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를함께한한국의아름다운길
한겨울눈속에정선자개골을거쳐모리재를넘었다.억수같이쏟아지는빗속에걸었던필례약수길도있다.한국의처녀지아침가리골에서는신발을벗고수많은계곡을건넜고,만산홍엽가을단풍에황홀했던덕유산언저리길도기억에남는다.눈내리던날하얀눈길을아내와함께걸어넘었던지리산벽소령,쌍계사에서화개까지화개천을따라가는십리길,해풍을온몸으로받으면서걸었던남도길,고니의우아한날갯짓을감상하면서걸었던강진탐진강길,정약용의흔적에마음빼앗겼던백련사와다산초당길,특히영하20도를넘나들던강추위에혼자서동강완주도보코스를답사한쾌거는잊을수없다.
가공되지않은보석,한국의아름다움을좇다
봄,여름,가을,겨울의사계절을길에서보낸저자는자동차나자전거를이용하지않고순수도보로만국토를종단했다.그는걸어서여행하는이유로첫째,지구를사랑하는마음을꼽는다.심각한환경재앙에시달리고있는지금,화석에너지를전혀필요로하지않는도보여행은그만큼지구에보탭이될것이라는생각에서다.두번째이유는자연과의대화다.사고를방지하기위해길에집중해야하는자전거여행보다자연에더집중할수있는도보여행은자연과같은눈높이에서서로를응시하는교감을가져다준다.셋째로는사람대사람의커뮤니케이션이다.현지주민들이살아가는모습을눈으로보고체험할수있다는데서도보여행의묘미를발견할수있다.
걸음이주는최고의선물은자연과사람
이책은걸으면서일어난다양한이야기와풍경을독자들의눈앞에펼쳐놓는다.동떨어진감상적여행담이아닌,우리삶속에들어와있는생생한체험담인것이다.길가다목이말라물을얻어마신이야기,동네아이들과나눈사소한대화등은어찌보면흔한이야기지만쉬이발견할수없는보석과같은감동을준다.무엇보다저자의여행이값진이유는차가전혀다니지않는비포장도로를고집했다는점,유명관광지를의도적으로피했다는점,초보자도걸을수있는쉬운코스를택했다는점을들수있다.북적거리는도시의생활에서여유를즐기고픈우리의바람이고스란히담겨있는용기있는실천이다.
책을눈으로좇다보면어느새훌쩍떠나고픈마음이생기는당신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사색에잠겨자연을벗삼아걷는일은그무엇과도바꿀수없는소중하고멋들어진경험일테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