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

$15.00
Description
쓰레기는 버리면 그만이지만,
버릴 곳이 없는 마음은 어떻게 하나요?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우수상’
김단한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마음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그것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한 귀퉁이에서 숨이 가빠올 정도로 힘듦과 부침을 느꼈다면, 그 이유는 유통기한이 지나 제때 버리지 못한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프거나, 슬프거나, 애처로운 마음도 쓰레기처럼 간단하게 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왜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버리기 어려운 것일까?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는 마음에 다양한 감정이 산처럼 쌓여 있거나, 복잡한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도서이다. 저자는 버리지 못한 마음을, 풀지 못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고, 줍기도, 그것들을 올바르게 버리기도 하는 행위를 하면서 깨닫게 된다. 다만 그것들로부터 명확히 벗어나는 방법은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는 아직까지 마음에 쌓인 쓰레기를 소거하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고 있고, 살아내고 있다.’라고 전하며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것이 살아가는 것의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저자

김단한

나의마음에자리한‘사랑’을어떤방식으로표현해야할지늘고민했지만,이미쓰는것으로하여금나름의표현을하고있었다는것을깨달았다.복잡한마음을아주짧은단한문장으로쓰는것을좋아한다.쓰는글중에사람과사랑이등장하지않는글이없다.사람과사랑이지겹다말하면서도이두가지에서꽤많은이야기를얻고있다.독립출판으로『나는오늘도부지런히너를앓고』,『연못산책』,『구시대적사랑』을출간하였고,2022년에는에세이『나이롱시한부』를출간했다.수상내역으로는제10회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에서『울다』로단편우수상을받았다.

목차

프롤로그_다쓴마음은어디로가는걸까요?

Part1.비우고버리기

우리는모두쓰레기다
깃털처럼붕뜬채로산적이있었다
4번출구아래편의점에서는무슨일이있었나?
오만원짜리창문
사람들은의외로나에게진짜관심이없다
나는자다가소리를지른적이있다
나를감싸던막이깨져버린기분
무엇도채울수없는허함에대하여
우울의어느날
지나간것은지나간그대로
밥먹을때마다울던아이

Part2.비우고버려도남아있는

어떤것은가장밑바닥에있다
‘콜라’만보면자꾸네가떠오른다
잘못온문자에눈물이났다
다음생에는사람으로태어나라
언니는그시절장미담배를피웠지요
나에게칼싸움을가르쳐주었던언니에게
마침표없는작별인사
종일시시콜콜한이야기를떠들고싶은날
무엇을싣느냐에따라달라진다
마음에맴도는어떤멜로디
우울은가끔나의좋은친구가되어준다

Part3.차마버리지못한

인생의스파크를기다리는사람들
내주변을자꾸맴도는꿈이있다
차이고밟히더라도끝내
정신과상담은시시했다
넣어둔위로를꺼내보는일
문장에밑줄을긋는다는것
가끔잘지내고자주못지내며
우리끝까지살아남자
사람은언제든쓰레기가될수있음을알것
세상이빠르게변할지라도
열등감을나의동력으로삼아

Part4.비움그리고채움

나도내가지금쯤이면뭐라도되어있을줄알았지
인생을소꿉장난처럼
매일을생일처럼
내안의잉크가모두닳은느낌
다만꿋꿋하게걸으며내길을찾을뿐
추모관에는생화를들고갈수없다
나는나의자랑이되고싶었다
자투리인생
더럽혀진마음
비를맞지않아야할이유는없다
나도나를모르는데넌들나를알겠느냐

에필로그_마음에도유통기한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걷기힘든데도걸어야할때는바닥에널린쓰레기를목표로두고걸었다.다행스럽게도길거리에널린쓰레기는많았고,나는감사하게도계속걸음을옮길수있었다.걸으면서참으로많은생각이스쳐갔다.우선,일상생활에서쓰레기라는단어를언제쓰는지에대해생각해봤다.생소한공간에갔을때,버려야할것이있는데도무지쓰레기통이보이지않을때,나는‘쓰레기통은어디에있어요?’라고묻는다.나를두고뻔뻔하게바람을피워연인과의신뢰를저버린작자를앞에두고‘이쓰레기야!’라고한다.운동하지않고,제때할일을하지않아게으름이뚝뚝떨어지는나를보며‘나는정말쓰레기야.’라고푸념한다.쓰레기는쓰레기그자체가되기도하고어떤사람을지칭하기도한다.
---「우리는모두쓰레기다」중에서

상상.그러니까가끔은정말이런상상에기대어살아야할때가있다.딛고있는현실이너무각박하고,답답하고,막막하고,씁쓸해서조금이라도잿빛을벗어난알록달록한상상으로내달리고싶을때가있는것이다.현실은너무현실적이니까,정신을놓기직전에는정말이지이렇게라도도무지말이안되는어떤것에기대야만겨우,정신을차릴수있다.문득현실에서벗어나고싶어지면,세상사람들아무도모르는비밀을하나쯤품고지내는것은그리나쁘지않다.
---「깃철처럼붕뜬채로산적이있었다」중에서

벽지에곰팡이가올라오기시작했을때부터나는조금씩지쳤다.순전히내공간임에도불구하고조용히숨을죽이며지내는순간이잦았다.고시원을나서서울에온이유를실현하기위한발버둥을칠때면더없이외롭고고달팠다.곰팡이가맞아주는고시원이야말로나의진정한안식처였다.나가기만하면하나씩얻어오는상처를가만히누운채꾸역꾸역삼키던하루하루.사람을좋아하는줄알았는데,이세상의사람들은너무나가지각색이라내가좋아할수있는조건을가진사람이나와만날확률은매우적다는것을서울에서깨달았다.제일친했던친구가제일싫은친구가될수있고,제일싫어했던친구가나의은인이될수있는이상한도시.나는그곳에서너덜너덜해졌다.
---「오만원짜리창문」중에서

이해할수없는것은시간이아무리지나도이해할수없는것으로남는다.나는시간을신뢰하지만,시간이뭐든다해결해줄수있는것은아니라는것도잘알고있다.되도록많은것을이해하며살고싶었다.최대한열심히.이해가안될때는이해하려는노력을억지로라도하면서살고싶었다.

그런데,그게참어렵다.세상에는이해가가지않는부분들이너무나많다.자꾸그런부분에푹푹빠진다.나는왜자꾸이런구덩이만골라서푹푹발을빠뜨릴까?왜보고도피하지못하는지,왜알면서넘어지는지는아무리시간이지나도이해하기가어렵다.살아가면서이해하지못하는것보다이해할수있는것들이더많아질거라고생각했는데,영아니다.그반대다.오늘도이해할수없는것이몇가지더늘었다.
---「사람은언제든쓰레기가될수있음을알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