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흑해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29.80
Description
미국역사가협회가 선정하는 ‘프랜시스 파크먼 상’과 인종차별 타파에 기여한 저작에 수여되는 ‘애니스필드울프 상’을 수상한 찰스 킹(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이 2700년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장대한 역사를 단 한 권에 집약해낸 『흑해: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유럽과 러시아, 중동이 교차하는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흑해 세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은 국내에 부재했다.
국제학 전문가이자 유라시아 지역 연구의 권위자인 찰스 킹은 흑해의 탄생부터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 창세기에 얽힌 ‘대홍수’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 영웅들의 모험, 오스만제국·러시아제국·소련으로 이어지는 열강들의 각축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흑해 세계의 ‘전체사’를 써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이와 같은 역사의 거대 행위자들과 그들이 벌인 사건들을 망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민족’과 ‘국가’를 중심에 둔 종래의 역사 서술을 배격하면서, 이 지역에 등장했던 다양한 집단·종족, 문화, 경제, 종교, 도시 그리고 자연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나아가, 강제 이주와 제노사이드 등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된 이들의 존재 또한 놓치지 않고 포착해냄으로써, 흑해 세계의 진정한 전체사를 완성했다.
흑해는 언제나 역사의 변두리에 위치해왔다. 유럽과 아시아, 문명과 야만,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를 가르는 ‘경계’인 동시에, 각 세계의 ‘변방’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흑해는 언제나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세계의 ‘끝’으로 여겨져온 흑해는 언제나 역사가 ‘시작’되고, 세계가 ‘연결’되는 바다였다.
저자

찰스킹

CharlesKing
미국의작가,국제학전문가.동유럽과유라시아지역연구의권위자로,현재조지타운대학교국제관계학교수로재직중이다.아칸소대학교에서역사와철학을전공한뒤옥스퍼드대학교에서러시아및동유럽연구로석사학위를,정치학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저서로『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이자프랜시스파크먼상과애니스필드울프상을수상한『문화의수수께끼를풀다』(2019),넷플릭스시리즈로제작된『페라팔라스의밤』(2014),전미유대도서상을받은『오데사』(2011),그리고바버라옐라비치상가작을받은이책『흑해』(2004)등이있다.

목차

감사의말
이름에관하여
지도

1장장소의고고학
사람들과물|지역,변경,민족|시작|지리와생태

2장폰투스에욱시누스기원전700~기원후500년
세상의끝|“연못가의개구리들”|“종족집단”|스키타이인이문명을보존한방법|아르고호의항해|“우리자신보다더야만스러운”|폰토스와로마|다키아트라야나|플라비우스아리아누스의원정대|아보노테이코스의예언자

3장마레마조레500~1500년
“스키타이부족은하나다”|바다불|하자르인,로스인,불가르인,튀르크인|가자리아에서의사업|팍스몽골리카|카파에서온배|콤니노스제국|투르키아|동방에서온사절

4장카라데니즈1500~1700년
“모든바다의근원”|“콘스탄티노폴리스로팔려가겠어요!”|돔느,칸,데레베이|선원들의낙서|갈매기해군

5장초르노예모레1700~1860년
바다와스텝|아조프의소함대|클레오파트라는남쪽으로|칼무크인의탈출|헤르손에서보낸한철|해군소장존스|신러시아|열병,학질,검역소|트라브존의영사|크림

6장흑해1860~1990년
제국,국가,조약|증기선,밀,철도,석유|“낙서를끄적거리는천박한관광객부대”|쾨스텐제철도의문제|인구제거|‘바다의분할’|바다를아는것|프로메테우스주의자|발전과쇠퇴

7장물과마주하기

옮긴이의말

제사출처
참고문헌과더읽을거리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오랜세월흑해는세계의‘끝’이었다
그러나흑해는언제나역사가‘시작’되고세계가‘연결’되는바다였다

유럽과아시아,기독교와이슬람,문명과야만의이분법을넘어
마침내복원한흑해세계의실체

역사를바라볼때우리의시선은주로‘육지’에머무른다.이때육지는‘민족’과‘국민국가’를경계로나뉘며,그조각들의만남은대개서로충돌하고갈등하는전쟁과정복의역사로채워진다.동유럽과유라시아지역을연구해온국제학전문가찰스킹은이러한역사서술의접근법을거부하고,‘바다’를역사의전면에내세운다.‘흑해’가바로그주인공이다.
서구인들에게흑해는오랜세월문명과기독교세계,유럽의동쪽끝,다시말해‘세계의끝’으로불리었다.그리고그건너편에는야만,이슬람,아시아가도사리고있다고여겨졌다.이는역사학자아널드토인비가역작『그리스와튀르키예의서방문제』에서서구인이흑해와동지중해를바라볼때범한다고지적한잘못된이분법세가지,즉기독교와이슬람,유럽과아시아,문명과야만의이분법이다.하지만이런정신적지도는분명근대에이르러만들어진것이다.여기에냉전을거치며흑해세계는소련의영향권에속하는현실사회주의국가들로채워진‘동유럽’과동일시되었고,그결과냉전의이분법이라는또하나의이분법이덧씌워졌다.이러한이분법들속에서흑해세계의실체는역사속에파묻혀버리고말았다.『흑해』는이같은이분법들이가리고있는흑해의다채로운역사와문화,정치를하나로엮어내고,역사의지층속에잠들어있는깊고풍부한흑해세계의실체를복원한다.

이책은한때의미있는지리적공간으로존재했을지도모를장소가수세기에걸쳐어떻게점진적으로해체됐는지,바다를가로지르는인간관계의연결망이유럽과유라시아의정치적,경제적,전략적환경변화와보조를맞춰어떻게형성되고사라지고다시형성됐는지를보여준다.이것은지리적고고학이라고부를수있는것에대한실험이다.그목적은20세기후반공산주의와탈공산주의의얇은지층아래묻혀있던잊힌관계망과정교한인간관계를발굴하는것이다.이작업의중심에는바다가자리한다.-129~130쪽

찰스킹은독창적인구성을통해흑해역사의중층성을드러낸다.저자의방법론을개괄하는1장을지나,흑해의연대기를이루는2장부터6장까지각장의제목은당대흑해지역을지배한세력의언어들로구성된다.2장의‘폰투스에욱시누스PontusEuxinus’는라틴어로‘환대하는바다’를의미한다.기원전700년부터기원후500년까지를다루는2장은그리스식민도시들이흑해연안으로뻗어나가스키타이인과교류하고,이윽고로마가진출한고대를다룬다.3장의‘마레마조레MareMaggiore’는이탈리아어로‘큰바다’를뜻한다.이장은500~1500년에걸쳐비잔티움제국과제노바·베네치아상인들이활약하던중세시대를조명한다.4장의‘카라데니즈KaraDeniz’는튀르크어로‘검은또는어두운바다’라는뜻이다.4장은오스만제국이흑해를사실상내해로장악하고노예무역이번성하던1500~1700년의시기를서술한다.5장의‘초르노예모레ChernoeMore’는마찬가지로‘검은바다’를의미하는러시아어이다.5장은러시아제국이남진정책을통해오스만을밀어내고흑해의새로운패권국으로부상하는1700~1860년의과정을그린다.그리고6장에이르러우리에게익숙한영어단어인‘흑해BlackSea’가등장한다.6장에서는증기선과철도,석유와밀수출로국제화한근대화시기부터두차례의세계대전,냉전,소련해체까지를포괄한다.책은탈냉전이후흑해의미래를전망하는7장을끝으로대단원의막을내린다.이처럼‘흑해’를지칭해온여러언어들로차례를구성한것은,그자체로흑해가단일한정체성을지닌공간이아니었고,시대마다서로다른다양한문명권의중심무대였음을상징적으로나타낸다.
이책이쓰인2004년이후,흑해세계가2014년러시아의크림반도합병을거쳐2022년시작된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소용돌이로치달은것은주지의사실이다.학부와석사과정에서러시아와그인접지역을공부하고,우크라이나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지역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하는등장기간에걸쳐러시아와우크라이나의역사를전문적으로연구해온옮긴이는이책출간이후,현시점흑해에서일어나고있는지정학적충돌에까지이르는과정을「옮긴이의말」을통해세밀하게서술한다.이로써『흑해』는흑해의과거뿐아니라오늘,바로이순간까지망라한다.

경계와변방에서세계사의핵심으로,
2700년에이르는흑해세계의전체사를쓰다

찰스킹의『흑해』는흑해세계의2700년역사를아우르는최초의포괄적역사서이다.『흑해』의독창성은연대기적으로‘흑해’의전역사를아우른다는점뿐만아니라,흑해세계를구성해온다양한종족·집단들,문화,도시,경제,자연(바다,강,산,평야,산,강)과그들의역할을총체적으로다룬다는데있다.특히저자는흑해를‘문명충돌의경계선’이아니라종교공동체,언어집단,제국과국가,도시들을연결하는‘다리’로재해석함으로써,페르낭브로델의지중해연구에서영감을받은새로운지역사방법론을성공적으로적용했다.방대한사료와폭넓은연구에기초하여지리,군사·정치사,경제와무역,인구,종교,문화그리고이들각각에관한여러에피소드를종횡무진누비며,저자는이모두를유머와통찰이어우러진유연한서술로한데엮어낸다.
이러한흑해의전체사를쓰기위해서,저자는특히세가지개념을강조한다.첫째,‘지역region’이다.저자는지역이란범주가어떻게구분하고경계짓든본질적으로불완전할수밖에없다고지적한다.이는지역에서중요한점은실상‘구분’이아닌‘연결’이기때문이다.실제로흑해세계는오랫동안사람과사물,사상이종횡무진이동하고,서로협력하면서도갈등을빚는인간관계들로이루어진하나의총체였다.그런의미에서각지역들은정적으로고정된경계보다는역동적으로이동하고교류하는사람들의움직임에의해규정된다.

어떤넓은지리적단위를다른것과구별해주는본질적특성들을찾아내려고하는순간,그런특성들은실망스럽게도덧없어보이기시작한다.근본적으로지역은,개인이나민족이나국가와같은그지역의구성요소가공유할지도모르는언어나문화,종교,기타특성들의공통점에관한것이아니다.오히려지역은연결에관한것이다.즉,한공간을다른공간과구분하는것처럼보이는,사람들과공동체들사이의깊고지속적인연결고리에관한것이다.-32쪽

둘째,‘변경frontier’이다.변경은‘경계boundary’가아니다.제국이나국가들사이의변경은다양한집단과공동체가자리해온거점이자,지역과지역,이쪽세계와저쪽세계를오간경계횡단자들의주무대가된공간이다.장구한역사의흐름속에서해안과내륙의인간집단·공동체들은끊임없이접촉하고교류했다.그가운데사람들은확고한정체성을고집하기보다는종교,언어,풍습등사회생활의여러영역에서문화와정체성이뒤섞이고,하나의복잡한그물망을이루며살아갔다.

주의가필요한또다른용어는‘변경’이다.내륙아시아역사학자오언래티모어는변경이경계와다르다고말한적이있다.경계는정치적권력의의도된한계,즉국가나제국이특정지리적공간에자신의의지를행사할수있는가장먼범위를나타낸다.변경은경계의양쪽에존재하는구역이다.변경은독특한경계횡단자들의공동체가거주하는곳으로,이들의삶과생계는정치체간의물리적경계뿐만아니라민족,종교,언어집단간의사회적경계를넘나드는데전문가가되는것에달려있다.-35쪽

셋째,‘민족nation’이다.근대에이르러역사는‘민족’이라는관념에속박되었다.즉,같은언어·문화·역사를공유하고,한장소에뿌리내린채살아왔으며,공동체구성원들을결속시키는정체성이라가정되는민족은하나의신화가되었다.그러나저자는민족과민족에토대를둔국민국가가근대에접어들며처음등장하고,이후인간사회와국제정치에대한우리의상식으로뿌리내린과정을날카롭게포착한다.이때문에저자는민족이라는관념이등장하여꽃을피운18세기후반부터19세기전까지는의도적으로민족이라는단어자체를사용하지않는다.이는민족과국민국가,그리고그것에바탕한역사라는현재의뿌리깊은편견을먼과거에투영하지않으려는의식적인노력이다.

민족의역사를쓴다는것은언제나목소리들을침묵시키는일이다.이는사람들주위에경계선을긋고,인간공동체사이의연결고리를잘라내며,복잡한과거에순수한정체성과불변의경계라는윤곽을투영하는작업을수반한다.사람들의실제생활과문화는대개소음으로가득하고,때로는합창같기도하며,때로는장엄하기까지하다.그러나독창은거의없다.이책은독자들에게과거로부터들려오는그런조용한목소리중일부에귀를기울여보자고요청한다.-41~42쪽

민족과국민국가신화가지운역사를발굴하고
21세기지정학적충돌을이해하는참조점
‘방법으로서의흑해’

민족과국민국가를둘러싼신화가사상누각이라는사실은흑해의역사를조금만깊이들여다보아도여실히드러난다.흑해세계에는오늘날과같은‘민족’들의경계와‘국민국가’들의경계가일치하지않는사례가숱하게존재했다.가령이곳에는후에‘그리스인’으로분류됐지만그리스어대신튀르키예어로만말하거나,튀르키예어가아닌그리스어나슬라브어를가장편하게사용하는그리스출신무슬림이공존했다.이는다양한세력이교차하고상호침투하는흑해세계의오랜역사에서비롯한자연스러운삶의양상이었다.
그러나민족과국민국가가탄생하는역사적과정,구체적으로는국경전쟁과두차례의세계대전,전후질서를확립하는정치적협상과조약의결과불분명한민족적특성을기준으로대규모의강제이주와인구교환,추방과학살이자행되었다.이같은역사의희생자들을마주하고,역사의지층아래잠들어있는흑해세계의실체를대면하는일은단일민족신화와고정된국경안에서의국민국가개념이강고한한국사회를살아가는우리에게특히많은시사점을제공한다.흑해의역사는민족과국민국가의신화를넘어여러집단과언어,종교가끊임없이뒤섞이고,지리적·정치적경계가요동치며,정체성이중첩되는역사의진면목으로우리를안내한다.
더욱이흑해지역은에너지와식량,안보등을매개로국제정치·경제의중요한축을담당하고있고,무엇보다2022년시작된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통해우리에게도더이상먼곳이아니게되었다.현재이지역에서발생하고있는갈등을이해하기위해서도,우리는민족과국민국가의신화를벗어나19세기제국주의시대와두차례의세계대전,냉전과탈냉전을거쳐오늘에이른흑해세계의지정학과그역사적연원을오롯이인식할필요가있다.러시아에서유럽으로이어지는파이프라인을둘러싸고펼쳐지는에너지정치,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야기한곡물및원자재공급사슬의변동,전장을테스트베드로한전쟁기술실험까지,이모든일들이흑해에서벌어지고있다.현사태의배경을단순히러시아의야욕이나서방의확장정책,그리고그들간의대결로만이해한다면,우리는이지역이품고있는수천년에걸친역사적복잡성을놓치게된다.크림반도를둘러싼러시아의집착,튀르키예의중재자역할,조지아와루마니아의전략적선택,이모든것은역사적맥락없이는결코온전히이해할수없다.
『흑해』는고대그리스시대부터현대의민족분쟁과에너지·환경정치에이르기까지,다양한공동체와집단,종교,제국,그리고후대의국가들을연결하며흑해가어떻게‘경계’가아닌‘가교’역할을해왔는지무수히많은연결고리들을탐구한다.이런점에서흑해의역사에주목하는것은비단세계사의하위분야,지역별항목을한가지더추가하는데그치지않는다.흑해의역사를탐구하는것은민족과국민국가의신화를넘어서역사와세계를바라보는인식의지평을확장시키며,단순한진영논리를넘어21세기지정학의핵심을파악하는한가지방법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