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산문명문감상

중국고전산문명문감상

$44.21
Description
우리나라에서 중국 고대/고전 산문은 아무래도 중국문학 전공자를 비롯해 중국철학이나 한국한문학 등 문사철(文史哲) 전공자의 성역으로 생각되곤 한다. 따라서 이 영역에 정사철(政史哲)을 바탕으로 한 중국정치사상사 전공자가 끼어드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 수 있고, 또 이에 대해 회의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이 정치에 종속되었던 오랜 전통을 인정한다면 기존의 문사철 시각이 아닌 정사철 시각에서 중국 고대/고전 산문에 접근하려는 시도의 의미 역시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제자(諸子) 산문 또는 철리(哲理) 산문과 역사 산문을 다루었고 현대한어로 직접 글을 써왔기에, 고전 산문의 선정과 해석 그리고 번역 등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이미 국내에 꽤 많은 중국 고대/고전 산문 역주서가 출간되었음에도 사회과학 전공자로서는 처음으로 이 책의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한국, 대만 및 중국의 관련 서적과 논문을 꽤 살펴보고 착오와 실수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중국 고대/고전 산문 관련 국내 역주서(譯註書)는 모두 15권임을 확인하였다(참고문헌 참조). 역주자 19명(공동 참여자 포함) 중 17명이 중어중문학 전공자였고, 사회과학 전공자는 없었다. 또 절반은 대학 교재용이었다. 이 책들에 수록된 산문 작품은 대부분 ‘임의로’ 또는 ‘내 나름대로’ 선별되었고, 원문 표점(標點)에 대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문법을 소략한 경우가 많았다. 바람직한 역주서라면 저자와 원문 소개(解題), 한글 독음, 주석, 번역, 감상 또는 평설(評說) 및 참고문헌 등으로 구성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국내 역주서 15권 중 이를 모두 갖춘 것은 없었다. 특히 그중 절반만 번역문을 제공하였다.

선학(先學)들의 노력을 기초로 ‘한 층 더 올라가 보니’(更上一層樓. (唐)王之渙, 〈登鸛雀樓〉) 기존의 이해와 다른 사실을 적지 않게 확인하게 되었다. 대표 사례로 『논어〉〉 〈자하〉(子罕) 편의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彫也.”에 나오는 ‘백’(柏)은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이며, 굴원(屈原)의 〈어보〉(漁父)에 나오는 ‘미’(薇)는 고사리가 아니고 살갈퀴이며, 『순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봉’(蓬)은 쑥이 아니고 민망초이며, 유우석(劉禹錫) 〈누실명〉(陋室銘)의 ‘누실’(陋室)은 ‘더러운 방’ 또는 ‘누추한 집’이 아니라 ‘외딴집’이었다. 이외에도 많다.
저자

박병석

역주:박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