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어사 박문수 - 생각하는 아이 10

어린이 어사 박문수 - 생각하는 아이 10

$13.37
Description
이 책은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증광문과에 급제해,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고 진실을 밝혀 억울한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암행어사로 활동한 박문수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것들만 가려 뽑았습니다. 어린이 여러분들이 박문수와 춘삼이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가지 신기하고 재미난 사건과 함께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박문수의 따뜻한 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박연강

대학에서우리말과글을익히고,책과더불어살며오늘도열심히활자와씨름하는중입니다.

목차

박문수과거에급제하다
구천동에나타난오방신장
사라진황금거북이
가짜시신의음모
두건도적천리마를잡아라
숙부덕에장가든도령
백정의조카가되다
가짜도사의죽음

출판사 서평

가난하고힘없는백성들편에서서그들의희망이되어준어사박문수!

암행어사로많은이야기와행적을남긴박문수(朴文秀,1691~1756)는어렸을때아버지가돌아가셔서가정형편이어려웠지만“굶더라도머릿속을채워아는힘을길러야한다.”라며엄하게가르치신어머니덕분에밝고총명한아이로자랐습니다.훗날박문수가힘없는백성들편에서서그들의억울한문제를시원하게풀어줄수있었던것은어려웠던어린시절의경험때문이었을것입니다.

1723년33세라는늦은나이에증광문과에급제해사관이된박문수는소론에속해있었는데,당시조정은노론과소론으로나뉘어극심하게당파싸움을하던혼란스러운시기였습니다.이러한정치적싸움으로인해박문수는노론이득세하면관직에서쫓겨나거나귀양살이를하다가,소론이득세하면다시관직에오르곤해서호조판서,병조판서,경상도관찰사,함경도관찰사등을두루거쳤습니다.

나랏일을할때는당파의이해득실을따지기보다백성들을편안하게하는것이무엇인지를먼저생각했던박문수였기에균역법을제정하는데누구보다앞장섰습니다.또한1728년이인좌의난때출전해공을세웠고,이광좌를사표師表로삼아평소에주장하던소론의당론을굳게지키며시종일관변하지않았다고합니다.

조선시대에활동했던암행어사는임금의특명을받아지방관리들이백성들을잘다스리는지,억울한일을당하는사람은없는지등등백성의어려움을살펴서개선하는일을맡아하던임시벼슬입니다.어사로임명되면비위관리를파직할권한을위임받았습니다.

박문수가1727년(영조3년)에영남지방어사로임명된것은사실이지만,암행어사가아닌‘별견어사別遣御史’였다고합니다.별견어사는재해민구휼업무를담당하는일반어사의역할을하면서,동시에지방관리를규찰하는암행어사역할까지하도록특별히파견한어사의명칭입니다.이들이활동하던시기는잦은집권세력의교체로지방이혼란을겪던때였습니다.이에영조는집권초기에,암행어사가너무형식에치우치고일반어사들은이름만거창하고실속은없다고여겨박문수등측근관리를‘별견어사’로파견하며,그들에게수시로암행해지역전체를긴장시키라는특별명령을내렸습니다.‘별견어사’는10여년동안매회2~3명씩지방에파견되어지방권력을감시했다고합니다.

오늘날까지전해지는박문수와관련된수많은이야기는그가충청,전라,경상도등삼남지방을돌며,백성들의삶을돌아보고진실을밝혀억울한문제를해결해주는내용입니다.

늦은나이에과거를보기위해한양에올라가는박문수앞에나타나미리시제詩題를알려주어장원급제할수있도록도와준초립둥이와말도안되는구실로한가족을풍비박산내려한못된양반에게기지를발휘해서혼쭐을내고일가一家를구한이야기,고을사또의가보를잃어버린대장장이가죽음으로죗값을대신하자그배후에얽힌주변인물들의숨겨진비밀을파헤치고사또의가보도되찾는속시원한이야기는마치추리소설을읽는듯한짜릿함마저느끼게해줍니다.어리석은백성들을도술로현혹해재물을빼앗던가짜도사의참혹한죽음뒤에가려진진실,부잣집을털어가난한사람을돕는다며의적행세를하던도적의실체를만천하에드러내죄를짓고는살수없다는교훈을주는이야기,가세가기울어파혼당한한도령의사연을딱하게여긴박문수가가짜숙부가되어번듯하게장가보낸사연과자신을팔아양반집안임을자랑하던한백정의딱한사연에기꺼이그의조카가되어준일등은박문수의따뜻한마음이그대로전달되는대목입니다.

문제를해결하는과정에서백성들에게‘어사박문수’는자신들의입장을대변하고어려움을해결해주는훌륭한사람으로기억되었을것입니다.이러한이유로‘어사박문수’에관련된이야기는백성들의입에서입으로전해지는사이에내용이첨삭되거나과장되기도하며오늘에이르렀습니다.따라서이야기속의박문수는실제인물이라기보다는‘암행어사'로표상되는‘상징적인인물’이라고할수있습니다.이는자신에게주어진권력만을믿고인간의존엄한가치를훼손하려는권력자의횡포로부터,약자를도와문제를멋지게해결하고구원해줄수있는존재가나타나길바라는백성들의소망이함께했기때문일것입니다.

박문수가어사로활동한것은만2년이채안되는기간으로그리길지않았지만,그가암행어사를대표하게된것은백성의어려운사정을진심으로살피고이를개선하기위해자신의곡식창고까지열어도와줄만큼늘백성들을아꼈던마음때문일것입니다.

이처럼이책은박문수에관한수많은이야기가운데보다더재미있고가슴따뜻한이야기들만가려뽑았습니다.어린이여러분들이박문수와춘삼이의발걸음을따라가다보면,여러가지신기하고재미난사건과함께백성을아끼고사랑하는박문수의따뜻한마음을곳곳에서발견할수있을것입니다.

책속에서

“옥황상제의명을받들어,인간으로서는차마할수없는죄를짓는자들을벌하러왔노라.여봐라,동방의청제장군!”
갑자기동쪽하늘에서벼락같은소리가울려퍼지더니푸른갑옷을입은장군이청마를타고마당한가운데로내려왔습니다.그러고는창과칼을쿵하고내리찍자그소리가무시무시하게울리며땅이흔들렸습니다.
“서방의백제장군!”
“남방의적제장군!”
“북방의흑제장군!”
중앙의황제장군이무시무시한목소리로말했습니다.
“네이놈들!하늘이무섭지도않더냐?옥황상제의명을받아너희들을잡으러오방신장이내려왔노라.지금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이추악한혼사는인간으로서는도저히할수없는못된짓임을네놈들은진정모른단말이냐?옥황상제께서이들을친히벌하실것이니,신장들은이놈들을어서잡으시오!”
―<구천동에나타난오방신장>중에서

“나리,생각좀해보십시오.누가제말을믿어주겠습니까?한낱힘없는계집종이무슨수로저들과싸우겠습니까?더군다나물증(범행에사용된흉기나훔친물건따위)도없이관아에알렸다가언제죽임을당할지모를일아니겠습니까?그래서저는하는수없이죄책감이나들게하려고백지서찰을보낸것입니다.아무내용이없는서찰이라하더라도죄를진사람은마음이편치않을것이라고생각했습니다.아니나다를까제가보낸백지서찰을받은주인어른의건강이점점나빠졌습니다.밤에주인어른의방앞을지나면악몽에시달리는듯끙끙거리는신음소리가들리곤했습니다.그러다가어젯밤에죽은것입니다.스스로죗값을치른것이지요.이제주인어른이죽었으니하늘에계신저의아버지도기뻐하실겁니다.”
긴이야기를마친유월이는그동안응어리진마음의한이풀렸는지눈물을마구쏟았습니다.박문수는그런유월이를안쓰러운눈길로한참을지켜보았습니다.
―<사라진황금거북이>중에서

사또는매우기뻐하며사건을시원하게해결한박문수에게물었습니다.
“참으로신통한선비가아닙니까!그런데남강선생이천리마라는것을어떻게아셨소?”
“내가남강선생을처음만났을때몹시아프다고들었는데,그의눈빛은아픈사람의눈빛이아니었소.그리고남바위를귀밑까지눌러쓰고있었는데그모습이너무도어색해보였지요.게다가그노인이무심코남바위를벗는순간,환갑이가까운노인답지않게머리숱이풍성한것도의아했고그의귓속에무엇인가들어있는것이보였소.그당시에는무심코지나쳤는데나중에곰곰이생각해보니,그것은귀머거리(청각장애인을낮잡아이르는말)행세를하기위해일부러촛농으로귀를틀어막았다는것을알게되었지요.”
박문수가차근차근설명하자사또는연신고개를끄덕이며헛기침을했습니다.
“아,대단하군요!”
“그러니까촛농으로귀를막고노인으로변장했을때는남강선생이되고,귓속에넣었던촛농을빼고검은두건으로얼굴을가렸을때는천리마가되는것이오.또한저놈은완벽한범죄를하기위해수향이의집을이용했소.수향이의집에서남강선생의변장을벗어던지고천리마가되어도적질을하고,도적질을성공한다음에는다시수향이의집으로가서남강선생으로변장을하고유유자적하게자기집으로돌아간것이지요.그래서이웃사람들은남강선생이가끔여인들만사는집에들어가는데,그가들어가고나면반드시젊은사람이몰래나온다고말한거였소.”
“으음,그대는과연대단한분이오.”
―<두건도적천리마를잡아라>중에서

박문수가작별인사를하자이좌수가펄쩍뛰며말렸습니다.
“밤이깊었는데어딜간다고그러십니까?어사또나리,며칠쉬었다가지는못할망정날이라도밝은다음에떠나시지요.”
“아쉽기는나도마찬가지입니다.하지만해야할일이밀려있으니어쩔도리가없습니다.”
박문수가봇짐을메고일어서자이좌수도더이상말릴수가없었습니다.
“잘알겠습니다.제마음같아서는단며칠만이라도어사또나리를극진히모시고싶습니다만…….”
“그마음만받겠습니다.부디좋은일많이하시면서오래오래사십시오.”
“조심히가십시오,어사또나리!내죽는날까지이은혜잊지않겠습니다.”
하늘에둥실뜬달이비추는은은한빛을받으며박문수가걸음을재촉하자,그의뒷모습을바라보던이좌수의눈에서눈물이주르륵흘렀습니다.
―<백정의조카가되다>중에서

박문수가넓은아량으로사내의죄를용서한다는말을건네자,사내는한동안믿을수없다는표정을짓더니이내몇번이고머리를조아리며고맙다는큰절을올렸습니다.그러고는감사와기쁨의눈물을줄줄흘렸습니다.
“춘삼아,우리는어서이곳을떠나자.날이더어둡기전에오늘밤우리가발뻗고잘곳을정해야하지않겠느냐?”
“예,나리.어서가시지요.”
박문수와춘삼이가방문을열고나오자문밖에서있던딸또한흐느껴울며큰절을올렸습니다.사립문을나서는두사람에게사내와그의딸은머리가땅에닿도록절을하고또하며고마운마음을전했습니다.
―<가짜도사의죽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