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4년 신춘문예 소설당선작 스물네 편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신춘문예의 어려운 심사 관문을 통과한 이 작품들은 새로운 문제의식과 빛나는 문장으로 우리 시대의 고민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묘사하고 있다.
『2024년신춘문예 당선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안목과 깊고 진지한 사유, 탄탄한 주제와 구성으로 단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오래 갈고 닦은 문체의 발화법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작법을 고수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소설문법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소설, 영화적인 상상력과 이미지로 시공을 마음껏 넘나드는 소설, 마치 게임을 하듯 유희적인 서술을 견지하는 등 다양한 작품들의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은 『2024년신춘문예 당선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읽으면서 소설의 새로운 진화와 성숙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치열한 신인정신으로 무장한 패기 넘치는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주변의 인간 삶에 공감하고 대화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생생한 개성으로 역은 단편 서사를 통해 흡족하고도 기분 좋은 소설적 성취를 맛보게 될 것이다.
『2024년 신춘문예소설당선소설집』은 이 시간에도 소설가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

임희강,곽민주,강세영,이준아,허성환,김진표,유재연,김슬기,곽재민,임택수,

저자:임희강



저자:곽민주



저자:강세영



저자:이준아



저자:허성환



저자:김진표



저자:유재연



저자:김슬기



저자:곽재민



저자:임택수



저자:홍기라



저자:장대성



저자:기명진



저자:조성백



저자:김성희



저자:이지혜



저자:유호민



저자:이수정



저자:이은정



저자:김하진



저자:신가람



저자:권희진



저자:김영은



저자:윤호준



목차

책머리에|김호운(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강원일보임희강┃시계視界를넘어
경남신문곽민주┃인어의시간
경상일보강세영┃마리모
경인일보이준아┃하찮은진심
경향신문허성환┃i
광남일보김진표┃필인더블랭크
광주일보유재연┃벽장밖은어디로
국제신문김슬기┃공존
농민신문곽재민┃내규에따라
동아일보임택수┃오랜날오랜밤
매일신문홍기라┃안나의방
무등일보장대성┃러닝
문화일보기명진┃유명한기름집
부산일보조성백┃6이나올때까지
불교신문김성희┃나비춤
서울신문이지혜┃북바인딩수업
세계일보유호민┃붉은베리야
영남일보이수정┃코타키나발루의봄
전라매일신문이은정┃커튼이없는방
전북도민일보김하진┃우는여인
전북일보신가람┃미지의여행
조선일보권희진┃러브레터
한국일보김영은┃말을하자면
한라일보윤호준┃상구와상순

출판사 서평

추천사

2024년신춘문예에당선한소설가여러분들이앞으로우리사회를밝게맑게만들어주기를희망합니다.문학작품한편이나무한그루와같다는말을자주인용합니다.나무가없으면우리가사는지구는사막이됩니다.그런사막에서인간이살수가없습니다.문학작품은그런나무한그루처럼사람과사람사이를인정의향기로이어주어인정이메마른사막이되는것을막아줍니다.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책속에서

혜진은대단한부자가되기를꿈꾸며집주인이된건아니었다.그저원룸이불편했고전세금을떼이는게불안했다.저녁으로먹은생선냄새정도는환기시킬수있는넉넉한공간의주거시설에서살고싶었다.혜진은비싸지않은외곽의아파트를매수했고그곳은곧정비예정구역으로지정됐다.아파트곳곳에안전진단을준비한다는현수막이붙었고여러부동산에서매도를권유하는전화를걸어왔다.
혜진은자연스럽게갈아타기를거듭하며금세목돈을마련했다.적금과는비교할수없는속도였다.혜진은스스로운이좋았다고생각했다.아파트외에투자한낡은다세대주택도성공적으로마무리될수있었기때문이다.마지막에강할아버지사건이터졌지만좀놀랐을뿐이지금전적으로큰영향을미친건아니었다.상만은이런혜진의사고방식에도낯설다는표현을했다.(「시계(視界)를넘어」)

아내의손을꽉잡았다.내손과아내의손이닿은공간에땀이찼다.우리의모습을차분히지켜보고있던방사선사가화면을띄웠다.우선아기크기를재볼건데요.여기하얗게보이는게위에서본머리뼈예요.좀더내려오면…….심장뛰는거보이세요?이쪽아래가배부분이고요.까맣게보이는게위장이에요.여기보시면양수를먹기때문에위안이이렇게차있습니다.여기가머리고…이게뒤통수,요게정수리,이안에하얀거보이시나요?이게코뼈부분인데요.뼈를확인하는이유는이주수에코뼈가안보이는아기들이다운증후군이나염색체이상이있을가능성이높아서확인하는거예요.같은의미로목뼈뒤에투명한이부분을확인해야하는데아기의척추뼈일부가불완전하게닫혀서척추가노출되는선천성기형으로개방성이분척추거나폐쇄성이분척추인지보는거예요.아기가태어났을때,배뇨장애,하지마비같은증상이올수있거든요.목뼈가굽지않고반듯하네요.크기도주차에딱알맞은크기구요.좋아요.아주좋아요.(「i」)

빈소한편에자리를잡고누웠다.피곤함이몰려왔다.나는집어삼켜지듯잠에빠져들었다.꿈을꾸었다.나는어린시절살았던파란양철대문집에누워있었다.옷가지들과책가방과참고서들이옛모습그대로널브러져있다.그사이에20대에썼던물건들도드문드문섞여있었다.나는꿈에서도꿈을꾸고있다는것을알았다.알지만많은발걸음소리가가까워졌다가사라지길반복할때마다옛마음이되어초조했다.누군가덕수야,하며잊고있던아버지의이름을나에게다시일깨워줄것만같았다.불쑥스무살승환이빈털터리가되어집으로돌아와울것도같았다.꿈속에서의나는작은몸뚱이를가졌다.현관문이잘보이는쪽으로몸을가볍게뒤집었다.나는현관너머로들려올소리에온신경을집중했다.빈공간을울리는무수한발소리사이에서고모의것을기다린다.요란한소리를내는알루미늄문이열리고,하루의고단한냄새를끌어안고돌아올고모.나는고모의젊은시절을떠올렸다가이내나이가지긋하게든고모를떠올렸다.푸들밥도주고,물도갈아주고,오줌도똥도누는것을본고모가돌아오는것같았다가곧아닌것이되었다.모두가떠나는그집으로고모는어김없이돌아왔다.딱손가락두개만큼의시간이지나면고모는내가있는곳으로반드시올것이었다.우리가아직,공존하고있는이곳에.(「공존」)

해수의옆머리는희끗희끗했지만정수리는하얗게세어있었다.만으로아직쉰이되지않은나의친구는손가락끝으로백발을탈탈털고손빗으로빗어넘기고는모자를도로썼다.빈손을털었다.모자속에서묵어버린하루를털어내려는것같았다.손끝에달라붙는삶을떨치려는것같았다.주영이보고싶었다.만나서잔뜩수다를떨고싶었다.해수를다시보게될것같지않았다.보지않아도될것같았다.새치많은머리를까맣게물들인주영을만나아무라도좋으니한놈을찍어서실컷험담을하고잔뜩욕을퍼부어주고싶었다.
나는가방을고쳐메고일어났다.마침택시가보였고팔을들었다.비틀거리며걸음을내디뎠다.가방에든유리병두개가꺾이는관절처럼덜그럭거렸다.고소한향은아른아른피어올랐다.(「유명한기름집」)

이모네집에들어간지세달쯤지났을때윤재가이모부에게크게혼났다.그날은이모부의목소리가평소보다높았다.도중에이모부가윤재를때리려고해이모가말리는소리도들려왔다.공부방으로들어온윤재가테이블앞에주저앉았다.윤재눈에서눈물이한두방울떨어지는가싶더니줄줄흘러내렸다.소리없이우는윤재를보다가나도갑자기눈물이쏟아졌다.왜그랬는지윤재가하는것처럼숨죽여울었다.한번터진울음은쉽게멈춰지지않았다.그런데어느순간누군가내등을다독이는게느껴졌다.고개를돌리자윤재가테이블앞으로몸을숙인채내등을쓸어내리고있었다.윤재의눈에서도계속눈물이흘렀다.간식을들고온이모가우리둘사이에서눈가를훔치는모습을나는봤다.
와달라는윤재의요청을끝내거절하지못한것,머뭇거리면서도뒤돌아책방에서나가지못한것,이게다그순간때문이라고생각했다.그날이후나는자주울었고또웃기도했으니까.단지그것뿐이라고속으로되뇌며윤재에게손을흔들었다.(「북바인딩수업」)

그건그렇고여기16층은조금이상한곳이다.맥락없이서태지사장님같은사람들을떠오르게만든다는면에서그렇다.왜그럴까생각해보면아무래도여기엔어떤기운들이있는게분명하다.높은곳에혼자올라왔던사람들이남기고간고독의흔적이랄까.여기는뭐하나제대로갖춰진것도없는시시한옥상인데도사람들은매일같이이곳을드나들며그런흔적들을남겨두고떠났다.나는그들이출입할수있도록밤새잠가두었던문을새벽6시에열어두는일을했다.그것말고도재떨이통에쌓인담배꽁초를비운다음가래침을닦아냈으며가끔시간이남으면어설픈화단에질서없이자라난잡초를뽑거나바닥을쓸기도했다.그리고자정이되면다시문을잠갔다.옥상열쇠는이곳을드나드는사람중나에게만있는특별권한같은것이었다.여기에서죽은노인을발견하기전까진나는그런일들을성실히해냈다.(「러브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