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장엄호텔 -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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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두 번째 책. 여성을 중심으로 상속되는 불행에 대해 쓰는 마리 르도네, 『장엄호텔』은 그녀의 데뷔 소설이자 일명 ‘마리 르도네 삼부작’의 첫 작품이다. 이재룡 문학평론가에 의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으며 새로 출간되는 개정판에는 이재룡 교수의 해설이 붙었다. 『장엄호텔』은 얼굴도 이름도 없는 ‘나’가 인적이 끊긴 늪지대에서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 ‘장엄호텔’을 지키며 분투하는 이야기다.
‘나’는 생활력 없고 불만만 많은 두 언니 아다와 아델을 부양하며 무너져가는 장엄호텔을 관리한다. “모든 걸 썩게 만드는 습기”를 내뿜는 늪은 온갖 병과 곰팡이, 해충과 쥐 떼를 불러들인다. 손님들은 호텔을 더럽히고 망가뜨리고는 갖은 불평을 늘어놓으며 떠난다. 할머니에 이어 언니들도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돌연 죽는다. 오직 ‘나’만이 장엄호텔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 책을 추천하는 최진영 소설가의 말처럼 장엄호텔은 “생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부서지고 무너진다고 해도 우리는 그 무른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다. 꼴이 어떻든 “지탱하고 있고 그게 중요한 거다.” 헤어날 수 없는 늪처럼 영원히 이어지는 불행의 세계. ‘나’는 “매일 밤 장엄호텔에 네온사인을 켜고 손님을 기다린다.”

저자

마리르도네

1948년파리에서태어났다.본명은마르틴느로스피탈리에(MartineL'hospitalier).문학을전공한그는1970년대말부터글쓰기를시작했고,1985년일본하이쿠에영감을받은시「사망자주식회사」를발표하며작가로데뷔했다.1986년소설『장엄호텔』을미뉴이출판사에투고해출간했고,이듬해어머니성을따른마리르도네라는필명으로두권의소설『영원의계곡』『로즈멜리로즈』를출간해삼부작으로완결했다.이밖에장편소설『이제더이상은』『콜트45권총을든여인』,단편집『대역인물』『실시』,희곡집『티르와리르』『모비-딕』등이있다.

목차

장엄호텔

옮긴이해설-묵시론다음에는?

출판사 서평

“나를고치며살아가는내가바로여기있다.”
부서지고희미해져도사라지지않겠다는선언

까만밤홀로네온사인을밝히며여기내가분명히존재함을알리는장엄호텔은결코철도나늪이나사람때문에무너지지않으리라.(……)오늘도부지런히나를고치며살아가는내가바로여기있다.늪지대위에서불을밝히고있다._최진영(소설가)

마리르도네의소설은자질구레한불행을지루하게반복한다.작가는오물을토해내듯이대화와감정이배제된서술을꾸역꾸역뱉어낸다.죽음마저무심히이야기하는둔중하고서늘한문장은끝없이이어지는암울한세계를그린다.“겨울엔얼어붙고여름엔벌레가들끓”어“계절이바뀌어도삶은털끝만치도달라지지않는”장엄호텔이바로그것이다.썩은늪의악취나는호텔은거역할수없는불행의무게로소설의객(客)들을모조리압도한다.붕괴되고침수되고오염되고……마리르도네의세계에서“끈질기게되풀이되는불행은”말그대로“지옥이따로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마리르도네의화자는묵묵히삶을살아낸다.고통에둔감하다기보다차라리고통이생의충동을유지하는연료인것처럼보이기도한다.”아다와아델은더러운늪과친절하지도말끔하지도않은불청객들의행패에죽음에가까워가지만‘나’는병든몸으로두언니와호텔을건사하기위해애쓴다.“유령같은두언니”는“내가책임져야하는나와다르지않다.”좌절되고흔들리고서로증오하는동시에보살펴주는,“나의동반자이자훼방꾼인나.”“언니들이내고생의근원이”지만‘나’는“그들불행에책임이있다고여긴다.”“어쨌든언니들은장엄에서태어났”지만“그건그들탓이아니다.”
최진영소설가의말처럼장엄호텔은“생명”그자체일지모른다.제아무리세계가우리의삶을부서뜨리고무너뜨려도우리는무른땅위에단단하게서있다.꼴이어떻든“지탱하고있고그게중요한거다.”“장엄은선수가반쯤썩어눈위에좌초된배처럼보”이지만오히려“좌초되었으니완전히가라앉을염려는없다.”“장엄은잘버틴다.”“날씨가춥고손님이없더라도장엄호텔은계속해서밤을밝혀야한다.”“중요한건현재뿐.”더럽고치욕적이고비참해도살아만있으면무엇도끝나지않는다.“죽음,그건삶보다나쁘다”는아델의말처럼우리삶의최우선과제는우선죽지않고사는것이다.‘나’는“지금내리막길에있”어도“매일밤장엄호텔에네온사인을켜고손님을기다린다.”

이미시로문단에발을들여놓았지만신인이나다름없었던마리르도네는1986년『장엄호텔』로평단의눈길을끌었고연이어발표한삼부작이완성되자그녀는프랑스여성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앞선세대인뒤라스,에르노의작품세계와비교연구의대상으로떠올랐다.(……)『장엄호텔』이출간된지35년이지난요즘,늪에빠져온갖질병에시달리다주변사람들이시름없이죽어가는모습을우두망찰지켜보는화자에게서우리의모습이보이기도한다.―이재룡,‘옮긴이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