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언론 자랑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

전국 언론 자랑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

$19.00
Description
최근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으며 언론의 역할을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가 쓴 이 책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지역 언론사 19곳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지역의 노년 여성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직접 기사를 쓰게 하는 〈진안신문〉,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빨래방을 열어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아 기사화한 〈부산일보〉, 지역에서 한 달 살기와 인턴 기자 프로그램을 결합해 청년층의 관심을 모은 〈주간함양〉 등 이 책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며, 그 과정을 지역의 역사로서 기록하는 지역 언론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헌신을 소개한다.
또한 이 책은 서울중심주의의 그늘 아래서 ‘소멸’, ‘위기’라는 말로만 묘사되는 각 지역의 고유한 삶, 정겹고 생동감 넘치는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모은 ‘서울 밖 삶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성큼성큼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지역 언론 기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의 소위 중앙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각 지역의 구체적인 삶을 만날 수 있다.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남 의령군 입사마을 어르신들의 ‘소멸되지 않은’ 일상과 서해대교 건설로 고향에서 쫓겨난 행담도 원주민들의 사연, 전교생이 50명 안팎인 충북 괴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과 제주도 옆 작은 섬 우도 해녀들의 삶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지역 언론이 지역의 공동체와 역사를 지켜나가는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개성 있는 지역 언론을 소개하는 이 책은 서울 바깥의 삶과 더 나은 민주주의의 실천을 상상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

윤유경

저자:윤유경
2021년부터미디어비평전문지〈미디어오늘〉기자로일하고있다.20대첫기자생활을시작하며서울중심의언론지형속에서건강한지역저널리즘을위해고군분투하는지역언론인들을알게되었다.2022년7월부터전국곳곳의지역언론을직접찾아다니며이야기를듣는기획‘전국언론자랑’을시작해약2년간보도했다.지역언론을취재하면서언론이공론장으로기능하려면언론사의문턱이낮아야하고,‘사건·사고’가아니더라도평범한독자가지면의주인공일수있어야한다는점을배웠다.보이지않는곳에서저널리즘의원형을지키려노력하는이들을발굴하는것이〈미디어오늘〉의역할임을되새긴다.다양한언론계이슈를취재하면서도지역언론취재를기자생활의가장큰동력이자‘낙’으로삼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지역신문,나와내이웃의이야기가실리는곳

진안신문-80대어르신도,발달장애청소년도기자가될수있다
경남신문-심부름값은이야기로받아요
부산일보-산복빨래방,빨래보다높이쌓인이야기들
태안신문-끝까지추적해보도하는지역문제의전문가들
[특집]〈진안신문〉과함께한5박6일자전거여행

2부가까이더가까이,지역신문의생존법

옥천신문-풀뿌리지역언론의인큐베이터
주간함양-함양에서인턴기자로한달살기
뉴스민-주민이지키는독립언론
당진시대-유료구독자수전국3위의비결
경인지역신문-수도권언론의생존대작전
[특집]풀뿌리지역언론의대명사〈옥천신문〉황민호대표

3부세상에이런신문이!

어쩌다특종!-괴산송면초등학교어린이신문
중도일보-지역문화발굴을위해수중다이빙까지?
거제신문-지역사의초고를쓰다
원주투데이-신문사일의30퍼센트는공익사업에할애한다
달그리안-섬속의섬에도신문이온다
[특집]지역신문창간하는방법

출판사 서평

나와내이웃의이야기,우리마을역사의충실한기록자
민주주의와공동체를지키는문턱낮은공론장
풀뿌리지역주간지부터섬마을신문까지,전국방방곡곡지역언론이야기

2025년7월3일이재명대통령취임30일기자회견에는처음으로풀뿌리지역언론사기자들이초청받아화상으로참여했다.서울에본사를둔소위중앙언론사이외에이들을별도로초청한이유는무엇일까?각지역의구체적인현안,지역민들이바라는바에대해서는해당지역의언론사가가장정확하게알고있음을지방자치단체장출신의대통령이인지하고있었기때문일것이다.정부부처나검찰,정당,기업등으로출입처를나누어취재하는중앙언론사들은서울의아파트값이나정치인들의일거수일투족,대치동학원가의새로운유행같은서울중심의뉴스를주로보도한다.경남함양이나충남태안,전북진안주민들의문제는취재의대상이되기어렵다.지역은커다란사건?사고가일어나지않는이상수도권주민들의여행지정도로만언론에등장할뿐이다.

이런기울어진구조속에서‘지역언론’을출입처로배정받은〈미디어오늘〉의윤유경기자는3년여에걸친취재과정에서지역언론이지역의삶을돌보고지키는최후의보루로기능하고있음을발견한다.『전국언론자랑』은윤유경기자가전국각지의지역언론사19곳을직접찾아가기자들을만나고그들의취재에동행하며,지역언론사가주민들곁에서지역의문제를함께고민하고해결해나가는모습을기록한책이다.풀뿌리지역언론의대명사로불리는〈옥천신문〉을비롯해‘심부름센터’라는독특한기획으로오지마을어르신들의목소리를실은〈경남신문〉,독자들의후원으로운영되는대구?경북지역의독립언론〈뉴스민〉,유료구독자수전국3위를자랑하는〈당진시대〉등한지역을대표하는언론사뿐만아니라,1500여명이사는작은섬우도에서계절마다발행되는〈달그리안〉과충북괴산송면초등학교의어린이신문〈어쩌다특종!〉등작지만개성있는마을신문까지두루취재하여한권에담았다.

종이신문의위기와지역경제의침체라는이중의어려움속에서지역언론사들이생존을도모하는방식은저마다다르지만,이들이공통적으로추구하는것은‘커뮤니티저널리즘’과‘솔루션저널리즘’이다.즉지역공동체안에서언론사와주민이연대하고소통하는가운데지역의고유한이야기를길어올리고,주민들이겪고있는문제를지역의의제로끌어올려함께해결해나가는것이다.〈태안신문〉은2007년에발생한‘삼성중공업태안바다기름유출사고’를18년동안추적보도하며가해기업의무책임한대응과태안주민들의고통,피해배보상문제로지역공동체가붕괴되는과정을낱낱이밝혀왔다.〈주간함양〉은인구감소의위기를타개하기위해지자체에서추진중인‘지역에서한달살기’프로그램에‘〈주간함양〉인턴기자3주코스’를결합해타지역청년들에게함양에서의삶을경험할기회를제공했다.〈옥천신문〉은지역에다양한사회적기업과문화공간,풀뿌리지역언론인을양성하는교육기관등을만들어옥천의어린이,청소년부터어르신까지누구나언론을접하고이용하고배울수있는환경을갖추었다.

“우리신문은문턱이낮아요.신문은멀고높은자리에서고상한담론을이야기하는게아니라지역사람들의필요가되어야합니다.(…)주민들이억울하거나힘들거나해결해야할일이있으면신문사를찾아와요.35년동안우리는다밑에서발굴해서기사를썼어요.주민들은언론이어떤역할을하고왜필요한지몸으로알고있지요.”-146~148쪽

〈옥천신문〉황민호대표의말처럼지역언론은중앙정부의손이미치지않고,지자체마저제대로대응하지못하는지역의문제들을꾸준히의제화하며지역민의삶이더나아지는데기여하고있다.나아가주민들을언론사의여러활동에폭넓게참여시키며지역전체의미디어리터러시를기르는일에도앞장서고있다.이책은지방자치,풀뿌리민주주의가제대로자리잡기위해서는건강한지역언론의존재가필수적임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뿐만아니라조회수올리기,단독이나속보경쟁에휩쓸리기쉬운환경에서언론이수행해야할역할,회복해야할가치가무엇인지를구체적인사례를통해선명하게제시하고있다.

지역언론이라는창을통해보는서울바깥의삶
결코소멸되지않을,우리지역의고유한이야기

양질의일자리와교육및문화시설등사회의제반인프라가모두서울에집중되어있는‘서울공화국’답게한국의언론이주로비추는것은서울의삶이다.최근몇년사이‘로컬이뜬다’며지역을언급하는보도가적지않았지만,‘로컬’이라는개념이담고있는것은지역전반의현실이라기보다는청년층의새로운삶의방식이나유행하는상품,취향등에가깝다.지역의삶은여전히‘소멸’,‘위기’,‘고령화’,‘낙후’같은말과함께등장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저자는지역신문기자들을만나며,또그들의독자인지역민들과대화하며어떤지역을‘소멸위험지역’으로분류해지도에빨갛게표시하는것이얼마나무심하고폭력적인일인지깨닫게된다.그곳에는수십년간마을의역사와문화를지키며살아온어르신들이있고,친구들과우정을나누는초등학생도살고있다.슈퍼마켓도없고버스도잘들어오지않는마을이지만,그곳역시생생한삶의현장이었다.

서울사람들의관점에서이런곳들을‘빨간지역’으로규정해버리면그안에서일상을살아가는이들의삶은보이지않게된다.(…)소멸되어가는지역에도사람이살고있었다.한명한명재미있고생동감넘치는인생을살아가고있었다.(…)‘지역소멸’이라는알맹이없는말대신우리는‘서울중심주의’,‘실패한지방분권’,‘수도권과비수도권지역의불균형’이라는말을써야한다.수도권을중심에둔우리의시선이보지못하고있는것은없는지돌아보아야한다.-72~73쪽

수도권사람들이지역을어떻게바라보든지역의사람들은오늘도각자의일상을충실하게살아가고있고,지역언론은그고유한삶의이야기를길어올리기위해다양한노력을기울이고있다.〈부산일보〉는과거피란민과노동자들의보금자리였다가이제는노인들만남은산복도로에빨래방을열어어르신들의빨래를해드리고세탁비대신이야기를받아기사를쓰는‘산복빨래방’이라는기획을선보였다.부산의현대사와다름없는어르신들의귀한이야기는24편의기사와38편의유튜브영상으로공개되며큰호평을받았다.〈거제신문〉은시립박물관하나없고지역사를제대로정리하는주체도없는척박한환경에서거제의역사,문화,음식,관광지등을소개하는책을다섯권이상펴냈고,학생들을대상으로한거제역사강의를수년째계속하며역사교재와연표까지만들고있다.또한‘거제사투리늬우스’라는기획을통해거제사투리로기사쓰기를시도하며지역의언어를지키려는노력도함께하고있다.10년이넘도록매주1면에주민인터뷰를싣는〈주간함양〉의김경민편집국장은“인구감소추세를벗어나기힘든상황이라면함양에사람이있다고기록하는게지역신문기자로서의직업윤리”(173쪽)라고말했다.소외된사람들의목소리를비중있게담는것도언론이해야할공적역할이라고믿는지역신문기자들의노력덕분에지역의삶은‘소멸’이나‘위기’를넘어더풍부하고아름다운언어로기록되고있다.

“모두가서울을바라볼때우리는지역으로들어간다”
글쓰기수업부터수중다이빙까지,지역언론기자들의열정과헌신

이책은마치지역신문을위해태어난사람처럼유별난열정과헌신으로일하는열혈기자들의열전으로도읽을수있다.〈진안신문〉의류영우국장은20년가까이매주지역의노년여성들과발달장애학생들에게한글과글쓰기를가르치고있다.글을몰라온갖불편함을감수하고살아온이들이류국장의수업을통해세상을읽고자기생각을표현할수있게되었다.류국장은이들이쓴글을매주〈진안신문〉지면에싣는데,‘할머니기자들’이쓴글이실제로지역사회에변화를가져온일도많다.정류장에서기다리는주민을보고도그냥지나쳐버린버스회사의사과를받아내기도하고,하루에두번들어오던버스를세번으로늘리기도했다.그밖에도류국장은진안의발달장애학생의숫자를늘파악하고있으며,글쓰기수업뿐만아니라여름방학마다장애/비장애청소년이함께자전거를타고진안을한바퀴도는캠프를13년째열고있다.왜이렇게열심히하느냐는저자의물음에류국장은“변화가보이니까요”(35쪽)라고답했다.여유롭지않은환경에서도굳건히자리를지키고있는지역신문의뒤에는이처럼사람이,지역이변화하는것에서힘을얻는기자들의헌신이자리하고있다.

〈중도일보〉의손도언기자는국악에대한한국사회의무관심을안타까워하며10년간혼자서충청도국악에관한취재를이어오다2021년3월의첫기사를시작으로총70편의기사를썼다.그의끈질긴취재로1893년한국최고最古의국악단체‘청풍승평계’가제천에서창단되었다는사실이밝혀져제천시에서는이를기념하는학술세미나를열기도했다.손기자는기사를쓰는데그치지않고,국악계의명인이나국악학자,지역주민등의구술영상을직접촬영하고편집해다큐멘터리도만들었다.그과정에서충주댐건설로물에잠긴청풍승평계의연습장소를찾기위해청풍호에직접들어가는수중다이빙을시도하기도했다.

“지역에대해서는지역기자들이제일잘압니다.이런풀뿌리기사를모으는게지역신문이살아갈방향이에요.지역의숨겨진보물들,무형의자산들을제일잘취재할수있는사람도지역기자들이고요.그들이열심히움직이면지역이소멸되는것이아니라,더튼튼하고건강해질거라고생각합니다.내가해보니그래요.나도맨땅에헤딩한거아닙니까.지역기자들의역할이그만큼중요합니다.”(손도언기자)-291쪽

그밖에도이책에는창간멤버이자12년간대표였던자신의권력을인식하고대표자리에서스스로물러난〈뉴스민〉의천용길대표,옥천읍-청산면-영동군사이를하루세번씩왕복하며수십명의주민을취재하고어린이,청소년부터어르신까지지역주민전반의생활과여가,건강과안전을두루살피는〈옥천신문〉의황민호대표,신문사일의30퍼센트는늘공익사업에할애하는〈원주투데이〉의오원집대표등보통의직장인으로서는상상할수없는열정과헌신을보여주는인물이여럿등장한다.“신문은신문사바깥의더넓은세상에서만드는것임을지역신문기자들에게서배운다”(120쪽)라는저자의말처럼,지역신문기자들은지역의슈퍼맨,마을의해결사로서지역사회곳곳을밤낮없이누비고있다.이들의활약을보며기자의역할이어디까지넓어질수있는지놀라움속에서확인할수있다.언론개혁의목소리가높은지금,그개혁이어떤방향이어야하는지를이열혈기자들의모습속에서찾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