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 -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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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출간 당시 국내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이 24년 만에 새롭게 출간됐다.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의 삶을 이어주는 힘 있는 목소리가 된다. 소설과 자전의 경계를 지우는 ‘칼 같은 글쓰기’의 아니 에르노가 바로 첫 번째 작가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작가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좌절감을 기록한 문병일기로 “나는 추호도 어머니 곁에 있었던 순간들을 수정해서 옮겨 적고 싶지 않았다”는 말처럼 그는 치열하게 기록함으로써 어머니가 떠나지 않은 마지막 “밤”을 지키며 “어머니와 화해하려고” 보냈던 이 모든 시간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우리의삶이필연적으로다른삶과겹치기마련이라면
이일기는우리의마지막나날을담은이야기가된다.”_편혜영(소설가)

“나는죄의식을느끼면서어머니의생활에관한이야기를쓰기시작했다.”
프랑스문학의거장아니에르노,소설과자전의경계를지우는‘칼같은글쓰기’

지난47년간프랑스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해온아니에르노.그녀의언어는우리의삶을날카롭게파고들어생의가장깊은곳에서부터울려나온다.“나는내가직접체험하지않은허구를쓴적은한번도없고앞으로도없을것이다”라고스스로의작품세계를정의했던것처럼그녀의소설은결코삶과분리될수없다.그녀가삶에서겪은상실감과어떤존재적결핍은언제나글쓰기를촉발하는단서로작용했다.『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는치매에걸린어머니를돌보며죽음이라는저항할수없는이별을마주한아니에르노의처절한심정을담은문병일기다.
“‘인생을살면서자기스스로를방어할줄알아야한다,강하지못할경우에는악하기라도해야한다’고말하곤했던”어머니는교통사고이후얻은기억상실증이치매로이어지면서“장소들을기억하지못했고사람들과손자들,내전남편그리고나조차도알아보지못했다.”“정신나간여자가되어온집안을사방팔방으로헤매며돌아다”니는모습을보며‘나’는“어머니를이지경으로몰아넣은사람이바로나인것만”같은무력감과죄책감,그리고자신의미래또한그럴것이라는두려움에사로잡혀그녀의마지막나날을기록으로남긴다.“나는글쓰기가세상을향한전진이라고생각했지만어머니를문병하고있는현재의글쓰기를통해서는가혹한피폐상태를확인하게될뿐이었다”는말처럼,그녀는“자신의글쓰기를통해어머니의죽음이더욱명백한현실로규정지어진다는”극단의좌절을경험하지만이는역설적으로그녀의쓰는행위에원동력이된다.
“생전처음으로‘어머니는돌아가셨다’라는말을글로”적으며“소설을쓰면서결코이말을사용할수없게될”것이라짐작하는작가의담담한서술은더큰울림으로전달된다.

“그때우리가알게된것은
말할것도없이인생의전부이리라.”
떠나지않은‘밤’에남아있는것들

나는추호도어머니곁에있었던순간들을수정해서옮겨적고싶지않았다.그순간들은시간의흐름을벗어난순간―아니면짤막하게되찾았던유년시절의한순간쯤으로생각해도좋을듯하다―오로지‘이분은내어머니이시다’라는생각외에는다른모든것을망각하며지냈던순간들이었다.―‘작가의말’에서

‘나’에게세상은“어딘가어머니가존재해있”을필연적공간을의미했던만큼그빈자리에서기인하는슬픔은쉬이익숙해지지않는다.하지만“어머니곁에있었던순간들을수정해서옮겨적고싶지않았다”는작가의말처럼‘나’는치열한기록행위를통해서어머니가떠나지않은마지막“밤”을지키며“어머니와화해하려고”보냈던이모든시간에종지부를찍을것이다.자신의삶을포기하지않은어머니를기록하는것,이는어머니에게전하는마지막사랑이된다.
“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는‘나’의어머니가글로쓴마지막문장이다.“뭔가잃어버린것을찾는사람처럼자꾸만집을되돌아보”던어머니가남긴마지막문장이떠나지않겠다는선언이라는점은그녀가살아온궤적에갖는열렬한의지를보여준다.밤의거칠고험상궂은몰골은낮과사뭇다른모습이지만,그시간까지도모두자신의소유임을알고있었던어머니는“결국혼자힘으로자신의밤을헤치고나갔던것이다.”
오래도록화해하지못했던유년시절폭력의기억과지난하지만놓을수없었던어머니를향한사랑처럼“인생의많은것이부질없이흩어지고사라”질것이다.하지만“어떤것은영영그대로남을것이”며“그리하여우리로하여금어느밤‘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았노라’는마지막문장을적게할지도모른다.인생에서알아야할것을우리는대개그런밤이되어서야배운다.”그렇다면『나는나의밤을떠나지않는다』는타고남은삶의흔적으로부터새로운희망을발견할수있다는,우리모두에게전하는아니에르노의고백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