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창문 거울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

그림 창문 거울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

$17.00
Description
우리를 둘러싼 사진과 이미지의 생태계가 변화하는 양상을 동시대 미술과의 접면을 통해 깊고 섬세하게 읽어내는 책이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사진은 지나칠 정도로 흔해졌지만, 왠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한때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게 했던 사진은 이제는 그리 경이롭거나 낯설지 않고, 스크린에 떠오른 고해상도 그래픽과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저자인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는 사진의 위상이 변했다는 것은 단지 카메라 내부의 어두운 방에서 필름이 디지털 센서로 바뀐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외부의 밝은 세계, 즉 카메라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물들의 배치 전체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쓴다. 저자는 미술 전시장의 사진들에서 시작하여 사진의 역사와 이론에 이르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현장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 변화의 맥락을 세밀하게 펼쳐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동시대 한국 미술가들의 작업을 섬세하게 독해하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입체적으로 서술하며, 나아가 이 작업들이 건축, 역사, 자연 등 독특한 이미지의 군락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탁월하고 성실한 작가론이기도 하다.
저자

윤원화

시각문화연구자로책을쓰고번역한다.건축과영상이론을공부하고미술과시각문화,도시와미디어의접점에관심을두고있다.여러매체에현대미술과시각문화에관한글을기고하고있으며,저서로『문서는시간을재/생산할수있는가』(2017),『1002번째밤:2010년대서울의미술들』(2016)이있다.『기록시스템1800/1900』(2015),『광학적미디어:1999년베를린강의』(2011),『청취의과거』(2010)등을번역했고,아카이브전시≪다음문장을읽으시오≫(2014)를공동기획했다.

목차

들어가며
전시장의사진들─5

서문“삼차원의세계를...평평한표면위에표현한것”─13
1장건축도면,건축물,건축사진─47
2장가짜창문이있는풍경─83
3장역사의이미지들─121
4장스코어,움직임,퍼포먼스기록─157
5장자연의이미지들─193

나가며
전시장의시간─231

주─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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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진이화가에게익숙한공간도시간도결핍된,
기이하게공허한이미지처럼보였던때가있다.
그리고그충격적인만남이사진과회화를견인했던시간이있다.
그것은이미지나간과거다.


이책은미술전시장의사진에서출발한다.반드시현대미술로서의사진,또는이른바‘예술사진’을말하는것은아니다.윤원화는미술전시장이현실에서완전히분리된추상적공간은아니라는것을강조하며이야기를시작한다.전시장은미디어환경과접속된도시의일부이며,이미지의생산과소비,보여주고보여주는행위의연쇄속에놓여있다.

사진은그연쇄를타고가장자유롭고거의광포하게전시장안팎을넘나드는이미지의형식이다.서로분리된것을연결하거나경계에구멍을내는사진의운동성은미술과사진양쪽모두에서잠재적인불안요소로여겨졌다.사진은여전히사람들을매혹하고위협하며,미술전시장의안팎에서끝없이유동적으로출몰한다.이책은전시장의사진과,사진적인것들,사진이아닌것들이맺고있는배치를되짚으며이미지의존재와작동방식에접근해나간다.

우선저자는‘사진’과‘그림’의관계를다시검토한다.사진과고해상도컴퓨터그래픽,포토샵이미지가뒤섞여흘러넘치는네트워크에서우리가사진과그림을점점구별하기어려워진다면,그것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우리가세계를‘보는’방식은사진과그림이통합될수없는이질적인존재라는가정하에서축조된것이다.즉회화는인간을위해인간이그린이미지를,사진은인간에게무심하게존재하는낯선세계의파편들과,꺼내어다시볼수있는반복적인시간의이미지를제공했다.이제사진과회화가그저비슷비슷한그림들처럼보인다면,이는그들의차이를바탕으로구축된세계에대한비전을기억하기어려워진다는것을의미한다.

일단은주어진것에충실하자.
전시장에서사진과사진적인것들은어떻게존재하고있는가.


사진과이미지의변모에대해예리하고독창적인논지를전개하던저자는이부분에서다시몸을돌려전시장안으로들어간다.이책의대부분은추상적인사유실험의결과물이아니라,동시대미술의현장에서저자가직접보고이를다시섬세하게글로쓰는과정에서얻어낸성찰이다.저자는미술전시장의안팎에출몰하는사진의구체적인모습을통해,이미지의세계가변화하는모습와양상을입체적으로추적한다.

독특하게도이책에서저자가‘사진적’인대상으로검토하는것들은반드시기계가만들어낸광학적이미지들만은아니다.그것은전시장에놓여과거의물건처럼위장하는낡은소파이기도하고,독재자의역할을맡은배우의신체에들러붙어떨어지지않는행동거지나태도이기도하다.물론그것들은사진도그림도아니지만,사진비슷하고그림비슷한어떤것이다.저자는이런것들에서우리가이미지에무엇을요구하고,그와어떻게공존하고있는지를충분히시간을들여서볼것을제안한다.

사진이미지들은물과같이세계속으로스며들어순환한다.
전시장에서보이는것은그러한순환의단면이다.


1장‘건축도면,건축물,건축사진’에서는건축과사진의상호작용,그역사와잠재력에관해다룬다.특히1850년대건축사진을통해초기사진의상황을다시생각해보고,이를바탕으로김경태의건축사진과강홍구의풍경사진을이어보면서,건축사진또는건축의관점에서사진에접근하는것의가능성을검토한다.

2장‘가짜창문이있는풍경’은이미지의전락에대한최근미술의반응과그속에서사진이미지의사용에대해다룬다.지금범람하는사진이미지들은볼수없던것들을보게하는창문이라기보다는,오히려우리가어둠속에갇혀있음을눈치채지못하게하는암막커튼처럼보인다.우리는그불투명함에지나치게잘적응했음을망각한것이아닐까?우리는무엇을,어떻게해야볼수있는가?이것이우리의확장된눈꺼풀로서가짜창문이던지는질문이다.이장에서는최윤과김희천이각각전시장에연출한가짜창문의풍경들을돌아보면서,이미지로된세계에대응하는방법들을생각해본다.

3장‘역사의이미지들’은역사를시각적으로기록하고해석하는도구로서사진이‘역사’라는관념과어떻게맞물려있었는가를다룬다.사진은전통적으로변화하는역사의순간을기록하는도구였고,극복할과거와지향할미래를보여주어변화를촉구하는역사의매개체였다.그러나지금의사진이미지는왠지어떤시간의급류속에휘말린듯이보이기도한다.이장에서는이경민과김익현이만든사진전시들이교차하고어긋나는지점들을따라가면서,오래된사진속에압축된사진자체의시간을조금되돌려본다.

4장‘스코어,움직임,퍼포먼스기록’은몸의움직임을사진으로구상하고전달하고보존하는일,특히퍼포먼스와사진적재현의관계에대해자세히다룬다.퍼포먼스기반의미술은서로접촉할수없는예술가와관객의몸이서로감지하고조응하는순간을창출하려한다.이장에서는남화연과오민의작업들을중심으로몸과그잔상들의상호작용을통해무엇을할수있을지생각해본다.

5장‘자연의이미지들’에서는우리가만들어낸자연이미지들의이질적인면면을살펴본다.인간이만들어낸이미지는시간속의세계를고정하고저장하는동시에,다른한편으로실제세계를만들어왔다.그것은시각이확장되고인간이외부세계를정복하는시간이었다.자연의이미지는그런인간적활동의어떤반작용이나잔여물처럼존재한다.이장에서는다양한자연을다루는전시들을살펴보면서기술적으로확장된우리의눈으로무엇을어떻게더할수있을지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