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나를 발견하는 인류학 수업 (문화인류학으로 청소년 삶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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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기소개 한번 해 볼까요?” 청소년들을 곤란하게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나이, 학교, 성적, 취미, 좋아하는 아이돌…… 어느 것 하나도 ‘나’를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청소년들은 시시때때로 달라지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내가 혹시 ‘비정상’은 아닐까 불안하기만 하다. 가장 익숙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알기 어려운 존재인 ‘나’,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알 수 있을까? 교육인류학자 함세정은 내가 서 있는 이곳, 즉 나를 둘러싼 사회와 문화를 탐구할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잘 드러난다고 말한다. 오늘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 내가 속한 크고 작은 사회, 그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의 영향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자센터 ‘10대 연구소’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청소년의 삶과 문화를 연구해 온 저자는 ‘청소년은 이렇다, 이래야 한다’는 뻔한 결론에 숨어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탐색한다. 현장에서 접한 청소년의 생생한 목소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들이, 사회가 ‘정상’ 혹은 ‘상식’이라고 말하는 틀이 얼마나 좁은지 드러내며,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게 하는 인류학의 개념들을 소개한다. 문화상대주의, 권력, 의미, 타자화, 질적 연구 등 인류학의 주요 키워드를 발판 삼아 청소년 독자들은 자기 자신을 사회문화적 존재로 풍부하게 해석하면서 남들과 다르게 살아갈 용기, 타인과 건강하게 만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함세정

저자:함세정
교육인류학연구자.교육실천과청소년문화에관심을가지고있다.숙명여자대학교에서교육철학연구로석사학위를받은뒤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서일했다.이후미국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에서비교교육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부터4년간하자센터(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서일하며‘10대연구소’의청소년연구자들과함께청소년의삶과사회를탐구했다.지금은덕성여자대학교에스노그라피연구소연구교수로일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나를새롭게보는작업

1부정체성,우리는다양하고복잡한존재
1.청소년은만들어진개념_구성주의
2.입시이야기안하는사람을만나고싶다_문화
3.나는비정상인가_문화상대주의
4.나답게살기_본질주의
5.나를편집하기_자아정체성
6.요즘애들은자기밖에몰라_타자화
7.돈이제일좋아_의미
8.나를발견하는덕질-대중문화
9.K-유전자대신에_민족주의
10.사람은깊어요_질적연구

2부사회와문화,나는어디에서있을까?
1.내가보는세상_위치성
2.9등급인간_능력주의
3.교실내서열_권력
4.너혹시페미야?_젠더
5.비즈니스친구_사회적관계
6.혼자있으면편해_외로움
7.가족밖에서도_가족주의
8.가난과함께_계급
9.간식챙기는시민_돌봄
10.대학밖의좋은삶_비가시화

나오며:예측불가능성이라는희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성적?나이?외모?MBTI?
‘나’를알기위해서는더많은이야기가필요해
인류학이펼쳐보이는낯선세계와새로운나

청소년들은자주모순되는말을듣는다.좋아하는것을찾아‘나답게’살라는말과너는왜남들처럼못하느냐는말.내가어떤사람인지미처파악하기도전에‘나다운’모습을보이라는요구와‘나’를바꾸라는요구를동시에받는다.성적,외모같은어느한가지요소로나를재단하는말들에상처받기도하고,재능이나적성,자아정체성을찾으라는말에막막함을느끼기도한다.나는계속‘나’로살고있는데도나에대해말하는것은왜늘어려울까?내가어떤사람인지알고,몰랐던내모습을새롭게발견할좋은방법이없을까?

청소년곁에서오랜시간함께해온교육인류학자함세정은‘나’를알기위해서는나자신에게집중하기보다나를둘러싼사회와문화를살펴야한다고말한다.학교에서의내모습과집에서의내모습이다르고,한국의교실에서‘좋은학생’이라고여겨지는특성이다른문화권에서는수동적이라여겨질수도있는것처럼내가어떤사람인지는내가어디에서있느냐,누가어떤관점에서나를해석하느냐에달라지기때문이다.바로이사회와문화를탐구하기에좋은길잡이가되는학문이문화인류학이다.

문화인류학은‘문화’라는개념을통해인간의삶의방식과의미를이해하고자하는학문인데요.여러사회를비교하여연구하기때문에우리가당연하게생각하는삶의모습도다른사회에서는상식으로여겨지지않을수있다는점을알게합니다.문화인류학의관점을배우면우리가자연스럽다고생각하는기준이모든사회에보편적이기보다는특정한환경과역사속에서형성되었다는걸깨닫게되지요.말하자면나에대한평가와이해역시사회마다다를수있다는겁니다.(…)여러분은학교,온라인커뮤니티,동네,가족을포함한다양한장소에서관계맺으며다채로운정체성을형성하고있습니다.그안에서나의의미는더욱풍부해지고깊어집니다.문화인류학은다면적이고복잡한존재로서인간에게관심을기울입니다.-6~7쪽

인류학자마거릿미드의연구에따르면,사모아의청소년들은흔히말하는‘질풍노도의시기’를경험하지않고비교적수월하게성장하며격렬한감정변화나높은불안으로대표되는청소년기특유의성향도보이지않는다고한다.오늘의한국사회에서청소년은‘중2병’,‘사춘기’등으로불리며불안정하고미숙한이미지로그려지지만,과거에는독립운동과민주화운동의주체로당당하게활약하기도했다.즉‘청소년’이라는개념조차도사회와문화,시대에따라다르게정의되는것이다.이책은청소년은물론학생,자녀,한국인,누군가의팬,비즈니스친구,몇등급인간등10대를정의하는여러가지말들을문화인류학의관점에서낯설게보게한다.‘누가한국인인가?’,‘아이돌을좋아하면서경험한것들,만난사람들은나를어떻게바꿔놓았을까?’,‘내신등급은나를얼마나설명할수있을까?’와같은질문을마주하며청소년들은자신이어디에누구로서있는지,만약다른곳에서있다면어떻게달라질지,다른자리에있는사람들은세상을어떻게보고있는지상상해볼수있다.

각사회와문화의고유한특성을존중하는인류학의관점은오늘의한국청소년에게요구되는기준이나지표가결코절대적진리가아님을,우리는얼마든지새로운이야기를써내려갈수있음을알려준다.대학입시에관심없는나,혼자있는게좋은나,가족이너무싫은나,꿈이없는나는혹시비정상이아닐까두려워하던청소년이라면,이책을통해그런두려움을키우게한사회문화적맥락을이해하며‘나’에관한깊고풍부한이야기를길어올릴수있을것이다.

문화상대주의,위치성,타자화,의미,질적연구,젠더,비가시화…
20가지인류학개념으로살펴본깊고다채로운청소년의삶

이책은청소년에게문화인류학의관점과개념을소개하는입문서이자,동시에오늘의한국사회를살아가는청소년의시각과경험을담은현장기록이다.저자는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하자센터,대학강의실등에서직접보고듣고경험한청소년의구체적삶을이책에담았다.인류학연구가사회의지배적인서사에가로막혀들리지않던이야기,보이지않던삶의방식을드러내는것처럼,이책은사회적으로충분한권리와목소리를갖지못해잘드러나지않았던청소년들의솔직한생각과거침없는말,남몰래품고있던아픔과불안을여실히보여준다.

총20편의글로이루어진이책은대학입시,온라인세상,교실내서열,친구관계,아이돌팬덤문화등오늘의청소년이경험하는일상을다양한각도에서해석할수있는문화인류학개념20가지를소개한다.예컨대“우리대화좀하자”라는어른들의말에“쫄린다”,“혼나나?”라는생각이드는청소년의입장을‘위치성’이라는개념을통해살펴본다.대화는갈등을해결하고건강한관계를만들어가는민주적인의사소통방식인데,청소년들은왜이렇게반응하는것일까?이는어른과청소년이서로다른경험,자원,정보를가지고대화에입장하기때문이다.상대적으로약자인청소년에게대화는일종의심문이나시험처럼여겨질수있고,어른이이해할수있는언어로자신을해명하는일이부담스럽게느껴질수도있다.이렇게내가어디에누구로서있느냐에따라세상이다르게보이는것이바로인류학에서말하는‘위치성’이다.우리는국적,나이,교육수준,성정체성,계급,삶의경험등에따라저마다다양한위치에서세계를경험하고관계를형성한다.따라서‘위치성’을이해한다면나의시각이전부가아님을깨닫고,다른위치에서비롯한다른의견을좀더열린태도로받아들일수있다.

세상에대한관점과경험,지식은나의위치에따라달라질수있습니다.미국역사를예로들자면,신나는음악속에서질주하는카우보이가떠오르는서부개척시대는아메리카원주민의입장에서는침략과학살,그리고삶의터전을떠나야했던고통의역사로이해될수있습니다.진로교육역시학생의위치에따라다르게받아들여질수있습니다.미등록이주청소년에게는보편적인진로이론이그다지유효하지않을수있습니다.비자문제로불확실한일상을살고있는사람에게분명한진로목표를가지고노력하라는조언은현실을반영하지못한이야기일테니까요.-145~146쪽

한편,직업선택의기준으로돈을최우선으로꼽는청소년들의말을인류학에서주목하는사회문화적‘의미’라는개념을통해살펴보면,‘돈’은단지경제적여유만을뜻하지않는다.거기에는불안정한고용이일상화된시대에얻고싶은최소한의안정,소수의직종만을‘꿈’으로인정하는어른들의질문을피하고자하는마음,일만하며살고싶지는않다는바람등다양한욕구와갈망,사회문화적맥락이숨어있다.최신형스마트폰을구입하는행위에스마트폰의기능뿐만아니라사회적지위와소속감,취향과자아정체성등풍부한의미가연결되어있는것처럼,인간은물리적세계위에언어,상징,이야기,의례등을통해공유하는‘의미’를덧씌우며살아간다.따라서‘의미’라는개념을통해청소년의일상을들여다보면청소년을예상가능한뻔한이들이아니라다층적이고복잡한내면을가진존재로바라볼수있다.

‘돈’은교환수단이기때문에늘그다음을의미합니다.친구를만날수있는시간,친구에게받은호의를돌려줄수있는여유,경험을쌓을기회,건강을유지할수있는시간등삶의다양한가치가‘돈’아래에숨겨져있습니다.따라서‘돈’에대한질문이필요합니다.청소년을돈만따지는납작한인간으로만들기보다는돈에숨겨져있는풍부한의미를밝혀볼필요가있습니다.(…)사회문화적의미는우리가세상을이해하는바탕이됩니다.나아가‘무엇이중요하고가치있는가’,‘어떻게살아야하는가’라는질문과도연결됩니다.이런관점에서한국청소년들이직업선택의기준으로‘수입’을우선시하는것은개인적인선호를넘어우리사회와문화를반영한현상이라고볼수있습니다.-97~101쪽

그밖에도이책은각사회의고유한문화적맥락에따라정상과비정상의기준이달라진다고보는‘문화상대주의’,면담이나현장연구를통해한사람의감정,경험,가치관등을깊이있게탐구하는‘질적연구’,특정집단을나와동등한존재가아니라본질적으로다른특성을가진다른존재로규정하는‘타자화’등문화인류학의주요개념을통해청소년들이사회의통념,상식에맞서‘나다움’을찾고,타인을또하나의고유한세계를가진존재로서이해하고존중할수있는방법을알려준다.뿐만아니라,비청소년독자에게는‘제멋대로다’,‘중2병’같은청소년에대한묘사가실은청소년이경험하고있는세계,청소년이서있는위치와긴밀하게연결되어있음을깨닫게한다.이책을함께읽는청소년독자와비청소년독자는서로가꽤가까이연결되어있으며,서로달라도이해하고연대할수있음을발견하게될것이다.

예측불가능성이라는희망
인류학의관점이청소년에게주는힘과용기

타고난정체성이나사회적위치에따라,역사적경험이나가지고있는자원에따라세상을다르게해석할수있고,그해석또한계속해서변화한다고보는인류학의관점은청소년들에게해방적인시야를제공할수있다.꿈,입시,진로,정체성등청소년을압박하는많은것들을절대적현실이아니라,다르게바라볼수있고새롭게바꿔나갈수있는유동적이고문화적인산물로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가정환경도,재능도,친구도,미래도이미다정해져있어다른가능성따위없다고믿었던청소년들에게인류학은‘세상은이미결론이다난곳이아니다.사회도문화도정상도비정상도우리가새롭게만들어갈수있다’는이야기를들려줄수있다.

저자는이를‘예측불가능성이라는희망’이라고표현했다.형편없는성적,돈도없고친구도없는처지,숨길수밖에없는성정체성,기후위기나전쟁으로망할것처럼보이는세상등청소년에게비관은참선명하지만,인류학자들은세상이늘예측과다른방향으로흘러간다는것을수많은연구를통해증명해왔다.이상하게만보였던문화도그안에들어가서보면이해할수있고,정반대입장을가졌다고믿었던사람도면담을통해깊은대화를나누다보면나와비슷한면이많다는걸발견할수있다.누가어디에서서보느냐에따라상황은달라지고,상황이바뀌면관계또한새로운국면으로접어든다.인류학의관점을배우면나도타인도,그리고세상도결론이정해져있지않은,얼마든지함께만들어나갈수있는역동적인과정임을알수있다.나아가정해진틀을넘어새로운나를,새로운세상을만들어갈용기를낼수있다.

예측이틀릴수있다는것은비관적결정론을뒤집을수있는단서가됩니다.기적이있다면,그것은예언을바꾸는일입니다.다행히문화인류학연구에서는이‘기적’이빈번하게일어납니다.고심해서내놓은정책은뒤집힌결과를가져오고,학생들은교사의의도와는다르게움직이며,연구는연구자가생각지도못한장면들로채워집니다.구체적인맥락위의움직임은규칙과공식으로대체될수없는특수한가능성을가지고있습니다.(…)‘부족한,못난,비정상적인’이라규정된나를넘어서새로운나를발견하는데보탬이되고자했습니다.예상하지못한나를발견하는것은어쩌면나에대한결론을뒤집는기적일지도모릅니다.정해진답을넘어서,새로운이야기를시작하는데이책이도움이되었기를바랍니다.-254~2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