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동물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도시의 동물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24.00
Description
동물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도시의 동물들』은 그 논의와 실천의 현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의 첫 단독 저작이다. 이 책은 무작스러운 개발주의와 거대 자본의 횡포에 신음하는 한국의 도시에서 동물들이 맞닥뜨린 고난과 각 종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역동적인 장면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나아가 그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기 시작한 동요, 돌봄과 폭력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실천들, 관계주의와 소비자 정체성에 갇힌 동물보호운동의 한계 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 들끓는 동물 담론 사이를 날카롭게 가로지른다.
저자는 ‘동물권’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기보다는 각 종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과 그것이 한국의 도시라는 공간, 도시인의 생활양식과 상호 작용하며 빚어내는 생태적 결과를 폭넓게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둔다. 인간과 가까이 살면서 특별한 돌봄을 받게 된 개와 고양이, 쉽게 혐오와 박멸의 대상이 되는 쥐, 해충, 비둘기를 비롯해 도시의 침입자로 여겨지는 너구리, 멧돼지, 백로 등 야생동물까지 도시에 터를 잡고 사는 동물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울러 동물의 ‘귀여움’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비와 돌봄 문화, 예뻐하는 동물과 먹는 동물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윤리, 동물을 팔기 위해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멸시 등 동물 산업에 얽힌 문제까지 두루 다루며 도시인의 동물 사랑이 품은 모순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푸바오에 열광하고, 고기를 덜 먹기로 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동물을 위해 더 잘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다양한 논쟁의 지점을 열어젖히며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대화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저자

최태규

저자:최태규
사육곰산업을끝내기위해사육곰을구조하고돌보는‘곰보금자리프로젝트’활동가이자수의사,성공회대학교‘동물권과사회연구’전공초빙교수로일한다.『일상의낱말들』(공저),『관계와경계』(공저),『동물의품안에서』(공저)등을썼다.

사진:이지양
순수미술과미디어를전공한시각예술가이다.‘매끄러운세계와그적들’,‘당신의각도’등다양한전시를열었으며,『일상의낱말들』,『사이보그가되다』,『1만1천권의조선』등의단행본에사진으로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

1부인간과부대끼며사는동물
1장길고양이①-돌봄과폭력은배타적이지않다
2장길고양이②-고양이는어떤동물이어야할까?
3장개-사람과서로사랑할수있는동물
4장비둘기-비둘기는하늘의쥐
5장쥐-인간이가장미워하는동물
6장해충-혐오만으로맺는관계
7장제비-폐허에서다시만난제비

2부도시속야생동물의의미
1장너구리-가까이살지만보이지않는야생동물
2장멧돼지-난동전문동물
3장고라니-끝내살아남은도심속사슴
4장백로-돌아오려는백로와다시쫓아내려는사람들
5장까막까치-길조가유해야생동물이되기까지
6장작은새들-도시에살아남은다양성의세계
7장야생동물구조센터-야생동물에진빚을갚는마음

3부돈이되는동물:동물산업
1장동물원,야생동물을가두어기르는곳
2장팬덤속푸바오
3장고기가되는동물들
4장개와고양이를바라보는눈으로넙치와우럭을바라볼수있을까
5장마트의동물들
6장동물을업으로돌보는사람들

동물이야기를좋아하는사람과동물바라보기를좋아하는사람-최태규와이지양의대화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폭력과멀지않은돌봄,자본의횡포,
달라진환경과새로운윤리의들끓음속에서여전히소외된동물들의삶
동물의입장에서,동물을주어로삼아대화하는공론장의탄생

동물을집안에들이거나,길에사는동물의밥을챙겨주거나,고통속에죽임당하는동물의수를줄이기위해고기를덜소비하는사람들이많아지고있다.동물의안위와생존을걱정하는것을넘어동물에게가족이나시민의지위를주자는주장도심심치않게들을수있다.오늘한국의도시인들은늘곁에살았던동물들을다시,새롭게발견하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저자는이뜨거운열기를다소위태로운마음으로바라본다.진심,선의,사랑같은말로표현되는이실천들이각종의고유한특성이나그생태적작용,달라진현대도시의환경에대한고려없이,혹은인간과얼마나가깝게지내는가라는‘관계주의’에서벗어나지못한채이루어지고있기때문이다.
예컨대우리집앞에찾아오는길고양이에게밥을주는행위는그고양이의허기를잠시달래기는하겠으나,길에서떠도는고양이의개체수를늘려이들의삶의조건을악화시킬뿐아니라고양이밥을먹으러온너구리,비둘기,까치등다른동물의생명까지위협할수있다.‘반려동물’이나‘가족’이라는이름으로개와특별한관계를맺고자하는마음은개에게‘귀여운’돌봄의대상이라는역할을부여해개를점점더작고약하고통제가능한존재로만든다.반면‘가족’이되지못한동물들은보호의범위에서배제되거나혐오의시선속에놓일수있다.집앞에서굶주린쥐를보았을때밥을챙겨줘야겠다는생각보다는죽여야겠다는생각이먼저드는것처럼말이다.

어떤관계속에동물을넣어야한다는생각이나는왜인지불편하다.‘관계’로동물을얼마나잘설명하고존중할수있을지불안하다.친족이나가족이되지않더라도동물을그자체로이해하고공감할수는없을까?(…)실제로는일방적이고한쪽으로치우친관계를‘반려동물’이라는말이가리고있는현실에서‘돌봄’이라는이름으로새로운종류의폭력이일어나고있다.(…)개를주인인‘나’와독립된존재로인정하지않고더깊숙이종속시키고자하는욕망이‘어른’으로서의개를지워버린다.(…)개를무엇으로규정하든개는개로존재한다.떠돌이든반려동물이든혹은식용견이든실험견이든개는개다.(…)개에게필요한것을고민하고,개를개자체로존중하면좋겠다.그존중은개가가족이거나인간이어서가아니라개라서받는존중이어야한다.-66~79쪽

여전히많은동물이인간에의해죽거나삶의터전을잃는다.길조였다가유해야생동물로전락한까치,갑자기개체수가늘어났을뿐인간에게별다른해를끼치지않는러브버그,먹이를찾으러왔다가번쩍이는네온사인에길을잃어민가에들이닥치기도하는멧돼지는‘너무많다’는이유로가차없이죽임을당한다.길고양이의안락사는허용하지않는나라에서야생동물은대량으로죽여도문제가되지않는다.한때는마을을상징하는동물이기도했던백로는깃털이날리고냄새가난다는이유로서식지에서쫓겨나고,연간20만마리가사냥이나교통사고로죽는고라니는멍청하게차를피하지못해죽는다며조롱을당하기도한다.
저자는인간의불편함이나혐오감을이유로동물을무심히죽이거나쫓아내는여러장면들을통해우리의종편향과빈약한윤리,부족한생태적관점을여실히드러낸다.나아가‘반려동물’이라는이름으로지극한돌봄을받는동물들도실은실내에가두어진채본성을억누르고있는것은아닌지,고통스러운치료를견디며생명을이어가고있는것은아닌지돌아보아야한다고말한다.유행처럼사용되는‘돌봄’이라는말이내포한폭력과동물을사고팔아생계를유지해온사람들에대한멸시에대해서도성찰해보자고제안한다.권리,자유,해방,돌봄과같은개념들에서소외되고배제된존재들이있다는것이다.
‘바이러스를옮기고식당에들어와난동을부리는멧돼지를그냥내버려두란말인가’,‘병들거나버려진동물은다안락사를하자는말인가’,‘공장식축산을옹호하는것인가’라며반감을표하는독자도있을것이다.이책은그런질문들에단하나의답을내기위해쓰이지않았다.‘모든생명은소중하다’거나‘다잡아서죽여야한다’는식의둔탁한주장을넘어각동물이처한상황과생태적,사회적,정서적파장을고려한신중하고섬세한논의를시작하자는뜻에서쓰였다.동물을진정으로위하고존중한다는것은이어렵고복잡한논의속으로들어가겠다고마음먹는일이다.내가키우는개를사랑하는것만으로는,육류나가죽제품을덜소비하는것만으로는해결되지않는문제들이있기때문이다.이책은우리의왜곡된동물사랑에제동을걸며동물의입장에서,동물을주어로삼아대화를시작하자고제안하는뜨겁고치열한공론장이다.

‘야생동물이너무많다’는인식은인위적개입으로생태계를관리해야한다는산업화시대의산물이자,야생동물에경쟁심과공포,낯섦을느끼는이들의민원에대응하는관료제의정책근거다.얼마나많아야많은걸까?그에대한판단은자연과학이나편견,감정어느하나에만기대지않고복잡한사회관계의차갑고뜨거운부침에따라달라진다.판단을해도되는지망설이는것역시하나의판단이다.우리는이제야동물의입장에서도생각하기시작했다.인간의행위가동물의삶에어떤영향을미치는지진지하게생각해본다면야생동물이너무많다는판단도조금은더조심스럽게,덜폭력적으로할수있을것이다.-217쪽

변화하는도시와달라진사람들,
휘청거리는동물들의삶

이책은동물의삶과죽음,번성과절멸을통해본한국현대사라고해도손색이없다.저자가소개하는동물들의삶에는급속한산업화와군사독재,반反생태적개발주의,시장의지배,소비자정체성과개인미디어를갖춘시민들의등장이라는한국사회의격렬한변화가고스란히반영되어있다.1970년대독재정권이벌인‘전국쥐잡기운동’은‘대大를위해소小를희생하라’,‘사회를좀먹는존재는박멸해야한다’는프로파간다를퍼뜨리기에적절한이벤트였고죽어가는동물의고통따위는고려하지않던시대라가능했던일이다.당시무분별하게사용한쥐약때문에여우를비롯해여러종의포식동물이남한에서사실상절멸하고말았다.1980~90년대에는정력에좋다면무엇이든잡아먹는‘보신열풍’이불었다.곰,여우,늑대,너구리,고라니,오소리,까마귀등온갖동물을잡아먹는통에상당수의종이절멸하거나개체수가급격히줄어들었다.인간은늘야생동물을잡아먹고살아왔지만,돈이된다면무엇이든사고파는시대에접어들어야생동물을사고파는‘산업’이등장하면서이전과다른결과가초래된것이다.

고라니가살아남은더중요한이유는인간에게고라니가쓸모없는동물이었다는점이다.한국은뿔이중요한약재로쓰이는문화권에속하는데,공교롭게도고라니는한반도에서유일하게뿔이없는사슴이다.고라니와달리뿔을가진대륙사슴(혹은꽃사슴)과노루는뿔을약재로쓰려는사람들에의해멸종되거나개체수가심각하게줄어들었다.(…)뿔이나가죽,사향처럼동물의신체가값비싼‘상품’이되고,그상품의거래가‘산업화’되는일이특정종에게일어날때그종은순식간에사라진다.고라니는시장에서팔만한부위가없는동물이라서살아남았다.야생동물의멸종을이야기할때는꼭‘서식지파괴’와‘밀렵’이그원인으로따라붙는다.그러나특정한몇몇종이멸종한역사를돌아보면,거기에는분명하고직접적인이유가존재한다.멸종이라는사건은‘인간의욕심’,‘환경파괴’같은흐릿하고넓게펼쳐진이유로일어나지않는다.-185~186쪽

과거에는마을의좋은구경거리였던백로는2000년대에들어서며그집단번식지에서냄새가나고깃털이날린다는‘민원’사항으로등장하기시작했다.민원을해결하기위해공무원들이백로가모여드는나무를베면,다음해에백로는그바로옆의숲에번식지를차리고,공무원들은또그곳의나무를베는일이계속되었다.이반복되는소동은정말로백로때문일까?저자는이런일이벌어지는것은부동산이가장중요한나라에서백로서식지가집값을떨어뜨리는주거문제가되었기때문이고,더불어오늘의도시인들에게동물의배설물과깃털을더럽다고여기는감각이생겨났기때문이라고말한다.인간사회의변화가늘찾아오던백로를어느순간‘문제’로만든것이다.
동물을영상이나사진을통해더자주만나는2020년대의한국사회는푸바오라는‘아이돌’을만들어냈다.손에개인미디어를든사람들은푸바오가나오는영상을공유하고,푸바오의이미지를활용한각종상품을소비하며대나무숲에앉아있는대왕판다와는전혀다른존재를만들어냈다.이런열기는사실상푸바오의복지와는거의관련이없지만,사랑하는아이돌을‘많이팔아주는것’이그아이돌에게이익이되는경험에익숙한사람들은푸바오에게도좋은일일거라믿으며소비에열중한다.저자는“소비를정의구현의도구로해석하면,소비대상이되는동물에게무엇이필요한지정확한정보를얻기어렵다”며동물을위하는마음을‘소비’로서실천하려는최근의경향에비판적견해를표한다.
이책에서가축과야생동물을아우르며폭넓게보여주는것처럼동물과인간은오랜시간긴밀한관계를맺어왔고,그관계는사회의변화에따라격렬한진통을겪으며함께변해왔다.이는동물의삶이지금보다나아지기위해서는사람들의도덕이나위생관념부터사회를지배하는가치관,정치?경제적상황까지포함한총체적인고려가필요하다는뜻이기도하다.『도시의동물들』은‘동물과인간이함께살아간다는것’이어떤의미인지그구체적인맥락을펼쳐보이며독자들에게한층넓은시야를제공하고있다.

동물원과마트의동물코너가불편해진사람들,
야생동물구조센터의헌신과그에대한사회적지지…
새롭게자리잡은동물윤리에서희망찾기

책전반에걸쳐저자는최근급부상하고있는동물보호운동의여러흐름과시민들의새로운실천에다소비판적인관점을드러내지만,이비판이시종일관붙들고있는것은‘이대로두어서는안된다’는대중의새로운감각과고통받는동물들을구조하고치료하고돌보는이들의헌신에서발견한작은희망이다.사람들은이제더이상마트에서토끼,다람쥐,개,고양이를파는것을보고싶어하지않는다.동물원을폐지해야한다는목소리도점차높아지고있고,동물원들도종보전이나교육적목적을내세우며스스로변화를꾀하고있다.푸바오에열광하던사람들은가두어기르는동물에게는정형행동이나타날수있고,움직일기회와동기를제공하는‘풍부화’가필요하다는것을배워가고있다.
동물을대하는사람들의태도가달라지고있음을가장극적으로보여주는곳은야생동물구조센터이다.한국사회는이제가축종의안위를염려하는것을넘어,인간의간섭없이살아가는야생동물의조난에도개입하기로했다.차에치인고라니,전염병에걸린너구리,날개다친독수리를치료하고돌보는일에세금을쓰기로했고,그일을하는곳이바로야생동물구조센터이다.치료한다고해서당장이익을보는사람도없고,생태적으로의미있는결과를내기에도역부족이지만그일이필요하고의미있다고여기는사람들이많아졌다는뜻이다.

우리사회가먹거리도애완용도아닌야생동물을걱정하기로했고,그걱정에몰두하는사람들이모여마치시시포스의노동과도같은동물구조에애쓰고있다는사실은그자체로새로운의미를만들어낸다.누구의소유도아닌동물들이보호받는대상이되고있다는뜻이기때문이다.그동안의동물복지논의가인간의뚜렷한돌봄아래에있는가축종만을포함했다면,이제는야생동물도그저동물이기때문에개체로서존중받기시작했다.흔히‘야생’이라고하는,마치인간과완전히분리되어존재하는것처럼여겨지던환상속세계가이제우리사회에서깨어져나가고있는것이다.야생동물구조센터는야생동물의삶이인간의관심사가되어가는과정을최전선에서이끌고있다.-255쪽

저자는합리성너머에자리한이열정과헌신의세계에주목한다.오늘밤어느지역의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비둘기한마리를더살려낸다고해서내일세상이달라지지는않을것이다.심지어비둘기는유해야생동물로지정되어어딘가에서는일부러죽이는동물이기도하다.그러나눈앞에서고통스러워하는동물을살려내고자하는마음은그일을하게한다.그리고그헌신을지켜보는사람들의마음속에도어떤의미와감각이생겨나또다른실천이일어난다.이책에서저자가어떤선명한결론을내지않는이유는이런설명하기어려운움직임,들끓고있는정동情動이합리적인판단너머의다른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