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의의
처음읽는퀴어청소년당사자들의이야기
퀴어청소년은소수자중에서도더욱눈에띄지않고목소리를듣기어려운사람들이다.자신에대해느끼는고유한감각이나일상에서겪는불편하고불쾌한감정을제대로알고싶어도마땅한기회가없고,고민을나눌동료를만나기도쉽지않다.대부분학교와가족이라는한정된관계안에서생활하기때문에자신의안전을지키기위해정체성을숨긴채살아간다.그래서그간출간되었던퀴어청소년의이야기는모두그들을지원하고상담하는어른들,전문가나활동가들의입장에서쓴책이었다.『모여라!퀴어청소년』은대안학교라는특수한환경덕분에청소년시기에퀴어정체성을적극적으로탐구하며다양한활동을했던퀴어청소년당사자들이직접쓴첫번째책이다.
‘퀴어청소년’에대한책은찾기어렵습니다.특히당사자가이야기하는책은거의없지요.그래서퀴어라는정체성을한껏크게느끼며청소년기를보냈던우리만이할수있는이야기라고생각했습니다.‘퀴어’라는정체성과‘청소년’이라는정체성을따로생각하는경우가많지만,이두가지가연결되었을때겪는일들도무척다양하거든요.이러한우리의경험을이책에담고싶었습니다.청소년기에퀴어정체성에대해고민하고,커밍아웃하고,동료를만나고,차별에맞섰던경험을나누고싶었습니다.이런경험은나누는것만으로도변화의기회를제공하기도하니까요.-6쪽
이책을함께쓴퀴어청소년당사자모임‘짱똘’은2017년한대안학교에서논바이너리정체성을가진꼬꼬가전교생앞에서커밍아웃한일을계기로결성되었다.나는어떤사람인지,왜항상무언가어렵고불편한지홀로고민하며어디에도속하지못하던청소년들이‘짱똘’이라는이름아래모여비로소스스로를‘퀴어’라고부르게되었다.짱똘구성원들은그동안숨겨왔던경험과감정을나누며세상에존재하는다양한정체성에대해배우고,그넓은스펙트럼의어디쯤에자신의자리가있는지가늠해볼수있었다.이책은퀴어로서청소년시기를보낸꼬꼬,풀,구구,소망,유랑다섯사람의글을통해청소년기에퀴어정체성을인지하고받아들이는과정이얼마나다양한모습인지,이들이겪는어려움의종류나정도또한얼마나다른지폭넓게보여준다.
한편이책은학교라는공간을중심으로퀴어청소년의경험을서술하고있다.얼핏보면학교는성별과무관하게교과과정을중심으로운영되는곳같지만,교복디자인부터화장실이나기숙사등의시설,각종서류속성별기입란,성별에따라분리혹은선호되는체육활동등뚜렷한성별구분을요구하는상황이많다.이는퀴어청소년들에게어디에도나의자리가없다는소외의경험을안긴다.짱똘구성원들은‘남성성’에대한고정적인이미지를전제로“너게이냐?”라는말을농담처럼건네는문화,‘언니,오빠,형,누나’등성별을확인해야사용가능한호칭,성별에따라요구되는외모나복장,“남자(여자)친구있어?”라는물음등학교생활중에겪었던어려움을예로들며,누구나편안하게자신의모습그대로존재할수있는새로운학교문화를제안한다.이들의구체적인경험과주장은오늘의학교문화,청소년의일상을구성하고있는공간과제도가모든사람을권리와자유,인격을가진존재로온전히품고있는지,무심코배제하는존재가있지는않은지돌아보는계기를제공할것이다.
퀴어라는정체성과청소년이라는정체성이만났을때
이책은퀴어라서뿐만아니라독립적이고온전한개인으로인정받지못하는청소년이라는위치에서겪는어려움까지,‘퀴어’와‘청소년’이라는정체성이교차하며발생하는차별과소외의경험을풍부하게담고있다.짱똘구성원들은퀴어정체성을발견하고긍정하는과정에서도,퀴어의존재를지우는학교문화에이의를제기하는과정에서도‘아직어려서그렇다’,‘일시적인혼란이다’,‘학교말고사회에나가서싸워라’라는말로제지당하기일쑤였다.청소년을위한퀴어문화축제를청소년의힘으로만들어보자고뜻을모았으나,청소년끼리는통장하나만들기도쉽지않았다.사람을초대하고공간을사용하기위해서는‘어른’의허락이필요했지만,교사들은내내비협조적인태도를보였다.또,성별이분법안에서자기자리를찾지못하던학생이제안했을때는비현실적이라며거부당한성중립화장실이교사회의제안에는순조롭게설치되었다.어디까지가어른의보호이고책임인지,어디서부터가개인의자유와권리를침해당하는것인지짱똘구성원들은매번묻고싸우고제안하며실천가능한일들을찾아나갈수밖에없었다.
이들은왜굳이이렇게어려운길을가기로한것일까.몇년지나성인이되면어디든갈수있고,무엇을해도간섭할사람이없을텐데왜굳이10대시절학교에서이런활동을벌인것일까.이유는단순하다.청소년기역시그자체로온전한인생이기때문이다.어른이되기위해지나가는시기,미성숙하고불안정한과도기가아니라한사람의시민이자개인으로서충분한권리를누려야할오롯한삶이기에짱똘은“부모님은네가이러고다니는거아시냐?”라는말에굴하지않고부당한일들에꿋꿋하게목소리를냈다.
투표같은사회적제도에진입할때는‘예비’단계가필요할것이다.하지만청소년이하나의존재로서도‘예비’인것은아니다.우리가하는경험도‘예비경험’은아니다.우리는한사람의온전한존재로서진짜경험을했다.우리는나중이아니라지금여기서잘살고싶다.(…)학교에서싸우지말라는말은사실어디에서도싸우지말고그저복종하고순응하라는말과다르지않다.(…)우리는지금여기,학교와공동체라는작은사회에서잘살고싶었다.나를위한일이학교와공동체를위한일과다르지않다고생각했기때문에짱똘과무아로활동하며여러가지일을벌였다.학교가만든울타리를적극적으로깨부수고그밖으로나왔다.아니,사실울타리같은건없다는것을알게되었다.또우리는앞으로살아갈예비존재가아니라이미충분히살아가고있는진짜존재라는것을깨달았다.-190~192쪽
‘어린이,청소년의정체성에혼란을주어유해하다’는퀴어를공격하는가장대표적인말이다.그러나짱똘구성원들은“무조건안된다는말,어린것들이라는무시가더큰혼란과좌절을준다”(153쪽)라며어린이,청소년에게안전한환경에서자기자신을진지하게탐구하고대면할기회를주어야한다고말한다.퀴어이자청소년으로서겪은이중의어려움과그것을돌파해나가는경쾌하고대담한실천을담은이책은정체성을숨긴채홀로고민하고있을퀴어청소년들에게“모여라!”하고힘찬인사를건넨다.“혐오와차별을혼자마주할때는두려움과불안한감정이크지만,함께마주할때는그에대응하는힘이만들어진다”(63쪽)라는짱똘의경험담이퀴어는물론그밖에다양한소수자정체성을가진청소년들이모여서힘을만드는계기가되기를바란다.
“누구도소외되지않는평등한학교를우리가직접만들자”
지금여기서,나자신으로잘살고싶은청소년들의눈부신활약
이책은총3부로구성되어있다.1부에서는이책의무대가된대안학교입학을전후하여자신의성정체성혹은성적지향을인지하게된10대초중반청소년들의다채로운일화가펼쳐진다.태어날때지정된성별이부자연스럽다고느끼는꼬꼬,아직정체성을확신할수없는‘퀘스처너리’상태인구구,꼬꼬와연애를하며자신의성적지향을알게된풀의이야기가보여주듯이퀴어청소년내부에도다양성이존재한다.서로조금씩다르지만학교안에서자신의존재가지워지고있다는감각을공유하던이들은퀴어청소년당사자모임‘짱똘’을만들어자신을,그리고서로를지켜나간다.이들의모임에퀴어당사자이자교사인유랑이합류하면서이들의활동범위는소규모당사자모임에서학교로,마을로,먼곳의동료들에게로넓어진다.
2부에서는‘짱똘’의본격적인활약이펼쳐진다.여자화장실,여자기숙사를이용하고성별기입란에‘여성’이라고적는것이늘힘들었던꼬꼬가제안한성중립화장실이우여곡절끝에3년여만에설치되기까지,청소년이직접만드는청소년을위한퀴어문화축제‘무아지경’을개최하기까지,유랑을중심으로교사와학생이함께새로운성교육을시도하기까지온갖어려움을무릅쓰고변화를이끌어낸‘짱똘’의힘찬발걸음을담았다.청소년몇몇이모여공고한학교문화와제도를바꾸는것이가능한일일까?짱똘의활약은동료를만들어힘을모으고,계속해서목소리를낸다면의미있는변화를이룰수있다는것을증명해보이고있다.
3부에서는‘짱똘’이상상하는퀴어한학교,모두가자신의정체성을당당히드러낼수있는무지갯빛학교의모습이그려진다.‘짱똘’은학교를가능성의공간으로본다.같은공간에서일상적으로마주치며지식과경험을공유하는곳,교사와양육자와학생이한자리에모일수있는곳인학교야말로서로다른정체성을존중하고,협력과연대를도모해더평등한사회를만들어가는출발점이될수있기때문이다.3부마지막에는‘짱똘’이그리는무지갯빛학교의모습을최진영작가의그림으로실었다.다양한신체,정체성,가치관,사회경제적배경을가진사람들이모여누구도배제하지않는평등하고안전한공간에서오늘을살고,미래를꿈꾸는모습을만날수있다.
먼훗날미래에어른이되어서가아니라,지금여기서나자신으로잘살고싶었던청소년들의사회운동이야기이자설렘가득한연애,진지한자아탐구이야기이기도한이책은학교현장을비롯해청소년들이모이는공간에서평등,다양성,차별금지법등에관한논의를열어가는마중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