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크매거진의사진책공모‘docking!’프로젝트의첫선정작,
아티스트듀오‘압축과팽창’의"울트라바이올렛,더스트,메모리즈"
이사진책은보스토크매거진의사진책공모인‘docking!’프로젝트의첫선정작입니다.‘docking’은ISBN을받고사진책을정식으로출간한경험이없는작가한명을선발해서보스토크프레스와함께첫책을만드는일종의출판공모입니다.많은지원을해드릴여력은없지만가능하다면공모의전과정에서새로운동료들을따뜻하게맞이할수있기를,그리고우리를둘러싼사진생태계에작은에너지를전할수있기를바랐습니다.
그렇게지난4월,docking!2018의첫포트폴리오모집이시작되었습니다.두달여간에걸쳐97명(팀)의포트폴리오가접수되었고,보스토크매거진의편집동인들이1차포트폴리오선발을진행했습니다.그리고6월30일에큐레이터,출판인,작가,디자이너,비평가등으로구성된30여명의선발단이파이널리스트에오른일곱명(팀)의프레젠테이션을보고현장투표를통해최종선발을진행했습니다.파이널리스트에오른일곱명(팀)의작업은다들각자의방식으로아름답고멋졌습니다.투표결과,동료들의가장많은표를획득하여‘docking!’의첫수상자로결정된것은아티스트듀오인‘압축과팽창’이었습니다.
‘압축과팽창’은안초롱과김주원의아티스트듀오입니다
안초롱작가는외부의힘에의해부러지거나짓눌린사물들을사진으로찍은작업인〈피동사물〉로,김주원작가는자신이‘실패한다큐멘터리’라고명명한엄청난양의스냅사진을전시장벽에도배하고뜯어내는일을반복하는작업인〈밝은세계〉프로젝트로동료들의주목을끌었습니다.예리한눈썰미,시각적인위트,사진매체로작업하는이들중보기드문수행성을지닌독특한작가들이었기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그들은강렬한개성을지닌작업자들이었습니다.그런안초롱과김주원두사람은듀오를이루고본격적으로독특한작업세계를펼쳐내기시작합니다.압축과팽창의전시장에들어서면우선방대한양의사진에놀라게됩니다.그들의작업은모두대단히강도높은노동집약적인과정을거쳐서이루어집니다.그들은엄청난양의사진을직접찍고,찾아내고,분류하고,키워드를부여하고,이를목록화하고,다시검수하는과정의‘사진노동’을기꺼이감수하고,종이뿐만아니라판넬,아크릴,현수막,천,도자기등온갖다양한소재에자유자재로사진을인쇄하여공간에설치합니다.
흥미로운건,이모든결과와과정이두사람이맺은계약에서비롯된다는점입니다.그들은작업을설계하면서계약서를작성하고,그계약에의해서서로의행동을강제합니다.예를들어각각몇장을찍을지,언제서로에게어떻게‘납품’할지,그리고납품된사진을어떻게처리해서전시라는형태로변환할것인지를미리계약을통해정해놓는거죠.그리고관객은그들의작업에대한일종의‘감리자’로전시장에초대됩니다.전시장에는두사람의계약서가비치되어있습니다.관객은이계약서를보면서두사람이어떤계약을맺었는지,또그계약을제대로이행했는지전시작과견주며확인할수있지요.
이처럼계약서를통해작업을설계하고,설계한작업을서로에게강제하고,이를전시장에시공및마감한뒤,감리자로서초대된관객으로인해작업이완결되는그들의과정은독특하고기발합니다.이는일반적인기존의‘예술사진’과는선명하게구별되는‘압축과팽창’의특성이기도합니다.그들의작업프로세스는사진은본래이래야한다거나전시는원래이렇게한다는식의통념이나룰을효과적으로깨뜨리고있습니다.그들은사진과전시장을마치인테리어자재와현장처럼다룹니다.압축과팽창의작업은같은이미지가왜전시장에서는작품으로,현장에서는벽을장식하는제품으로다루어지는가를집요하게캐묻는것같습니다.
잘라내고남은사진이미지의,예쁘게반짝이는허물을닮은책
"울트라바이올렛,더스트,메모리즈"(아래"UVDM")는‘압축과팽창’,그리고보스토크프레스가계약을맺고지면이라는‘공간’에서벌이는첫프로젝트입니다.안초롱과김주원은각자찍은250장의사진을서로에게‘납품’합니다.그러고나서그들은자신의생각에상대방의사진에서‘중요하다’고생각하는부분을골라마음대로잘라내고,해당부분을설명하는키워드를부여합니다.규칙은단지‘하나의이미지에하나의키워드만을부여한다’는것뿐,잘라낸이미지가서로의마음에드는가하는것은그리중요한문제가아닙니다.이규칙을제대로적용했는지를검수해서로합의된500개의이미지가사진책의재료가됩니다.
사진이미지에는사실우리가인지하지못하는수많은정보가담기게됩니다.예를들어셀프사진한장에는자신의얼굴뿐아니라배경의하늘,벽,건물,구름,입고있는옷의섬유,공기,나뭇잎,그림자등우리가주목하지않는정보들이가득들어있는거죠.하지만우리는오직‘주피사체’인자신의얼굴에만주목하게되고,그것을효율적으로드러내는것만을‘작가의의도’라고부릅니다.‘압축과팽창’은서로의사진을거침없이잘라냄으로써그‘의도’라는것의의미를다시질문하게합니다.
그나저나,500장의사진을‘납품’받은보스토크프레스편집부는혼란에빠졌습니다.폴더를열어보니인스타그램사진처럼모두정방형이었고,서로잘라낸이미지는생각보다훨씬기묘한수수께끼처럼보였습니다.보스토크프레스는고민끝에모든이미지의색채정보를‘잘라내기로’결정했습니다.모든사진들의색을뭉쳐형광핑크나오렌지색같은몇가지의단색으로,아주전통적이고고급스러운하드커버책에담아내기로했습니다.
우리는언제나책을만드는일을사진이지닌의미를풍부하게확장하는과정이라고믿어왔습니다.하지만이제는잘모르겠습니다.그럴수도있고,어쩌면책을만드는과정에서계속무언가를잘라내버리는것일지도모릅니다.압축과팽창의첫사진책?UVDM?은이잘라내고남은사진이미지의,예쁘게반짝이는허물과도같은책입니다.
두사람이열심히‘읽어낸’사진이우리의눈앞에는읽을수없는이미지가되어나타난다는것은기묘한아이러니같습니다..이제당신의눈앞에장면이든색이든온전히읽을수없는이미지가가득한,조금은이상한사진책이펼쳐집니다.대체사진에서무언가를본다는건,혹은읽는다는건무엇을의미하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