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호미 : 박완서 산문집 (출간 15주년 기념 백일홍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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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완서 소설가가 가장 사랑하는 꽃 백일홍이 피는 초여름, 박완서 산문집 『호미』 출간 15주년을 기념하는 백일홍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2007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2011년 선생이 돌아가신 후 맏딸 호원숙 작가가 박완서의 정원에서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린 그림을 실은 개정판이 2014년에 출간되며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올해 백일홍 에디션으로 출간된 3판은 다시 박완서 소설가의 글만 담아 초판의 느낌을 되살렸다. 작가의 소박하고 따뜻한 ‘아치울 노란집’ 정원처럼 표지는 화사한 꽃과 같이, 본문은 싱그러운 풀과 같이 꾸몄다. 어느새 성큼 다가선 초여름 밤, 박완서의 선물 같은 문장들을 다시 만날 시간이다.
1부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는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아치울로 이사한 작가가 자신만의 작고 특별한 정원을 일구며 발견한 일상을 빛내는 작은 행복들을, 2부 ‘그리운 침묵’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고난 속 바래지 않은 휴머니즘과 다음날을 향한 따뜻한 희망을, 3부 ‘그가 나를 바라보았네’는 종교적 깨달음과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를, 4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호원숙 작가에게 가진 신뢰와 애정, 그리고 더없이 너그러운 우인(友人)으로 살다가신 어른들의 삶에 관해 풀어냈다.
저자

박완서

경기도개풍(현황해북도개풍군)출생으로,세살때아버지를여의고서울로이주했다.1944년숙명여자고등학교에입학한뒤교사였던소설가박노갑에게영향을받았으며,작가한말숙과동창이다.1950년서울대학국문과에입학했으나전쟁으로중퇴하게되었다.개성에서어린시절을보내고서울에서학창시절을보낸박완서에게한국전쟁은평생잊을수없을없는기억이다.의용군으로나갔다가부상을입고거의폐인...

목차

꽃과나무에게말걸기
꽃과나무에게말걸기│돌이켜보니자연이한일은다옳았다│다지나간다│만추│꽃출석부1│꽃출석부2│시작과종말│호미예찬│흙길예찬│산이여나무여│접시꽃그대│입시추위│두친구│우리가서로에게구인이된다면

그리운침묵
내생애에서가장긴8월│그리운침묵│도대체난어떤인간일까│좋은일하기의어려움│야무진꿈│운수안좋은날│냉동고구마│노망이려니하고듣소│말의힘│내가넘은38선│한심한피서법│상투튼진보│공중에붕뜬길│초여름망필(妄筆)│딸의아빠,아들의엄마│멈출수는없네│감개무량

그가나를돌아보았네
그는누구인가│음식이야기│내소설속의식민지시대│그가나를돌아보았네

딸에게보내는편지
내가문을열어주마│우리엄마의초상│엄마의마지막유머│평범한기인│중신아비│복많은사람│김상옥선생님을기리며│이문구선생을보내며│딸에게보내는편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리운작가,박완서의특별한정원
꽃과나무처럼꾸준한애정으로삶을돌보다

날마다나에게가슴울렁거리는경탄과기쁨을자아내게하는자연의질서와그안에깃든사소한것들에대한애정과감사를읽는이들과함께나눌수있으면더바랄게없겠다.-‘작가의말’에서

『호미』는박완서가2011년80세로삶을마무리하기까지마지막13년을보낸‘아치울노란집’에서의소박하고정겨운생활을담은산문집이다.그는60대후반에서70대전반까지그집에서살았다.바로그시절,그공간에서박완서가뿌리고거두었을깨달음은무엇이었을까.변덕스럽지만원칙을깨지는않는자연의질서,작고사소할지언정경이로운생명들…….나이가들며“나도모르게어질고따뜻하고위안이되는글을소망하게되었다”는작가의말처럼책곳곳에지친삶을쓰다듬는상냥한온기가고스란히담겨있다.

“나무들이물을길어올리는소리,흙속의무수한씨들이서로먼저나가려고부산을떠는소리”.뒤숭숭한세상을보며삶에대한비관이솟구칠때도“땅에균열을일으키며밑에서솟아오르는씩씩한녹색”을보면“새로운힘이솟는걸느”낀다.김매듯이꾸준히일궈온삶이지만“때로는호미자루내던지고싶을때도있었”다.그래도“그결과거둔게아무리보잘것없다고해도늘내안팎에는김맬터전이있어왔다는걸큰복으로알고있다”고작가는얘기한다.“내가거둬야할마당이”“나에게맞는불편을”제공해주듯,심심하고담백한일상의“무엇과도바꿀수없는행복과평화”야말로‘아치울노란집’이그에게선사한진짜선물이아닐까.

1부‘꽃과나무에게말걸기’는복잡한서울을벗어나아치울로이사한작가가자신만의작고특별한정원을일구며발견한일상을빛내는작은행복들을,2부‘그리운침묵’은작가가살아오면서겪은크고작은고난속바래지않은휴머니즘과다음날을향한따뜻한희망을,3부‘그가나를바라보았네’는종교적깨달음과삶을지탱하는소중한순간들에대한감사를,4부‘딸에게보내는편지’는호원숙소설가에게가진신뢰와애정,그리고더없이너그러운우인(友人)으로살다가신어른들의삶에관해풀어냈다.

꺾이지않는삶의태도
박완서,시대와호흡하는문장들

“중학교2학년때종전이되고,우리나라는일본으로부터해방이되었다.그러니까나는일제시대에태어난셈인데도갑자기그시대가덮친것처럼그이질감을생생하게기억하고있다.”작가가겪은어린시절의전쟁과우리민족의수난사는한개인,특히여성으로서지나온한국의구체적역사를절절히느끼게한다.그는해방직후38선을긋던시기에엄마와남루한행색으로소련군이주둔하던개성을탈출했고,“축복도저주도가장낙인찍기쉬운말랑말랑한”스무살꽃다운나이에한국전쟁을겪으며대학을중퇴해야했다.그런그에게“6월만되면되살아나는계절병은당연히한국전쟁이다.”민족분단의아픔과고향에대한가없는그리움이그의문장에는짙게배어있다.

박완서는이토록다난한삶을살아오면서도인간에대한신뢰와내일에대한희망을잃지않는다.어려서부터만나온참된어른들의가르침은흔들리는삶에서도그가꿋꿋이서있을수있도록지탱해준다.“유난히사람을아끼시던”,아들과딸을가리지않고“새로운생명을그렇게기쁘고극진하게모시”던시어머님은모든생명에갖추어야할예우를몸소보여주었고,손자들을위해양력설을쇠며“차례나제사지낼때여자들도참예토록한”할아버지는“여자로사는데있어서주눅들거나허세부리지않고당당할수있는힘”을심어주었다.
더불어역사학자이이화가민족의고통을온몸으로체험하는역사의식으로압록강을바라보며눈물을흘렸던에피소드,뛰어난안목으로자연과혼연일체된갤러리를선보인박수근의이야기,이름만봐도가슴이따뜻해지는소설가이문구선생에대한작가의존경과그리움이주는깨달음은값지다.세대를아우르는박완서의따뜻한문장들은그가가꾼정원처럼“가꾼티없이자연스러우면서도”“마음에도위안이”된다.어느새성큼다가선초여름밤,박완서의선물같은문장들을다시만날시간이다.