술의흔적이한자리에모여있는이유는무엇일까?

지은이는지구환경의대규모변화에대한인간의적응활동이예술의기원으로이어졌다고설명한다.빙하기와같은기후변화는개인의능력만으로는극복할수없는현상이다.여기에서살아남기위해서는집단이힘을모으고소통하고교류해야한다.이때반드시필요한것이유대감이며,이감정은집단구성권간의정서공유로형성된다.예술은이렇게집단의생존가능성을찾는과정에서싹텄다는것이다.예술로표현된상징은곧그집단의언어였으며,이와같은고차원의도구를통해사피엔스는환경변화에집단차원으로대응할수있게되었다.살아남은호모사피엔스는완전히다른차원으로발전한환경적응력을바탕으로유럽과아시아를거쳐,오세아니아와아메리카대륙,그리고태평양한가운데의섬과북극에까지진출하며전지구에정착했다.

때때로동굴유적에서뼈로만든피리가함께발견되기도한다.상상력을한번더발휘해보자.절대어둠으로꽉찬동굴안에하나둘작은등불이켜지더니등잔,가느다란뼈피리소리,원시타악기의둔탁한울림,벽에서살아움직이는듯한야생들소떼,붉은손바닥자국,그사이를채우는원시언어와몸짓이모습을드러낸다.시간이흐를수록빛과소리와몸짓이하나로섞이면서신이함이점점고조된다.거기모인구석기인들이어떤영감에휩싸인채로대자연의일부로서자신의존재를자각하고자신이속한공동체의신화를동굴벽에그리지않았을까._「밤의무대의막이오르다」에서

인류의진화는방향과한계를뛰어넘은혁명이었다
그래서놀랍고,또한그렇기때문에두렵다

흔히우리는진화를생물종이자연환경에서생존의유불리에따라신체기능을한방향으로강화하거나퇴화시키는장기간의변화과정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이책은진화에대한우리의통념이자연의질서에반하는오해일수도있다고경고한다.사실인류의탄생부터오늘에이르는700만년의시간에는일정한방향성이없다는것이다.인간의진화는고비마다새롭고다양하고,그래서절대로예상할수없었던상황을맞닥뜨리며진행됐다.지구생태계의모든역사를통틀어가장극적으로진화한결과인간은불과700만년만에먹이사슬하층의피식자에서최상층의포식자로올라섰다.
인간이이토록극적으로진화한배경에는생태계의다른생물체와는극명하게다른특징이하나있다.우리는신체기관만진화한게아니라는점이다.손과발이외에도돌과뼈로만든도구,그물과독(毒)같은도구를개발해서생태계에서상위포식자를모두제압했다.나아가인간이창조한고도의무형유산인예술과종교같은정신문화도도구를통해표현되고전수됐다.그러더니집단의거주지인도시를만들고농경을시작하며주변환경을논과밭으로개발하기에이르렀다.

이모든것보다중요한요소가한가지더있다.호모사피엔스는이전의어떤생명체도,조상인류도가진적없는매우특별한능력을손에넣었다.바로아주오래된과거를기억하고조망하는능력이다.처음에는인간이발명한기호나문자로기록된시대를학습했고,그다음에는땅속에남아있던유물들을찾아서과거를복원했다.20세기가되자만물의원리를이해하고우주의까마득한역사를추론하더니,21세기에는생명의유전자인DNA에담겨있던정보도해독했다.놀라운지혜의확장을통해마침내알게된미래는,우리호모사피엔스도앞서살았던다른모든생물종과마찬가지로반드시지구상에서멸종할것이라는점이다.

고고학을비롯해다양한분야의학문이인간과자연을깊이탐구하여거둔성과중하나가“우리는반드시멸종한다”라는명제다.짧디짧은개인의삶을넘어서영속할것이라고생각했던유전자조차도일개종단위의그리길지않은생애를살뿐이라는사실을알게되었다.그렇다고해서개인이나일개종유전자의생애가무가치한것은아니다.그역시현재를이루고있는토대의일부이기때문이다.그런면에서이미소용을다하고버려진수만년전의보잘것없는돌조각,뼈피리나조가비목걸이,황토안료덩어리등은지극히소중한역사의증거가아닐수없다._「마치며」에서

우리는유별나고도드라진‘점’이아니라
과거로부터이어진긴‘선’의일부다

이책에서들려주는이야기들은지금으로부터최소1만년도더전의구석기시대,까마득한원시의일이다.그렇기때문에당시의인류가남긴흔적에는우리로서는완전히이해기힘든부분도많다.하지만지은이는원시의생활방식과현재의생활방식은본질적으로동일하다고역설한다.

불의열기능을발견한호모에렉투스와불의빛기능을분리한호모사피엔스,뇌와장의활발한에너지교환작용끝에가장큰뇌와가장작은소화기간을가진영장류가된인간,처음으로동료를돌보기시작한인간이지만때로는다른사람을잡아먹었다는오해를받는네안데르탈인,혹한의빙하기를견딜옷을짓는도구인동시에계급과신분의차이를드러내는장신구를제작하는도구이기도한바늘,진화의마지막순간에등장한가장현명한존재노인,그리고최근건강한식사법으로주목받고있는구석기식단까지.이이야기들을읽는동안원시의생활무대가오늘우리가고군분투하고있는현실과별반다르지않았음을배우게된다.

유럽에서네안데르탈인의흑요석운반혹은교역거리는최대300킬로미터내외였다.이에비해호모사피엔스는400킬로미터가넘었으며,동아시아에서는최장1000킬로미터에이르렀다.‘1000’은단순히더먼거리라는의미를넘어서,더좋은재료를확보하려애쓴호모사피엔스의열망을담고있는숫자다._「살아남은인간의말을전부믿을수없는이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