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불을 지고

등에 불을 지고

$16.00
Description
등단 직후 ‘박화성소설상’ 수상
“샤먼의 복화술사 같은 환상적 이야기꾼의 등장”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몰아치는 현혹!
소설 속 화재 사건을 파헤치는 당신을 따라붙는 목소리,
“그런데 불타버린 곳이 정말 소설뿐인가?”
김혜빈 작가는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해에 ‘박화성소설상’을 수상하며, “이야기를 지체 없이 시작하여 서두부터 독자를 끌어당기는 동시에, 장편이라는 긴 호흡을 책임감 있게 끌고 가는 신예”라는 평과 함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출간된 장편소설 『등에 불을 지고』 역시 인쇄소에서 벌어진 의문의 화재 사건 속으로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불타버린 자리에는 뼈대만 남은 인쇄소 건물과 사상자 그리고 그날 인쇄되었던 타다 만 신인 소설가의 첫 책뿐. 호연은 아버지가 한평생 일궈온 인쇄소에 남은 흔적들을 따라가며, 화재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동창생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사이 화재 사건의 사상자에 안타까움을 표하던 사람들은 어느 틈엔가 첫 책 출간이 미뤄진 소설가 유기영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는데. ‘그 소설이 불길을 데려왔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유기영은 도리어 유명세를 얻게 된다.
결말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쉴 새 없이 발목을 잡는 맥거핀의 향연, 무엇이 진실인지 다가가려는 순간 눈앞을 가로막는 불길! 그 속에서 불현듯 연기가 걷힌 자리에는 익숙한 사실만이 침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서 있는 땅과 소설의 배경이 과연 다른 곳일까? 외면을 먹고 자란 불씨는 이미 우리 발밑에 당도해 있음을 질문하는 소설.
저자

김혜빈

저자:김혜빈
2023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같은해‘박화성소설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캐리어』『그라이아이』,소설집『하지의무능한탐정들』(공저)『SF보다Vol.4그림자』(공저)등이있다.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쇄소에서벌어진의문의화재사건으로
첫책이불타버린신인소설가가유명세를얻게되고,
그의책이불길을데려왔다는소문이퍼지는데!

김혜빈작가는『그라이아이』로박화성소설상을수상할당시구병모,이기호작가로부터“지체없이본론으로들어가며1부에서시선을빼앗기게”만드는신인,우찬제문학평론가로부터는“샤먼의복화술사같은환상적이야기꾼의등장”이라는평을받았다.이번신작『등에불을지고』는앞선장점들이극대화된작품으로장편을책임감있게끌고가는작가,김혜빈의등장을다시금알리는신호탄이된다.
소설은돌연인쇄소에서벌어진화재사건으로시작한다.한평생아버지가일궈온자리에는뼈대만남은인쇄소건물과사상자그리고그날인쇄되었던타다만신인소설가의첫책만이남아있다.경찰이화재의원인을찾는사이,화재사건을다룬기사들사이로사람들의추측이점화된다.화재현장에주목하던기자들은점점인쇄소에서일했던사람들의관계나첫책출간이미뤄진신인소설가의사생활에대해보도하기시작한다.어느새사람들은화재와는크게관련이없는,자극적인소재에저마다의추측과일말의가능성을더해새로운이야기들을만들어낸다.
그과정에서‘그소설이불길을데려왔다’는소문이퍼지고,사람들은‘도대체그소설이무엇이기에?’궁금해하는지경에이른다.각종커뮤니티에서는소설가유기영의작품을한번이라도읽어본사람을찾거나,읽어봤다고주장하는사람들의감상과견해가오르내린다.그과정에서유기영은자신의책에대해,화재사건에대해적당한흥밋거리와궁금증이라는불쏘시개를조용히,그리고끊임없이제공한다.

혼란속실체를올곧게바라보려는시도
그속에서작가가길어올린우리사회의민낯
무엇이우리의눈을가로막고있는가?

화재사건의초점이다른곳으로옮겨가는동안,호연은깨어나는것이과연당사자에게좋은일인지알수없을정도로다친아버지의침상을지킨다.아버지와인쇄소에대한근거없는말들이재생산되는과정을지켜보면서,호연은막연한두려움과함께‘정말저말들이사실은아닐지’의심하고픈유혹에휩싸인다.경찰조사과정에서새롭게알게된아버지의사생활은호연의마음에일어나는강렬한거부감만큼이나짙은의심의씨앗을심는다.하지만사실을이야기해줄아버지는말이없고,호연은자신도모르는사이다른사람들과마찬가지로불확실한상상의한가운데서있게된다.
그런데만약아버지가깨어나진실을이야기한다고해도,호연은그것을믿을수있을까?저마다의추측을더해사건을바라보는시선과아버지에대한호연의믿음은무엇이다를까?피부의대부분이손상된채로막구급차에실린아버지를보았을때,호연은물었다.“이사람이정말저희아버지가맞나요?”눈앞의사람에게는호연이익숙하게기억하는아버지의얼굴과목소리,체취,감촉그어떤것도남아있지않았다.구급대원은동생에게아버지의바지와신발을확인했다고했다.그제야호연은낡은신발에난낯익은찢긴자국을발견한다.그작은자국하나로,아버지가아니었던사람이일순간아버지가된다.
호연을둘러싼소설속환경은현실의것과별반다르지않다.우리는매일원하든원치않든각종인터넷커뮤니티와에스엔에스,기사들속에노출되어있다.그정보들은우리를사건의본질로안내하기도,끝없이먼곳으로데려다놓기도한다.사실과추측이묘하게뒤섞인정보들은언제나우리곁에도사리고있다.소설의인물들은현실과매우유사한환경속에놓여독자에게몇가지예시로써다가간다.현혹을생산하려드는인물안에서도적극적인유형과고민의경계에걸친유형이있고,본질에다가가려는인물안에서도끝내현혹되지않는유형과이미현혹되어그것이본질이라믿는유형이나온다.소설에서이러한유형을구분하는과정은,책장을덮은뒤마주한현실에서현혹과본질을가려내는새로운시각을제시해줄것이다.가장먼저,지금이순간에도당신자신은현혹되지않았다말할수있는가?

“우리는말하고싶은것을믿는다.
이건그냥책이아닌가?
지금우리발밑이불타고있잖아.”

독자들은멈출새없이흘러가는눈앞의사건들을따라가는동안자연히익숙한사실하나를잊게된다.바로이소설의배경이비무장지대안에위치한‘녹우리’라는마을인점이다.억단위의손실을입힌화재사건에둘러싼진실과사라진동창생의행적을따라가는일과자꾸만불씨를일으킨다고제보가들어오는유기영의책에대한소문들을쫒아가며우리는자연히궁금해진다.과연소설이어떻게끝을맺을까?이사건들의진실은무엇일까?
‘그런데이건그냥책이아닌가?’많은비밀을지닌듯보이는사건과‘녹우리’라는마을이현실에도이미존재한다는사실가운데우리가무엇에더흥미를가지는지알아차리는순간,이소설은새롭게작동하기시작한다.“이야기를따라가던사람들은불을보는순간알아차린다.곧이야기가끝나겠군.그런데뭘태우는거지?(…)그러나불은단순하다.태울무언가가없다면꺼진다.불을키우는건불이아니다.불은숨결,볏짚,증오,사랑을디디고일어난다.”(76쪽)
발화점을일으키는온갖이야기들을의심하게만드는이소설의작동원리역시소설이라는장르안에서발생한다.작가는소설속소설『부름』을통해해체하고자한‘이야기의속성’을‘소설’과‘책’으로비롯되는이야기자신을앞세워전한다.“이야기가삶을바꿀수있다는건환상이야.강간하고,때리고,총질하는세상은바뀌지않아.(…)더이상의기록은무의미해.우리발밑이불타고있잖아.”(126쪽)그럼에도소설을통해독자에게가닿으려한작가의이기록은아이러니하게도누구보다소설이,이야기가세상을바꿀수있다고믿는반증이되기도한다.“재현,그것은오히려불가능하기를바라는힘이다.”(188쪽)그때문에이소설은끝으로갈수록더간절하게자신의작동원리가재현되지않기를역설한다.
연기에현혹되지말고이미당도해있는불타는발밑을바로보자고,이소설은스스로를제물삼아우리곁에당도했다.

“이번에는정말,정말로큰일이일어날지도몰라.이같은막연한두려움속에서소설과예술이작아지고,내가작아지는시간을견디다가시간이흐른지금에는어쩌면그날의감정들이이소설을견인했는지도모른다고생각하게되었습니다.
도발과포격과선전과대응사이에인간이자고,먹고,밭을갈고,내일을갈구하거나망치고있지만그사이에도소설은생의자각을향해나아갑니다.”_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