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팡세 (김승희 자전적 에세이 | 개정판)

33세의 팡세 (김승희 자전적 에세이 |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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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김승희 시인의 『33세의 팡세』를 읽다보면 에누리를 해서 생각해도 그의 천재성은 결코 깎을 수가 없다. ”
-천양희(시인)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불멸의 명작 『33세의 팡세』를
읽지 않은 사람은 아직 자기 내면의 불꽃을 당기지 않은 자이다.
아직 ‘내면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 사람이다!”
파스칼의 『팡세』가 신을 향한 생각의 변증법이라면
김승희의 『33세의 팡세』는
인간 내면을 향한 존재의 변증법이다!!
『33세의 팡세』는 내 안에 숨은 낯선 사람을 만나는
열망이 벼락 치는 광경이다!!!
저자

김승희

광주에서태어나서강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했고동대학원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1973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됐다.미국아이오와대학교국제작가프로그램(IWP),이탈리아베네치아카포스카리대학교의체류작가를지냈다.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캠퍼스,어바인캠퍼스등에서한국문학을가르쳤고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시집으로『태양미사』,『왼손을위한협주곡』,『미완성을위한연가』,『달걀속의생』,『어떻게밖으로나갈까』,『냄비는둥둥』,『희망이외롭다』,『도미는도마위에서』등이있고,소설집『산타페로가는사람』을펴냈다.연구서로『이상시연구』,『현대시텍스트읽기』,『코라기호학과한국시』,『애도와우울(증)의현대시』등이있다.소월시문학상,올해의예술상,한국서정시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서강대학교국문학과명예교수이다.

목차

내생은영원한자살미수·13
불의딸과태양숭배·31
태초에상처가있었다·53
아무도오지않았던기다림·69
문득사라지고싶었던여름날·93
평온과폭풍사이·111
백합이흐르는방·133
비틀즈-검은다이몬에빠져·159
왼손과오른손의이혼·187
누군가훔쳐간나의베르테르·207
백수광부여,광기의아들이여·235
기둥만있는집·251
무한을느낄때,자유를느낄때·283
천재를찾아서·315
램프가켜진대낮·343
hope냐SUICIDE냐?·369
청춘이여,헛된매춘이여·403
천마天馬·437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나의문학,나의자살미수

언제부터인가헤르만헤세의『데미안』이나제임스조이스의『젊은예술가의초상』같은책을써보고싶다는꿈을가지고있었습니다.인간이란누구든지‘홀로가는한사람’이며그러나‘한사람이된다는것이얼마나무시무시하도록고독한일’인지를어렴풋이깨닫게된때부터가아닌가싶습니다.인간이란숙명적으로‘홀로가는한사람’이면서도,또한그한사람이진정한의미에서의‘유일한한사람’이되기위해서얼마나많은숙명의시련과세속적인박해와자기자신의파괴를견뎌야하는지요.이책은여성판『데미안』이라고할수있습니다.데미안처럼통과의례로서의절망과우울을이기고새로운자아를만들어가는자아형성과정의슬픈이야기입니다.여성적자아라고해야겠지요.연속성을가진스토리를다루는것이아니라퀼트를얼기설기깁듯조각조각을단편斷片적으로얽어놓은책입니다.

냉혈적비인간의시대에시인으로산다는건
황당무계한이방인같은길

‘태초에꿈이있었다.모든사랑은그렇게시작된다’고합니다.그렇듯이나는시인이되고싶은꿈을꾸었고시를사랑하기시작했습니다.왜시인이되었는가?더군다나오늘날과같은물신物神의시대,철면피하도록냉혈적인비인간의시대에한사람의예술가가된다는것,한사람의시인으로산다는것은얼마나슬프고황당무계한일일까요?
어느시대어느사회에서나시인또는예술가는이단자나이방인같은존재였겠지만,오늘우리의이곳은온통예술의황혼으로저물고있습니다.그런데도아직많은사람들이시인으로살고있으며시인이되기위해살고있습니다.왜,어떤사람이시인이되는것일까요?원죄인가,업보인가-이런숙명적인말밖에는물을수없다는것일까요?

자전적사실fact을기록한
상상적이야기fiction로읽어주길

조금더자라서예술가의내부에도사리고있는검은독사와같은절대적인광기의덩어리를알게되었을때,나는시인이란황폐한정원에자기만의공작새를기르는어느절름발이여성시인과같은황폐하고도퇴폐적인이미지,광기와오만으로점철된‘악마적인천재성’같은것으로이해하기시작했습니다.
모든이해란결국오해에지나지않기때문에,나는이제시인이란‘큰바위얼굴’처럼현실지배적인인물도아니며‘공작새를기르는절름발이시인’처럼현실도피적인환각의불구자만도아니라는것을깨닫게되었습니다.
시인이란결국숙명적인한사람이며우리가자궁을선택할수없듯이업보를선택할수도없기에시인이될업보를타고난한사람이라는것을말입니다.‘나의문학은나의자살미수’라는말을쓴적이있는데,결국자살미수라는것은우리가타고난개인적업보(이시대,이땅에살고있다는숙명)를끊고싶고그에저항하고싶다는또다른고백이아니었을까요.자살미수-그것이내문학의의지였고그것은결국모든업보를넘어새롭게태어나고싶다는끝없는부활미수의의지였을것입니다.
이책은하나의팩션faction입니다.자전적인사실fact을가공한상상적이야기fiction로읽어주십시오.

어둠이라는같은태胎에서태어나
빛을찾는혈연같은분들께감사

“우리는노래에얽매인죄수.우리는떠날수가없구나.우리의노래를……”(존키츠)-바로이런예술가의숙명적인율법을지칠줄모르는예술의강신적降神的인아름다움을통해보여주신이어령선생님께감사를드립니다.그분의애정과배려가없었다면아마이책은지상에존재하지않았을테니까요.그리고이글을연재하는동안뜨거운애정과관심을보여주신독자여러분께머리를숙여감사합니다.독자로부터전화를받을때나편지를읽을때,우리는어쩌면어둠이라는같은태胎에서태어나빛을찾는같은혈연들이라는생각을하게되었습니다.그리고그애정과지속적인격려가없었다면이어둡고부끄러운책은아마일찍이지속을포기해버린채미완성의거품이되었을것입니다.

“엄마,엄마가나를낳았던것처럼
나도나를낳았어요”
이책을나의슬픈어머니께바칩니다.
‘세상에서가장푸르고도오욕스러운것이사랑’이라는것을나에게가르쳐주신엄마-슬픔때문에거룩하시며절망때문에성스러우신늙은엄마의무릎에나는여섯살때국화를치마폭위에놓아드렸던것처럼이책을바치고싶습니다.그리고이못난딸은조용히말하겠어요.
“보세요엄마.언젠가엄마가나를낳았던것처럼나도나를낳았어요!문학이라는기적을통해서요!”
가을이옵니다.천재이상李箱은말했습니다.“삶이여!발달도아니고발전도아니고이것은분노이다!”라고요.분노일지라도꽃은또향기롭고우리는또살아야합니다.첫사랑이마지막사랑이될수있도록숙명적으로나는삶을,시를지순하게믿어보고싶습니다.
만일내삶에자살미수가없다면삶이란기계적반복에불과할것이며,만일그자살미수에서반야의꽃과같은시가태어나지않는다면,삶이란단지혼돈한테러리즘과같은것이될것입니다.
마지막으로이렇게말해보고싶군요.“보다찬란한절정의목숨을위하여나는목매달아죽을밧줄을매달큰못이필요하였네.그리고그못〔釘〕의이름이시라네……”라고요.

1985년가을서오릉부근에서
김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